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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대만문제로 본 우리의 입장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은 국제정치의 냉혹한 본질을 다시 일깨운 사건이다. “대만 무기 판매를 시진핑 주석과 상세히 논의했다”, “판매 여부는 중국과의 협상에 달려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가 가치와 명분보다 국익과 힘의 논리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생존할 것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대만 문제를 남의 일처럼 보지 않았다. 중국의 위협 속에 있는 대만의 처지를 북한과 대치한 우리의 현실과 겹쳐 보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며 미국과 안보 협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도 양국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대만해협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한국 사회는 마치 우리의 미래를 들여다보듯 긴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그 인식에 균열을 냈다. 미국은 더 이상 대만 문제를 절대적 가치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협상 칩”이라고 표현했고, “중국은 강대국이고 대만은 작은 섬”이라고까지 말했다. 세계 최강국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압축한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오직 영원한 국익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는 늘 그래왔다. 냉전 시절 미국은 중국을 공산주의의 본산으로 규정했지만, 소련 견제를 위해 돌연 중국과 손을 잡았다. 베트남전에서 피를 흘리던 미국은 불과 몇 년 뒤 베이징에서 웃으며 건배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협력자가 되고, 오늘의 동맹이 내일의 부담이 되는 것이 국제정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동맹을 영원불변의 운명공동체처럼 여기는 순진함에 빠져 있었다. 이번 회담이 우리에게 충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만조차 전략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한반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미·중 관계가 협력 국면으로 들어가든, 갈등 국면으로 치닫든 한국은 언제든 협상 테이블의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조차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차적 의제로 다뤄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강대국 계산 속에서 재배치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 질서가 ‘가치 연대’보다 ‘거래 외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조차 비용과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미국의 안보 우산도 더 이상 무조건적 희생이 아니라 철저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과 국익을 위해 대만 반도체 기업의 미국 이전을 압박하는 모습은 그 단면이다. 동맹도 결국 미국 국익 아래 놓여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첫째는 자강(自强)이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 국방력 강화는 물론이고 첨단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조선, 원전 같은 전략 산업은 이제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이다. 경제력이 곧 외교력이고 군사력인 시대다. 둘째는 외교의 정교함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안보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동맹에만 모든 운명을 맡기는 사고는 위험하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 일본과의 안보 협력, 유럽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까지 다층적 외교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한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국제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힘과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우리는 때로 국제사회를 도덕 교과서처럼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살아남는다(柔弱勝剛强)”고 했다.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도태된다. 또한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 조화를 이루되 휩쓸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균형 감각이다. 인류 역사의 경전들은 공통된 교훈을 전한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은 국가는 결코 타인의 선의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강대국은 늘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때만 국가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더 이상 과거의 익숙한 틀에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역사적 장면이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대한민국은 다가오는 격변의 시대를 스스로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26-05-18 10: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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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환상적 무역합의" 시진핑 미국 답방 요청…미중 해빙 기대감 부각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차담에서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란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해서도 양국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차담에서 “이번 방문은 놀라운 방문이었다”며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합의들을 이뤄냈고 그것은 두 나라 모두에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뒤 중국 측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과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 제한에 실용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한 미 당국자 발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자 “친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11년, 거의 12년간 알고 지냈다”며 “다른 사람들이라면 해결하지 못했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우리의 관계는 강하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 상황이 끝나길 원하고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군사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중국이 이란전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을 돕고,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이란전 이후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해협 개방과 긴장 완화에 역할을 하길 기대해왔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만큼 중동 에너지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이해가 일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답방도 거듭 요청했다. 그는 “시 주석은 미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상호주의 무역처럼 방문 역시 상호주의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 국빈 만찬에서도 시 주석에게 오는 9월24일 백악관 방문을 공식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차담이 이뤄진 중난하이는 자금성 서쪽에 자리한 옛 황실 정원으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무·거주 공간이 있는 권력의 중심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난하이에서 산책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원의 장미를 가리켜 “가장 아름다운 장미”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장미 씨앗을 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가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부장, 셰펑 주미중국대사가 자리했다. 이번 방중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다. 전날 인민대회당 정상회담에서는 무역, 이란, 대만, AI, 반도체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강조했고, 미국 측 발표에서는 호르무즈와 이란 문제가 부각되는 등 양측의 우선순위 차이도 드러났다. 국내 보도도 미국 발표에는 대만 언급이 빠지고 중국 발표에는 호르무즈가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상적 무역합의” 발언에도 구체적 합의 내용은 아직 제한적으로만 공개됐다. 희토류 공급, 관세 완화, 농산물 구매, 기업 투자 확대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문서나 공동성명 수준의 세부 결과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실질 성과는 향후 양국 실무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차담은 미중이 격한 충돌보다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과 무역 성과가 필요하고, 시 주석은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해 경제 안정과 외국 기업 신뢰 회복을 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대만, AI 반도체, 희토류, 공급망, 이란 문제는 모두 양국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이번 회담이 단기적 해빙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 관계 안정은 무역 합의의 구체성, 호르무즈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대만 문제에 대한 양측의 후속 발언과 조치에 달려 있다.
