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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손흥민은 침묵했고, 케인은 잉글랜드를 구했다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를 흔들었던 두 공격수의 월드컵 운명이 엇갈렸다. 한국의 손흥민과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두 선수는 ‘손케 듀오’로 불리며 리그 역사에 남을 호흡을 자랑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해 역대 최다 골 합작 기록을 세운 조합이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무대는 두 사람에게 전혀 다른 표정을 남겼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간판이자 주장으로 대회에 나섰지만 풀타임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반면 케인은 잉글랜드가 위기에 몰린 순간에도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았고, 결국 두 골로 팀을 다음 라운드에 올려놓았다. 끝까지 남은 케인, 믿음에 멀티골로 답했다 잉글랜드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 브리앙 시펭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30분과 41분 케인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케인의 첫 골은 전형적인 해결사의 장면이었다. 후반 30분 앤서니 고든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끌려가던 잉글랜드의 숨통을 튼 동점골이었다. 이어 후반 41분에는 수비 사이에서 공간을 만든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콩고민주공화국 골키퍼 리오넬 음파시의 선방에 막히던 잉글랜드는 케인의 결정력 하나로 탈락 위기에서 살아났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토마스 투헬 감독의 선택이다. 잉글랜드의 경기력은 매끄럽지 않았다. 측면 공격은 답답했고, 중원 연결도 흔들렸다. 투헬 감독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지만 최전방의 케인만큼은 끝까지 남겼다. 주장이자 골잡이, 위기의 순간 한 번은 해줄 선수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두 골로 돌아왔다. 손흥민의 월드컵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체코전 승리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했고, 결국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 활용법은 대회 내내 논란이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조기 교체됐고, 남아공전에서는 월드컵 본선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특히 남아공전에서 손흥민을 벤치에 둔 결정은 국내외 축구 팬들의 의문을 불렀다. 대표팀의 상징이자 가장 큰 경험치를 가진 선수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 됐다. 후반 교체 투입 이후에도 손흥민은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한국은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재능, 다른 자리…스타 활용법이 승부를 갈랐다 물론 손흥민 부진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월드컵은 한 명의 스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대가 아니다. 더구나 손흥민은 이미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대표팀은 세대교체와 전술 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는 ‘관리’와 ‘배제’의 경계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몸 상태를 고려한 출전시간 조절이었다면 언제 어떻게 승부처에 투입할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은 손흥민을 아껴 쓴 것도, 확실히 중심에 세운 것도 아닌 어정쩡한 운영 끝에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다. 케인은 달랐다. 잉글랜드도 완벽하지 않았다. 콩고민주공화국전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우승 후보답지 않은 불안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잉글랜드에는 흔들리는 경기에서도 마지막까지 믿고 맡길 9번이 있었고, 그 9번은 감독의 신뢰를 골로 증명했다. 손흥민과 케인의 차이는 결국 ‘현재의 폼’만이 아니라 ‘팀 안에서의 자리’에서 갈렸다. 토트넘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장점을 증폭시켰다. 케인이 내려와 패스를 뿌리면 손흥민이 뒷공간을 찢었고, 손흥민이 수비를 끌고 가면 케인이 박스 안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각자의 처지가 달랐다. 케인은 여전히 잉글랜드 공격의 최종 종착지였고, 손흥민은 한국 전술 안에서 확실한 사용법을 찾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은 두 선수의 위상을 바꿔놓았다기보다, 스타를 대하는 팀의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케인은 팀의 중심에 있었고, 손흥민은 중심과 관리 사이에서 흔들렸다. 한 사람은 감독의 신뢰 속에 경기를 뒤집었고, 다른 한 사람은 벤치와 교체 사이에서 대회를 마쳤다. 축구에서 에이스는 이름값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그러나 에이스를 살릴 구조 없이 이름값만 기대하는 팀도 성공하기 어렵다. ‘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한때 같은 팀에서 서로를 빛나게 했던 두 별은 북중미의 여름, 각자의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결말을 받아들였다. 케인의 월드컵은 아직 계속되고 있고, 손흥민의 월드컵은 질문만 남긴 채 끝났다.
