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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짜리 혁명'의 진실…중국 DUV, ASML 성벽에 첫 균열
[경제일보] 중국이 올해 생산한다는 액침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5대다. 네덜란드 ASML이 올해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액침형 DUV 장비 약 130대와 비교하면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 한 곳에 필요한 장비 수를 감안하면 생산라인을 바꾸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그런데 세계 증시는 이 5대에 크게 흔들렸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액침형 DUV 장비 생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ASML 주가는 장중 8% 넘게 떨어졌다가 5.8% 하락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13%, 14% 넘게 급락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증시 상장과 AI 산업의 투자 수익성 논란,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청산이 겹쳤지만 중국산 DUV 소식이 불안을 증폭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의 반응만 보면 중국이 당장 ASML을 대체하고 한국 메모리 산업을 추월할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과장이다. 반대로 장비 5대를 만들어낸 일을 선전용 행사로만 치부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국산 DUV의 현재 사업 가치는 작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산업의 방향은 가볍지 않다. ◆ 노광장비 한 대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문제 노광은 반도체 회로가 그려진 마스크에 빛을 쏘아 웨이퍼 위 감광액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이다. 반도체 제조에서 사진 인화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요구되는 정밀도는 전혀 다르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해당하는 회로를 웨이퍼 위 수십 개 층에 반복해 정확히 포개야 한다. DUV는 193나노미터 파장의 불화아르곤 레이저를 사용한다. 액침형 DUV는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초순수를 채워 빛의 굴절률과 렌즈의 개구수를 높인다. 같은 파장의 빛으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ASML의 최신 액침형 DUV 장비는 시간당 300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하면서 1나노미터 이하 수준의 오버레이 정밀도를 목표로 한다. 오버레이는 여러 차례 노광한 회로가 얼마나 정확하게 겹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해상도가 좋아도 위아래 회로가 어긋나면 칩은 작동하지 않는다. 노광장비의 경쟁력은 ‘몇 나노를 찍었느냐’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 장비 가동률, 오버레이 오차, 초점 제어, 결함 밀도, 장비 간 편차, 유지보수 시간과 소모품 수명까지 모두 맞아야 한다. 연구실에서 회로 하나를 그리는 것과 매일 수천 장의 웨이퍼를 같은 품질로 생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ASML의 진입장벽도 장비 설계도 한 장에 있지 않다. 독일 자이스가 공급하는 초정밀 광학계, 레이저 광원과 웨이퍼 스테이지, 계측 장비, 보정 소프트웨어, 수십 년간 축적한 공정 데이터와 글로벌 유지보수망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다. 장비가 고장 났을 때 몇 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는 현장 인력과 부품 공급망도 경쟁력이다. ASML의 시장 지위는 기계 한 대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만든 결과다. ◆ 863계획에서 아이성나까지 이어진 20년 중국의 노광장비 개발은 최근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 국가 첨단기술 개발계획인 ‘863계획’을 통해 노광장비 국산화에 착수했다. 2002년 설립된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건식 DUV 장비를 개발한 뒤 액침형 장비로 영역을 넓혀왔다. 초기 중국 장비는 90나노급 공정에 머물렀다. 해상도를 높이더라도 처리량과 오버레이, 장시간 안정성이 부족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력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어려웠다. 중국은 이후 광학, 정밀 스테이지, 광원, 계측과 제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을 나눠 육성했다. 이번에 주목받은 아이성나는 2023년 상하이에 설립된 국유자본 지원 기업으로 알려졌다. 설립된 지 2∼3년에 불과한 회사가 갑자기 액침형 DUV를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SMEE와 별도 장비업체, 연구기관에 축적된 인력과 기술을 결집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기업의 나이는 짧아도 기술 계보는 20년 이상 이어진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성나는 올해 5대, 2027년 20대의 액침형 DUV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다. 초기 공급 대상으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와 화훙반도체, D램 업체 CXMT가 거론된다. 다만 장비의 공식 성능표와 고객사 양산 인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생산을 시작했다’는 표현과 ‘상업적 대량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 28나노 장비를 7나노 장비로 부를 수 없는 이유 중국 장비의 목표는 단일 노광 기준 28나노급으로 알려졌다. 28나노는 액침형 DUV가 한 번의 노광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정 구간이다. DUV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방법도 있다. 