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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잡은 김민석…'명심·확장·2순위표'가 만든 승리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며 선호투표까지 간 끝에 54.08%를 얻으며 45.92%에 그친 정청래 후보를 꺾었다. 최고위원에는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후보가 선출됐다. 이 가운데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은 친정청래계, 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두 진영이 이제 하나의 지도부 안에서 공존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전당대회를 단순한 김 대표 개인의 승리로만 볼 수는 없다. 당정 관계를 둘러싼 노선 경쟁, 이재명 대통령과의 거리, 정청래 전 대표를 둘러싼 평가, 친명·친청 간 계파전, 지역별 당심과 세대별 선호, 선호투표제에서 나타난 ‘2순위 확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 역시 승리보다 ‘정부의 성공’과 ‘통합’이었다. 그는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 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뛸 것”이라며 “당청의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인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민석 체제’가 어디를 향할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심’만으로 이긴 선거 아니었다…지역서 버티고 2순위까지 넓혔다 김 대표의 선거전략은 비교적 명확했다. 첫 번째 축은 ‘당정 일치’였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부 운영을 가장 잘 이해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친명 후보가 아니라 정부와 당 사이를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집권당형 대표’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반대편에 선 정 후보는 강한 개혁성과 당 정체성을 앞세웠다. 검찰개혁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원하는 선명한 의제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강한 민주당’을 강조했다. 결국 두 후보의 대결은 ‘안정적 당정 운영’과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가운데 당원들이 무엇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의 싸움으로 흘렀다. 김 대표의 두 번째 전략은 지역별 ‘승리’보다 ‘손실 최소화’였다. 초반 순회경선부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충청권에서는 김 후보 45.05%, 정 후보 44.61%로 불과 0.44%포인트 차였다. 사실상 초접전이었다. 부울경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가 46.65%, 김 대표가 43.85%로 앞섰다. 1주차 누적에서도 정 후보 45.51%, 김 대표 44.52%로 정 후보가 근소하게 우세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초반에 승부를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전체 권리당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남과 수도권까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불리한 지역에서 크게 지지 않고, 우호적인 지역에서 격차를 벌리는 방식이다. 특히 호남에서는 김 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여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 정치에 몸담아 온 경력과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라는 상징성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세대별 흐름에서도 김 대표의 강점은 핵심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적 이미지 사이에 있었다. 전당대회 직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김 대표는 40·50대에서 비교적 높은 선호를 보였다. 반면 20·30대에서는 특정 후보로의 강한 쏠림보다 유보층이 많아 세대별 표심을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양상이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김 대표의 승리를 단순히 특정 연령층이 만들어냈다고 해석하기보다는 핵심 당원층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유권자층에서 거부감을 낮춘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했다. 세 번째 결정적 변수는 선호투표제였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후보들의 2순위 선호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최종 승자가 결정됐다. 여기서 김 대표의 ‘확장성’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송영길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2순위 후보로 김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김 대표와 송 후보는 모두 큰 틀에서는 이재명 정부 성공과 당정 협력을 강조했고, 정 후보와는 차별화된 선택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누가 가장 강한 1순위 지지층을 확보했는가’에서 끝나지 않았다. 탈락한 후보의 지지자를 누가 더 많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느냐가 최종 승패를 갈랐다. 김 대표의 54.08%라는 최종 득표율에는 이 같은 2순위 확장 전략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청대전’ 끝낼 수 있나…수락연설부터 통합 메시지 하지만 김 대표 체제의 진짜 승부는 전당대회 이후다. 이번 경선은 정책 경쟁 못지않게 계파 대결이 거칠었다. 김 대표 측은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불거졌던 당정 간 긴장과 ‘자기 정치’ 논란을 부각하며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정 후보 측에서는 김 대표의 과거 정치 행적과 탈당 전력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후보 간 논쟁은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로까지 번지면서 친명과 친청의 사실상 ‘팀 대결’ 양상을 보였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그 갈등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민희·이성윤·한민수 등 친청계로 분류되는 인사 3명이 지도부에 입성했고, 박선원·서미화 등 친명계 2명이 함께 선출됐다.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장악할 수 없는 구조다. 반대로 보면 계파 통합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구성이기도 하다. 김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직후부터 경쟁자와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낙선한) 정청래·송영길 후보와도 함께 뛸 것”이라며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열고 함께 모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어려운 당내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를 동지들과 함께, 신임 지도부와 함께 반드시 돌파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메시지다. 