2026-07-02 1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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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회 원구성 답보…법사위 싸움에 민생경제 볼모 잡혔다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또다시 멈춰 섰다. 국회 의장단은 선출됐지만 정작 국회를 굴러가게 할 상임위원장 배분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막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과제와 민생입법을 뒷받침하려면 법사위원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입법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고 맞선다. 여기에 정무위원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경제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얽히면서 협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또 자리 싸움에 갇혔다. 여당은 책임정치를 말하고, 야당은 견제정치를 말한다. 말만 놓고 보면 둘 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정치권의 권력 계산일 뿐이다. 국민에게 더 절박한 것은 대출금리, 장바구니 물가, 전기요금, 일자리, 집값, 세금이다. 국회가 상임위원장 명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줄지 않고 기업의 투자 결정은 미뤄지며 정부 정책은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선다. 법사위는 국회 입법의 수문장이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간다. 그래서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여당은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면 국정과제 입법이 막힐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은 여당이 법사위까지 장악하면 입법 독주를 막을 장치가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양쪽 모두 나름의 논리는 있다. 그러나 법사위가 입법 품질을 높이는 관문이 아니라 정쟁의 병목으로 변질된다면 그 논리는 국민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상임위 공백이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금융시장과 공정거래 질서를 다루는 핵심 상임위다. 재경위는 세제와 재정, 거시경제 정책을 좌우한다. 산자위는 반도체, 에너지, 통상, 산업경쟁력의 최전선이다. 예결위는 정부 예산의 마지막 문턱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구조개혁과 경기 대응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자본시장 밸류업,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정리, 금융소비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반도체·AI·에너지 투자, 세수 관리, 민생 예산 조정이 모두 국회 논의와 맞물려 있다. 국회가 멈추면 경제정책도 멈춘다. 그 피해는 가장 먼저 가계로 간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 서민금융 보강, 전세사기 피해 지원, 소상공인 채무조정, 통신비·에너지비 부담 완화 같은 민생 법안은 상임위가 열려야 논의된다. 여야가 법사위 명패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서민은 이자 고지서를 먼저 받는다. 국회의 하루 공전은 정치권에는 협상 전략일지 몰라도 가계에는 생활비 압박이다.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가 정작 민생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기업도 피해자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세법이 어떻게 바뀔지, 산업지원 예산이 유지될지, 금융규제가 풀릴지 조여질지, 노동·환경·공정거래 규정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으면 투자를 미룬다. 투자가 늦어지면 고용도 늦어진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처럼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 신호에 민감하다. 정치권이 상임위 배분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해외 경쟁자는 투자 속도를 높인다. 국회의 정쟁은 기업에는 비용이고 국가경제에는 기회 손실이다. 정부도 발목이 잡힌다. 정부는 예산과 법률이라는 두 바퀴로 움직인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도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종이 위 계획에 머문다. 경기 대응책을 내놓아도 입법과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가 국회를 우회하려 하면 행정 독주 논란이 생기고 국회가 정부를 무조건 막으면 국정 마비가 된다. 여당은 다수의 힘을 절제해야 하고 야당은 견제의 이름으로 국회 정상화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의 대치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양쪽 모두 국민경제 앞에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국회가 지금 밝아야 할 것은 자리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이다. 상임위원장 자리가 권력 배분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순간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당 간 점령지가 된다. 법사위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법사위가 국민을 위해 작동하느냐다. 정무위가 어느 당 몫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질서가 제대로 논의되느냐다. 정치권은 원구성 협상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는 어렵다기보다 염치가 없어 보인다. 국회는 다수결만으로 움직여서도 안 되지만 소수의 발목잡기로 멈춰서도 안 된다. 다수당은 책임 있게 의제를 추진하되 야당의 견제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야당은 견제하되 국회 공백을 협상 카드로 써서는 안 된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일 수 있지만 국회 마비는 협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계산해야 할 것은 의석수가 아니라 손실이다. 국회가 하루 늦어질 때 민생 법안은 얼마나 밀리는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얼마나 커지는가. 기업 투자 결정은 얼마나 지연되는가. 정부 예산 심사는 얼마나 압박받는가. 이런 비용표를 국민 앞에 내놓는다면 여야가 지금처럼 쉽게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 국민은 법사위원장 이름보다 자신의 대출금리를 더 걱정한다. 정무위원장 배분보다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방지를 더 원한다. 예결위원장 몫보다 내년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를 더 궁금해한다. 기업은 어느 당이 상임위를 차지했는지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정부는 정쟁의 승리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국정 동력을 필요로 한다. 국회는 싸우라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싸움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문을 열고 회의를 열고 법안을 올리고 예산을 따져야 한다. 그다음에 치열하게 다투면 된다. 문도 열지 않은 채 열쇠를 누가 쥘지만 다투는 정치는 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다. 국회를 열지 않는 정치는 견제가 아니라 직무유기다.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은 단순한 자리 싸움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정치 리스크를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여야가 법사위와 경제 상임위를 놓고 끝까지 힘겨루기를 벌인다면 그 비용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낸다. 가계는 이자로 내고 기업은 투자 지연으로 내며 정부는 정책 실기라는 이름으로 낸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회가 멈춰도 시장은 움직이고 국회가 싸워도 국민의 청구서는 날아온다. 여야가 정말 민생을 말하려면 원구성부터 끝내야 한다. 권한을 나누는 협상보다 책임을 나누는 합의가 먼저다. 국회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 상식을 잊는 순간, 원구성 싸움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위험이 된다.
2026-06-29 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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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롤러코스터 증시, 천수답 시장을 끝내야 한다
비가 오면 살고,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천수답의 운명이다. 지금 한국 증시가 그렇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져도, 외국인 수급과 미국 기술주 흐름, 환율과 금리, 지정학 리스크가 흔들리면 시장은 하루아침에 출렁인다. 오를 때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처럼 달리지만 빠질 때는 안전벨트 없는 롤러코스터처럼 추락한다. 최근 코스피 장세는 그 단면을 숫자로 보여줬다.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 9.99% 급락한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 대비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의 충격이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4일 시장은 다시 급반등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52.95포인트, 1.86% 오른 8356.79로 출발했다. 며칠 전에는 9000선을 넘보던 지수가 하루 만에 8200선으로 밀리고 다시 하루 만에 반등을 시도하는 장세가 반복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승장인지, 조정장인지, 거품 붕괴의 전조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더 불안한 것은 지수의 반등에도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24일 94.81까지 치솟았다. 장중에는 97선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가는 올랐는데 공포지수도 함께 오른 셈이다. 이는 시장이 단순히 ‘싸졌으니 사자’는 반등 국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안고 있었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빠지는 수급 구조,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산업 쏠림, 상승장마다 반복되는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시장의 흔들림을 키웠다. 