한 장의 복잡한 회로를 두 개나 네 개의 단순한 패턴으로 나눈 뒤 노광과 식각을 반복하는 다중 패터닝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14나노와 10나노 이하 회로도 구현할 수 있다. 중국이 수입산 DUV를 활용해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한 것도 이러한 공정 기술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28나노 장비로 7나노급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과 7나노 전용 장비를 확보했다는 말은 같지 않다. 노광 횟수가 늘면 마스크와 식각·증착 공정도 증가한다. 생산시간이 길어지고 장비 사용량과 전력, 소재 비용이 커진다. 매번 회로를 정밀하게 포개야 하므로 오버레이 오차가 누적되고 수율도 떨어질 수 있다. 반도체 생산비는 노광장비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 장의 웨이퍼가 생산라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양품 칩의 비율이 더 중요하다. 동일한 7나노급 칩을 만들더라도 EUV를 활용한 공정과 DUV 다중 패터닝 공정의 원가와 생산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국산 DUV가 28나노 회로를 한 번 찍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장비 출하 뒤에 기다리는 ‘죽음의 계곡’ 새 장비가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면 설치 직후 생산에 투입되지 않는다. 우선 장비가 제시된 해상도와 오버레이 성능을 반복해 구현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장비에서 생산한 웨이퍼와 결과가 일치하는지도 검증한다. 특정 장비만 다른 결과를 내면 전체 공정을 따로 설계해야 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함 검증은 더 까다롭다. 미세한 입자나 온도 변화, 진동, 렌즈 왜곡과 광원 불안정이 웨이퍼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나 일주일 동안 정상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개월 이상 연속 가동하면서 성능과 부품 수명, 고장 빈도와 복구 시간을 입증해야 한다. 고객사의 공정 레시피와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노광장비는 식각·증착·세정·검사 장비와 맞물려 작동한다. 노광 결과가 달라지면 전후 공정의 조건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장비 인증에는 제조사뿐 아니라 팹의 공정 엔지니어, 소재 업체, 마스크와 계측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중국산 장비가 넘어야 할 벽은 최초의 5대를 조립하는 일이 아니라 이 장비를 고객 생산라인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5대는 연구·시험 장비에 머문다. 반대로 초기 장비에서 발생한 오류와 수율 데이터를 축적해 20대, 50대로 개선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왜 하필 5대인가 중국이 올해 5대만 생산하는 이유는 수요가 없어서라기보다 공급망과 조립 역량이 아직 제한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노광장비에는 수만 개의 정밀 부품이 들어간다. 렌즈와 광원, 스테이지, 모터, 센서, 진동 제어장치와 정밀 계측 부품 가운데 하나만 공급이 늦어져도 완제품을 만들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장비에는 아직 일본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일부 핵심 부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중국 내 부품업체의 납기와 품질 문제도 생산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 ‘국산 장비’라는 표현이 모든 부품의 100% 중국산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장비는 부품만 있다고 대량 조립할 수도 없다. 완성된 장비마다 광학계와 스테이지를 정밀하게 보정해야 한다. 생산량을 늘릴수록 장비 간 편차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 단계에서 제조 노하우와 숙련 인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ASML이 장기간에 걸쳐 공급망과 생산설비를 확충하고도 연간 액침형 DUV 출하량을 100여 대 수준으로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목표가 2026년 5대에서 2027년 20대로 늘어난다는 것은 생산능력이 네 배로 커진다는 의미이지만 ASML과의 규모 차이는 여전히 크다. ◆ ‘낡은 28나노’가 중국에는 중요한 까닭 28나노를 최첨단 기술과 비교해 낡은 공정으로 보는 시각도 바로잡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AI 가속기는 3나노·5나노 공정에서 생산되지만 자동차와 산업기기, 통신장비, 가전에는 28나노 이상 성숙 공정 반도체가 대량으로 사용된다. 전력관리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 마이크로컨트롤러, 네트워크칩과 각종 센서는 최신 공정을 사용할 필요가 없거나 최신 공정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비용이 증가한다. 세계 반도체 수요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성숙 공정에서 발생한다. 중국이 28나노급 장비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곳도 이 시장이다. 중국 팹은 수입 장비의 추가 공급과 유지보수가 제한되더라도 국내 장비로 생산설비를 늘릴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은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산 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매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장비가 중국 내수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다. 장비업체는 확보한 매출과 생산 데이터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다.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기술 격차를 줄이는 시험장이 되는 구조다. ◆ 한국을 먼저 압박할 곳은 HBM이 아닌 범용 D램 중국산 DUV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단기간에 위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HBM은 미세공정에서 D램 셀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얇게 가공해 수직으로 쌓고 TSV로 연결해야 한다. 