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9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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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AAA 싱글게임으로 확장…"IP의 다음 10년 겨냥"
[경제일보] 스마일게이트가 글로벌 대표 게임 IP ‘크로스파이어’를 온라인 FPS에서 AAA급 싱글플레이 액션 어드벤처로 확장한다. 단순히 기존 게임의 장르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서사와 캐릭터, 전투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 글로벌 콘솔·PC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글로벌 개발사 댓츠노문(That's No Moon)이 개발 중인 신작 ‘크로스파이어’의 제작 과정과 핵심 기술을 담은 비하인드 다큐멘터리 1편을 21일 공개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개발진 구성과 스마일게이트와의 협업 배경을 비롯해 ‘적응형 엄폐(Adaptive Cover)’ 시스템, 언리얼 엔진5 기반 그래픽 기술 등이 소개됐다. ◆ 5년 전 시작된 투자…크로스파이어의 서구권 확장 전략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마일게이트는 당시 너티독, 인피니티 워드, 소니 등에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언차티드’, ‘콜 오브 듀티’ 등을 제작한 개발진이 모인 댓츠노문에 1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를 통해 북미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자사 IP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했다. 댓츠노문은 테일러 쿠로사키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와 제이콥 민코프 게임 디렉터를 비롯한 AAA급 개발진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이들이 축적한 서사 중심 게임과 슈팅 장르 개발 경험을 크로스파이어에 접목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실제 신작은 기존 크로스파이어의 경쟁형 멀티플레이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다. 서로 적대하던 두 전투 요원 ‘레일라’와 ‘크로스’가 생존을 위해 불안한 동맹을 맺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3인칭 싱글플레이 전략 액션 어드벤처다. 지난 6월 ‘서머 게임 페스트 2026’을 통해 처음 공개되면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테일러 쿠로사키는 개발 방향에 대해 “게임플레이와 내러티브가 서로 떼어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첫날부터 우리의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와의 관계 역시 개발진의 창작 방향을 존중하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 ‘엄폐’부터 다시 설계…기술이 게임성으로 연결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적응형 엄폐’다. 기존 슈팅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엄폐물에 접근해 정해진 위치에서 몸을 숨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크로스파이어는 주변 지형과 적의 위치에 따라 캐릭터의 자세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엄폐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했다. 바위나 경사면처럼 규격화되지 않은 지형에서도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몸을 낮추거나 자세를 바꿔 엄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제이콥 민코프 게임 디렉터는 “적응형 엄폐는 캐릭터가 복잡한 지형과 적의 위치에 맞춰 자세를 바꾸면서 엄폐를 유지하도록 한다”며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익히고 숙련해야 하는 적극적인 기술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언리얼 엔진5의 나나이트와 루멘, 모션 매칭 기술도 활용한다. 여기에 자체 퍼포먼스 캡처 스테이지를 구축하고 영화·게임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해 시네마틱 연출과 캐릭터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신작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07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는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된 대표 글로벌 IP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미 크로스파이어X 등을 통해 콘솔 시장을 두드렸지만, 이번에는 경쟁형 FPS가 아닌 서사 중심 AAA 게임으로 IP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6월 공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으로 게임의 실체와 개발 방향을 공개한 데 이어 개발 다큐멘터리까지 선보인 것은 출시 전부터 게임의 차별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마일게이트와 댓츠노문은 앞으로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 적응형 엄폐 시스템, 퍼포먼스 캡처 등 개발 과정을 담은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장기간 구축한 크로스파이어 IP의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AAA 싱글플레이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026-08-21 13: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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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해 피해 가계·중기 긴급 금융지원 나선다…대출 상환유예·자금 공급
[경제일보] 금융당국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가계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금융지원에 나선다. 생활안정자금과 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하고 기존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보험료 납입유예 등을 지원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유관기관, 업권별 협회 등을 중심으로 수해피해 긴급금융대응반을 구성하고 수해 피해 가계·중소기업 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15일부터 경남 거제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확대된 집중호우 피해 가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높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한 바 있다. 수해 피해 가계에는 △긴급 생활안정자금 △기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보험료 납입유예 및 보험금 신속지급 △카드 결제대금 청구유예 △연체채무 특별 채무조정 등이 지원된다.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은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공급한다. 신한·우리·KB국민·아이엠·부산·경남은행은 피해 개인고객에게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최대 5000만원, IBK기업은행은 최대 3000만원의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피해액 범위 안에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 농협은 피해 조합원에게 세대당 최대 3000만원의 무이자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한다. 