증시가 경제 전체의 체온계가 아니라 특정 산업과 외국인 매매의 체온계처럼 움직인다면 충격 흡수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시장은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와 환율, 기업 실적과 정책 신뢰, 투자 심리와 국제 정세가 얽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미국 반도체주가 흔들리면 한국 지수도 흔들리고 달러가 강해지면 외국인 이탈을 걱정한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유가와 환율이 먼저 반응하고, 미국 금리 전망이 바뀌면 국내 성장주와 기술주가 흔들린다. 외부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격을 흡수할 둑과 저수지가 없다면 매번 위기는 반복된다. 천수답 시장에서 벗어나려면 국내 장기자금의 힘을 키워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단기 매매의 보조자가 아니라 시장의 하방을 받치는 축이 돼야 한다. 한국 가계 자산은 여전히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노후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안정적으로 흘러 들어가고 배당과 성장의 과실을 장기적으로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라는 빗물만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투자자가 기업 이익의 주인으로 대우받는다는 확신이 약했기 때문이다. 배당은 들쑥날쑥했고 자사주 매입은 소각보다 주가 방어용 이벤트로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장이 믿는 것은 말이 아니라 반복된 행동이다. 벌면 나누고, 투자하면 설명하고, 실패하면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산업 저변도 넓혀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심장이지만 심장만으로 몸 전체가 건강해질 수는 없다. 바이오, 방산, 조선, 전력기기, 로봇, 콘텐츠, 금융, 친환경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코스닥도 단기 테마장이 아니라 혁신기업의 성장판이 돼야 한다. 지수 상승의 과실이 소수 대형주에 머물면 시장은 넓어지지 않고 넓지 않은 시장은 충격에도 약하다. 레버리지 투자 관리도 필요하다. 빚을 낸 투자와 고위험 ETF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하락장에서 매도 압력은 증폭된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키우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급락장에서는 시장 전체를 흔드는 화약고가 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자유를 존중하되 위험 설명, 증거금 관리, 고위험 상품 판매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증권사도 거래대금 확대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고객이 오래 살아남아야 시장도 오래 간다. 제도 인프라도 선진시장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실패는 한국 시장이 아직 글로벌 투자자에게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접근하기 쉬운 시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환시장 접근성, 영문 공시, 배당 절차, 공매도와 결제 인프라를 국제 기준에 맞춰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제도는 도입보다 작동이 중요하다. 변동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시장은 본래 흔들린다. 그러나 좋은 시장은 흔들리지 않는 시장이 아니라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 시장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물길이 있고, 가뭄이 와도 저수지가 있으며, 홍수가 나도 배수로가 있는 논이 좋은 논이다. 한국 증시도 이제 비를 기다리는 시장에서 물길을 만드는 시장으로 가야 한다. 외국인 자금이라는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국내 장기자금이라는 저수지를 만들고 기업 신뢰라는 수로를 놓고 제도 안정성이라는 둑을 쌓아야 한다. 그것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길이다.
2026-06-25 15: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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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스페이스X '0주 배정'…비난보다 해외주관사 결정 구조 살펴봐야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대상 공모주 배정이 한 주도 이뤄지지 않은 ‘0주 배정’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앞세워 투자자 기대를 키웠지만 정작 최종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금융당국도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에게 배정 가능성과 미배정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경영진 발언이나 영업 현장 안내가 투자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줬는지 여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특정 증권사의 홍보 실패나 내부통제 문제로만 규정해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글로벌 초대형 IPO에서 최종 배정 권한이 국내 증권사에 있지 않았고 한국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사안을 국내 증권사가 마음대로 물량을 확보했다가 나눠주지 않은 것처럼 보는 것은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다”며 “최종 배정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 한국 물량이 왜 제외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한국 물량 제외 배경 불투명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글로벌 IPO 배정 구조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지만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에 있었다. 당초 국내 투자자에게 일정 물량이 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상장 직전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 배정 물량은 ‘0주’로 결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결과에 따라 물량이 변동되거나 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가 최종 물량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글로벌 IPO, 특히 스페이스X처럼 세계적 관심이 몰리는 초대형 딜에서는 △국가별 배정 △기관투자자 선호 △규제 환경 △판매 방식 △주관사의 전략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증권사가 인수단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물량 확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증권업계의 한 임원은 “국내 투자자에게 결과적으로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배정 실패 책임을 따지려면 최종 배정 결정을 내린 해외 대표주관사의 판단 배경도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만 검사와 비판의 전면에 세우면 논의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과 ‘확약’은 달라…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 규모 물량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배정이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졌는지가 쟁점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망과 확약은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수단 참여와 사전 협의 상황을 근거로 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최종 물량을 보장한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예상과 전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최종 결과가 빗나갔다고 해서 과거 발언을 곧바로 허위·과장 홍보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융회사가 ‘가능성’을 설명할 때 투자자는 이를 ‘확정에 가까운 기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글로벌 배정 구조에 있다 하더라도, 국내 판매사가 투자자 기대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별도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존 투자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행위를 곧바로 이해상충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해상충을 따지려면 그래서 미래에셋이 무엇을 얻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스페이스X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것과 IPO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정 결과가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모든 이전 판단을 이해상충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사만 때리면 글로벌 딜 참여 위축 우려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딜 참여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IPO 참여 실패가 곧바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사후적 책임론으로만 귀결되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초대형 IPO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판매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즈호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함께 초대형 IPO 인수단에 참여했고 미국 현지 기관투자자 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KIC 등과 함께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로부터 약 270만주 규모를 배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향후 챗GPT 개발사 오픈AI, 엔스로픽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IPO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이 엔화 약세 국면에서도 대형 해외 IPO 참여를 허용했던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IPO 시장은 물량을 먼저 확보한 뒤 국내에 나눠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국내 금융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딜에 참여했는데 결과가 나쁘면 국내에서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반복되면 앞으로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투자자 