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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민 실망에 책임 인정…검찰개혁 완수·집값 안정 약속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 등으로 나타난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민생 개선과 개혁 완수, 국민 통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연임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난 472일간 경제·사회·외교·안보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숙고와 성찰 끝에 내린 결론으로 "언제나 국민이 옳다"는 생각을 제시하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산적한 국정 과제를 처리하는 데 마음이 앞서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정책의 당위성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을 통해 결과를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민생과 개혁, 통합에 수반되는 갈등과 고통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거둔 성과와 국민의 성원 속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는 반성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국민을 더욱 섬기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고 세심하고 치열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특히 경제지표 개선이 국민의 실제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에 주력하는 동안 국민이 느끼는 생활의 어려움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며 "성장을 회복하는 일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 모두 중요한 국정 과제인 만큼, 앞으로는 성장 못지않게 민생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뿐 아니라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게 돌아가는지도 중요한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소득 지원이나 재정 확대 방안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개혁의 가치 유지하면서 추진 방식 재점검…검찰 수사권 분리와 경찰 견제 병행 대통령은 국정 운영 과정에 미흡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혁의 목표와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향해 온 사회 개혁의 목표에는 변화가 없고, 지금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로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인 저항을 들었다. 변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의 지지는 분산돼 있는 반면,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은 강하게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저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 대통령의 역량과 책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입장을 설명했다. 강경한 표현과 추진 방식으로 개혁 의지를 부각하다가 오히려 저항을 키우고 정책 실행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의료개혁을 사례로 거론하면서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 없이 사회적 혼란만 초래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조용히 성과를 만들어 국민의 평가를 받는 데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혁의 속도와 통합의 범위를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통합을 강조하면 개혁이 흐려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개혁을 추진하면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는 개혁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고통과 상실감을 줄이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과 존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입장이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분리하는 개혁 과제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검찰개혁의 목적은 수사·소추 기관의 권한이 정치적 수사와 기소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인권과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검찰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보완 장치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경찰개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통합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지향과 개혁의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 출범에 힘을 모았던 사람들이 서로 비난과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개혁과 진보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자신의 책임이 크다며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민생, 개혁, 통합은 결국 하나의 길로 수렴한다"면서, 개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고, 통합은 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토대라는 인식을 제시했다. 집값 안정·행정수도 완성 약속…개헌 추진 속 연임에는 선 긋기 경제 분야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국민 모두가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 집값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지목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성장 동력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국토 균형발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과 규제, 세제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해 정책 추진 과정의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을 경제수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하는 이른바 경제·행정 2수도 체제를 구축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역할 분담을 사례로 제시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만들어진 1987년 헌법이 변화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개헌 과제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국민 기본권 강화, 대통령 권한 일부의 국회·지방정부 분산, 대통령 연임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개헌은 여야 정치권의 합리적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인사권을 포함한 국가권력의 원천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인사 행정과 국가권력을 행사할 때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인사 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단결과 지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되새기며 민생 개선, 개혁 과제 해결, 국민 통합을 위해 국정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6-09-18 11: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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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올리자 국채시장 경고등…통화·재정 따로 볼 때 아니다
[경제일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연 4.090%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경계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들은 17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필요한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장기금리에는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수급과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금융안정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까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리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금리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 전망과 국채 공급, 글로벌 금리,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국채금리 상승이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가계가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계 역시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재정·국채정책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뿐 아니라 국채시장을 통해 금융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재정을 확대할 때 필요한 지출 규모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와 민간 자금조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안정조치도 원인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과도한 시장 쏠림 때문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보다 재정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기관의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결국 하나의 금융시장에서 만난다. 금융시장의 가격은 정책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환율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기업과 가계로 전달된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가격인 동시에 시장이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격이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 국채 수급, 글로벌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단순한 시장의 ‘쏠림’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재정은 재정대로, 통화는 통화대로, 국채는 국채대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얼마를 지출하고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재정과 통화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2026-09-18 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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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안 한 OpenAI도 ETF로 산다…월가, 비상장 AI 투자 장벽 허문다