적층·접합, 발열 제어와 신호 무결성, 패키징 수율, 고객사의 GPU·가속기 인증이 모두 필요하다. HBM4 이후에는 로직 베이스 다이와 파운드리 공정, 첨단 패키징 기술의 결합이 더욱 중요해진다. DUV 한 종류를 확보했다고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HBM 수출통제까지 고려하면 중국이 한국 기업을 곧바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한국이 주의 깊게 볼 곳은 일반 D램이다. CXMT는 이미 세계 D램 출하량의 약 8%를 차지하는 4위 업체로 성장했다.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기술 및 수익성 격차가 있지만 DDR4와 DDR5, 모바일용 LPDDR 시장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산 DUV가 양산 인증을 통과하면 CXMT는 수입 장비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증설을 지속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과 PC, 서버업체가 자국산 메모리 채택을 늘리면 CXMT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중국 내수만으로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기업에 나타날 첫 충격은 시장점유율 상실보다 가격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 CXMT가 범용 D램 공급을 늘리면 국제 가격의 하단이 낮아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더라도 일반 D램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전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중국산 DUV는 HBM 왕좌를 빼앗는 무기라기보다 범용 메모리 시장의 가격 질서를 바꾸는 기반시설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미국은 2022년 이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노광과 식각·증착·계측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와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네덜란드와 일본도 일부 장비 수출 제한에 동참했다. 2024년에는 HBM과 장비 생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통제 범위가 확대됐다. 수출통제는 효과가 있었다. 중국은 최첨단 장비를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기존 수입 장비의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이 EUV를 활용한 대규모 첨단공정을 구축하는 시점도 늦어졌다. 하지만 통제에는 반대 방향의 힘도 작용한다. 해외 장비를 살 수 없게 되면 중국 팹은 성능이 부족해도 국산 장비를 시험해야 한다. 정부는 투자 실패를 감수하면서 자금을 공급하고, 고객사는 초기 제품의 결함을 함께 고친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선택받기 어려운 장비가 보호된 시장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 수출통제가 중국의 개발 비용과 시간을 늘릴 수는 있어도 기술 개발 의지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노광장비 국산화를 경제성의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과제로 바꿨다. 중국 기업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도 통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우위를 지킬 수 없다. 중국의 기술 진전을 늦추는 동안 차세대 기술과 공급망, 고객 생태계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통제가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라면 혁신은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정책이다. ◆ 한국 반도체주 급락, 공포와 현실을 구분해야 중국산 DUV 5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하루아침에 10% 이상 떨어뜨릴 만큼 직접적인 실적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올해와 내년 생산량만 놓고 보면 한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이나 HBM 수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 28일 주가 급락은 여러 불안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비해 빅테크 기업의 수익 창출이 더디다는 우려, CXMT의 자금 조달과 증설 가능성, 중국 장비 국산화, 외국인 대규모 매도와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겹쳤다. 그럼에도 시장의 과민 반응에는 읽어야 할 메시지가 있다. 투자자들은 장비 5대의 매출 효과가 아니라 ASML 독점과 한국 메모리 지배력이 영구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지금까지 거의 0으로 보던 중국 장비의 성공 가능성을 아주 낮은 확률이나마 계산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급락을 전적으로 비이성적 공포라고 단정하는 것도, 중국이 곧 한국을 추월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단기 주가는 과도하게 움직였을 수 있지만 중국 공급망 자립이라는 장기 변수가 현실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2026-07-29 16: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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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멈춘 날, AI 반도체의 두 번째 승부가 시작됐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84% 무너졌다. 개장 6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곧이어 서킷브레이커가 시장을 멈춰 세웠다. 지수는 6023.66까지 밀렸고 외국인은 약 5조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한국 증시 전체가 흔들렸다. 이날 사태를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충격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중국의 메모리 산업 육성, 노광장비 자립 가능성,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부담, 국내 증시의 과도한 반도체 집중과 레버리지가 동시에 반응한 결과다. 