이제 김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를 지도부 운영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지도부 인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친명계만을 전진 배치한다면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갈등이 최고위원회의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친청계 최고위원들에게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정청래·송영길 후보까지 당 운영에 참여시킨다면 이번 전대를 계파 경쟁의 정점이 아닌 종착점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명청대전의 종식’을 주장했던 만큼 이제 그 책임도 고스란히 김 대표에게 돌아왔다. 수락연설에서 제시한 당청관계의 개념 역시 주목된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관계를 단순한 수직적 관계가 아닌 “전면 협력의 창조적인 수평 관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직언하고, 방패가 되고, 민심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 일치를 주장하면서도 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추인하는 정당에 머무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방패’는 정부를 외부 정치공세로부터 지키겠다는 의미이고, ‘직언’과 ‘민심의 창구’는 국민 여론을 대통령과 정부에 전달하는 집권여당의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민석식 당정관계의 성패는 이 세 가지 기능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를 보호하는 역할만 커지면 여당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차별화만 강조하면 다시 당정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ABC 플랜’ 즉각 가동…민주당을 ‘생활 책임 정당’으로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당 운영의 방향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한 ‘ABC 플랜’을 즉각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핵심은 민주당의 정치 의제를 거대 담론에서 국민의 일상으로 더 깊숙이 옮기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먹고사는 민생 정치, 생활비 정치, 크고 넓은 덧셈 정치, 확장 정치, 유능한 민생 중심 다수 정당인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민주당은 역사정당, 민주 정당을 넘어 국민의 삶에 대한 책임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기간 내세웠던 ‘민생·실용·확장’ 전략을 당대표 취임과 동시에 실제 당 운영 원칙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안정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념이나 계파보다 물가와 주거, 일자리, 생활비처럼 국민의 일상과 맞닿은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중도층까지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덧셈 정치’와 ‘확장 정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상대 진영의 문제점을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표가 된 순간부터는 자신을 찍지 않은 당원과 중도 유권자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김 대표의 선거전략이 2순위 표까지 확보하는 ‘확장’에 있었다면, 당 운영에서도 같은 전략을 적용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친명과 친청을 하나의 지도부로 묶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하고, 민주당의 정치적 의제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로 이동시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선거에서 ‘당정 일치’를 내세워 승리했다. 수락연설에서는 여기에 직언·방패·민심, 그리고 통합·민생·확장을 더했다.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했던 것은 경쟁력이었다면, 집권당 대표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정력이다. 친명과 친청, 당과 대통령실, 강성 당원과 중도층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김민석 체제의 성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2026-08-17 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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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민주당 새 대표 선출…'명청대전' 끝내고 당정 원팀 세울까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서 물러나 당으로 돌아온 지 한 달 반 만에 집권여당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경선 과정에서 정청래 전 대표 측과 김 대표 측이 이른바 ‘친청(친정청래) 대 친명(친이재명)’ 구도로 격하게 충돌했던 만큼 새 지도부의 첫 시험대는 승리의 여세보다 갈라진 당을 얼마나 빠르게 다시 묶어내느냐가 될 전망이다. 또한 최근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는 국정 동력을 살려야 하는 중책도 함께 맡게 됐다. 민주당은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를 열고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 가운데 김 후보를 신임 당대표로 선택했다. 민주당은 이번 전대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고, 당대표 선거에는 선호투표제를 적용했다. 이번 전대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중치를 사실상 없앤 1인1표제가 적용된 첫 정기 전당대회이기도 하다. 앞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선호투표를 통한 결선투표가 진행된 끝에 김 대표는 최종 득표율 54.08%를 얻어 정 후보(45.92%)를 꺾고 승리했다. 선호투표제는 선호도에 따라 1∼3순위 후보를 명기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하위 득표자를 1순위로 투표한 유권자의 2순위 후보를 합산해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함께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의원이 새로운 지도부로 당선됐다. 본선에는 이들을 포함해 김용·김영호·임미애 후보까지 모두 8명이 올라 5개의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본선 초반부터 최고위원 경쟁 역시 친명·친청 진영 간 세 대결 양상으로 전개됐다. ‘DJ 키즈’에서 초대 총리 거쳐 당대표까지 김 대표는 민주당 정치사에서 부침이 특히 컸던 정치인 중 한 명이다. 1964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낸 86세대 운동권 출신이다. 1990년 정계에 입문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이른바 ‘DJ 키즈’의 대표 주자로 성장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32세의 나이로 당선돼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에 이름을 올렸고, 16대 총선에서도 승리했다. 현재까지 15·16·21·22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의원이다. 정치 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2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고, 같은 해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 대신 정몽준 후보 측으로 이동한 이른바 ‘후단협’ 사태는 이후 오랫동안 정치적 부담으로 따라다녔다. 