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암세포'가 삼중음성유방암(TNBC) 환자에게 어떤 항암제가 효과적일지 미리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저우 웨스트레이크대 연구진이 지난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삼중음성유방암(TNBC) '가상 세포 모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모델의 정교함 자체보다 실험실 세포주를 넘어 실제 환자 생검 조직에서까지 예측이 들어맞았다는 데 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지만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수용체와 성장 조절 단백질 수용체가 모두 없어 호르몬요법이나 표적치료가 통하지 않는다. 그만큼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이 듣는지'를 알아내기가 어려운 암종이었다. 연구진이 굳이 이 암종을 첫 임상 검증 대상으로 택한 것도 예측 모델의 효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나온 AI 기반 in silico(컴퓨터 시뮬레이션) 신약 개발 도구들은 대체로 시계열 섭동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예측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모델을 만들면서 유방암 세포주 18종(이 중 16종이 TNBC)에서 얻은 단백질 측정값 3800만개 이상과 FDA 승인 항암제 63종·조합 59가지에 대한 반응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세포가 다양한 자극에 '조건부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모델링한 것이 핵심이다.
그 결과 세포주뿐 아니라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실제 생검 시료로까지 확장 적용되는 범용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티안난 궈 박사가 "가상 세포 모델이 임상 환경에서 시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단순한 자평이 아니다.
그간 가상 세포 모델은 대부분 세포주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실제 환자 조직에서 예측이 들어맞아야만 임상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도구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번 연구는 그 문턱을 처음 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궈 박사가 이 모델을 "세포 행동 전반을 포괄하기보다 TNBC 치료제 개발이라는 구체적 목표"에 맞췄다고 설명한 것도 범용 AI보다 좁고 깊게 파고드는 것이 임상 적용의 현실적 경로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 모델은 스스로 밝혔듯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다. 예측이 실제 환자 치료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전향적 임상시험을 거쳐야 확인된다. 최근 각광받는 면역항암요법 관련 데이터도 이번 모델 학습에는 포함되지 않아 연구팀은 이를 추가해 성능을 높이는 후속 작업을 예고했다. 약물 효능·시너지 예측부터 내성 관련 단백질 탐색, 환자 반응 분류까지 이 모델이 노리는 활용처는 넓지만 그 폭만큼 검증해야 할 구간도 길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AI가 신약 후보물질을 '골라내는' 단계를 넘어 '누구에게 어떤 약이 들을지' 판단하는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단과 처방을 잇는 정밀의료의 다음 단계가 어디로 향할지, 후속 임상 결과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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