해외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이 국내 수급 구조를 만나 거대한 충격으로 확대됐다. CXMT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66% 뛰었다.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위안까지 치솟았고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7∼9% 수준이지만 자금과 내수시장, 정부 지원을 한꺼번에 확보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CXMT가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위협한다고 보는 것도 성급하다. 기업공개 투자계획의 중심은 기존 D램 생산라인과 공정 개선이다. HBM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중국의 공격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보다 넓은 평지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DDR5와 LPDDR5X 같은 범용·모바일 D램을 중국 PC와 스마트폰, 서버 기업에 공급하며 시장을 잠식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제품이 내수시장을 차지하면 한국 기업은 범용 D램의 물량과 가격에서 압박을 받는다. HBM에서 번 돈을 범용 제품의 가격 하락이 갉아먹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산 이머전 DUV 노광장비 생산 보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올해 생산계획으로 알려진 물량은 5대에 불과하다. 해상도와 처리 속도, 수율, 안정적인 유지보수 능력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장비 한 대를 만드는 것과 반도체 공장에서 연중 가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중국 산업을 평가할 때 현재의 완성도만 보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도 처음에는 품질과 수율에서 조롱받았다. 중국의 경쟁력은 출발점보다 개선 속도, 거대한 내수시장과 장기간의 자본 투입에서 나왔다. DUV 장비 5대가 당장 ASML을 대체하지는 못해도 5년 뒤 공급망의 일부를 바꿀 가능성은 남는다. 알파벳의 실적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 1198억달러를 기록했고 클라우드 매출은 82% 증가했다. AI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시장을 긴장시킨 것은 매출이 아니라 투자비였다. 알파벳은 연간 설비투자 전망을 1950억∼2050억달러로 높였다.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막대한 자금을 쏟으면서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약 5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AI 산업이 소프트웨어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이 결합된 자본집약 산업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앞으로 시장이 요구할 답은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가 아니다. 그 GPU가 얼마나 가동됐고 고객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으며 투자한 자본이 언제 현금으로 돌아오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AI 경쟁은 기술 성능에 이어 자본 효율성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 증시는 이런 변화에 유난히 취약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레버리지 ETF와 신용거래가 상승 속도를 더욱 높였다. 오를 때는 효율적인 구조였지만 방향이 바뀌자 외국인 매도, ETF 헤지, 반대매매가 서로를 자극했다. 기업의 본질가치가 하루 만에 10% 이상 사라졌다기보다 수급의 체력이 먼저 무너진 것이다. 이번 폭락을 AI 반도체 시대의 종말로 규정할 이유는 없다. 빅테크의 투자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고 HBM 수요와 데이터센터 건설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모든 AI 투자가 성공하고 모든 반도체 기업이 같은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믿음은 수정될 때가 됐다. 확인해야 할 숫자도 달라졌다.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뿐 아니라 AI 서비스 매출과 현금흐름, HBM 주문과 가격, CXMT의 실제 생산량과 수율, 중국산 장비의 고객사 투입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피보나치나 엘리엇 파동이 제시하는 가격대는 시장 심리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다. 코스피가 멈춘 날 드러난 것은 AI 황금기의 붕괴가 아니다. 공급 부족과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던 첫 번째 장이 끝나고, 기술과 자본, 생산성으로 승자를 가리는 두 번째 장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중국의 추격을 과장하는 공포도, HBM 우위를 영원한 성벽처럼 믿는 낙관도 아니다. 앞선 기술을 다음 기술로 연결하고, 벌어들인 현금을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 시장이 멈춘 시간은 짧았다. 산업의 시계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2026-07-29 07: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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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클라우드·미스트랄AI, 제조 AI 공동전선…한국·유럽 AI 생태계 구축
