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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HBM 넘어 파운드리로…엔비디아 공급망 파고드는 삼성전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보운 기자
2026-06-09 16:00:16

전영현·젠슨 황 회동서 차세대 협력 논의

삼성, 엔비디아 핵심 협력사 도약 노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도 반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일부 차세대 AI 칩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며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겸 부회장은 전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차세대 HBM과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 부회장은 회동 직후 "(삼성 파운드리가) 4나노·8나노 자율주행 칩과 엔비디아 가속기 그로크 칩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그다음 세대 협력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만남이 단순한 HBM 공급 논의를 넘어 파운드리 협력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4와 HBM4E 등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엔비디아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AI 가속기 생산 대부분을 TSMC에 맡겨왔다. 최신 AI GPU인 블랙웰 역시 TSMC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도 TSMC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개발·양산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성형 AI 확산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엔비디아 역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일부 물량을 다른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과 그로크 기술 기반 AI 추론용 칩 생산에서 협력하고 있는 점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가속기 생산을 당장 삼성으로 옮길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추론용 AI 칩이나 차량용 반도체 등 일부 영역에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단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삼성 파운드리는 그동안 TSMC와의 점유율 격차 확대와 대형 고객사 확보 부진으로 고전해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4%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한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7.1%에 그쳤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애플·AMD 등 주요 빅테크 물량을 기반으로 TSMC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첨단 공정 수율과 패키징 역량, 안정적인 양산 경험이 고객사 확보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추격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는 삼성 파운드리에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일부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경우 첨단 공정 기술력과 양산 신뢰도를 동시에 입증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팹리스와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신규 수주를 확보하는 데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가속기 생산의 중심축을 당장 삼성으로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TSMC가 여전히 첨단 공정과 패키징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선 자율주행 칩과 AI 추론용 칩 등 일부 영역에서 협력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AI 칩 수주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HBM과 AI 칩 생산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회동의 의미는 HBM 공급 여부보다 엔비디아 공급망 내 삼성전자의 역할 변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가 HBM에 이어 파운드리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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