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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고된 참사, 이제는 축구협회를 수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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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고된 참사, 이제는 축구협회를 수술할 때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06-28 15:21:02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끝내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우의 수마저 사라진 채 조기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 국민이 느낀 것은 단순한 패배의 아쉬움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월드컵은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무대다. 탈락 자체가 죄는 아니다. 

그러나 준비 과정과 운영 시스템이 공정성과 전문성을 잃은 결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 참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한국 축구의 구조적 병폐가 결국 폭발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패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져야 한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가장 손쉬운 면피일 뿐이다. 진정한 책임은 대표팀을 구성하고 운영한 지도부와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던 절차적 논란은 아직도 국민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객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했던 선임 절차는 처음부터 많은 의문을 남겼고, 축구계 안팎에서는 '인맥 축구'와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 우려가 결국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표팀 감독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국가대표 축구의 철학과 미래를 책임지는 최고 사령탑이다. 그렇기에 감독 선임은 철저한 검증과 객관적 평가를 거쳐야 한다. 세계 축구는 이미 데이터 분석과 국제적 검증, 장기적인 육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도자를 선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학연과 지연, 축구계 내부의 폐쇄적 네트워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부의 비판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애써 외면했고, 협회는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불통은 결국 불신을 낳았고, 불신은 참사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실패를 대하는 자세다. 패배 직후마다 반복되는 사과와 유감 표명, 그리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상투적인 표현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감독 한 사람을 교체한다고 한국 축구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다. 

감독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 아래에는 낡은 행정 시스템과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견제받지 않는 권한 집중, 그리고 국민과 단절된 협회 운영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대한축구협회는 근본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과정은 모든 절차를 공개하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술위원회 역시 특정 인맥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적 기구로 재편해야 한다. 

행정 책임자와 기술 책임자의 권한을 명확히 구분하고, 모든 결정은 객관적 평가 기준과 기록을 통해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 선발 역시 공정성과 경쟁 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민은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을 먼저 본다.

축구협회의 지배구조 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정 세력이 장기간 권한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와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독립적인 평가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세계 축구 강국들은 이미 협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행정이 바뀌지 않으면 경기력도 결코 달라질 수 없다.

이번 탈락은 단순히 한 번의 월드컵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국 축구를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광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개혁, 전문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의 실패 역시 같은 교훈을 던지고 있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국민은 더 이상 변명도, 책임 떠넘기기도 원하지 않는다. 요구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공정하고 투명한 한국 축구다. 이번 월드컵 참사가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뼈아픈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이고, 인맥과 불통의 낡은 운영 방식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대수술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며, 한국 축구가 다시 세계 무대에서 존중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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