김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사과했다. 국회를 떠난 뒤 긴 정치적 공백을 겪은 그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영등포을에 당선되며 18년 만에 국회로 복귀했다. 정치적 재기의 결정적인 계기는 이 대통령과의 결합이었다. 김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국무총리에 올라 2025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간 내각을 이끌었다. 총리직을 떠나는 자리에서는 “새 정부 출범 당일 지명돼 1년의 임무를 마쳤다”며 당과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당정 일치’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핵심 구호로 내걸었다. 이번 당대표 선출은 1990년 정계 입문 이후 36년, 첫 국회의원 당선 이후 30년 만에 집권여당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오른다는 의미도 있다.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된 적은 있지만 당대표로 당을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 앞에는 2028년 총선이라는 더 큰 정치 일정도 놓여 있다.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당대표의 권한은 단순한 당무 관리를 넘어 향후 여권의 권력 지형과도 직결된다. ‘반명’ ‘자기 정치’까지 등장한 경선…승자보다 봉합이 중요 문제는 경선 과정에서 생긴 상처다. 이번 전당대회는 정책과 노선 경쟁 못지않게 ‘친명 대 친청’이라는 계파 구도가 강하게 작동했다. 김 대표 측과 정청래 후보 측 최고위원 후보들이 사실상 팀을 이뤄 움직이면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가 하나의 ‘팀전’처럼 전개됐다. 김 대표는 경선 초반부터 정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첫 합동연설회에서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며 “자기 정치와 사당화로 당정 갈등을 일으키는 당대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가 이재명 정부와 엇박자를 냈다는 프레임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정 후보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 후보와 친청계 후보들은 김 대표의 과거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김 대표가 제기한 ‘신천지의 전당대회 개입 가능성’을 두고서도 친청계는 근거를 제시하라며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고, 친명계는 특정 종교집단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섰다. 공방은 ‘누가 진짜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는가’라는 경쟁으로까지 번졌다. 김 대표는 정 후보 측을 향해 반명 세력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정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을 지켜왔다며 맞섰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당정 엇박자”와 “자기 정치”, “반명 프레임”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때문에 김 대표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도 당내 통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에서 승리한 친명 진영이 당직과 의사결정 구조까지 독점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경우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계파 갈등이 오히려 장기화할 수 있다”며 “반대로 정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을 지도부 운영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경선에서 나온 공격적 표현을 더 이상 소환하지 않는다면 이번 전대를 계기로 계파 갈등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최고위원 지도부에는 친명계와 친청계로 분류된 인사들이 골고루 들어간 만큼 지도부 자체가 두 진영의 공존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가 후보 시절 스스로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만큼 이제는 그 말을 당 운영으로 증명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이 과정에서 ‘당정 일치’ 역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주요 국정과제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은 국정 추진력을 높일 수 있지만, 여당이 대통령실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는 데 머물 경우 민심을 전달하고 정책을 조정해야 할 집권당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강조해 온 ‘당정 원팀’을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민심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필요한 정책 조정을 이끌어내는 관계로 설계할 수 있느냐가 리더십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李대통령이 강조했던 ‘경쟁 뒤 역량 확대’…이제 김민석의 숙제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당권 경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경쟁을 통한 전체 진영의 성장’을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전당대회를 언급하며 “능력 있는 많은 분이 경쟁했으면 좋겠다”, “진영 전체 역량이 커졌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참석자들은 이를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강조한 원론적 발언으로 설명했다. 김 대표를 향해서는 총리 퇴임을 앞둔 지난 6월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민석 당시 총리를 두고 “단기간 내에 구체적 성과를 많이 낸 내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해줬다”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총리의 당 복귀와 당권 도전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이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당내에서 ‘친명’과 ‘친청’, ‘명청대결’이라는 표현이 확산됐을 때도 공개적으로 경계한 바 있다. 지난 1월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는 ‘반명’, ‘명청 대결’ 등 표현을 거론하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현장의 민심과 세상 이야기를 당 지도부를 통해 자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통령의 기존 메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특정 계파의 승리보다 경쟁 이후의 통합과 여당의 역량 강화에 가깝다. 전당대회는 김 대표의 승리로 끝났지만 정치적으로 더 어려운 승부는 이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친명·친청 세력을 다시 묶고, 대통령실과 긴밀하게 호흡하면서도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며, 2028년 총선을 준비할 수 있는 확장성을 보여줘야 한다. ‘명청대전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던 김 대표가 실제로 민주당의 계파전을 끝내고 집권 2년차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새 지도부의 첫 시험대가 됐다.