2026-05-15 14: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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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이념적 구호가 아닌 국익 중심의 실용적인 국가 전략요구
[경제일보] 미·중 정상회담이 다시 세계 질서의 향방을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협력과 공존을 강조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패권 경쟁의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웃으며 손을 맞잡았지만 대만 문제와 기술 패권, 공급망과 군사안보를 둘러싼 충돌의 불씨는 전혀 꺼지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화해 선언이라기보다 ‘충돌을 관리하기 위한 휴전’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외교와 경제 전략의 방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냉정하게 봐야 할 것은 미·중 갈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 최강 패권국인 미국과 급부상한 중국의 경쟁은 구조적 충돌이다. 시진핑 주석이 다시 꺼내 든 ‘투키디데스의 함정’ 역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미국 중심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은 더 이상 주변국이 아니라 대등한 강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기술·군사·경제적 팽창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은 갈등하면서도 공존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긴밀히 연결된 대표적인 국가다. 어느 한쪽만 선택하는 단순한 이분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처럼 ‘전략적 모호성’만으로 버티기에도 국제 정세는 너무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원칙 있는 실용외교가 필요하다. 우선 안보의 기본축은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북핵 위협과 동북아 안보 현실 속에서 한미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생존의 핵심 기반이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약화시키는 선택은 국가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경제와 해상 물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규범이라는 가치 역시 분명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반도체, 배터리, 화학, 소비재 산업에서 거대한 시장이다. 최근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지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감정적 반중 기조나 정치적 접근만으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중국과는 경제협력은 확대하되 기술과 안보 분야에서는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대응하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급망과 수출 시장 다변화다. 미·중 관계가 잠시 완화됐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언제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인도, 중동, 유럽 등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에너지·광물·반도체 소재 공급망 역시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외교 역시 보다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한국은 단순히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국가가 아니라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실리를 만들어내는 전략 국가가 돼야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협력하고, 위험 요소에는 단호히 대응하는 유연성과 원칙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가 협력과 대립이 공존하는 복합 질서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대국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결국 살아남는 국가는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전략적 판단을 가진 나라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도 이념적 구호가 아니라 국익 중심의 치밀하고 실용적인 국가 전략이다.