수협은 피해 입증 고객에게 1인당 최대 2000만원, 새마을금고는 1인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도 이뤄진다.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카드사는 수해 피해 가계에 대해 3개월에서 1년 동안 △대출원금 만기연장 △상환유예 △분할상환 등을 지원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만기연장과 함께 최고 1.5%p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연체이자를 면제한다. 우리·하나·경남은행은 최대 1년 만기연장, 최고 1.0%p 금리우대, 상환유예 등을 지원한다. NH농협은행은 최대 12개월 이자 및 원리금 상환유예를 실시한다. 보험업권은 수해 피해 고객의 보험금 청구 시 심사와 지급 우선순위를 높이고 보험금을 조기 지급한다. 재해피해확인서 등을 발급받은 경우 손해조사 완료 전 추정 보험금의 50% 범위 안에서 보험금을 먼저 받을 수 있다. 보험료 납입의무는 최장 6개월 유예된다.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한 경우 침수 등으로 차량에 발생한 손해도 보장받을 수 있다. 카드사들은 수해 피해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최대 6개월 청구 유예한다. 일부 카드사는 △결제대금 유예 종료 후 분할상환 △수해 피해 이후 발생한 연체료 면제 △연체금액 추심유예 등을 추가로 지원한다. 특별재난지역 피해자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특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채무조정과 달리 연체 발생 전에도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최대 1년 무이자 상환유예와 채무감면 우대 혜택도 제공된다. 수해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과 기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체채무 채무조정이 지원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 상호금융권은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복구소요자금과 긴급운영자금을 공급한다. 기업은행은 기업당 3억원 이내, 산업은행은 기업당 한도 안에서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중견기업 특례보증을 지원한다. 보증비율은 90%, 고정 보증료율은 0.1~0.5%, 보증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은 보증비율을 85%에서 100%로 높이고 최대 5억원까지 보증한다.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의 기존 대출금에 대해서는 최대 1년간 만기연장과 상환유예가 지원된다. 신보와 농신보도 피해 기업, 소상공인, 재해 농어업인이 이용 중인 보증상품의 보증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수해로 채무를 연체한 경우 새출발기금을 통한 이자감면 등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유관기관, 업권별 협회 등과 수해피해 긴급금융대응반을 운영해 피해 상황 파악과 금융지원 대응을 점검한다. 금감원은 각 지원에 상담센터를 열고 피해 복구를 위한 대출 실행과 연장, 보험료 납입유예 등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해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는 필요시 금융상담 인력을 현장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재해피해확인서를 먼저 발급받아야 한다. 관할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 등을 방문하거나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지원 가능 여부와 조건은 금융회사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먼저 해당 금융회사나 업권별 협회에 문의한 뒤 창구를 방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정부나 금융회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정부나 금융회사가 먼저 전화나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재해피해 대출상품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며 대출 알선을 빙자한 자금이체 요청과 개인정보 제공은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6-08-20 14: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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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20조 쓰자는 與…어디에 얼마 써 몇 채 짓나
[경제일보] 정부의 8·13 주택 공급 대책 이후 여당에서 추가 재정을 투입해 공공주택 공급을 더 늘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추가 세수 가운데 10조~20조원을 주거 안정에 쓰고 용산공원 일부에는 청년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구상도 거론됐다. 정부 대책보다 한발 더 나간 공급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서울처럼 새 택지를 찾기 어려운 지역에서 공공이 가진 땅과 재정을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다. 다만 20조원을 어느 사업에 얼마씩 투입할지, 용산에 주택을 몇 채 지을지, 언제 입주가 가능한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규 공공주택지구와 공공택지, 도심 유휴부지, 비아파트 등을 활용한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공급 계획과 겹치지 않는 추가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는 여기에 재정 투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지역 국회의원·시의원 간담회 뒤 추가 세수 가운데 10조~20조원을 주거 안정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공공주택과 주거복지에 정부 재정을 더 넣자는 제안이다. ◆ 20조원 어디에 쓸지는 아직 안 정해져 20조원이라는 금액만으로 공급 효과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공주택을 직접 짓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토지를 확보하거나 사업비를 지원하는 데 넣을 수도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월세나 전세대출 부담을 낮추는 주거복지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각각 효과가 다르다. 공공주택 건설에 재정을 넣으면 주택 수를 늘릴 수 있지만 부지 확보와 인허가, 공사를 거쳐야 한다. 주거비 지원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체감할 수 있지만 시장에 새 주택을 추가하는 정책은 아니다. 현재 10조~20조원 투입안은 구체적인 예산 사업으로 확정된 단계가 아니다. 사업별 배분액이나 추가 공급 물량도 나오지 않았다.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써서 어떤 효과를 내겠다는 것인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공공주택에 돈을 넣더라도 예산 투입과 입주는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 부지를 정하고 사업계획을 세운 뒤 인허가와 착공, 공사를 거쳐야 한다. 택지를 새로 조성하는 곳에서는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설치도 필요하다. ◆ 용산공원 카드도 넘어야 할 절차 많아 용산공원 활용 방안도 아직 구상 단계에 가깝다. 