보호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해외 IPO 투자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미배정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환전 비용 등 부대 비용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배정 가능성과 확정 물량을 명확히 구분해 표시하고,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에 따른 미배정 위험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IPO 인수단에 참여할 경우 대표주관사와 국내 판매사 간 책임 범위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해법은 정교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사전 설명과 투자자 보호 조치는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최종 배정 권한을 행사한 해외 대표주관사의 불투명한 결정 구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만 때리는 결론으로 끝나면 투자자 보호도, 자본시장 선진화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6-06-23 09: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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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0년 만에 손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상장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때로 오너 일가의 뜻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주인이라기보다 조용한 손님처럼 주주총회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도 침묵했고,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합병이나 배당정책에도 뒤늦게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에 머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돈을 맡은 수탁자로서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지침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수백 개 기관이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참여기관은 249곳이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등 일정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가입 기관은 늘었지만 실제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에 참여한다고 선언해도 이행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써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비교와 검증이 어려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거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책임투자’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책임의 내용을 시장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 핵심은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매년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수탁자 책임 정책과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왜 지키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대상도 채권,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수탁자 책임 활동의 고려 요소도 지배구조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전반으로 확대된다. 방향은 옳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도 결국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고,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작지 않다. 기관이 침묵하면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기관이 원칙 있게 묻고 따지면 이사회는 긴장한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직장인의 퇴직연금, 개인투자자의 펀드 자금을 맡은 관리자다. 이들이 기업의 사업모델, 재무상황, 자본배분, 지배구조를 살피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수탁자의 기본 책무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에 속한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 때리기’로만 보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볼 수는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은 기업을 향하지만, 그 칼을 쥔 기관투자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행점검의 실무는 한국ESG기준원이 맡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점검 체계의 독립성을 우려한다. 발전위원회에 자산운용업계 인사가 참여하고, ESG기준원이 의결권 자문이나 의안분석 서비스 등 금융투자업계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점검 대상과 점검 주체 사이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는 출발선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결권 자문 등 다른 업무와 공간·인력·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내부정보 교류 차단장치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보아도 이해상충이 없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는 실제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류는 2010년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무관심과 단기주의가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를 중심으로 코드의 이행력을 높여왔다. 한국도 같은 모델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가 업계를 점검한다’는 의심을 줄일 장치는 필요하다. 자율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점검이 느슨하면 시장은 냉소하고, 정부 입김이 과도하면 기업과 기관투자자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반민반관형 독립기구, 외부 전문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이해상충 공개 의무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SG와 공동관여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책임투자는 방향을 잃는다. 여러 기관투자자가 함께 기업과 대화하는 공동관여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치면 시장의 자율성과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는 강해야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개혁은 칼보다 저울에 가까워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에 필요한 수술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권을 정상화하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실질화하는 방향은 맞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절반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착한 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집행에 달려 있다. 보고서를 의무화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또 하나의 서류 행정이 된다. ESG를 넣어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ESG 워싱만 키운다. 점검 체계를 만들어도 감시자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을 점검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침묵하는 기관을 깨우는 것, 그리고 그 기관을 감시하는 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갈 때 한국 증시는 숫자의 상승을 넘어 신뢰의 상승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2 14: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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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김민석, 워크숍서 맞붙은 '원팀론' VS '대통령 중심론'…민주당 전대 전초전 막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이 차기 당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변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같은 무대에 올라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한목소리로 말했지만 메시지의 결은 뚜렷하게 달랐다. 정 대표는 ‘당정청 원팀’과 민심을 앞세웠고, 김 총리는 ‘대통령 중심’과 강한 민주당 재건을 강조했다. 겉으로는 축사였지만 내용상으로는 8·17 전당대회를 겨냥한 노선 경쟁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정 대표의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하나”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어 “당정청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남은 민생·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현 지도부가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고 이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국정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연임 도전을 앞둔 대표가 당내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지금은 지도부 교체보다 안정적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동시에 몸을 낮췄다. “민심이 천심이고 국민은 언제나 옳다”고 했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다수 지역을 가져왔지만 서울시장 선거 등 핵심 승부처에서 아쉬움을 남긴 만큼, 승리에 취하기보다 민심의 경고를 읽어야 한다는 태도다. 이는 연임론의 약점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선 이겼지만 수도권 핵심 지역과 일부 재보궐 패배는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김 총리의 메시지는 더 공격적이었다. 그는 현 시점을 “당의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흔들리면, 대통령이 흔들리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원팀론을 넘어선다. 