2026-05-15 07: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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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패권보다 세계 안정과 평화의 지혜 모아야
[경제일보] 9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135분 동안 이어진 이번 회담은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대신 일정 수준의 관리와 공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두 초강대국 정상이 직접 마주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세계 시장과 국제사회에는 하나의 안도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직접 언급하며 미국과의 공존 필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이 충돌로 치닫는 역사의 악순환을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현재 국제 질서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안보·기술 분야에서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와 공급망, 에너지 질서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의 붕괴나 충돌은 곧 세계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전과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였다. 과거처럼 중국을 정면으로 압박하기보다는 협력과 관계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미국 기업인들을 대거 동행시켜 경제 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은 미국 역시 중국과의 완전한 대결보다는 관리 가능한 경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미·이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미국 내 물가 상승, 에너지 가격 불안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한정 감당하기 어려운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마냥 낙관적인 신호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한 입장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확인됐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규정하며, 잘못 처리할 경우 양국 충돌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여전히 동아시아와 세계 안보의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쉬운 점은 세계가 주목했던 미·이란 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나 공동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는 하지만, 휴전이나 종전을 위한 실질적 공조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세계가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패권 경쟁의 승패가 아니라 전쟁의 종식과 국제 질서의 안정이다. 중동의 불안은 단순히 한 지역의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 폭등과 물류 차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전 세계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세계 최강을 다투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평화와 경제 안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 큰 책무도 지니고 있다. 자국의 국익만을 앞세운 무한 경쟁은 결국 세계 경제를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패권을 향한 과도한 집착은 갈등을 키우고 국제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절제와 책임의 리더십이다. 미국은 패권 유지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협력 질서를 존중해야 하며, 중국 역시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두 나라는 중동 전쟁의 조기 종식과 에너지 시장 안정,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세계가 두 초강대국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분명 갈등 관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대화만으로 평화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진정한 시험대는 앞으로다. 두 나라가 경쟁 속에서도 국제 질서의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협력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그리고 세계 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줄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지켜보고 있다. 강대국의 진정한 위대함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힘에 있지 않다.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세계 평화를 지켜내는 지혜에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패권 경쟁을 넘어 인류 공동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책임 있는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2026-05-14 18: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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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분 침묵의 대전환: 미·중의 '불편한 동거'와 중동발(發) 신(新)질서
9년 만의 방중(訪中). 그리고 135분간 이어진 미·중 정상회담. 숫자만 놓고 보면 외교 일정의 하나로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결코 평범한 만남이 아니다.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든 미·이란 전쟁 직후,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세계 최대 제조국 중국의 정상이 다시 마주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국제 질서의 중대 전환점을 예고한다. 겉으로 발표된 내용은 무역 협력과 중국 시장 개방 확대 정도였지만, 국제정치는 늘 공개된 언어보다 공개되지 않은 침묵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미국의 처지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처럼 중국을 몰아붙이는 일방적 압박자의 위치에만 서 있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미국 내 물가와 에너지 비용 부담은 중산층과 서민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경제 불안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그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일정 부분 관리하고, 더 나아가 중동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회담에 일론 머스크, 젠슨 황, 팀 쿡 등 미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사절단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중국 시장과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을 떠날 수 없는 모순 속에 있다.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도 희토류와 거대한 소비시장은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앞에서 “중국을 존중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협력 확대를 독려했다. 불과 몇 년 전 “중국 때리기”에 앞장섰던 트럼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시진핑 주석 역시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개방의 문은 더 크게 열릴 것”이라는 발언에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자신감이 배어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수록 중국은 오히려 내수 확대와 공급망 자립을 통해 버텨왔고, 이제는 미국조차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필요로 하는 국면이 됐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대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기존의 강경 기조에서 일정 부분 수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대만 문제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을 암시한 셈이다. 국제정치에서 힘은 군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경제와 에너지, 공급망과 민심까지 모두 연결되어 움직인다. 