[경제일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OpenAI와 Anthropic에 개인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서 열렸다. 비상장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기업의 가치 변동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ETF에 편입하는 구조다. 그동안 일부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유니콘 투자가 ETF 시장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상품 경쟁은 물론 국내 ETF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일 본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Yorkville America의 상품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미국 자산운용사 Yorkville America Equities는 지난달 31일 ‘Yorkville America MANGOS Plus Index ETF’를 출시했다. 티커는 ‘FRUT’이며 NYSE Arca와 NYSE Texas에 상장된다. 총보수는 연 0.50%다. 이 상품이 기존 인공지능(AI) ETF와 다른 점은 포트폴리오 안에 비상장 AI 기업인 OpenAI와 Anthropic을 사실상 투자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OpenAI·Anthropic, 주식 대신 파생상품으로 투자 FRUT의 핵심 투자 대상은 Yorkville America가 이른바 ‘MANGO Companies’로 분류한 6개 기업이다. 메타플랫폼스와 엔비디아, 알파벳, SpaceX, OpenAI, Anthropic이다. 여기에 샌디스크와 마벨테크놀로지, 마이크론, 인텔, 델테크놀로지, AMD,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메모리·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7곳을 ‘Parabolic 7’으로 묶었다. 전체 순자산의 최소 80%를 이들 ‘MANGO Plus’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노출하도록 설계했다. 눈에 띄는 것은 OpenAI와 Anthropic을 편입하는 방법이다. 두 회사는 아직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 일반 ETF가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일 수 없다. Yorkville America는 이 문제를 퍼페추얼 선물(perpetual futures)과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우회했다. 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OpenAI와 Anthropic에 대한 경제적 노출을 주로 퍼페추얼 선물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직접 비상장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지만 두 회사 비상장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합산 순자산의 5% 이하로 제한한다. 퍼페추얼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실제 OpenAI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OpenAI의 평가가치 움직임을 반영하도록 계약을 설계하면 가격 상승과 하락에 투자할 수 있다. 상품 출시 자료에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노출을 주로 스왑 계약을 통해 확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수 자체에는 OpenAI와 Anthropic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 ‘OpenAI 주식을 가진 ETF’라기보다 ‘OpenAI 기업가치 움직임에 투자하는 ETF’에 가깝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비상장 유니콘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IPO 기다리지 않는다’…비상장 기업 ETF 시대 열리나 지금까지 개인투자자가 OpenAI나 Anthropic 등 대형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려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나 사모펀드, 특수목적기구(SPV) 등을 이용해야 했다.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고 최소 투자금액도 높은 경우가 많아 일반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ETF가 비상장기업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ETF 한 주를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비상장기업의 가치 상승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미 비상장 AI 기업을 ETF에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EC에는 최근 Anthropic을 기초로 한 Direxion의 일일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신고됐고, Tuttle Capital은 SpaceX와 Anthropic 등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Harbor ETF Trust도 OpenAI와 Anthropic을 각각 테마로 한 ‘AI Lab Ecosystem ETF’를 등록했다. ETF 시장의 경쟁축이 기존 상장주식에서 ‘누가 먼저 유망 비상장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상품화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초 일부 자료에서 비상장기업으로 분류됐던 SpaceX는 현재 상황이 다르다. SpaceX는 올해 6월 IPO를 마쳤기 때문에 현재 FRUT에서는 상장기업으로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상품에서 파생상품을 통한 비상장기업 투자라는 의미가 가장 큰 대상은 OpenAI와 Anthropic이다. ◆트럼프 테마 ETF에서 종합운용사로…12개 상품 추가 예고 FRUT를 출시한 Yorkville America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Truth Social 브랜드를 활용한 ETF를 운용하며 이름을 알렸다. ‘America First’ 투자철학을 앞세워 미국 방산과 에너지, 미국 대표기업 등에 투자하는 ETF를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 테마를 넘어 AI와 디지털자산, 거시경제 등으로 상품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Yorkville America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12개의 ETF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별도계좌(SMA)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거래는 9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SEC에 제출된 자료에는 MANGOS Plus ETF 이외에도 2배 레버리지와 2배 인버스 MANGOS 상품, 프리미엄 인컴 상품, 차세대 메모리 ETF, 우주산업 ETF 등 다수의 상품이 포함돼 있다. Yorkville America가 단순한 ‘트럼프 테마 운용사’에서 종합 ETF 운용사로 외연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격…OpenAI ‘진짜 가치’ 누가 정하나 비상장기업 ETF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위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발견이다. 상장기업은 증권시장에서 매 순간 주가가 형성되지만 OpenAI나 Anthropic 같은 비상장기업은 그렇지 않다. 최근 투자유치 가격이나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기업가치 평가모델 등을 토대로 적정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SEC에 제출된 FRUT 투자설명서도 비상장기업 가격 산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비상장기업은 상장사보다 정보공개 의무가 적고 재무·경영정보도 제한적이어서 실제 IPO나 인수·합병 시 실현되는 가치와 파생상품에 반영된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도 문제다. OpenAI나 Anthropic을 기초로 한 퍼페추얼 선물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거래가 충분하지 않으면 ETF가 원하는 가격에 포지션을 만들거나 청산하기 어렵다. 기초기업의 가치와 파생상품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Yorkville America 역시 투자설명서에서 비상장기업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시장이 기존 상장주식이나 전통적인 선물시장보다 유동성이 낮고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며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 ETF 시장도 ‘비상장 빅테크’ 압력 커질 듯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이번 상품은 관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국내 ETF와 해외 ETF 사이의 상품 규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잇따라 손질하고 있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우량주를 대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의 길을 열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ETF 쏠림을 줄이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OpenAI처럼 공식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해외 비상장기업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국내 ETF가 편입하는 문제는 한 단계 더 복잡하다. 기초자산의 적정가격 산출과 공정가치 평가, 파생상품 거래상대방 위험, 유동성 관리, ETF 기준가격(NAV) 산정 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평가가치와 파생상품 시장가격 간 괴리가 커질 경우 ETF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식 상품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기초자산의 가격 투명성과 파생상품시장 유동성, 공시체계 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비상장기업 투자와 ETF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운용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ETF의 경쟁력은 낮은 보수와 지수 추종 능력에서 갈렸다. 