[경제일보]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가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와 손잡고 글로벌 제조 AI 시장 공략에 나선다. 범용 AI 모델 경쟁을 넘어 제조 현장에 특화된 소버린 AI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며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산업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네이버클라우드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와 제조 AI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공동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소버린 AI 시장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에 대해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산업의 주도권이 미국 빅테크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대표 AI 기업이 연합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미국 중심의 범용 AI 대신 산업 현장의 데이터 주권과 각국의 규제 환경을 고려한 소버린 AI 전략을 기반으로 제조 기업들의 AI 전환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조업은 AI 도입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로 꼽힌다. 생산 공정 최적화와 품질 검사, 설비 예지보전,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제조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미스트랄AI는 유럽 제조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에어버스와 BMW, ASML 등 글로벌 제조기업과 협력하며 실시간 품질 이상 감지와 부품 선택 최적화 등 제조 특화 AI 기술을 확보해 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제조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사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통합 클라우드 환경과 미스트랄AI의 AI 모델을 결합해 제조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 단순히 AI 모델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생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업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협력에는 엔비디아 중심 AI 생태계와의 연계도 반영됐다. 네이버클라우드와 미스트랄AI는 모두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기업들과 구축한 '네모트론 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양사는 공통 기술 생태계를 기반으로 연구개발과 서비스 개발을 공동 추진하며 제조 AI 분야에서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협약 체결 직후 양사는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공동 워크숍을 열고 상용 서비스 출시를 위한 실행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연구진 간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 교류를 지속하는 한편 제조 현장의 AI 과제를 공동 발굴하고 실제 산업 환경에서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제조기업을 위한 지원 체계도 마련한다.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미스트랄AI의 최신 AI 모델과 플랫폼 등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스트랄AI의 현장 전담 엔지니어(FDE)를 국내 고객사에 직접 투입해 기술 지원과 문제 해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부담을 줄이고 현장 적용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첫 협력 과제는 유럽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AI 활용 사례를 국내 산업 환경에 적용하는 것이다. 양사는 품질 이상 감지와 부품 선택 최적화 등 제조 AI 기술을 국내 제조기업에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들이 데이터를 외부에 이전하지 않고도 안전한 환경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미스트랄AI 제프 순 APAC 대표는 "네이버클라우드는 제조 AI 비즈니스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미스트랄AI가 유럽 제조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네이버클라우드의 탄탄한 인프라를 결합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AI 전환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네이버클라우드가 AI 인프라 기업을 넘어 산업별 AI 플랫폼 사업자로 영역을 확대하는 행보로도 분석된다. 최근 공공과 금융, 제조 등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산업을 중심으로 소버린 AI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을 통해 산업별 맞춤형 AI 서비스를 확보하며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양사는 국내에서 성공적인 제조 AI 적용 사례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과 유럽에서 축적한 제조 AI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 AI 시장과 차별화된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산업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미스트랄AI의 제조 특화 기술력과 네이버클라우드의 안정적인 인프라를 결합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력"이라며 "국내에서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소버린 AI 시장에서 공동 비즈니스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8 1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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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멈춘 수도권 아파트…동탄·수지·구리는 신고가 뛰었다