여권에서는 공원 대부분을 유지하면서 어린이정원과 미군 장교숙소 등 일부 공간에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대 2만호 안팎을 공급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정부가 확정한 공급량은 아니다. 대상 부지의 면적과 용적률, 주택 크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물량은 달라진다. 법적 문제도 있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해당 부지에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토양 오염 문제도 사업 일정과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용산 일대는 오랫동안 미군기지로 사용됐고 일부 반환 부지에서 토양 오염이 확인됐다. 주택을 짓기 전에 어느 범위까지 정화할지와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도 따져야 한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개발에 부정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도심의 대규모 녹지를 주택 공급 부지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추가로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서울시 모두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같은 입장이지만 공급 수단에서는 차이가 있다. 정부·여당은 공공부지와 재정 투입을 강조하고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 예산보다 먼저 나와야 할 공급 일정 추가 재정을 투입하면 공공주택 사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서울 도심의 국공유지를 활용하면 민간 토지를 새로 사들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대로 재원이 확보됐다고 곧바로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택을 지을 부지와 사업자가 정해져야 하고 인허가와 공사를 거쳐야 한다. 용산공원처럼 법 개정과 토양 정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까지 필요한 부지는 절차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23만호 공급과 여당이 제안한 20조원 투입도 구분해야 한다. 20조원을 추가로 쓸 경우 기존 23만호 외에 몇 채가 더 공급되는지, 기존 사업을 앞당기는 데 쓰는지, 주거비 지원에 사용하는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급 정책은 발표한 예산과 물량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예산을 확보한 시점, 착공한 시점, 준공한 시점, 입주가 시작된 시점은 모두 다르다. 실제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시점은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나왔을 때다. 여당이 제안한 20조원 투입과 용산공원 활용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추가 공급 수단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큰 숫자를 하나 더 제시하는 일이 아니다. 20조원 가운데 얼마를 주택 건설에 쓸지, 어느 지역에 몇 채를 지을지, 착공과 입주를 언제 시작할지까지 나와야 공급 대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2026-08-20 0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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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 외교의 좌표는 국익이다
[경제일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서울에 왔다. 중국 외교 수장의 단독 방한은 약 5년 만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은 19일 서울에서 마주 앉아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공급망 안정, 인적·문화 교류 확대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을 오가는 인적 교류가 올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얼어붙었던 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옮길 수 없는 이웃이고, 한국 기업의 거대한 시장이며,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공급망에서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대다. 북한 문제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조 장관이 북한의 조속한 대화 복귀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고, 왕 부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한중 관계가 움직일 때마다 되살아나는 질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질문부터 잘못됐다.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는 것과 중국과 경제·외교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양자택일해야 할 일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거세질수록 선택을 강요받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한국 외교가 모든 사안을 ‘친미냐 친중이냐’의 두 칸짜리 표에 넣는 순간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 과거 한중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 쓰던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공식도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수출상품이면서 안보자산이고, 배터리는 산업이면서 공급망 전략이다.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원자재인 동시에 외교적 지렛대가 됐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에는 수출통제와 동맹정책이 얽혀 있다. 경제와 안보를 각각 워싱턴과 베이징이라는 두 서랍에 나눠 담을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에도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우선 안보의 축은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안보의 기초였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그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크다. 이를 미중 사이의 단기적 거래대상처럼 다루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다고 한미동맹의 신뢰에 의문을 만들 이유도 없다. 다만 동맹이라고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든 문제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왕 부장이 서울에 도착한 19일 조 장관은 국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연합훈련 규모와 기간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정부 관계자들조차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당초 11일 일정이던 연합훈련을 5일로 줄이고,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하기로 했다. 동맹도 각자의 국익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중동 문제, 한국의 대미 투자 등 여러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한다. 한국 역시 미국의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동맹 관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맹은 서로의 국익을 솔직하게 조정할 수 있을 때 오래간다. 