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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비사업 4곳 심의 통과…노후주거지에 4400가구 공급
[경제일보] 서울 광진·강남·용산·강서의 노후 주거지 4곳이 총 4400여가구 규모로 재편된다. 광진구 중곡1동 A구역은 2200가구 재개발로, 강남 일원동 한솔아파트와 용산 이촌동 반도아파트, 강서 염창우성1·2차·삼천리아파트는 각각 재건축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린다. 마포 합정지구에서는 용적률과 비주거 의무비율을 조정해 민간 개발 여건을 넓혔다. 서울시는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위원회에서 중곡1동 A구역 재개발과 한솔아파트·반도아파트·염창우성1·2차·삼천리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이 각각 수정 또는 조건부 가결됐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날 재정비분과위원회에서는 합정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도 수정가결됐다. 이 가운데 공급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광진구 중곡1동 A구역이다. 중랑천과 용마산·아차산 사이에 자리한 이곳은 1974년 토지구획정리사업 이후 노후 저층주택이 밀집해 재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지난해 2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뒤 올해 3월 계획안을 확정했다. 서울시는 기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사업성 보정계수 1.53 등을 통해 정비계획 용적률을 299.54%로 적용했다. 재개발 이후 최고 35층, 2200가구가 들어서며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424가구다.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공원과 도로 등 기반시설도 확충한다. 단지 동측에는 6724㎡ 규모 어린이공원을 조성하고 중랑천에서 단지 내부를 거쳐 용마산·아차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든다. 중랑천 방향으로 폭 20m 통경축도 확보해 수변 조망을 열어둘 계획이다. 동 주민센터와 데이케어센터, 공영주차장을 함께 넣은 1600㎡ 규모 공공복합청사도 들어선다. 공원 하부에는 89면 규모 공영주차장을 마련하며 동일로와 긴고랑로, 면목로 등 주변 도로도 확폭한다. 단지 내부에는 중마초로 이어지는 남북 방향 통학로와 동서 방향 보행로가 조성될 예정이다. 강남구 일원동 한솔아파트는 기존 570가구에서 최고 25층, 960가구로 재건축된다. 1994년 준공된 단지로 이번 심의를 통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법적상한용적률 249.99%를 적용받게 됐다.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공공임대는 79가구다. 대모산 자락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자연경관을 가리지 않는 배치도 적용한다. 주요 조망점에서 폭 20m 이상의 통경구간을 확보하고 건축물 높이는 70m 이하로 계획했다. 광평로변에는 폭 5m 전면공지를 활용한 가로숲길을 만들고 광평로10길은 폭 12m로 넓혀 보행로와 차도를 분리한다. 공공기여시설로는 단지 북서측 1000㎡ 부지에 연면적 2000㎡ 규모 데이케어센터를 신설한다. 대모산입구 사거리 인근 저층부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를 넣어 입주민뿐 아니라 인근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용산구 이촌동 반도아파트는 한강변 입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재건축 계획이 마련됐다.준공 후 약 49년이 지난 기존 192가구를 최고 58층, 276가구로 바꾸며 공공주택 55가구가 포함된다. 단지는 이촌역과 서빙고역 사이에 자리하고 남측으로 한강과 한우리공원을 끼고 있다. 정비계획에는 한우리공원과 연계한 작은도서관과 주민카페, 라운지 등 개방형 커뮤니티시설을 담았다. 한강변과 동작대로변에는 폭 10m 보행공간을 확보하고, 그늘쉼터와 차양막·가로수를 늘려 폭염에도 이동할 수 있는 보행환경을 조성한다. 강서구 염창우성1·2차와 삼천리아파트도 이번 심의를 통과해 재건축에 속도를 내게 됐다. 준공 후 약 34년이 지난 기존 602가구를 최고 39층, 986가구 규모로 다시 짓는 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 224가구가 포함된다. 서울시는 2024년 9월 개정된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준공업지역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400%까지 완화하고 사업성 보정계수를 반영했다. 주택 유형에서는 고령화에 대응한 설계가 포함됐다. 전용 85㎡ 초과 주택 일부를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하면서도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3대 거주형 시니어주택’으로 계획했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활가로에는 그늘쉼터와 저층부 아케이드, 가로수를 배치해 보행환경도 정비한다. 주거 정비와 별도로 합정지구에서는 민간 개발 규제가 완화된다. 서울시는 구역별로 달랐던 용적률 체계를 통합하고 상업지역에 별도로 적용하던 비주거 의무비율을 폐지하기로 했다. 허용용적률은 스마트도시·탄소중립·디자인혁신 등 공공성 항목을 반영하면 조례용적률의 최대 110%까지 적용할 수 있다. 관광숙박시설에는 더 큰 인센티브를 준다. 일정 요건을 갖춘 3성급 이상 호텔 등은 조례용적률의 최대 1.3배까지 적용할 수 있다. 일반상업지역을 기준으로 기존 800%에서 최대 1040%까지 높일 수 있으며 이 같은 완화는 2029년 1월4일까지 건축허가를 신청한 경우 적용된다.
