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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방산·조선 3형제, 영업익 '1조 시대'…고선가 선박·K방산 쌍끌이
[경제일보] 한화그룹의 방산·조선 사업이 고선가 선박과 무기 수출을 앞세워 동반 성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고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도 큰 폭의 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이익이 상선과 지상방산에 집중된 만큼 특수선과 항공우주, 미국 현지 사업을 다음 수익원으로 키워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7일과 28일, 31일 차례로 올해 2분기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한화오션은 매출 5조4432억원과 영업이익 7361억원, 한화시스템은 매출 1조1176억원과 영업이익 1037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매출은 9조2929억원, 영업이익은 1조3655억원이었다. 상선·방산 쌍끌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47%, 59% 증가했다. 사업별 영업이익은 한화오션 7361억원, 지상방산 5330억원, 한화시스템 1037억원, 항공우주 370억원이었다. 기타·연결조정에서는 44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화오션과 지상방산이 연결 영업이익의 약 93%를 책임진 구조다. 지상방산 부문은 매출 2조1075억원, 영업이익 533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천호·천검과 폴란드·이집트·중동 수출이 실적을 받쳤다. 영업이익률은 25.3%였다. 회사는 올해 K9 30문 이상과 천무 40대 이상을 인도한다는 계획을 유지했다. 2분기 폴란드 K9은 보수 품목 위주였지만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인도가 시작되고 이집트와 호주 물량도 더해질 전망이다. 수주잔고는 38조3000억원으로 3년 이상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수출 비중은 75%다. 폴란드가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지만 핀란드 K9과 에스토니아 천무 등 계약이 추가되며 지역은 북유럽과 중동, 호주로 넓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5%, 영업이익은 98% 증가했다. 상선 부문은 매출 3조2397억원과 영업이익 7356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22.7%로 사실상 전사 이익의 대부분을 LNG운반선 등 고수익 상선이 만들었다. 한화오션은 이번 실적을 단순한 업황 반등보다 2024년 이후 수주한 고수익 프로젝트의 건조 확대와 생산 경쟁력 개선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고선가 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이 지속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견조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너지플랜트는 인도 기준 프로젝트의 누적 매출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매출이 2조679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2억원에 그쳤다. 회사는 하반기 신규 프로젝트 착수와 조기 인도, 발주처 협의를 통한 추가 수익 확보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수선은 매출 3272억원을 기록했지만 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KDDX에서는 전투 성능뿐 아니라 승조원 생활 환경 개선도 설계 과제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건조 중인 함정에 편의성 개선 항목을 적용하고 KDDX에도 새로운 거주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넘어 한미 조선 협력의 기반으로 활용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단순 기술 협력이나 프로젝트 단위 참여를 넘어 미국 내 생산거점을 통해 기술과 생산 역량을 현지에 이식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방산전자의 약진…현지화, 다음 승부처 한화시스템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5%, 영업이익은 219% 증가했다. 방산 부문은 매출 7006억원과 영업이익 1037억원을 기록했다. 폴란드 K2 전차 조준경·사격통제장치, 중동 천궁-Ⅱ 다기능레이다, 울산급 배치-Ⅲ 함정전투체계와 KF-21 AESA 레이다 양산이 실적을 이끌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레이더와 전투체계는 무기체계의 눈과 뇌에 해당하는 핵심 시스템”이라며 “방산과 ICT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지상·해양·공중은 물론 우주와 사이버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ICT 부문은 매출 1873억원과 영업이익 208억원을 냈다. 반면 필리조선소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에서는 20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손실은 1분기 481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화시스템은 필리조선소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구축을 맡아 현지 업무와 자원 관리 체계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항공우주 부문도 매출 7600억원과 영업이익 3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군수 물량 증가와 GTF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 손실 축소가 영향을 줬다. 한화그룹은 K9·천무 등 육상 무기와 한화시스템의 레이더·전투체계, 한화오션의 함정 건조 역량을 묶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호주에서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미국 차세대 자주포와 장약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방공무기 수요가 커졌지만 지정학적 긴장으로 행정 절차와 계약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대전사업장 조업 중단에 따른 일부 매출 이연 가능성도 하반기 변수다.