최근에는 레버리지, 커버드콜, 가상자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며 “이제 월가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아직 상장하지 않은 미래의 초대형 기업을 얼마나 빨리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을 시작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OpenAI와 Anthropic이 상장하기 전에 이미 이들의 기업가치를 사고파는 ETF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ETF 시장의 경계가 다시 한번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9-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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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뛰는데 왜 서민 경기는 뛰지 않는가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요즘처럼 반가운 때도 드물다. 수출이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이끌면서 대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월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수출도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7월 수출 역시 988억9000만 달러로 역대 2위였으며 반도체 수출은 410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가 힘차게 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장과 골목의 표정은 그만큼 밝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었다고 말한다. 가계는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생활비에 지갑을 닫고 있다. 수출은 역대급인데 왜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가. 문제는 거시경제 지표와 실물경제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반도체의 선전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4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 전체를 반도체 하나의 성적표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고도의 자동화와 자본집약적 생산구조를 갖고 있어 수출 증가가 고용과 내수 확대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도체 수출이 늘었다고 동네 식당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것도, 대기업의 수출 호황이 청년 일자리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성장의 미스매치’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문제는 성장의 과실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대기업과 첨단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견·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자영업자, 근로자에게 충분히 확산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풍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 호황을 내수 회복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산업의 성과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되도록 공급망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에게도 단기 일자리 숫자보다 AI·반도체·바이오·로봇·에너지 등 미래 산업과 연결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내수와 서비스업을 살리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영업자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임대료와 금융비용 등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구조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관광·문화·의료·콘텐츠·돌봄 등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숫자에 취해서는 안 된다. 수출이 잘된다고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수출 호조의 가치를 깎아내려서도 안 된다. 두 현실을 함께 보는 것이 경제를 제대로 보는 상식이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엔진이고 내수는 그 엔진이 움직이는 도로다. 엔진만 아무리 좋아도 도로가 무너지면 자동차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진짜 경제 회복은 수출 통계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년이 첫 직장을 얻고, 직장인이 월급의 실질가치를 체감하며, 자영업자가 저녁 장사를 걱정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이 내일을 불안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장의 의미가 완성된다. 경제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의 기록을 축하하되 그 기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수출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수출은 잘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경제정책이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경제지표도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성장만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더 넓고 깊게 국민에게 돌아가는 성장, 그것이야말로 진짜 경제성장이다.
2026-08-2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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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상, 물가 잡다 내수를 더 얼려선 안 된다
[경제일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11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데 이어 국내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에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데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취약차주에게 금리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 한국경제는 금리를 올리기에도, 그대로 두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반도체 수출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소비 회복은 더디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의 부실 우려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만 바라보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거시경제 지표는 안정될지 몰라도 내수와 취약 부문의 부담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반대로 가계와 기업 부담만 걱정해 물가 상승 압력을 방치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서민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한국은행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이유다. 최근의 물가 흐름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수 회복과 임금, 서비스 가격 등 국내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면 통화당국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굳어지면 나중에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물가만 잡는 단일 처방전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순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과 기업 대출에 동시에 충격이 전달된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도 폭넓게 살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가계부채다. 한국의 가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에게 추가 금리 인상은 월 원리금 부담 증가로 바로 이어진다. 주거비와 생활물가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다시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연결되고 다시 내수 침체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번진다. 취약차주에 대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금리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 그 과정에서 충격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금리 부담을 겪는 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등 현실적인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자영업자 대책도 단순한 만기 연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에 경기 부진과 고금리가 겹치면서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와 사실상 상환 능력을 잃은 사업자를 구분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상 사업자에게는 금융 지원을 제공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폐업과 재취업, 채무조정을 연결하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 PF도 경계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성이 낮은 개발사업의 금융비용은 커지고 부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부실을 무조건 금융권이 떠안게 하는 것도, 정부가 세금으로 막아주는 것도 답이 아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은 자금이 막혀 쓰러지지 않도록 선별 지원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과 정부 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와 각종 지원책으로 수요를 크게 자극한다면 정책 효과는 상쇄된다.