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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설립 1년→4개월…재건축 전체 기간 얼마나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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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조합설립 1년→4개월…재건축 전체 기간 얼마나 줄어드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8-20 08:37:46
재건축 단지 둘러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재건축 단지 둘러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세우는 데 걸리는 기간을 1년에서 4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정비구역이 지정되기 전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 설립에 필요한 업무를 미리 시작하는 방식이다. 행정 절차를 앞당겨 서울의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조합 설립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의 한 단계다. 이후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이주와 철거, 착공까지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어 이번 조치가 실제 입주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지는 사업장별로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8일부터 ‘정비사업 조합설립 공정촉진 절차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비구역 지정이 끝난 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 설립 절차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를 구성하고 필요한 주민 동의를 확보하면 정관 작성과 임원 선출 등 조합 설립 준비 작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조합 설립에 필요한 표준 처리 기간이 365일에서 120일로 245일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8개월가량을 앞당기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25개 자치구에 적용해 2031년까지 추진하는 31만호 공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 절차 겹쳐 245일 단축
 

이번 개선안의 특징은 개별 행정 절차를 없애기보다 앞뒤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한 데 있다.
 

정비구역 지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합 설립을 준비했던 기존 방식에서는 한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는 주민 동의가 일정 수준 확보된 사업장의 경우 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준비가 겹쳐 진행된다. 절차 사이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정비사업에서는 초기 절차가 늦어지면 이후 일정도 차례로 밀린다. 조합을 세워야 사업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시공사 선정과 관리처분 등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기간을 줄이는 것은 전체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데 필요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은 새 택지를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려워 신규 아파트 공급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정비사업이 늦어지면 공급 일정도 함께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행정 절차 단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2024년 1월 조합을 설립한 뒤 올해 5월 관리처분인가까지 약 2년4개월이 걸렸다. 정비업계에서는 상당히 빠른 사례로 평가한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 후속 절차도 얼마나 빨리 진행하느냐에 따라 전체 일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전체 18.5년 중 조합 이후가 더 길어
 

조합 설립 기간이 줄었다고 재건축 전체 기간이 같은 폭으로 단축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최근 5년 동안 준공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분석한 결과 정비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평균 18.5년이 걸렸다. 정비구역 지정에 평균 2.5년, 추진위원회 구성과 조합 설립에 3.5년이 소요됐다.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곳은 조합 설립 이후였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이주까지 평균 8.5년이 필요했다. 착공에서 준공·입주까지도 평균 4년이 걸렸다. 서울시는 각 단계의 기간을 줄여 전체 사업기간을 13년 안팎으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이 끝난 이후에도 입주까지 10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조합 설립 기간 245일 단축이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크게 줄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조합이 만들어진 뒤에는 행정기관의 처리 속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변수도 늘어난다.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사업계획 변경이나 시공사와의 협상으로 일정이 늦어지기도 한다. 관리처분을 마친 뒤에는 주민 이주가 끝나야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정비사업 기간 단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에 걸리는 평균 기간을 8.5년에서 6년으로 줄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조합 설립뿐 아니라 이후 절차까지 함께 줄여야 전체 사업기간을 5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주민 동의·공사비 협상이 일정 좌우
 

사업장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른 점도 변수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비교적 잘 맞는 단지는 조합 설립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반대로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거나 분담금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는 곳에서는 행정 절차를 줄여도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정비사업 기간 단축 방안을 설명하면서 주민 갈등이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서울시는 사업장에 갈등 관리와 공정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을 투입해 지연 요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사업 후반부에는 금융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 관리처분 이후 이주 단계에서는 조합원과 세입자가 기존 주택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주비 조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철거와 착공 일정도 밀릴 수 있다. 서울시는 앞서 관리처분과 이주 단계에 들어간 사업장 가운데 조기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 8만5815가구를 별도로 관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주민 동의를 충분히 확보하는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조합 설립은 토지와 주택을 가진 주민의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더라도 정관과 사업 내용, 향후 분담금 등을 주민에게 알리는 과정까지 줄여서는 이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서울시 방안도 주민 동의 기준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동의를 확보한 사업장에 대해 그동안 순차적으로 처리했던 업무를 미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 합의가 원활한 사업장은 단축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지만 동의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 착공·입주까지 빨라져야 공급 효과
 

이번 개선안으로 조합 설립 단계의 행정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을 따로 진행하면서 생겼던 시간을 겹쳐 처리하는 만큼 사업 초기 단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 과제는 조합 설립 이후다. 서울시 통계상 전체 정비사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곳도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이주 단계였다. 초기 절차를 줄인 뒤에도 이 구간에서 사업이 오랫동안 멈춘다면 실제 주택 공급 시기가 앞당겨지는 폭은 작아진다.
 

착공과 입주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비사업은 착공한 뒤에도 통상 수년의 공사기간을 거친다. 공급 목표에 잡힌 물량이 언제 착공하는지와 실제 새 아파트에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비사업 기간 단축의 효과는 앞으로 개별 사업장의 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조합 설립에 걸리는 245일을 줄인 데 이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이주까지 계획대로 단축할 수 있다면 공급 시기도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
 

반대로 공사비와 분담금, 주민 갈등과 이주 문제로 후속 단계가 지연되면 조합을 빨리 만든 효과도 줄어든다. 1년에서 4개월로 줄어드는 조합 설립 기간이 실제 착공과 입주 시기를 얼마나 앞당기는지가 서울시 정비사업 속도전의 다음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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