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도 관리 대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분기 말 연결 차입금은 15조4448억원, 순차입금은 6조212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25%, 38% 늘었다. 결국 2분기 성적표는 고선가 상선과 K방산의 쌍끌이로 요약된다. 다음 관건은 현재의 수출 호황을 현지 생산과 후속 계약으로 이어가고 필리조선소와 항공엔진, 특수선에 투입한 비용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2026-07-31 17: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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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서 방산·조선·우주 '산업복합체'로…한화, M&A로 재계 5위 '점프'
[경제일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 변신의 폭이 가장 큰 그룹 중 하나다. 출발은 화약이었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시작한 한화는 전후 복구에 필요한 산업용 화약을 국산화하며 성장했다. 도로, 터널, 공장과 항만을 짓던 시대의 뒤편에 한화의 화약이 있었다.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기술, 대형 산업 현장을 뒷받침하는 공급 능력, 국가 기간산업과 맞닿은 제조 감각이 한화의 초기 DNA였다. 약 70년의 시간이 지나 한화의 무대는 크게 달라졌다. 화약은 로켓 추진체와 정밀무기로 이어졌고, 방산은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항공엔진과 레이더로 넓어졌다. 조선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특수선, 미 해군 정비사업으로 확장됐다. 태양광은 미국 현지 생산망을 통해 에너지 안보 산업으로 바뀌었다. 한화는 이제 방산·조선·우주·에너지를 묶어 산업 플랫폼을 만드는 그룹으로 거듭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한화는 재계 순위 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삼성 방산 계열 인수, 대우조선해양 인수, KAI 지분 확대 움직임이 누적된 결과다. 한화는 회사를 사서 덩치만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사들인 회사를 기존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M&A로 체급 바꾼 한화식 성장법 한화 DNA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체급 변화다. 결정적 전환점은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였다. 당시 삼성그룹이 방산·화학 계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화가 이를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는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거래는 한화 방산의 판을 바꾼 승부수가 됐다. 삼성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삼성탈레스는 한화시스템의 축으로 이어졌다. 항공엔진, 방산전자, 레이더, 지휘통제, 정밀무기라는 가치사슬이 한화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했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두 번째 체급 변화였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시켰다. 한화 계열 5개사는 약 2조원을 투입해 한화오션 지분 49.3%를 확보했다. 조선은 한화에 낯선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산·에너지와 맞닿아 있다. LNG 운반선은 에너지 운송이고, 특수선은 해양 방산이며, 해양플랜트는 대형 엔지니어링이다. 한화는 조선을 별도 산업이 아니라 방산과 에너지를 잇는 플랫폼으로 본 셈이다. 최근 한화가 KAI 지분 확대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는 올해 말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그룹 합산 12%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 항공기 개발·제조 기업이자 위성·항공 전투체계 역량을 가진 기업이다. 이에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항공기, 위성, 엔진, 레이더, 발사체를 묶는 '한국형 항공우주 체계'를 구상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화 방산의 성장세도 이와 같은 전략을 뒷받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앞세워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에 장거리 포병체계와 로켓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유럽 안보 불안과 각국의 재무장 흐름은 한국 방산에 기회가 됐고, 한화는 빠른 납기와 검증된 양산체계로 그 기회를 잡고 있다. 방산·조선·우주로 이어지는 산업 플랫폼 한화의 강점은 단품 무기를 넘어 체계를 팔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주포, 다연장로켓, 항공엔진, 레이더, 함정, 위성, 정비, 금융 조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한화는 한국형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한화오션은 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화력과 엔진, 한화시스템은 눈과 두뇌, KAI 지분 확대는 하늘과 우주를 향한 연결고리를 맡는 구조다. 이 조합이 실제 시너지로 이어지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도 드문 산업 복합체가 된다. 태양광 사업도 한화 DNA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태양광 셀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잉곳·웨이퍼·셀·모듈을 한곳에서 만드는 미국 내 수직계열화 공장이다. 방산과 태양광은 달라 보이지만, 한화가 읽는 문법은 비슷하다. 공급망을 장악하고, 현지 생산을 깔고, 국가 전략산업의 흐름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방산에서는 안보가, 태양광에서는 에너지 안보가 시장을 움직인다. 