2026-08-17 19: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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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막판 표심전…김민석·정청래·송영길 '안정·단결·변화' 호소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17일 대전에서 진행된 가운데 김민석·정청래·송영길 당대표 후보가 마지막 표심 잡기에 나섰다. 세 후보는 각각 당의 안정과 내부 단결, 변화 필요성을 내세우며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대의원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가 끝난 뒤 이날 대의원 투표와 앞서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새 당대표를 확정할 예정이다. 행사장에는 대의원과 당원 등 1만여명(당 추산)이 모였다. 김민석 후보는 '안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과 정부, 당정 관계가 흔들려선 안 된다며 과반 지지를 요청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흔들리고, 정부가 흔들리고, 당정 관계가 흔들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흔들릴까 봐 우리는 절박하다"며 "안정적인 과반으로 당을 확고하게 안정시키는 한 표를 행사해달라"고 말했다. 당원 자격 문제도 꺼냈다. 그는 "진정한 당원 주권 시대를 위해 가짜 당원의 경선 농단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필요하면 신천지·통일교 특검도 도입될 것이고 당은 순수한 민주적 정치 결사로 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후보는 자신의 대표 임기 동안 이뤄낸 입법·개혁 성과를 강조하면서 당내 분열을 경계했다. 정 후보는 "대표 임기 동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 1000건 넘고, 검찰·사법 개혁 등 많은 것을 했다"며 "당·정·청이 엇박자였으면 이룩하지 못할 성과였다"고 말했다. 이어 "반명이라 안 되고, 분열주의자니까 안 되고, 신천지니까 안 된다면서 차 떼고 포 떼고 총선 승리는 어떻게 하려 하나"라며 "우리부터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후보는 정 후보와 차별화하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검찰개혁을 거듭 강조하는 정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송 후보는 "검찰개혁이 끝났다니까 왜 해장국을 계속 끓이려 하냐"며 "정 후보와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데 왜 또 시키려고 그러냐"고 말했다. 당대표 경선 못지않게 최고위원 선거도 막판 경쟁이 거세졌다. 임미애·김영호 의원이 전날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김용 후보 지지를 호소한 것을 두고 친명계와 친정청래계 후보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특히 당원투표에서 13%대 득표율로 5위권을 다투는 이성윤·한민수·김용 후보 간 공방이 두드러졌다. 이성윤 후보는 후보 2명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한 것을 두고 "야합 정치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 후보와 함께 검찰·법원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한민수 후보도 사퇴 직후 특정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문자가 발송된 점을 문제 삼으며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김용 후보는 "계파 정치에서 김용을 구하고자 어제 사퇴한 두 동지의 짐을 모두 안겠다"며 "김용이 임미애가 되고, 김용이 김영호가 되겠다"고 맞받았다. 행사장에서는 한때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행사 도중 한 남성이 방송 장비 등이 설치된 철제 구조물 위로 올라가면서 전당대회가 잠시 중단됐다. 현장에는 추락 사고에 대비한 공기안전매트가 설치됐다. 해당 남성은 경찰과 소방대원의 설득 끝에 구조물에서 내려왔고 이후 행사는 재개됐다.