민주당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더 강하게 정렬돼야 하며, 당 역시 다시 이기는 체질로 재편돼야 한다는 뜻이다. 당권 경쟁 구도로 옮겨놓으면 김 총리는 ‘관리형 대표’가 아니라 ‘재정비형 대표’의 필요성을 부각한 셈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지방선거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정 대표는 강원 동해시장 선거 등 민주당의 상징적 승리를 거론하며 “눈부신 선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국민이 보내주신 매서운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승리의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김 총리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완벽한 승리라고 선언하기 어려운 결과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성적표를 두고 정 대표는 ‘성과 속 성찰’을, 김 총리는 ‘승리 속 경고’를 더 크게 본 것이다. 이 차이는 차기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얻은 성과를 현 지도부의 공로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 등 상징 지역 패배를 계기로 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할 것인지가 당권 경쟁의 첫 번째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정 대표가 연임 안정론을 앞세운다면 김 총리는 대통령 중심의 확장·실용·개혁 노선을 내세워 맞설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에게는 조직과 현직 프리미엄이 있다. 그는 당 대표로서 지방선거를 지휘했고 당내 강성 지지층과 개혁 성향 당원 기반도 탄탄하다. 당정청 원팀론은 현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과 맞닿아 있다. 다만 대표 연임론에는 피로감과 책임론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서울시장 패배와 일부 재보선 결과는 “이긴 선거였지만 완승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김 총리에게는 대통령과의 호흡, 국정 운영 경험, 확장성이라는 카드가 있다. 그는 이날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완벽하게 하나 되고 개혁의 DNA를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고 했다. 총리직에서 당으로 복귀할 경우 김 총리는 단순한 도전자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가까이서 경험한 ‘국정형 당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총리 인준 절차와 당 복귀 시점, 당내 조직 기반 확보가 변수다. 이번 워크숍은 민주당 내부 경쟁이 친명 주류 안에서 벌어지는 복합 구도라는 점도 보여줬다. 과거처럼 친명 대 비명, 주류 대 비주류의 단순한 대결이 아니다. 정 대표와 김 총리 모두 이재명 정부 성공을 전면에 내건다. 차이는 ‘누가 더 대통령과 정부를 잘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정 대표는 당의 연속성과 현장 조직을, 김 총리는 국정 안정과 당 재정비를 각각 앞세우고 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 대표는 단순히 당내 권력의 정점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정부를 뒷받침하면서도, 민심이 어긋날 때는 쓴소리를 해야 한다.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되, 시장과 중도층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승리의 흥분이 아니라 권력 운영의 절제다. 정 대표와 김 총리의 첫 신경전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한쪽은 “민심이 천심”이라며 낮은 자세를 말했다. 다른 한쪽은 “대통령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강한 당을 말했다. 두 문장은 모두 맞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다음 대표는 두 문장 중 하나만 선택해서는 안 된다. 민심을 잃은 원팀은 오만이 되고, 대통령만 바라보는 단단함은 폐쇄성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과 따로 가는 당은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성찰만 반복하는 당은 집권 능력을 의심받는다.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는 “8·17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내부 권력 경쟁을 넘어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를 무대가 될 전망”이라며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민심과 권력 사이의 균형을 더 잘 잡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026-06-21 17: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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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핀테크 샌드박스 전면 개편…지정 즉시 배타적 운영권 부여
금융당국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앞으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즉시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하고, 우수 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가점과 패스트트랙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테스트 단계에 머물던 핀테크 기업이 제도권 금융으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서강대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규제를 넘는 핀테크, 판을 바꾸는 금융 대전환’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혁신 친화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금융서비스에 한해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면제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총 6조2300억원의 투자 유치와 4794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이끌며 금융 생태계의 혁신 기반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혁신기업들이 테스트를 마친 뒤 정식 금융사업자로 안착하는 과정에서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배타적 운영권 부여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기존에는 샌드박스 이후 정식 인허가 단계에서야 배타적 운영권이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샌드박스 지정 단계부터 이를 부여한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서비스 초기부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지원 규모도 확대된다. 배타적 운영권을 확보한 중소 혁신사업자에게는 서비스 상용화 비용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고, 테스트 비용 지원 한도는 기존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다. 책임보험료 지원 비율도 50%에서 100%로 높여 초기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인다. 스타트업의 샌드박스 진입 문턱도 낮아진다. 금융위는 재무건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진출이 좌절되지 않도록 성장 가능성과 보완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심사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과도한 부가조건도 완화하고, 컴플라이언스 교육과 대면 설명회, 밋업 행사,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확대해 초기 기업의 제도 이해도를 높일 방침이다. 샌드박스 종료 이후 사후관리 체계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의 운영 성과를 연 단위로 점검하고, 시장 반응이 좋은 우수 서비스는 상용화를 위한 법령 정비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샌드박스 지정 효력과 지정기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기로 했다. 우수 혁신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에서 가점을 부여하거나 심사 절차를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규제 변화나 지정기간 종료로 인한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고, 혁신 서비스가 제도권 금융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함께 고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샌드박스 적용 범위도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령 등으로 확대하고, 동일·유사 서비스에 대해서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포용금융과 미래금융 구현을 위한 기획형 샌드박스도 활성화해 하반기 중 세부 과제를 발굴하고 참여 사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온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왔지만 혁신 핀테크 기업의 지속 성장과 제도권 안착을 담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핀테크 기업의 도전 기회를 확대하고 혁신 아이디어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제도권 금융으로의 연착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6-21 15: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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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스페이스X 나흘 만에 3조원 순매수…주가 조정에도 '우주 베팅' 계속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단기간에 집중되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른바 ‘서학개미’들은 나흘 만에 3조원에 육박하는 순매수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위성통신, 우주항공 산업을 묶은 미래 성장 기대가 매수세를 자극했지만, 상장 초기 과열과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변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상장 이후 4거래일 동안 총 19억4960만달러, 약 2조98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거래일인 지난 17일 하루에만 순매수 규모가 1억3667만달러, 약 2095억원에 달했다. 이날 매수 금액은 1억8247만달러였고 매도 금액은 4580만달러에 그쳤다. 스페이스X는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 올랐다. 순매수 2위인 마블테크놀로지 3억955만달러와 비교하면 6배가 넘는 규모다. 