2026-09-29 11: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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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센터 특별법, '누구를·얼마까지' 지원하나…시행령이 성패 가른다
[경제일보] 내년 3월 시행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실효성을 좌우할 세부 기준 마련이 본격화한다. 법률이 인허가 기간 단축과 전력·용수 지원,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라는 큰 틀을 열어놨다면 시행령은 어떤 데이터센터에 어느 수준까지 특례를 적용할지를 결정한다. 지원 대상과 전력용량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투자 촉진법’이 될 수도, 선언적인 지원법에 머물 수도 있다는 평가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 하위법령 공개토론회’를 연다. 과기정통부는 시행령 초안을 설명하고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예고안을 보완할 예정이다. 특별법은 지난 6월9일 공포됐으며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3월10일 시행된다. 관건은 특별법상 AI 데이터센터의 범위다. 특별법 제2조는 AI 데이터센터를 AI기본법에 따른 데이터센터 가운데 ‘설비 및 규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시설’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서버·연산장치 구성과 전력용량 등은 시행령에 넘긴 셈이다.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중소·중견 사업자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고, 반대로 낮게 잡으면 일반 데이터센터가 일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치한 뒤 AI 데이터센터로 신고해 지원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체 서버에서 AI 연산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제 가동률, AI 서비스 제공 실적 등을 확인할 증빙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 개방형 AI DC 포함 추진…“누가 쓰나보다 어떻게 쓰나” 정부가 방향을 분명히 한 부분은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다.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는 사업자가 직접 사용하는 자가용 센터와 달리 외부 기업과 연구기관에 GPU·신경망처리장치(NPU), 공간과 전력 등을 임대하거나 공유하는 시설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AI데이터진흥과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간담회에서 “지금은 디테일이 필요한 시기”라며 자가용뿐 아니라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도 특별법의 정의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당시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91.3%가 여러 기업이 이용하는 개방형 구조라며, 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AI 활용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을 누가 소유하거나 직접 쓰는지보다 국내 AI 산업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방형 센터를 포함하는 것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별법 자체가 AI 데이터센터 전체에 일률적인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공제를 받으려면 해당 시설이 국가전략기술인 AI 개발과 서비스에 실제 활용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GPU 보유량이나 임대계약만으로 인정할지, 국내 기업의 이용 비중과 AI 연산 실적까지 요구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외 빅테크에 컴퓨팅 자원을 전량 제공하는 센터까지 국내 산업 지원 대상으로 볼 것인지도 시행령과 세제 운용 과정에서 정리해야 한다. 기존 AI 데이터센터의 적용 범위도 불분명하다. 법 부칙은 AI기본법 제25조에 따라 정부가 이미 진행한 처분과 절차는 특별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법 시행 전에 민간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모든 AI 데이터센터를 자동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는 규정은 없다. 비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센터를 확장하거나 일반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은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별도의 증설이나 전환 없이 가동 중인 센터가 금융·기반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시행령의 정의와 신고·경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 시행 전 투자와 시행 후 신규 투자 사이의 형평성을 위해 기준일과 인정 서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계통평가 면제는 비수도권만…‘몇 MW까지’가 핵심 전력 특례의 실효성은 면제 용량에 달렸다. 