2026-08-17 17: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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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안 물폭탄에 산사태·침수 속출…거제·통영 강수량 역대 최고
광복절 연휴 경남 남해안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침수, 도로 유실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거제와 통영에서는 기상관측 이후 가장 많은 1시간 강수량이 기록됐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거제에는 이날 오전 1시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의 비가 내렸다. 이는 지난 1972년 1월 거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시간 강수량 기준 역대 최고치다. 통영에서도 오전 5시11분부터 1시간 동안 97.4㎜가 쏟아졌다. 지난 1968년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많은 1시간 강수량이다.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810.2㎜, 통영 678.9㎜로 집계됐다. 평년 여름철 강수량이 거제 935.1㎜, 통영 728.8㎜인 점을 고려하면 사흘 만에 여름 한철 강수량의 약 90%가 집중된 셈이다. 같은 기간 사천 삼천포에는 353.5㎜, 고성에는 334.0㎜의 비가 내렸다. 기록적 폭우에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42분께 거제시 옥포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아파트를 덮치면서 1층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오전 5시3분께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도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으로 밀려들었다. 주민 1명은 하반신이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립 사고도 잇따랐다. 거제시 양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 침수로 주민 3명이 고립됐다가 탈출했다. 연초면 한 도로에서는 토사에 발이 빠진 시민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했다.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거제 △고현동 △수월동 △옥포동 △일운면 △둔덕면 등에서는 침수된 주택과 차량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거제에서는 주택과 차량 침수 등으로 고립된 주민 154명이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집중호우로 거제와 통영, 사천에서는 주민 165명이 주민자치센터와 마을회관,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99명은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재산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거제에서는 건물과 점포가 침수되고 일부 점포 유리창이 파손됐다. 강한 물살에 도로 아스팔트가 뜯기는 등 도로 유실 피해도 이어졌다. 거제와 통영, 고성 등 6개 시·군에서는 포트홀을 비롯한 도로 피해 12건이 파악됐다. 추가 신고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거제 장승포·고현·연초 일대 약 1500세대와 통영 산양읍·한산면 일대 약 530세대에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주요 도로와 터미널 침수로 거제와 통영, 고성 일부 지역에서는 시내·시외버스, 택시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거제와 통영의 교육시설 12곳에서도 침수 피해가 확인됐다. 부산과 경남을 합친 시설물 피해 신고는 600건을 넘어섰다. 집계된 603건 가운데 도로 장애가 3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 침수 208건, 토사·낙석 30건, 수목 전도 등 기타 피해가 33건이었다. 호우 여파로 해상과 국립공원 통제도 이어졌다. 울릉~독도, 묵호~울릉 등 3개 항로에서 여객선 3척의 운항이 통제됐고 금정산과 지리산 등 5개 국립공원 299개 구간의 출입이 제한됐다. 경남도는 18개 전 시·군에 추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고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정부도 피해지역 복구 지원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피해지역에 특별교부세 30억원과 재난구호사업비 4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파손된 도로와 하천의 응급복구 △이재민 구호 △피해 주민의 긴급 생활안정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2026-08-17 14: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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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낙인 찍나"…AI 워터마크, '투명성'인가 '감시'인가
“내가 직접 쓴 글인데 인공지능(AI)이 일부 손봤다는 이유만으로 AI 글로 분류되는 것 아닌가.” 생성형 AI를 업무와 학업에 활용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사의 AI 서비스 ‘클로드(Claude)’가 생성한 텍스트에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식별 패턴을 넣기 시작하면서다.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이 기술이 앞으로 AI 콘텐츠의 ‘신분증’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AI 생성 여부는 별도의 탐지 프로그램을 통해 추정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AI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순간부터 식별 정보가 함께 따라붙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2일부터 새로 출시되는 클로드 모델의 텍스트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 모델에도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며,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전 세계 서비스에 적용한다.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클로드 코드 등 개발자용 서비스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 왜 갑자기 AI 글에 ‘도장’을 찍나 출발점은 유럽연합의 ‘AI법(EU AI Act·유럽연합 인공지능법)’이다. EU AI법 제50조는 AI로 생성된 콘텐츠가 사람이나 다른 콘텐츠인 것처럼 오인되지 않도록 AI 생성·변조 콘텐츠를 기계가 식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투명성 의무를 담고 있다. 이 규정은 지난 2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허위정보나 사칭 등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정보의 출처를 보다 명확하게 하려는 취지다. 