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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멈춘 날, AI 반도체의 두 번째 승부가 시작됐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84% 무너졌다. 개장 6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곧이어 서킷브레이커가 시장을 멈춰 세웠다. 지수는 6023.66까지 밀렸고 외국인은 약 5조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한국 증시 전체가 흔들렸다. 이날 사태를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충격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중국의 메모리 산업 육성, 노광장비 자립 가능성,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부담, 국내 증시의 과도한 반도체 집중과 레버리지가 동시에 반응한 결과다. 해외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이 국내 수급 구조를 만나 거대한 충격으로 확대됐다. CXMT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66% 뛰었다.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위안까지 치솟았고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7∼9% 수준이지만 자금과 내수시장, 정부 지원을 한꺼번에 확보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CXMT가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위협한다고 보는 것도 성급하다. 기업공개 투자계획의 중심은 기존 D램 생산라인과 공정 개선이다. HBM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중국의 공격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보다 넓은 평지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DDR5와 LPDDR5X 같은 범용·모바일 D램을 중국 PC와 스마트폰, 서버 기업에 공급하며 시장을 잠식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제품이 내수시장을 차지하면 한국 기업은 범용 D램의 물량과 가격에서 압박을 받는다. HBM에서 번 돈을 범용 제품의 가격 하락이 갉아먹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산 이머전 DUV 노광장비 생산 보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올해 생산계획으로 알려진 물량은 5대에 불과하다. 해상도와 처리 속도, 수율, 안정적인 유지보수 능력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장비 한 대를 만드는 것과 반도체 공장에서 연중 가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중국 산업을 평가할 때 현재의 완성도만 보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도 처음에는 품질과 수율에서 조롱받았다. 중국의 경쟁력은 출발점보다 개선 속도, 거대한 내수시장과 장기간의 자본 투입에서 나왔다. DUV 장비 5대가 당장 ASML을 대체하지는 못해도 5년 뒤 공급망의 일부를 바꿀 가능성은 남는다. 알파벳의 실적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 1198억달러를 기록했고 클라우드 매출은 82% 증가했다. AI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시장을 긴장시킨 것은 매출이 아니라 투자비였다. 알파벳은 연간 설비투자 전망을 1950억∼2050억달러로 높였다.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막대한 자금을 쏟으면서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약 5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AI 산업이 소프트웨어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이 결합된 자본집약 산업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앞으로 시장이 요구할 답은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가 아니다. 그 GPU가 얼마나 가동됐고 고객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으며 투자한 자본이 언제 현금으로 돌아오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AI 경쟁은 기술 성능에 이어 자본 효율성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 증시는 이런 변화에 유난히 취약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레버리지 ETF와 신용거래가 상승 속도를 더욱 높였다. 오를 때는 효율적인 구조였지만 방향이 바뀌자 외국인 매도, ETF 헤지, 반대매매가 서로를 자극했다. 기업의 본질가치가 하루 만에 10% 이상 사라졌다기보다 수급의 체력이 먼저 무너진 것이다. 이번 폭락을 AI 반도체 시대의 종말로 규정할 이유는 없다. 빅테크의 투자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고 HBM 수요와 데이터센터 건설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모든 AI 투자가 성공하고 모든 반도체 기업이 같은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믿음은 수정될 때가 됐다. 확인해야 할 숫자도 달라졌다.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뿐 아니라 AI 서비스 매출과 현금흐름, HBM 주문과 가격, CXMT의 실제 생산량과 수율, 중국산 장비의 고객사 투입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피보나치나 엘리엇 파동이 제시하는 가격대는 시장 심리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다. 코스피가 멈춘 날 드러난 것은 AI 황금기의 붕괴가 아니다. 공급 부족과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던 첫 번째 장이 끝나고, 기술과 자본, 생산성으로 승자를 가리는 두 번째 장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중국의 추격을 과장하는 공포도, HBM 우위를 영원한 성벽처럼 믿는 낙관도 아니다. 앞선 기술을 다음 기술로 연결하고, 벌어들인 현금을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 시장이 멈춘 시간은 짧았다. 산업의 시계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2026-07-29 07: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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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루 만에 6700선 회복…장중 6500선까지 밀리며 변동성 지속
