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삼성그룹이 일본을 경쟁 대상이 아닌 협력과 사업 기회의 축으로 재정의하며 현지 전략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도쿄 연구 거점 구축을 계기로 '저관여 전략'에서 벗어나 분석을 넘어 협력과 사업 연계로 확장하는 재진입 흐름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의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일본 도쿄에 사무소를 설립하며 현지 산업·정책·시장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한다. 지난 2005년 중국 베이징 사무소 이후 두 번째 해외 거점으로 단순 리서치 기능을 넘어 향후 협력과 사업 연계까지 염두에 둔 전초기지 성격이 짙다.
이번 움직임은 삼성의 일본 전략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은 지난 2012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본 조직을 해체하며 사실상 관망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 내 네트워크를 재정비하고 접점을 넓히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도쿄 오테마치에 개인 사무 공간을 마련하고 일본 정·관계 및 주요 기업 인사들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수차례 일본을 방문해 주요 협력사 및 파트너와의 면담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SK그룹이 일본 내 통합 조직을 유지하며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해온 데 이어 현대차그룹과 효성그룹 등 주요 기업들도 일본 기업과의 기술·사업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경쟁 중심이었던 한·일 산업 관계가 점차 협력 기반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배경에는 일본의 전략산업 재부상이 자리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바이오 등 국가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지원 정책을 강화하며 산업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생산기반 재건과 공급망 안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AI 분야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이 여전히 글로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반도체 소재와 정밀 부품, 첨단 제조 공정 등에서 축적된 기술력은 한국 기업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공급망 측면에서 협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일본은 단순한 시장을 넘어 기술과 정책, 공급망이 결합된 산업 거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협력 없이는 밸류체인 완성이 어려운 '이중적 파트너'로서의 성격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삼성의 도쿄 연구 거점은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향후 사업 전략 수립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내 기술·산업 동향을 분석하는 동시에, 협력 파트너 발굴과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핵심은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다. 과거처럼 경쟁을 통해 '추월'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술·산업 생태계를 공유하며 활용해야 할 '파트너'로 인식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일본을 축으로 한 협력 모델이 향후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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