[경제일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전면 상승’에서 ‘선별 장세’로 바뀌고 있다. 전체 신고가 거래 비중은 올해 들어 처음 10% 아래로 떨어졌지만 반도체 산업벨트와 서울 접근성이 좋은 일부 지역에는 매수세가 이어졌다. 규제가 수요를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입지와 산업 기반, 가격 부담에 따라 수요를 갈라놓은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5월 수도권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중은 9.7%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도권 시장 전반에는 관망세가 짙어졌지만 지역별 흐름은 엇갈렸다. 고가 단지 비중이 높은 지역은 신고가 거래가 줄어든 반면 서울 중간 가격대 지역과 경기 핵심 주거지는 오히려 신고가 비중이 높아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신고가 거래 비중은 19.3%로 전월 21.3%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경기는 7.7%에서 7.0%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인천은 2.7%에서 2.8%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수도권 전체로는 매수 심리가 한발 물러섰지만 실수요가 받쳐주는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중은 올해 2월 31.3%까지 올랐으나 3월 25.1%, 4월 21.3%, 5월 19.3%로 3개월 연속 낮아졌다. 5월 신고가 거래는 864건으로 줄었다. 전체 거래량도 4467건에 그쳐 최근 3개월인 2~4월 월평균 6563건을 밑돌았다. 규제 강화 이후 매수자들이 가격과 자금 조달 부담을 다시 따지기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관망세가 더 뚜렷했다. 강남구의 5월 신고가 거래 비중은 19.3%로 전년 동기보다 31.1%포인트 낮아졌다. 서초구는 33.8%로 14.3%포인트 하락했고 용산구도 26.4%로 9.0%포인트 내려갔다. 가격 부담이 크고 대출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신중해진 셈이다. 반면 서울 안에서도 중간 가격대 지역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영등포구의 신고가 거래 비중은 41.2%를 기록했다. 동작구는 35.3%, 동대문구는 31.8%로 전년 동기 대비 20%포인트 안팎의 상승폭을 보였다.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됐던 매수세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경기도 역시 전체 흐름과 일부 지역 흐름이 엇갈렸다. 5월 경기도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중은 7.0%로 전월 7.7%보다 0.7%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구리와 용인 수지, 하남, 성남 중원, 화성 동탄 등은 신고가 비중이 올랐다. 서울 접근성, 교통 개선 기대감, 재건축·리모델링 이슈, 반도체 산업 배후 수요가 맞물린 지역이다. 구리시는 5월 신고가 거래 비중이 21.1%로 전월 대비 18.9%포인트 급증했다. 지하철 6호선 연장 추진 기대감과 노후 단지 재건축 이슈가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동북권과 가까운 입지에 교통 개선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함께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용인 수지구도 강세를 보였다. 5월 신고가 거래 비중은 19.4%로 전월보다 16.1%포인트 상승했다. 강남과 판교 접근성이 우수한 데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기대감과 반도체 산업 관련 개발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거 선호도와 미래 가치 기대가 동시에 반영된 지역으로 볼 수 있다. 하남시는 신고가 거래 비중이 21.4%로 전월 대비 12.9%포인트 올랐다. 성남 중원구도 24.6%로 11.8%포인트 상승했다. 두 지역 모두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고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실거주 수요가 꾸준히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규제 이후에도 출퇴근 여건과 생활 편의성이 뚜렷한 지역은 가격 지지력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경기 남부 반도체 산업벨트의 대표 배후 주거지로 꼽히는 화성 동탄구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동탄구의 5월 신고가 거래 비중은 12.0%로 6개월 연속 올랐다. 삼성전자 화성·기흥캠퍼스와 ASML 화성캠퍼스 등이 인접한 산업 기반이 주거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동탄구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GTX-A 동탄역 개통 효과와 반도체 산업 배후 수요가 맞물리며 핵심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 이후에도 일자리와 교통을 함께 갖춘 지역에는 매수세가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5월 인천의 신고가 거래 비중은 2.8%로 전월 2.7%보다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3.4%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 전반의 관망세 속에서 인천은 신고가 거래 회복세가 제한적인 모습이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당분간 지역별 온도 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규제 강화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만큼 고가 단지와 투자 수요 의존 지역은 거래가 둔화될 수 있다. 반면 산업 기반이 탄탄하거나 교통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은 실수요를 중심으로 가격 지지력이 유지될 수 있다. 결국 5월 신고가 거래 흐름은 수도권 시장이 일방적인 상승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는 전체 시장의 과열을 누르고 있지만 수요를 완전히 멈춰 세우지는 못했다. 돈은 더 신중해졌고 매수자는 더 까다로워졌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무게중심은 ‘어디든 오르는 장’에서 ‘될 곳만 움직이는 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2026-06-08 09: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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