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배터리 시장의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조합'에서 갈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 국면을 계기로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간 '짝짓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판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이른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산업의 경쟁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고도화가 수주를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장기 계약과 협력 관계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간 관계의 성격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완성차가 배터리를 단순 납품받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장기 공급 계약과 공동 개발, 나아가 합작법인(JV) 설립까지 결합된 동맹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배터리가 전기차 성능과 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특정 기업 간 협력 관계가 사실상 하나의 생태계처럼 굳어지는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BMW와 삼성SDI는 2009년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계기로 협력을 시작한 이후 주요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SDI는 BMW의 'i' 시리즈를 비롯한 전동화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해 왔으며 단순 납품을 넘어 초기 단계부터 기술 개발을 함께 진행하는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관계를 장기간 이어진 대표적 완성차-배터리 파트너십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관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양사는 지난 2024년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30년까지 약 39GWh 규모의 물량을 공급하는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물량은 약 59만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LFP 시장에 본격 진입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르노 경영진의 방한 논의와 맞물려 물량 확대와 차세대 배터리 적용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양사 협력 관계가 한층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전동화 전략이 일부 조정되는 상황에서도 배터리 동맹은 유지되는 모습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는 최근 전기차 중심 전략을 일부 수정하고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방향을 조정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JV)은 예정대로 가동을 추진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일본 배터리·전자 기업 파나소닉 역시 대표적인 짝짓기 사례로 꼽힌다. 양사는 2010년대 초부터 협력을 이어오며 원통형 배터리 개발과 생산을 함께 진행해왔고 미국 네바다주 기가팩토리에서는 배터리 셀 생산과 차량용 배터리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했다. 초기 단계부터 생산과 기술 개발을 함께 설계한 구조를 바탕으로 특정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이 사실상 하나의 체계처럼 움직이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왔다는 평가다.
이처럼 주요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간 협력 관계가 고정화되면서 시장은 점차 블록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번 형성된 파트너십은 수년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장기 계약과 공동 개발이 결합되면서 다른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배터리 시장의 진입 장벽이 기술이 아닌 관계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이러한 동맹 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배터리 수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이 전기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특정 배터리 기업과의 장기 협력 없이는 안정적인 생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업 역시 주요 고객을 선점하지 못할 경우 향후 수년간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특히 배터리 공급 계약이 수조원 규모의 장기 계약과 공동 개발을 포함하는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 번 형성된 관계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이는 곧 현재의 매칭 경쟁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기차를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등으로 배터리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배터리 확보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면서 특정 고객과의 선제적 동맹 확보가 기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배터리 산업의 경쟁 기준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이 시장을 좌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완성차와의 협력 구조와 공급망을 아우르는 '동맹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배터리 생산 역량 자체보다 완성차와의 협력 구조와 이를 통한 수요·공급 안정성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일 기술이나 특정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간 결합을 통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만이 시장 주도권을 쥐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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