보유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면서 기존 서학개미 보유 상위 종목인 인텔을 추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텔 보관금액은 20억1389만달러 수준으로, 스페이스X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스페이스X 매수세는 최근 두 달간 위축됐던 해외주식 투자 흐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서학개미는 지난 4월과 5월 두 달 연속 미국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 지난 19일 조회 기준으로 미국 증시에서 8억462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스페이스X 흥행이 3개월 만의 순매수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주가 흐름은 투자자 기대만큼 일방적이지 않다.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한 뒤 한때 200달러를 넘어섰고 장중 22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17일 4.95% 하락한 데 이어 18일에도 3.56% 내린 184.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직후 급등세가 꺾이며 고점 매수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장기 성장성에는 이견이 크지 않지만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우주발사, 스타링크 위성통신, 국방·항공우주 계약 등 사업 확장성이 크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실적과 기업가치 간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 조정은 국내 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이스X 편입 비중이 높은 일부 국내 ETF는 상장 직후 주가 급등 구간에서 물량을 확보한 영향으로 단기 손실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뿐 아니라 로켓랩, AST스페이스모바일 등 기존 우주항공 관련주가 동반 조정을 받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가 우주 산업의 대표 성장주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상장 초기 ‘포모’ 매수세에 편승한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적 가시성, 위성통신 사업의 수익성, 국방·우주 계약 확대 여부, 주요 지수 편입 가능성 등이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를 향한 서학개미의 3조원 베팅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존 빅테크를 넘어 우주·AI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성장 서사가 강할수록 가격 변동성도 커지기 때문에 우주를 향한 기대가 장기 투자 성과로 이어지려면 단기 흥분보다 기업가치와 수익성을 따지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026-06-21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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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생산적·포용금융 10조 늘려 미래동반성장 동력 확보
우리금융그룹이 생산적·포용금융 추진을 위한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에 생산적 금융 9조4000억원, 포용금융 6000억원 등 총 10조원을 늘리기로 했다. 특히 기업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올해와 내년 동안 증액분 9조4000억원을 조기 집행하고, 서민금융상품 6000억원 공급 확대 외 중금리대출과 소상공인대출, 연체채권 소각을 더해 총 3조5000억원의 포용금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9일 임종룡 회장 주재로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6월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개최해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이 같은 내용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 목표 10조 증액...생산적 금융 9.4조, 2년내 조기 공급 우리금융은 이번 협의회를 통해 생산적·포용금융 지원을 위한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목표에 생산적 금융 9조4000억원원, 포용금융 6000억원 등 10조원을 늘려, 총 90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생산적 금융 지원은 기업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증액분을 올해 5조7000억원, 내년 3조7000억원으로 나눠 2년 내 조기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실물 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첨단전략산업·수출기업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장기연체채권 소각·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등으로 올해 포용금융 3.5조 지원 우리금융은 포용금융 대상과 규모를 대폭 확대해 당초 올해 목표인 1조2000억원에 2조3000억원을 더해 총 3조5000억원을 연내 지원하기로 했다. 먼저 장기연체 고객의 재기 지원을 위해 약 2800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적극적인 채무면제를 통해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 주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약 400억원의 장기연체채권 추심중단과 미수이자 면제를 실시한 바 있으며, 하반기에도 1200억원 규모의 장기연채채권을 추가 소각할 예정이다. 우리카드도 약 1200억원의 장기연체채권 소각을 추진한다. 우리금융은 앞으로도 연체채권 소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은행·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에서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하는 등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긴급생활비·갈아타기대출 3000억원 △소상공인대출 6000억원 △미소금융 120억원 등 2조3000억원을 추가 공급해 총 3조5000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중저신용자 및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포용금융을 적극 실행할 예정이다. ◆포용금융 상품·서비스 공급 지속 확대... 금융취약계층 지원 속도 높인다 한편, 우리금융은 계열사별 다양한 포용금융 상품과 서비스 공급을 통해 금융취약계층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시행한 ‘개인신용대출 연 7% 금리상한제’를 통해 5월 말까지 약 4만6000명에게 총 14억원 규모의 이자 경감 혜택을 제공했다. 또한 지난 3월 출시한 ‘우리WON Dream 생활비대출’은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 약 3000명에게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우리WON Dream 갈아타기 대출’을 출시했다.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 중인 고객이 은행권의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으로, 고금리 차주의 은행권 대환을 통해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권 금융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중금리대출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을 5월 말 누적 약 1180억원을 공급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공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다중채무자와 외부신용등급 하위 30% 이하 고객이 연체이자를 납부할 경우 이를 대출원금 상환에 반영해 실질적인 채무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또한 특례보증대출 대위변제 이후 연체이자가 남아 있는 고객에게는 연체정보 해제와 연체이자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취약차주의 신용회복과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이번 생산적·포용금융 목표 증액은 우리금융이 실물경제와 취약계층 지원에 더욱 책임 있게 나서겠다는 의지를 시장과 고객에게 약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자회사는 목표 이행 과정에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생산적·포용금융 제도와 상품 발굴에도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은 첨단전략산업과 수출기업 등 실물경제에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공급되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포용금융은 중저신용자의 대출절벽 해소와 취약차주 재기 지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며 “특히 금융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장기연체채권 소각·중금리대출 공급을 통해 우리금융이 진정으로 따뜻한 금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 자회사가 적극 실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6-06-21 14: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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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쏠림' 흔드는 삼전닉스 계약학과…최상위권 선택 기준이 바뀐다
자연계 최상위권 입시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의대가 절대 우위를 지켜온 이공계 입시 판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연계된 이른바 ‘삼전닉스’ 반도체 계약학과가 서울대 자연대 합격선을 넘어섰다. 일부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는 지방권 의대보다 높은 합격선을 기록하며 의대 턱밑까지 추격했다. 입시 현장의 변화는 단순한 ‘인기 학과’ 현상이 아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기업 채용 안정성, 억대 성과급 기대, 첨단산업 인재 확보전,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가 한꺼번에 맞물리며 최상위권 수험생의 진로 선택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계약학과 평균 96.2점…서울대 자연대 앞질렀다 21일 종로학원이 2026학년도 정시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능 국어·수학·탐구 평균 점수는 96.2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대 자연대 합격자 평균 점수 95.8점보다 0.4점 높은 수준이다. 