중국에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중국과 경제협력은 확대하되 상호주의와 공급망 안전이라는 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이 FTA 서비스·투자 협상과 공급망 안정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실용적인 접근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덜 받고 서비스와 투자 분야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면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급망 안정이라는 말이 중국 의존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해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소재 하나, 배터리 원료 하나가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로 막혀 공장이 흔들리는 일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중국과 안정적인 공급선을 유지하는 것과 공급원을 중국 하나에 맡기는 것은 정반대의 전략이다. 필요한 것은 탈중국도, 재중국화도 아니다. 중국과 거래하되 중국이 멈춰도 버틸 수 있는 공급망이다. 반도체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에 중요한 시장이고 한국 기업 역시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반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정치적 구호만으로 관계를 끊을 수는 없다. 반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가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에 놓인 상황에서 안보와 기술유출 문제를 무시한 사업 확대 역시 위험하다. 때문에 분야별 기준이 필요하다. 범용 메모리와 소비재에서는 시장 논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첨단 AI 반도체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에는 보다 엄격한 안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배터리는 중국과 거래하면서 원료 조달국을 넓히고, 핵심광물은 구매계약과 동시에 비축·재활용·대체소재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문제에서도 중국에 ‘기대할 것’과 ‘기대하지 말 것’을 구분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의 중요한 우방이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국이다. 왕 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 북한이 평화와 공존의 기회를 찾아가길 바란다며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대화 복귀에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의 역할을 요청하는 것과 북한 문제를 중국에 맡기는 것은 다르다. 베이징의 대북정책에는 중국 자신의 전략적 이해가 있다.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이 원하는 비핵화·평화체제가 모든 지점에서 같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왕 부장 역시 이번 방한에서 한국이 ‘근본적 이익’에 따라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된 발언이다. 이 말 역시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미국이 한국에 선택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듯 중국 역시 한미동맹이나 한국의 대외정책에 사실상의 선택지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독립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면 그 독립성은 워싱턴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베이징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국익에 따라 미국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중국에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주외교다. ‘논어’ 자로편에는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려 하지 않고, 소인은 같아지려 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동맹이라고 모든 정책이 같을 필요는 없다. 중국과 협력한다고 중국의 전략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다른 이해관계를 인정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것이 외교다. 모든 사안에서 같은 편을 증명하라는 요구는 동맹에도, 협력관계에도 건강하지 않다. 오는 11월 선전 APEC은 이를 시험할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왕 부장은 조현 장관의 중국 방문도 제안했다. 관계 복원을 정상회담 사진 한 장으로 끝내지 말고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미리 정리해야 한다. 대중 외교의 성적표는 정상회담 횟수가 아니다. 우리 기업의 시장 접근성이 나아졌는가. 핵심광물과 부품 공급이 더 안정됐는가. 중국 내 한국 기업이 부당한 차별을 덜 받게 됐는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를 복원하는 데 중국이 실제로 역할을 했는가. 문화와 관광 분야의 비정상적 장벽이 줄었는가. 이런 구체적인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한미관계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 된다. 주한미군과 확장억제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첨단기술 협력에서 한국 기업이 어떤 몫을 얻는가. 막대한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과 일자리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가. 미국의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과도한 비용을 떠넘길 때 정부가 얼마나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가를 봐야 한다.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하게 가운데 서는 기술이 아니다. 사안마다 어디에 서야 국익이 커지는지를 판단할 기준이다. 안보에서는 동맹의 신뢰를 지키고, 경제에서는 시장을 넓히며, 공급망에서는 의존을 줄이고, 기술에서는 지킬 것을 지켜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는 미국과 공조하면서 중국의 역할도 끌어내야 한다. 하나의 문장으로 모든 외교 문제를 설명하려는 순간 현실은 그 문장보다 복잡해진다. 왕 부장의 방한을 친중 외교의 신호로 읽을 필요도, 한미동맹의 균열로 볼 이유도 없다.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해야 할 외교이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관리하는 것 역시 해야 할 외교다.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비로소 외교 노선이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편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원칙이 분명하다면 미국에는 동맹으로 당당할 수 있고 중국에는 이웃으로 실용적일 수 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오래된 질문을 버리고, ‘이 선택이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기는가’를 묻는 것. 왕 부장의 5년 만의 방한이 한국 외교에 던진 가장 중요한 숙제다.
2026-08-20 09: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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