지금 미국은 중동 전쟁의 후폭풍 속에서 중국과 정면 충돌까지 감당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단순히 미·중 무역 협상 결과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진정으로 주목하는 것은 미·이란 전쟁의 휴전과 종전 가능성이다. 중국은 이란과 긴밀한 전략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동 에너지 질서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시진핑 주석의 협조 없이 중동 문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핵심 의제는 공식 발표문 너머에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동양의 고전 『도덕경』은 “큰 나라는 낮은 곳에 머물러야 천하의 물이 모인다(大國者下流)”고 했다. 진정한 강대국은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나라가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협력하게 만드는 나라라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세계 패권을 논하지만, 지금 세계가 원하는 것은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다. 누가 더 책임 있게 국제 질서를 안정시키느냐다.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 서로 다르더라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뜻이다. 미·중은 체제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충돌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얽힌 현실에서 두 나라가 끝없는 대결만 지속할 경우 그 피해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미 전쟁과 고물가, 공급망 불안에 지친 국제사회는 또 다른 냉전과 충돌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세계는 지금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긴장의 완화를 원한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더라도 최소한의 협력 질서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중동 전쟁의 휴전과 종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두 초강대국이 국제사회 앞에 보여줘야 할 진정한 리더십이다. 135분의 대화가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회담은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히 보여줬다. 전쟁과 갈등의 시대일수록 강대국도 결국 협상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세계는 지금 패권의 승자가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낼 책임 있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2026-05-14 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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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美 CEO들 만나 "중국 개방 더 넓어질 것"…대만엔 강경 경고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베이징을 찾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들을 직접 만나 중국 시장 개방과 미중 경제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다만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핵심 사안으로 규정하며 강한 경고 메시지도 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국 기업인들을 접견했다. 이날 회담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했다. 외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에 미국 주요 빅테크와 산업계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기업인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중국을 존중하고 중시하는 미국 기업계의 뛰어난 대표들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라고 독려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 깊이 참여해왔고 양측 모두 이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개방의 문은 더 크게 열릴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더 넓은 전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도 시 주석이 미국 기업인들에게 중국 시장 접근 확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도 방중 경제사절단의 상징성을 부각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들과 함께 왔다”며 “기업 내 2인자나 3인자가 아니라 최고경영자들만 원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방중이 안보 외교를 넘어 무역과 투자,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협력까지 포괄하는 경제 외교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머스크와 팀 쿡, 젠슨 황의 동행은 미중 경제 관계의 복잡성을 상징한다. 테슬라는 중국을 핵심 생산·판매 시장으로 두고 있고, 애플은 중국 공급망과 소비 시장 의존도가 크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중국 시장 접근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이다. 젠슨 황은 CCTV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제 협력 메시지와 달리 안보 의제에서는 긴장이 드러났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 관계가 충돌하거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과 대만 해협의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전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다. 무역 문제에서는 양측 모두 협상 모멘텀 유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협력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중국 허리펑 부총리 간 경제·무역 협상이 진행된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양국이 희토류와 관세, 무역 휴전 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 문제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약 135분 동안 진행됐다. 중국 CCTV는 회담이 오전 10시15분께 시작해 135분가량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약 100분간 진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논의 시간이 길어진 셈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경제 협력과 전략 경쟁이 동시에 작동하는 현장을 보여줬다. 양국은 무역과 투자, 기업 협력에서는 안정적 관리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대만과 AI, 반도체, 이란 등 안보·기술 의제에서는 입장 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향후 관건은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 후속 조치다.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확대, 희토류 공급 안정, 무역 휴전 유지 등이 실제 합의로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대만 무기 판매와 AI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는 어느 한쪽이 쉽게 양보하기 어려워 미중 갈등의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하고 국빈 만찬과 티타임 등 2박3일 방중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방중이 미중 관계의 전면적 해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경제 협력 채널을 복원하면서도 핵심 안보 갈등을 관리하는 제한적 안정 국면을 만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026-05-14 1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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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회담 135분 만에 종료…머스크·젠슨 황·팀 쿡도 배석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135분 만에 종료됐다. 9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 함께 회담에 참석하며 무역과 기술 협력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은 이날 오전 10시15분께 시작해 약 135분 동안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말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약 100분간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이번 회담은 더 길게 진행됐다. 