대학별로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98.0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97.0점, 성균관대 반도체 관련 학과 96.0점, 서강대·연세대 반도체 관련 학과가 각각 95.0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합격선은 2026학년도 지방권 의대 평균 합격선 97.2점보다 높았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역시 지방권 의대 평균과 거의 같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서울권 의대 평균 합격선은 98.8점, 경인권 의대는 99.0점으로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계 최상위권 진로 선택은 ‘의대냐, 서울대 공대냐’ 구도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해 정시 결과는 여기에 ‘대기업 반도체 계약학과’라는 세 번째 축이 본격적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도 입시 변수로 계약 기업별 차이도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채용 협약을 맺은 고려대·서강대·한양대 반도체 계약학과 평균 점수는 96.7점으로, 삼성전자와 계약한 연세대·성균관대 평균 95.5점보다 1.2점 높았다. 이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나타낸 흐름이 수험생 선호에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입시업계에서는 “과거에는 기업 브랜드 자체가 절대적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적 전망, 성과급 기대, 직무 성장성, 산업 내 위상까지 고려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본다. 실제 2026학년도 대기업 계약학과 정시 지원자는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7개 대기업 16개 계약학과 정시 지원자는 2478명으로 전년 1787명보다 38.7% 증가했다. 전체 경쟁률도 9.77대 1에서 12.77대 1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 지원자가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취업 보장·장학금·성과급…‘진로 불확실성’ 줄인 학과의 힘 반도체 계약학과의 가장 큰 강점은 ‘입학과 동시에 진로의 상당 부분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장학금, 현장실습, 인턴십, 졸업 후 채용 연계 등의 혜택을 받는다. 특히 반도체 계약학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국내 대표 제조기업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크다. 과거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한 핵심 이유는 직업 안정성과 고소득 기대였다. 그런데 반도체 계약학과가 이 두 요소에 상당 부분 근접하면서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다. 의대는 긴 수련 과정과 지역의사제, 필수의료 배치 논의 등 정책 변수가 커졌다. 반면 반도체 계약학과는 4년 학부 교육 이후 대기업 취업이라는 경로가 비교적 명확하다. 여기에 HBM, 인공지능 반도체,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차량용 반도체 등 산업 확장성이 더해지면서 ‘공대 진학의 기대수익’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산업계에는 반가운 신호…하지만 수도권·대기업 쏠림도 과제 이번 결과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긍정적 신호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강국을 넘어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 AI 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공정·소자·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고급 인재 확보가 필수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학과 협력해 육성한 반도체 계약학과 졸업생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주요 대학 1기생 졸업이 시작되면 반도체 계약학과 졸업 인원이 연간 400~48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계약학과 인기가 높아질수록 수도권 주요 대학과 대기업 중심의 인재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 대기업 계약학과는 전국 13개 대학, 18개 학과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수도권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집중돼 있다. 지방 일반대학의 참여 폭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왔지만, 실제 우수 인재가 일부 대기업 협약 학과에 몰릴 경우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인력난은 계속될 수 있다.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키우려면 계약학과 확대뿐 아니라 지역 대학, 전문대학, 대학원, 현장 재교육을 잇는 다층적 인재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7학년도 입시 최대 변수는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 입시업계는 2027학년도 정시에서 반도체 계약학과와 의대의 합격선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의대 모집 인원이 늘어날 경우 지방권 의대 합격선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반도체 계약학과와 의대에 동시 합격할 경우 수험생이 어느 곳을 선택할지 주목된다”며 “선택에 따라 계약학과와 의대 합격선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7학년도 반도체 학과 모집도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진학사 분석에 따르면 서울권 반도체 학과 수시 모집 대학은 2026학년도 14개교에서 2027학년도 15개교로 늘고, 수시 모집 인원은 502명에서 564명으로 62명 증가한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약 계약학과 수시 모집 인원은 205명으로 변동이 없고, 증가는 일반 반도체 학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입시 경쟁이 두 갈래로 나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취업이 연계된 계약학과의 초고득점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반도체 학과를 통한 첨단산업 진입 경쟁이다. 계약학과는 취업 안정성이 강점이고, 일반 반도체 학과는 특정 기업에 묶이지 않고 진로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대 독주 시대의 균열…핵심은 ‘지속 가능한 선택지’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약진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겪어온 의대 쏠림 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상위권 인재가 산업 현장으로 향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수출과 제조업의 핵심 축이다. 인재가 모이지 않으면 기술 초격차도, 공급망 주도권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입시 합격선 상승만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계약학과를 선택한 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과정, 연구 환경, 직무 배치, 장기 경력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대기업 취업 보장이 단기 유인이라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 역량은 장기 유인이다. 이번 정시 결과는 수험생들이 더 이상 대학 간판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제 ‘어느 대학이냐’와 함께 ‘어떤 산업으로 가느냐’, ‘졸업 후 어떤 경로가 열리느냐’를 따진다. 의대 일변도였던 자연계 입시가 산업과 노동시장 변화에 반응하기 시작한 셈이다. 한 입시컨설팅 관계자는 “입시 판도 변화의 본질은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지방의대보다 높았다는 한 줄의 숫자에만 있지 않다”며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와 청년 세대의 안정 욕구가 한 지점에서 만났다는 데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부상은 최상위권 인재 시장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지만 그 파장은 대학, 기업, 지역, 의료정책, 산업전략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6-06-21 12: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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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 돌파 이후…'1만피'는 통과점인가, 과열의 경고인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의 다음 고지가 어디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8000’은 상징적 목표였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과 외국인 매수세가 겹치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미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향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8일 9063.84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9100선도 돌파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9300선까지 넘어서며 랠리의 속도를 더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이익 모멘텀, 기업 실적 전망 상향, 외국인 자금 유입을 근거로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계론도 동시에 나온다. 금리 인상 가능성, 유가와 환율 변동,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언제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 9000 돌파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인지, 유동성과 반도체 랠리가 만든 단기 과열인지에 대한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이익 전망이 지수 상단을 다시 열었다 이번 코스피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 서버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800에서 1만1500으로 올려 잡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익 모멘텀 강화와 실적 전망 상향 조정 흐름이 코스피 상승 여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꺾이기 전까지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특히 반도체 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6%,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까지 감안하면 향후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했다. 올해 코스피가 이미 큰 폭으로 올랐지만 기업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시장이 메모리 호황의 지속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1만1000, DB증권은 1만1700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과 IBK투자증권도 강세 시나리오에서 1만2000선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가의 공통된 논리는 명확하다. 