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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21조원 잭팟…K바이오, 계약 다음이 진짜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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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21조원 잭팟…K바이오, 계약 다음이 진짜 승부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서희 기자
2026-10-23 14:31:53

올해 9월 초까지 공개된 계약 규모만 21조6637억원

한미약품·오름테라퓨틱 등 개발 차질 사례 속출…계약 총액보다 실제 기술료와 임상 성과가 중요

사진Chatgpt
[사진=Chatgpt]

[경제일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2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거뒀지만 계약 이후 개발 중단과 권리 반환, 임상시험 주요 지표 미충족 등 잇단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신약 기술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계약 체결이 곧 상업적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초까지 국내 기업의 기술이전 계약은 총 13건이다. 이 가운데 계약 규모를 공개한 11건의 총액은 21조663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기술수출 계약 규모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알테오젠과 아리바이오, 한미약품, 오스코텍 등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신약과 플랫폼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계약 규모에는 향후 임상시험 진전과 품목허가, 판매 실적 등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단계별 기술료가 포함돼 있다. 공시된 총액 전체가 계약 체결 시점에 현금으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술수출 이후 개발 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되거나 중단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계약 당시 제시된 최대 규모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실제 수령한 계약금과 후속 기술료, 개발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은 2016년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벨바라페닙(HM95573)'의 권리를 약 10년 만에 돌려받게 됐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제넨텍으로부터 기술이전 계약 해지와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계약 종료일은 오는 12월 27일이다.

벨바라페닙은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제넨텍은 2024년 개발을 중단했으며 이후 계약 종료와 권리 반환 절차가 진행됐다. 한미약품은 계약 당시 수령한 80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으며 국내 NRAS 변이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을 중단하더라도 원개발사가 권리를 회수해 후속 개발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권리 반환 이후 임상 개발과 사업화에 필요한 비용 및 시간을 다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오름테라퓨틱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기술이전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 후보물질 'ORM-6151'의 개발 중단을 겪었다. BMS는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임상 1상을 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름테라퓨틱은 후속 후보물질인 ORM-1153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올바이오파마 역시 파트너사의 임상 결과에 따라 개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개발하던 FcRn 저해제 바토클리맙은 올해 4월 갑상선안병증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후속 후보물질 이메로프루바트도 피부홍반루푸스(CLE)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해당 적응증 개발이 중단됐다. 다만 이뮤노반트는 그레이브스병과 중증근무력증, 류머티즘관절염 등 다른 적응증 개발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술수출 이후 발생한 모든 개발 차질을 계약 실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특정 질환에서 임상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다른 질환으로 개발 범위를 조정할 수 있고 파트너사의 연구개발 전략에 따라 후보물질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릴바이오가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기술이전한 APB-A1은 갑상선안병증 임상에서 기대 이하의 효과를 보이면서 해당 적응증 개발이 중단됐다. 룬드벡은 다른 적응증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후보물질 전체의 개발 중단이나 기술 반환과는 구별되는 사례다.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이 적용된 비만치료 후보물질 MET-224o도 화이자의 공개 파이프라인에서 제외됐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ABL301 역시 사노피의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에서 개발 중단으로 분류됐다. 다만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후보물질의 파이프라인 제외가 기술이전 계약 해지나 권리 반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상 후기와 허가 단계에서도 변수가 발생했다.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는 미국 임상 3상 시험에서 일부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셀리드의 코로나19 백신도 글로벌 임상 3상에서 면역원성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HLB의 간암 치료 병용요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조시설 관련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허가에 차질을 빚었다.

다만 이들 사례는 개발 중단, 특정 적응증 중단, 임상시험 주요 지표 미충족, 허가 지연 등 성격이 서로 다르다. 후속 임상이나 보완 절차를 통해 개발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별 파이프라인의 현재 상태와 회사의 공식 입장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수출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 총액은 기술의 잠재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지만 실제 기업의 현금흐름과 연구개발 재원 확보 능력을 판단하려면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수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임상시험은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임상시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파트너사의 연구개발 전략이 바뀌면 후속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 기술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파트너사가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기술적 근거를 확보하는 동시에 개발이 중단됐을 때 권리를 회수하고 후속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계약 조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기술수출 이후의 성과를 평가할 때 계약금 규모와 마일스톤 수령액, 임상시험 진척도, 파트너사의 개발 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계약 체결 건수나 최대 계약 규모에만 머물 수 없다. 기술이전한 후보물질이 임상시험과 허가 단계를 통과하고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지 개발 중단 시 권리를 회수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장기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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