다만 EU가 특정한 하나의 ‘워터마크’ 기술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다. 워터마크나 메타데이터, 콘텐츠 출처 인증 등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활용해 AI 생성 여부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앤트로픽은 이 가운데 텍스트 자체에 보이지 않는 통계적 패턴을 심는 방식을 선택했다. 앤트로픽이 이를 전 세계에 적용한 것은 유럽과 비유럽 지역의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하기보다 하나의 모델과 시스템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데 어떻게 찾나 앤트로픽이 사용하는 방식은 글에 ‘AI 작성’이라는 문구를 붙이는 기존의 표시와 다르다. AI가 문장을 생성할 때 특정 단어나 토큰(인공지능이 문장을 생성할 때 사용하는 최소 단위)의 선택 확률을 미세하게 조정해 통계적인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사람 눈에는 일반적인 문장과 차이가 없지만 별도의 탐지 기술을 이용하면 해당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SynthID Text(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식별하는 기술)’와 같은 방식이 대표적이다. AI가 다음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에 일정한 패턴을 남겨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기술을 ‘완벽한 AI 탐지기’로 봐서는 안 된다. 워터마크가 발견됐다고 해서 글 전체를 AI가 작성했다는 뜻은 아니며, 반대로 워터마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이 100% 작성했다는 의미도 아니다. 앤트로픽 역시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 “내가 쓴 글인데 왜 AI 글인가” 이용자들의 반발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AI에게 글 전체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쓴 글의 오탈자를 수정하거나 문장을 다듬고, 번역하거나 일부 표현을 고치는 데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 등에서는 앤트로픽의 발표 이후 “AI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AI가 글의 저자라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일부 유료 이용자는 구독 취소를 거론했고, 실제로 다른 AI 서비스로 옮기겠다는 이용자도 나타났다. 반면 AI 사용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조치라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학교와 직장이다. 대학이 과제물의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기업이 업무 결과물의 AI 사용 여부를 관리할 경우 워터마크가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이에 대해 워터마크가 ‘저자’를 증명하는 기술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람이 작성한 글을 일부만 가볍게 수정하거나 AI가 작성한 글을 사람이 크게 다시 작성하는 경우에는 식별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AI 표시”와 “AI 낙인” 사이 문제는 AI 활용 방식이 이미 ‘AI가 쓴 글’과 ‘사람이 쓴 글’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고 AI에게 초안을 만들게 한 뒤 다시 사람이 고칠 수도 있고, 사람이 작성한 글을 AI가 교정할 수도 있다. 번역과 요약, 자료 정리처럼 인간의 작업을 보조하는 용도로 AI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워터마크 하나만으로 이 과정을 모두 ‘AI 콘텐츠’로 묶어버리면 실제 창작 과정과 다른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AI 사용 여부와 부정행위 여부, 저작권 침해 여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워터마크의 실효성도 논쟁거리다. 가벼운 편집이나 복사·붙여넣기에도 일부 흔적이 남도록 설계됐지만, 대규모 재작성이나 번역 등을 거치면 식별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미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워터마크를 우회하거나 탐지를 어렵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자들 역시 텍스트 워터마크의 견고성과 탐지 정확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워터마크를 심는 AI’와 ‘워터마크를 지우는 기술’의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클로드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 앤트로픽의 결정은 특정 서비스의 기능 변경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U AI법의 투명성 의무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는 AI 시스템 전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도 AI 생성 콘텐츠의 표시와 식별을 위한 실천강령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주요 AI 기업들이 비슷한 기술을 도입할 경우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생성 과정에서부터 디지털 흔적이 남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그 흔적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다. 학교가 워터마크를 이유로 과제를 일괄적으로 부정행위로 판단하거나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AI 사용 여부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면 기술의 본래 취지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I 워터마크 논쟁의 본질은 결국 ‘AI를 표시할 것인가’가 아니다. AI가 어디까지 개입했을 때 그것을 AI 콘텐츠라고 부를 것인가에 있다. AI가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는 단계를 넘어 인간과 함께 결과물을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AI 사용’과 ‘AI 작성’을 같은 의미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식별 기술이 사회적 기준보다 앞서가면 투명성을 위한 표시가 또 다른 낙인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AI 워터마크가 신뢰를 높이는 ‘디지털 출처 표시’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AI를 사용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새로운 꼬리표가 될지는 기술보다 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사회의 기준에 달려 있다.
2026-08-17 13: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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