이날 회담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등 미국 산업·기술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도 배석했다. 외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 수행단에 주요 빅테크 경영진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단 자격으로 회담에 참석한 미국 기업인들도 접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기업인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이번 방문에 미국 상공계의 뛰어난 대표들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모두 중국을 존중하고 중시하며 중국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라고 독려한다”고 밝혔다. 기업인들도 중국 시장을 중시하며 대중국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개혁개방에 깊이 참여하고 있으며 양측 모두 그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며 “중국의 개방의 문은 더 크게 열릴 것이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더 큰 전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방중 이후 9년 만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열렸다. 회담 의제는 무역과 투자, 기술 협력, 이란전, 대만 문제, 인공지능 등으로 관측된다. 주요 외신들은 양국이 무역 긴장을 관리하면서도 대만과 이란, AI·반도체 등 전략 현안에서는 입장 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머스크와 젠슨 황, 팀 쿡 등 미국 기업인들의 배석은 이번 정상회담의 경제 외교 성격을 부각했다.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 모두 중국 시장과 공급망, 규제 환경에 민감한 기업이다. 미국은 대중국 시장 접근성과 공급망 안정이 필요하고 중국은 외국인 투자와 첨단산업 협력 메시지를 통해 경제 안정 신호를 내보내려는 이해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13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정상회담 이후에는 톈탄 공원 방문, 국빈 만찬, 티타임 등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방중이 미중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무역과 기술 협력의 관리 채널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026-05-14 14: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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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역사의 이란과 250년 역사의 미국,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까
[경제일보] 세계는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바라보고 있다. 국제 원유 수송의 심장부이자 세계 경제의 혈관인 이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5천년 역사의 페르시아 문명국 이란과 250년 역사의 초강대국 미국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종전 협상 답변에 대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표면적으로는 핵 협상과 휴전 문제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이번 충돌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목줄과, 그 배후에 놓인 문명과 패권의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자유 항행과 국제 질서를 이야기한다. 반면 이란은 국가 생존과 역사적 자존을 이야기한다. 서로 바라보는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 미국은 젊고 강한 나라다. 건국 이후 불과 250년 만에 세계 최강국이 됐다.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와 군사력, 달러 패권과 해양 패권을 동시에 장악했다. 미국은 문제를 압도적 힘과 속도로 해결하려는 국가적 습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은 상대를 극단까지 몰아붙인 뒤 극적인 타결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기적 압박과 충격 전략에 익숙하다. 그러나 이란은 다르다. 오늘날의 이란은 단순한 중동의 한 국가가 아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기억과 실크로드의 게이트키핑 경험을 몸속 깊이 간직한 나라다. 기원전 다리우스 시대부터 이미 ‘왕의 길’을 통해 동서 교역망을 통제했던 국가다. 수천 년 동안 외세의 침략과 왕조 교체, 종교 혁명과 전쟁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나라다. 이란은 힘의 크기보다 시간의 길이를 믿는 국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은 이란 문제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 제재를 통해 단기간에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지만, 이란은 시간을 길게 끌며 상대의 피로와 내부 균열을 기다린다. 미국 항공모함이 중동 앞바다를 뒤덮을 때 이란은 정면 충돌을 피한다. 대신 대리 세력과 국지전, 비정규전, 해상 교란과 심리전을 활용한다. 약자의 전략이지만, 역설적으로 강자를 가장 지치게 만드는 방식이다. 지금 세계 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거나 충돌이 장기화되면 국제 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지나간다. 한국·일본·중국 같은 동아시아 산업국가들은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순한 기름값 문제가 아니다. 석유화학과 철강, 반도체와 해운, 전력과 물류 비용 전체가 흔들린다. 환율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은 결국 서민 경제까지 압박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중동발 위기는 곧바로 한국 경제의 생산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은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쳐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변수까지 더해질 경우 세계 경제는 또 하나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맞이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고 군사 충돌이 확대되는 경우다. 이 경우 이란은 직접 봉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조선 공격과 해상 교란을 통해 국제 유가를 급등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군사 보복에 나설 것이고, 중동 전역은 장기 불안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급격한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중간 시나리오다. 가장 현실적인 그림일 수 있다. 양측이 공개적으로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물밑 협상을 병행하는 형태다. 군사적 긴장은 유지되지만 전면전은 피하는 방식이다. 국제 유가는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시장은 장기 불확실성 속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중동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 패턴이기도 하다. 셋째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핵 문제와 항행 보장 문제에서 일정 수준의 절충이 이뤄지는 경우다. 미국은 체면을 세우고, 이란은 공개적 굴복 이미지를 피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국제 유가는 안정을 되찾고 금융시장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강경 기류를 볼 때 단기간에 이런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해양 패권과 문명 전략, 속도의 정치와 시간의 정치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졌지만,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정학적 생존 감각을 가진 나라 가운데 하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살아남는다(柔弱勝剛强)”고 말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제국은 언제나 압도적 힘으로 등장했지만, 긴 시간 살아남은 것은 오히려 끈질긴 문명과 기억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파도는 단순한 바닷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석유와 달러, 종교와 문명, 역사와 패권이 함께 흐르고 있다. 지금 세계는 다시 묻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누가 시간의 편에 서게 될 것인가.
2026-05-11 10:4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