[경제일보] 전 거래일 급락했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반등하며 6700선을 회복했다. 주말 사이 발표된 한국과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인공지능(AI) 협력과 중동 정세 완화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속에 장중 하락 전환하는 등 변동성은 이어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13포인트(0.97%) 오른 6755.7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5.65포인트(1.73%) 상승한 6806.27로 출발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장중 한때 6557.39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9789억원, 기관은 859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2조880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하면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500원(1.8%) 오른 25만4000원, SK하이닉스는 5만7000원(3.24%) 상승한 18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우(1.52%), 현대차(0.50%), LG에너지솔루션(1.06%), 삼성바이오로직스(1.78%), KB금융(0.64%) 등이 상승했다. 반면 SK스퀘어(-1.17%), 삼성전기(-0.08%), 삼성생명(-2.04%) 등은 하락했다. 이날 증시는 대외 호재와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경계감이 엇갈렸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는 주요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며 빅테크 기업의 AI 설비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반면 지난 주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과 미국 주요 기업들이 약 9500억달러 규모의 AI 투자·협력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미국과 이란이 추가 공습을 중단하면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내려온 점도 증시 부담을 덜었다. 중동 정세가 진정되면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와 금리 상승 우려가 일부 완화됐고 코스피는 장 초반 68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이 반도체 업종의 새로운 변수로 부각됐다. CXMT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돌았다. 향후 생산능력 확대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중 한때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오후 들어 반등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급락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6.64포인트(2.22%) 오른 764.86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272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440억원, 외국인은 1295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상승했다. 알테오젠(3.83%), 에코프로(3.20%), 에코프로비엠(2.03%), 레인보우로보틱스(6.57%), 주성엔지니어링(6.31%), 리노공업(1.75%), 원익IPS(5.47%), 피에스케이(1.46%), HLB(0.48%), 에이비엘바이오(0.28%) 등이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원 오른 1468.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코스피가 장중 상승과 하락을 오가고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26-07-27 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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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기루 세수', 미래 산업의 초석으로만 써야 한다…경제일보 국회 정책 간담회서 다수 의견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에 유례없는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 세수에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여력이 생기며 이른바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모처럼 찾아온 재정 여유를 두고 빚을 갚을 것인지, 국민에게 나눌 것인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지를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본지가 개최한 국회 정책 간담회에서도 노사와 전문가, 정관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이익 환류 방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논의의 결론은 비교적 분명했다. 이번 초과세수는 단 한 푼도 일회성 소비나 선심성 복지 지출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직 미래 세대의 생존과 국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생산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무엇보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 생산 경쟁력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냉정하게 시장을 돌아보면 위기 신호도 적지 않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대만과 미국 등 경쟁국 역시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순간 현재의 가격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영구적 구조 세입으로 착각해 현금성 지원이나 포퓰리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물론 AI와 첨단 산업 중심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를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고소득층과 첨단 산업 종사자만 혜택을 누리고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들이 소외되는 현실 역시 분명한 과제다. 다만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나 단기 소비 지원은 재정 효율성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실제 충격을 받은 취약계층에 한정한 선별적·집중적 복지가 보다 현실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초과이익의 기계적 분배론이나 단순 국채 상환 중심 접근 역시 한계가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 아래로 하락하고 있으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소진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전력망 구축, 데이터센터 인프라, 핵심 인재 양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AI와 로봇,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적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특정 산업에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반도체 초과세수는 단순한 ‘공돈’이 아니다. 다음 산업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 자산에 가깝다. 정치권 역시 이 재원을 선거용 현금성 정책이나 단기 인기 영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재정은 경기가 좋을 때 미래를 위해 축적하고, 위기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초과세수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종잣돈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이 다음 불황을 견디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키는 길이다.