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식이어서는 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진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불안을 막겠다며 대출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특정 계층에 과도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면 시장에는 엇갈린 신호가 간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레버리지를 억제한다는 명확한 원칙 아래 금융·세제·공급 정책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금리 결정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기준으로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경기나 정치적 이유로 금리 결정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책 효과와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 공유와 거시정책 조율은 훨씬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리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추가 인상이 필요하더라도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야 한다. 물가 기대가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소비와 고용,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는 한번 올린 뒤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긴축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과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는 크게 다르다. 평균적인 성장률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면 경제 내부의 양극화를 놓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이른바 '성장의 역설'이다. 수출과 반도체 투자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수요와 물가가 상승해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 금리 인상의 비용은 반도체 대기업보다 대출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성장의 과실과 긴축의 비용이 서로 다른 곳에 집중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으로 경제 전체의 물가를 관리하되 재정과 금융정책은 취약계층에 정밀하게 집중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이자를 대신 내주는 식의 보편적 지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한다. 상환 능력과 소득, 부채 수준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해야 한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가 불안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도 위축된다. 반대로 내수가 무너지면 성장과 고용이 흔들린다.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경제정책의 실력이다. 한국은행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추가 금리 인상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물가와 금융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장이 금리 경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가계와 기업도 대출과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더 큰 불안을 부른다. <논어>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통화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물가를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경제의 약한 고리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원칙을 지키되 금리 인상이 가계와 자영업자, 부동산 PF와 내수에 미칠 충격까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도 중앙은행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는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취약 부문의 충격을 줄일 안전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물가를 잡는 것도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가는 안정됐지만 가계와 자영업자가 먼저 무너지는 정책이라면 성공한 통화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2026-08-12 10: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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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율 43.3%, 민심의 경고음을 들어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3.3%, 부정평가는 53.0%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각각 2.6%포인트(p) 떨어지고 2.5%p 오른 수치다. 긍정평가는 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정치적 사건, 정책 발표 등에 따라 움직인다. 특정 시점의 수치만으로 국정운영 전체를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주 연속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당 폭 앞서기 시작했다면 그 흐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이번 하락세는 단순한 정치적 악재 하나의 결과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과 세제 문제, 사법제도 개편 논란, 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하락폭이 컸고, 연령별로도 60대와 70대 이상, 20대에서 지지율이 내려갔다. 정부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추진 방식이다. 개혁 과제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속도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을 충분한 설명과 조정 없이 밀어붙이면 정책 취지가 옳더라도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목표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제와 대출, 공급 정책이 자주 바뀌면 국민은 정책 방향보다 다음 규제가 무엇일지를 걱정하게 된다. 실수요자와 장기보유자, 청년층이 정책 변화의 부담을 직접 느낀다면 정부가 아무리 선의를 강조해도 정책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권 남용을 막고 수사·기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나 사건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 시스템이다. 집권 2년 차에는 국정운영의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 출범 초기에는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제는 발표한 정책이 국민의 삶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수출이 증가해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고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국민이 느끼는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호황을 맞더라도 내수와 고용, 주거와 물가 부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거시경제 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성과를 만드는 것만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왜 지금 이 정책이 필요한지, 국민이 어떤 부담을 져야 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정책 홍보와 다르다. 반대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정책을 고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 진짜 소통이다.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국민에게 이해를 요구한다면 설명회가 아무리 많아도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중도층과 무당층을 향한 메시지도 중요하다. 모든 정부에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지지층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핵심 지지층만을 더 강하게 결집시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단기적으로 정치적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이 멀어지면 국정운영의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집권당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여당의 책임은 아니다. 민심이 정부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여당이 먼저 경고하고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의 현실성과 충돌할 때는 당 지도부가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우리 편이 얼마나 결집했는가’보다 ‘우리 편이 아니었던 국민을 얼마나 설득했는가’를 국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지지층의 힘으로 이길 수 있지만 국정은 국민 다수의 신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지율 43.3%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음 조사에서 오를 수도 있고 또 내려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주 연속 이어지는 흐름이 보내는 신호다. 국정운영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정책의 비용과 부작용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제와 민생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중도층까지 포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결국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의 한 단면이다. 신뢰는 강한 메시지나 정치적 동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정한 원칙과 일관된 정책, 성과와 책임을 통해 쌓인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다. 남은 임기는 새로운 정책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실제로 바꿨는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을 야당의 공세나 언론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몇 번의 여론조사에 흔들려 국정 방향을 수시로 바꿔서도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심의 경고를 듣되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지지층 결집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 설득이다. 집권 2년 차의 성패는 대통령이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민이 그 정책의 방향과 결과를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8-11 0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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