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AI 시대 에너지 경쟁력의 무게중심이 발전설비 규모에서 전력망과 제도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 관건은 전기를 얼마나 싸게 공급하느냐보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대규모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다.
18일 한국환경정책협의회는 국민의힘 우재준·김소희 의원과 자유기업원 공동 주최로 '환경과 기업을 살리는 중장기 무탄소 에너지 전략' 세미나를 전날 국회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AI가 국가 흥망을 가르는 시대에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가 경쟁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에너지 정책은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규칙으로 움직일 것인가의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AI 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만큼 전력 인프라 확보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전력 생산보다 전력망이 먼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계획된 발전설비 상당수가 계통 문제로 지연되거나 취소됐고, 계통 접속 대기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고압 변압기 공급 기간은 과거 1년 수준에서 최근 3~4년까지 늘어났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은 데이터센터가 집중되고 있지만 신규 전력 공급은 제한되고 있고, 동해안 발전소에서는 송전 용량 부족으로 출력 제어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2~3년이면 건설할 수 있지만 송전망은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국 AI 시대 병목은 발전소보다 전력망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산업계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효성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ST Telemedia Global Data Centres(STT GDC)와 합작해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STT Seoul 1'을 개관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 도심에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운 입지를 바탕으로 데이터 전송 지연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만 최근 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100GW 확대 목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정부는 현실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약 35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하려면 매년 13GW 이상을 신규 설치해야 하지만, 과거 최대 보급 실적이 연간 4~5GW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목표 자체가 무탄소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면 시장 불확실성만 키우고 오히려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과 LNG의 역할도 재조명했다. AI 시대 안정적인 전원 확보 측면에서 원전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은 이미 의사결정 지연으로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LNG가 전력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화석연료 확대를 넘어 CCUS(탄소포집·활용·저장)와 수소 혼소 기술을 병행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의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 기반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도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LNG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AI 시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민간 발전업계에서도 정책 일관성과 감축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날 발제 후 패널토론에서 “LNG 발전은 무탄소 에너지로 가기 위한 가교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들도 CCUS와 청정수소 발전 입찰 등 국가 정책 방향에 맞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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