2026-05-28 0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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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김광석 연구실장 "반도체 초과세수 계속 이어가야"
[경제일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초과세수가 계속 달성되는 내년, 내후년을 맞이해야 한다” 27일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김 실장은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광석 실장은 최근 AI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출하량 증가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확대는 시장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현재 수준의 초과이익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 심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그는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CXMT(창신메모리),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초격차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 그마저도 36%로 급증했다”며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품목이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크게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가채무 상환 △양극화 완화를 위한 분배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그는 한국 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8년 연속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 재정운용계획’상 오는 2029년까지도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세수의 10~20%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국채 상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AI 중심 산업 호황이 일부 대기업과 자산 보유층에 집중되면서 산업·자산·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5분위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율이 5.9%로 치솟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절대적인 소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어려워지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의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미래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상황에서 노동 투입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투자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실장은 “기술 산업에서 미래에도 영업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열매를 걷었다면 내일 농사를 위한,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세수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다”며 “대화합, 대타협의 과정을 거쳐 이 숙제(초과세수)를 해결하는 논리를 마련할 때”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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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세수, '나눠 쓰기'보다 '국가 재투자'가 먼저다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의 새 변수가 됐다. 인공지능(AI)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 세수에도 예상 밖의 여력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다. 빚을 갚을 것인가, 국민에게 나눌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27일 발표자료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에서 초과세수 활용의 세 갈래 선택지를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정 여력을 일회성 소비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채무 관리와 미래 산업 투자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번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초과세수의 성격 때문이다. 세수가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조적 세입 증가인지, 특정 산업 호황에 따른 일시적 수입인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항구적 복지 지출이나 반복성 현금 지원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가 왔을 때 재정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의 발표자료는 이 지점을 분명히 짚는다. 2019년 이후 한국 재정은 적자 흐름을 이어왔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총수입과 총지출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졌고, 2026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제시됐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 2026년 전망 기준 1415조원, 2027년 전망 기준 1533조원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7년 56.6%까지 오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는 초과세수를 단순한 ‘쓸 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재정은 경기 좋을 때 고삐를 죄고, 경기 나쁠 때 버팀목이 돼야 한다. 호황기에 생긴 여력을 정치적 인기 지출로 먼저 쓰면 정작 위기 때 쓸 탄약이 줄어든다. 중도보수적 재정 운용의 기본은 여기에 있다. 국가는 벌 때 아껴야 하고, 빚이 늘었을 때는 갚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분배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발표자료는 경기 회복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 현실도 함께 제시했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고소득층과 디지털 기업은 회복의 상단에 있지만, 임시·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 전통 기업은 회복의 하단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활용한 발표자료에서는 2024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3.6% 감소한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5.6%, 5.9%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따라서 분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전 국민 현금성 지원이나 단기 소비 진작책을 반복하는 것은 재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취약계층, 저소득 근로자, 한계 자영업자처럼 실제 충격이 집중된 계층에 한정해야 한다. 넓고 얕은 지원보다 좁고 두터운 지원이 재정 효율에도 맞고, 시장 질서에도 덜 해롭다. 더 중요한 선택지는 투자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문턱을 넘었다. 발표자료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고,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도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제시한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162020년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쓰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쓰는 일에 가깝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 호황도 영원하지 않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최근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고, DDR4·DDR5 가격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세수가 늘지만, 가격이 꺾이면 기업 이익과 법인세 수입도 함께 줄어든다. 특정 시점의 초과세수를 영구 재원처럼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쟁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발표자료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 아니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 확대 흐름을 제시했다. 2024년 1분기 1% 수준으로 표시된 CXMT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4%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중국의 추격은 가격 경쟁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의 최우선 사용처는 분명해진다. 첫째, 국가채무 관리다. 최소한 일정 비율은 채무 상환이나 적자 보전에 자동 배분하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 산업 투자다.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전력망, 데이터센터, 인재 양성, 소부장 국산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다. 이 순서가 바뀌면 재정은 느슨해지고 산업 정책은 흔들린다. 발표자료가 제시한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맥킨지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특히 AI 워크로드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제시됐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반도체,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다. 한국이 이 흐름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세수 증가분을 소비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대적이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1분기 36.1%까지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품목별 수출에서도 반도체는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 등을 크게 앞서는 핵심 품목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 역시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반도체가 흔들리면 수출, 세수, 증시, 고용, 환율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그러나 국가경제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반도체 호황은 성장의 기회지만, 동시에 편중의 위험을 키운다. 초과세수는 이 위험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초과세수로 반도체만 더 키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AI, 로봇, 방산, 바이오,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등 다음 성장 축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초과세수를 ‘누가 더 많이 나눠줄 것인가’의 경쟁으로 끌고 가기 쉽다. 그러나 재정은 선거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기 있는 지출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지출이다. 국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큰 원칙 안에서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찾아온 귀한 기회다. 하지만 기회는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비용으로 바뀐다. 초과세수를 모두 써버리는 국가는 다음 불황에 빚으로 버틴다. 초과세수를 빚 갚기와 미래 투자에 배분하는 국가는 다음 호황의 체력을 만든다. 결론은 분명하다. 반도체 초과세수는 ‘공돈’이 아니다. 국민 경제가 특정 산업의 위험을 떠안고 얻은 성과다. 따라서 그 쓰임도 신중해야 한다. 먼저 갚고,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나누며, 남은 힘은 미래 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재정의 상식이고, 산업국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책임 있는 길이다.
2026-05-27 22:4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