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용 핵심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가격 인상에 나서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기판 공급 부족이 심화된 데다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판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FC-BGA는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고부가 기판으로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판 수요도 함께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시장에서는 FC-BGA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버용 FC-BGA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기판 시장에서도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평균판매가격(ASP)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구조 변화로 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병목은 주로 메모리(HBM 등)나 파운드리 공정에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패키징과 기판 등 후공정 영역으로 병목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서버용 반도체는 기존 대비 칩 크기와 입출력(I/O) 수가 크게 늘어나고 다수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고난도 패키징과 고성능 기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FC-BGA와 같은 고부가 기판은 더 많은 층수와 미세 회로를 요구해 생산 난도가 높아졌고 공급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GPU를 연결하는 고집적 구조가 확대되면서 패키징 기술과 기판 성능이 전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쟁의 축도 단순 칩 생산 능력을 넘어 패키징과 기판을 포함한 후공정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성능 AI 반도체용 기판은 다층 구조와 초미세 회로 구현이 요구되면서 제조 공정의 복잡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단순 설비 증설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공정 안정화와 수율 확보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판은 장비 투자뿐 아니라 소재·공정 기술, 고객사 인증까지 복합적인 진입 장벽이 존재해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기존 주요 업체 중심의 공급 구조가 유지되며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시장 환경을 활용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FC-BGA를 비롯해 고사양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전자회로용 초소형 축전기) 등 AI 관련 부품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MLCC 역시 AI 서버 확산의 수혜를 받고 있다. 고성능 서버에는 더 많은 수의 고용량 MLCC가 필요해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판과 MLCC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AI 인프라 확대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품 간 연계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전장, 항공우주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기존 IT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대규모 설비 투자와 수요 변동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AI 투자 사이클에 따라 부품 수요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장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부품 시장도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 경쟁이 칩 성능을 넘어 기판과 패키징 등 후공정까지 포함한 ‘전체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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