특별법 제19조는 비수도권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신축·확장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때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상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지정 지역에서 1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새로 사용하거나 추가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면제 가능한 전력용량을 다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면제 상한을 현행 평가 대상 기준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게 정하면 특례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반대로 대규모 센터까지 폭넓게 면제하면 비수도권 전력망의 보강 비용과 계통 안정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센터 규모뿐 아니라 지역별 전력 여유와 자체 발전·에너지저장장치(ESS) 확보 여부 등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법 제20조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 과정에서 거론됐던 액화천연가스(LNG)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은 최종 법률에서 빠졌다. 전력 조달의 선택 폭을 넓히면서도 탄소 감축 기조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 과제가 시행 단계에 남았다. ◆ 인허가 ‘타임아웃제’ 법에 명시…접수 전 지연 막아야 인허가 처리기간은 법률에 이미 구체적으로 담겼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150일, 에너지사용계획 협의와 교통·경관·건축위원회 심의는 90일, 건축허가와 소방 동의 등은 40일 안에 검토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다. 관계기관이 해당 기간 안에 거부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간이 끝난 다음 날 인허가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도 도입됐다. 다만 사업자는 과기정통부의 사전 검토와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일괄처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신청서 보완과 관계기관 협의,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에 걸리는 시간이 별도로 길어지면 법정 처리기간을 단축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시행령에서는 신청 접수 여부를 결정하는 기한과 보완 요구 횟수, 관계부처 이견 조정 절차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지원 재원을 누가 부담할지도 남은 문제다.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력·용수·도로·통신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GPU 등 연산장비의 구입·임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 융자와 투자, 보조금 지급 근거도 마련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어서 예산과 비용 분담 기준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자가 체감하기 어렵다. 장 과장은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령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일 공개될 초안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설비·규모 기준과 개방형 센터의 증빙 요건, 비수도권 계통영향평가 면제 전력용량, 기존 센터에 대한 경과조치가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2026-09-07 09: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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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뷰 싸움인 줄 알았더니…조정호 609평 저택 부지에 들어간 '용산구 도로' 43평
[경제일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강 조망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조 회장이 짓고 있는 단독주택 때문에 한강 조망이 가려진다며 공사를 멈춰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이를 기각했고 이 회장은 즉시항고했다. 용산구청을 상대로 조 회장 주택의 건축허가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조 회장이 짓는 집은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2014.19㎡로 약 609평에 이른다. 겉으로 보면 한남동에서 벌어진 재계 거물들의 ‘한강뷰 싸움’이다. 그러나 신축 부지를 들여다보면 조망권 분쟁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땅이 나온다. 2022년까지 용산구가 도로로 관리했던 한남동 743-61번지 143.7㎡, 약 43.5평이다. 이 땅은 용산구의회에서 두 차례 제동이 걸린 뒤 세 번째 심사에서 처분 절차를 통과했다. 이후 도로에서 대지로 바뀌어 조 회장에게 26억7117만원에 수의매각됐고 현재 그의 신축 저택 부지에 포함돼 있다. 두 회장의 조망권 다툼은 법정에서 결론이 날 문제지만,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이 어떤 판단을 거쳐 개인 주택 부지로 넘어갔는지는 행정기관이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 조정호 집이 점유했던 구유지, 결국 조정호 소유로 한남동 743-61번지는 용산구가 1989년 서울시로부터 넘겨받아 도로로 관리해 온 땅이다. 