한화의 방향은 뚜렷하다. 한화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라기보다 국가 인프라와 안보, 에너지, 해양, 우주를 잇는 산업재 그룹으로 자신을 다시 규정하고 있다. 삼성은 '초격차', 현대차는 '제조와 공급망', SK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말한다면, 한화는 산업의 뼈대를 사들여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 DNA의 본질은 화약 그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고, 큰 산업을 버티며, 필요한 기업을 사들여 새 체계를 만드는 능력"이라며 "지금의 한화는 가장 한화다운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화약회사에서 출발한 기업이 방산·조선·우주라는 폭발력 있는 산업으로 돌아왔다"며 "체계와 신뢰, 안전과 기술로 증명돼야 하고, 이는 재계 5위로 올라선 한화가 마주한 다음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2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2 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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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항공엔진 핵심 소재 국산화 착수…산학연 20개 기관 공동 개발 나선다
[경제일보] 우주항공청이 항공기 엔진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사업에 본격 착수하며 독자 항공엔진 개발 기반 구축에 나선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소수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항공엔진 소재 기술 확보를 위해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전주기 기술 역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17일 우주항공청은 경남 사천 KB인재니움에서 '항공 가스터빈 엔진용 구조물 고강도 소재·부품 개발' 사업 착수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향후 5년간 총 429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정부가 297억원을 지원하며 경량·내열 소재 5종과 핵심 부품 4종 개발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소재 국산화를 넘어 소재 설계와 제조, 시험평가, 데이터 축적, 제품 적용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기술 체계 확보가 핵심이다. 항공기 엔진은 항공기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꼽힌다. 특히 엔진에 적용되는 소재는 고온·고압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야 하며 엄격한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첨단 산업 분야로 평가된다. 현재 항공엔진 기술 체계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GE와 프랫앤드휘트니, 영국의 롤스로이스, 프랑스의 사프란 등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구조다. 국내의 경우 그동안 항공엔진 수입 중심 구조가 유지되면서 핵심 소재·부품 기술 축적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우주항공청은 항공엔진이 장기간의 개발 기간과 높은 인증 비용 부담으로 인해 기업 단독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고 해외 선진 기업 중심의 공급망 구조 역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사업을 통해 항공엔진 소재·부품 분야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국내 항공산업의 부가가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독자 엔진 개발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국내 항공우주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에는 총 20개 기관이 참여한다. 총괄 주관기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 1세부 과제에는 세아항공방산소재와 일광주공, 태상, 전남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참여해 경량 소재 주·단조품 개발을 추진한다. 2세부 과제는 케이피씨를 중심으로 경상국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참여해 고강도 소재 개발에 나선다. 3세부 과제에는 한스코와 동아대학교, 인천대학교, 세아창원특수강, 천지산업, 한국로스트왁스, 한국재료연구원, 한국항공우주기술연구조합이 참여해 초내열 소재 및 정밀주조 기술 개발을 수행한다. 이번 착수회의에서는 참여 기관들이 연구 목표와 추진 계획을 공유하고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총괄 과제와 3개 세부 과제 연구진은 기술 개발 방향과 협력 체계를 점검했으며 국가 연구개발 사업 수행 가이드라인과 연구개발비 관리 체계도 함께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항공 엔진용 핵심 소재·부품 기술 자립을 위해 기관 간 협력과 정기적인 기술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사업 성과 극대화를 위한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단순 소재 개발 과제를 넘어 국내 항공 엔진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기업과 대학, 연구 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가 구축되면서 향후 독자 항공 엔진 개발 사업의 기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항공청은 앞으로 분기·반기별 기술 교류회와 마일스톤 점검 회의를 운영하며 사업 관리를 체계화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항공 소재·부품 분야 연구개발을 지속 확대하고 독자 항공기 엔진 개발 기반과 국내 항공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항공기 엔진은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부품 기술은 독자 엔진 개발과 산업 부가가치 창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2026-06-17 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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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우주, 다른 승부… 한화 '안보 우주' vs 스페이스X '민간 우주'