코스피 상승의 핵심은 유동성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것이다. ◆‘1만피’ 전망의 근거…저평가 해소와 외국인 매수세 코스피 1만선 전망이 힘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거 급등장에 비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수는 급등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반도체주의 선행 PER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코스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면서 한국 증시가 아시아 시장 내 핵심 투자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과거와 다른 재평가 국면이 열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 실적 개선이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력기기, 조선, 방산, 금융,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도 이익 전망 상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가 지수를 끌고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반의 이익 체력이 함께 개선된다면 코스피 1만선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코스피 9000 돌파 이후 시장의 관심은 이제 지수 레벨보다 이익 전망의 지속성에 있다”며 “반도체 이익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다면 1만선 돌파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열 경고도 커진다…반도체 쏠림과 금리 변수는 부담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기술적 과열 부담은 커졌다. 8000선 돌파 이후 9000선 안착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특히 지수 상승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만큼 특정 업종 조정이 곧바로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변수도 부담이다. 주가 상승 속도가 실물경제 개선 속도보다 빠를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 경계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버티거나 유가가 재차 상승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성장주와 고밸류 업종의 조정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도 변수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출기업의 이익 전망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 수입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 논란이다. 현재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가 실적 전망을 밀어올리고 있지만, 공급 증가나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은 빠르게 선반영에 나설 수 있다. 코스피 랠리의 핵심 엔진이 반도체인 만큼,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지수 전망도 동시에 조정될 수 있다. ◆코스피 1만 시대의 조건…실적·제도·수급의 삼박자 필요 향후 코스피가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실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상향이 계속되고, 비반도체 업종으로 실적 개선이 확산돼야 한다. 지수 상승이 소수 대형주에만 의존할 경우 랠리의 지속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제도 개혁이다. 코스피가 구조적으로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적이 좋아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작다면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수급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장기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단기 테마성 매수만으로는 1만선 안착이 어렵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장기 투자자 기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코스피 9000 돌파는 끝이 아니라 시험대”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증시를 새로운 고지로 밀어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1만피와 1만2000피가 현실이 되려면 이익 증가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돼야 하고,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 밖으로 확산돼야 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26-06-19 0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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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란 재건기금, 한국 외교의 새 시험대다
전쟁은 끝나는 순간에도 계산서를 남긴다. 폭격은 군사작전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그 뒤처리는 언제나 경제의 언어로 돌아온다. 유가, 해상운임, 보험료, 환율, 재건비, 동맹 분담금. 총성이 멎은 뒤 세계가 마주하는 것은 평화의 감격만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낼 것인가라는 차가운 질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로 하면서 중동 정세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이란 원유 수출 관련 제재 완화, 동결자금 접근, 핵 프로그램 후속 협상 등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러나 진짜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이란 재건기금이다. 이 MOU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외신에선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문제는 명분이다.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쪽은 미국이었다. 그런데 전쟁의 뒷수습 비용은 다른 나라와 기업의 지갑으로 충당되는 모양새가 된다면 이는 재건기금이 아니라 우회 배상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란 측에서 ‘배상이라는 단어가 없을 뿐 재건은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정부 돈이 아니라 민간 투자’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민간 투자는 때로 외교 압박의 부드러운 이름이 된다. 특히 제재 해제, 금융거래 허가, 원유 수출 정상화가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한국 외교가 곤란해지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다. 동시에 원유 수입국이고, 중동 해상교통로에 생명줄을 걸고 있는 통상국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에 단순한 해상로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의 목줄이다. 중동 전쟁이 확산될 때마다 한국의 물가와 무역수지는 흔들렸다. 따라서 이란과의 긴장 완화, 해상교통 정상화, 원유 공급 안정은 한국에도 분명한 이익이다. 문제는 그 이익이 곧바로 3000억 달러 재건기금 참여의 명분으로 이어지는가다. 한국은 신중해야 한다. 평화 비용과 전쟁 비용은 다르다. 국제사회의 안정 회복을 위한 인도적 지원, 에너지 인프라 복구, 민간 기업의 정상적 수주 참여는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만든 전쟁의 정치적 부담을 동맹국 재정이나 한국 기업의 투자 리스크로 떠넘기는 구조라면 선을 그어야 한다. 동맹은 공동의 안보를 위한 장치이지 일방의 전략 실패를 비용으로 보전해주는 수표책이 아니다. 더구나 이란 재건기금은 아직 최종 합의의 산물이 아니다. MOU는 60일 협상 기간을 전제로 한 중간 합의에 가깝다. 핵 프로그램의 향방, 제재 해제의 순서, 동결자금의 사용, 호르무즈 해협의 장래 관리 방식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협상이 틀어지면 미국은 다시 군사적 압박을 꺼낼 수 있고, 이란은 해협을 또다시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재건기금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은 외교적 선의가 아니라 전략적 조급증이 될 수 있다. 고전 <논어>에는 “이익을 보고도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이익을 보되, 그것이 마땅한 길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 재건 사업에는 분명 경제적 기회가 있다. 건설, 플랜트, 에너지, 금융, 물류,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기회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덮어서는 안 된다.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시장,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국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에 들어가는 일은 기업에도 국가에도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세워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정부 재정 투입은 국민적 동의와 국회 검토 없이 추진돼선 안 된다. 둘째, 민간 기업 참여는 철저히 자율과 수익성, 제재 리스크 검토를 전제로 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동맹 압박이 있더라도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기업 이익, 국제법적 정당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넷째, 재건기금이 사실상 전쟁 배상금 성격을 띤다면 한국은 그 부담 주체가 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중동 뉴스가 아니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한국에 던지는 또 하나의 청구서다. 방위비, 관세, 반도체, 조선, 에너지에 이어 이제는 중동 재건 비용까지 동맹의 이름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한국 외교는 더 이상 ‘미국이 요구하면 검토한다’는 수동적 태도로 버티기 어렵다.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이름으로 국익 계산을 포기하는 순간, 외교는 전략이 아니라 추종이 된다. 이란의 재건은 필요하다. 전쟁 피해를 입은 민간과 산업 인프라를 복구하는 일은 국제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전쟁을 멈추는 것과 전쟁의 비용을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은 평화에는 기여하되, 책임의 범위는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계산서가 한국의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이란 재건기금 논란 앞에서 한국 외교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이다.
2026-06-18 16:5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