일반인의 통행이 거의 없는 막다른 길이었고 남쪽 도로와는 약 15m의 높이 차이가 있었다. 나무와 수풀이 자라 사실상 공터처럼 남아 있었다. 용산구는 이런 사정을 근거로 앞으로도 도로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용도폐지에 앞서 이 땅 일부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은 조정호 회장이었다. 조 회장이 2004년 지은 기존 주택 일부가 용산구 땅 9.5㎡를 점유하고 있었고 용산구는 2018년 측량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 구청은 과거 5년분 변상금 830만원을 부과했고 조 회장 측은 2019년부터 정식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료를 냈다. 이후 조 회장 측은 해당 도로의 용도폐지를 신청했다. 용산구는 2022년 3월 내부 검토를 거쳐 도로 용도를 폐지했다. 같은 해 11월 4일 지목은 도로에서 대지로 바뀌었고 일주일 뒤인 11월 11일 용산구는 143.7㎡ 전체를 조 회장에게 26억7117만원에 수의매각했다. 변상금 부과, 사용허가, 용도폐지, 수의매각은 각각 별개의 행정 절차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조 회장 주택이 일부를 점유했던 구유지가 사용허가를 거쳐 용도폐지됐고 결국 조 회장 소유가 돼 새 저택 부지에 들어갔다. 각 단계가 어떤 판단과 자료에 근거해 이어졌는지는 행정기록으로 확인돼야 한다. ◆ 3월 보류, 6월 부결…9월 세 번째 심사에서 통과 용산구의 공유재산 처분 계획은 곧바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용산구청장은 2022년 3월 4일 한남동 743-61번지 매각을 포함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구의회에 제출했다. 소관 행정건설위원회는 같은 달 16일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보류했다. 용산구는 석 달 뒤인 6월 다시 의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장정호 의원은 임기 말에 해당 안건을 처리하면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다음 의회에서 판단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고 위원들이 합의해 부결 처리했다. 두 차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매각안은 새 의회가 출범한 뒤 다시 올라왔다. 용산구는 2022년 9월 해당 토지를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처분한다는 내용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다시 제출했다. 세 번째 심사에서는 의회를 통과했고 두 달 뒤 조정호 회장과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3월 보류와 6월 부결을 거친 안건이 9월에는 통과됐다. 그 사이 토지 이용 상태가 달라진 것인지, 공공재산으로 계속 보유해야 할 필요성에 새로운 판단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의회의 판단만 달라진 것인지 용산구는 기록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두 차례 제동이 걸렸던 안건이 세 번째에는 어떤 근거로 처리됐는지가 이번 매각 과정의 핵심 중 하나다. ◆ 매각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분 과정 매각가격은 26억7117만원으로 ㎡당 약 1859만원이다. 당시 개별공시지가보다 높았고 비슷한 시기 주변 토지 거래가격과도 큰 차이는 없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헐값 매각 문제로 볼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관심을 둘 부분은 도로의 용도폐지와 수의계약 상대방 결정 과정이다. 용산구는 해당 토지의 위치와 형태, 이용 상태 등을 고려해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처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현장 보도에 따르면 이 땅은 조정호 회장 소유 주택뿐 아니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소유 주택과도 맞닿아 있었다. 다른 인접 토지 소유자의 매수 의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확인했는지, 143.7㎡ 전체를 조 회장에게 매각하는 방안 외에 다른 처분 방식도 검토했는지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을 이끄는 현직 회장이 매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처분의 적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반대로 매수인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처분에는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특히 구유지 일부 점유가 확인된 사람이 이후 그 땅의 용도폐지를 신청하고 전체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사들인 경우라면 행정기관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 이중근, 조망권 넘어 건축허가까지 법정으로 용산구 도로의 처분 과정이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이중근 회장이 조정호 회장의 신축공사를 법정으로 가져가면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4일 서울서부지법에 조 회장과 시공사 장학건설을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조 회장 주택이 들어서면 자신이 누리던 한강 조망이 침해된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서부지법은 7월 27일 신청을 기각했다. 