[경제일보] 우주는 하나지만, 기업들이 그리는 청사진은 다르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의 우주를 미래 성장축으로 한 발 빠른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기업이 겨냥하는 시장과 축적해 온 산업 자산의 결은 확연히 다르다.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소비자를 겨냥한 ‘민간 우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한화는 발사체와 위성, 해양안보를 묶는 ‘안보 우주 기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스페이스X가 우주를 통해 시장을 연결한다면, 한화는 안보를 연결하는 셈이다. ‘로켓 회사’ 넘어 거대 통신 플랫폼으로 진화한 스페이스X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결정은 스페이스X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에코스타의 주파수 매각 승인을 통해 스타링크 단말 간 직접통신 서비스용 65MHz 대역을 170억 달러에 확보했다. 이는 스페이스X가 더 이상 단순한 로켓 발사나 위성 인터넷 사업자에 머물지 않음을 시사한다. 저궤도 위성망과 지상 이동통신망을 결합해, 기지국 없이도 전 세계 휴대전화를 우주망에 직접 연결하는 거대한 통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파괴력의 원천은 팰컨9 로켓의 1단부 재사용 기술을 통한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사업의 수직계열화에 있다.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발사체 제조 능력과 우주 공간에서 궤도 위 통신망을 운영하며 서비스를 판매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 스페이스X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발사체 자립과 방산의 융합… 한화의 ‘한국형 안보 우주’ 한화의 길은 다른 궤도를 그린다. 한화그룹은 ‘스페이스허브’를 통해 발사체, 위성, 우주 탐사 역량을 통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판 스페이스X’를 좇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산업 자산은 민간 소비자를 위한 인터넷망보다는 군 위성통신, 감시정찰, 지상 및 해양 방산 체계와 더 강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누리호 4차 발사였다. 한화는 누리호 제작 및 조립을 총괄하며 단순 부품 공급자를 넘어 체계종합기업으로 도약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도 주도하고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국가 우주 수송 능력 확보라는 장기 프로젝트의 중심에 섰다. 한화의 강점은 단일 로켓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발사체 및 항공엔진 기술(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지휘통제·위성통신(한화시스템), 함정·잠수함 등 해양방산(한화오션)이 결합하며 육·해·공을 우주로 잇는 거대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프랑스‧영국계 위성사업자 유텔셋 지분 5.4%를 전량 매각한 것 역시, 글로벌 민간 통신 가입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자사의 강점인 군 위성통신 및 안보 인프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인프라가 된 우주,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전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와 같은 선택의 당위성을 명확히 설명한다. 전쟁 이후 위성통신과 상업 위성영상, 드론 운용, 전장 데이터 연결은 현대전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스타링크 장애가 우크라이나 군 통신과 드론 운용에 영향을 준 바 있다. 이는 상업용 위성영상이 병사, 드론, 지휘소를 실시간으로 잇는 핵심 전장 인프라로 격상됐고, 민간 위성망조차 전쟁이 발발하면 정찰과 타격을 위한 안보 인프라로 전환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독일 연방군은 오는 2029년까지 자체 위성망 구축을 검토 중이고, 중국은 저궤도 위성망을 차세대 6G 통신의 핵심 인프라로 삼고 대규모 주파수 및 궤도 자원 선점에 나서는 등 주요 국가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한화의 승부처, K-방산과 해양 안보의 결합 우주 산업 전문가들은 한화가 단기간에 스페이스X의 길을 그대로 걷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발사 빈도나 민간 위성 수요, 글로벌 가입자 기반 등에서 한국은 아직 후발 주자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주력해야 할 승부처는 막연한 ‘한국판 스타링크’가 아닌 ‘한국형 안보 우주 생태계’의 구축이다. 우리 군과 동맹국이 필요로 하는 저궤도 군 통신, 정찰위성, 발사체 자립, 장거리 정밀타격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전략이 유효하다. 특히 해상에서 움직이는 전력을 위성으로 감시하고 표적 정보를 갱신하는 현대전의 양상을 고려할 때, 안보 우주와 해양 방산의 시너지는 필수적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나선 한화오션의 행보 역시 이 같은 큰 그림의 연장선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경쟁이 단순한 발사체 기술 경쟁을 넘어 주파수, 통신 주권, 전장 데이터 지배력을 다투는 싸움으로 확전된 양상”이라며 “스페이스X가 거대한 내수 시장과 벤처 자본을 바탕으로 민간 우주 플랫폼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있다면, 한화는 K-방산 특유의 빠른 제조 역량과 동맹국의 안보 수요를 결합해 ‘안보 우주의 표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2026-05-21 10: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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