조 회장 주택이 이 회장 기존 자택의 정면이 아니라 대각선 방향에 있고 한강 조망이 모두 막히지는 않는 점 등이 판단에 반영됐다. 골조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공사를 중단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도 고려됐다. 이 회장은 다음 날 즉시항고했다. 이 회장 측은 한강 조망 외에 건물 높이 산정과 성토 과정의 행정절차도 문제 삼고 있다. 경사지에 들어서는 조 회장 주택의 높이를 계산할 때 기준 도로를 잘못 적용했다는 주장과 성토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에는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조 회장 주택의 건축허가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조 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뒤 공사의 법적 정당성과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가처분 재판부는 건축법 위반 가능성과 건축허가 하자에 대해서는 본안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공사를 당장 멈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과 건축허가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같은 것이 아니다. ◆ 2009년에는 이명희 집 공사 멈춰 세운 법원 이중근 회장이 한남동 자택 주변의 신축공사를 법정으로 가져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측과 한강 조망권을 놓고 맞붙었다. 당시 이 회장은 자신의 자택 앞에 이명희 회장 측이 짓고 있던 주택 때문에 한강 조망이 침해된다며 이명희 회장과 신세계건설 등을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축주택은 이 회장의 딸 정유경 당시 조선호텔 상무가 거주할 목적으로 짓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용산구청을 상대로 건축허가 취소소송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법은 당시 이중근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세계 측 주택이 완공되면 이 회장 집에서 바라보던 남쪽 한강 조망 대부분이 가려질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고저차가 있는 부지의 지표면과 건물 높이 산정 방법에도 건축관계 법규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명희 회장 측이 이후 주택 높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건축계획을 조정하면서 분쟁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17년 뒤 이 회장은 다시 같은 한남동에서 조망권과 건물 높이, 용산구의 건축행정을 법정으로 가져갔다. 이번 상대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이번에는 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2009년 신세계 측 주택은 이 회장 자택의 한강 조망 대부분을 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 회장 주택은 정면이 아닌 대각선 방향에 있다는 차이가 있었다. 이 회장이 2015년 추가로 매입한 나대지에 앞으로 주택을 지을 경우 정면 조망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했지만 법원은 아직 건물이 없는 토지의 장래 조망까지 현재 단계에서 폭넓게 보호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 두 번 막힌 안건은 왜 세 번째에 통과했나 이중근 회장과 조정호 회장 중 누구의 한강 조망이 얼마나 침해되는지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다. 건축허가가 관계 법령에 맞게 이뤄졌는지도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서 판단하게 된다. 두 사람의 다툼과 별도로 용산구가 보유했던 143.7㎡의 처분 과정은 행정기관이 설명해야 할 영역으로 남아 있다. 한남동 743-61번지는 33년 동안 용산구가 도로로 관리한 공유재산이었다. 조정호 회장 기존 주택이 이 땅 9.5㎡를 점유한 사실이 확인된 뒤 변상금과 사용허가 절차를 거쳤고 조 회장 측의 용도폐지 신청이 이어졌다. 매각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2022년 3월 보류됐고 6월에는 부결됐다가 9월 세 번째 심사에서 통과했다. 이후 도로에서 대지로 지목이 바뀐 토지는 조 회장에게 26억7117만원에 수의매각됐다. 현재는 그의 연면적 609평짜리 신축 저택 부지에 포함돼 있다. 두 차례 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처분안이 세 번째에는 어떤 근거로 통과됐는지, 33년간 도로로 관리한 땅의 공공 기능이 끝났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용산구가 밝힐 부분이다. 조정호 회장이 왜 이 땅을 사고 싶어 했는지는 사인의 이해관계다. 용산구가 왜 이 땅을 팔기로 결정했는지는 행정의 책임이다. 인접 토지 소유자가 복수였던 상황에서 143.7㎡ 전체를 조 회장에게 수의매각하기까지 어떤 검토가 있었는지도 같은 맥락에서 확인돼야 한다. 한강 조망권을 둘러싼 두 회장의 다툼은 법원이 결론을 낸다. 그러나 두 차례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던 용산구 공유재산 43.5평이 세 번째 심사를 통과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한남동 저택 부지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일이 아니다. 처분 주체인 용산구가 당시 기록과 근거를 내놓고 설명할 문제다.
2026-08-15 21: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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