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내년 3월 시행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실효성을 좌우할 세부 기준 마련이 본격화한다. 법률이 인허가 기간 단축과 전력·용수 지원,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라는 큰 틀을 열어놨다면 시행령은 어떤 데이터센터에 어느 수준까지 특례를 적용할지를 결정한다. 지원 대상과 전력용량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투자 촉진법’이 될 수도, 선언적인 지원법에 머물 수도 있다는 평가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 하위법령 공개토론회’를 연다.
과기정통부는 시행령 초안을 설명하고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예고안을 보완할 예정이다. 특별법은 지난 6월9일 공포됐으며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3월10일 시행된다.
관건은 특별법상 AI 데이터센터의 범위다. 특별법 제2조는 AI 데이터센터를 AI기본법에 따른 데이터센터 가운데 ‘설비 및 규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시설’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서버·연산장치 구성과 전력용량 등은 시행령에 넘긴 셈이다.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중소·중견 사업자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고, 반대로 낮게 잡으면 일반 데이터센터가 일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치한 뒤 AI 데이터센터로 신고해 지원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체 서버에서 AI 연산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제 가동률, AI 서비스 제공 실적 등을 확인할 증빙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 개방형 AI DC 포함 추진…“누가 쓰나보다 어떻게 쓰나”
정부가 방향을 분명히 한 부분은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다.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는 사업자가 직접 사용하는 자가용 센터와 달리 외부 기업과 연구기관에 GPU·신경망처리장치(NPU), 공간과 전력 등을 임대하거나 공유하는 시설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AI데이터진흥과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간담회에서 “지금은 디테일이 필요한 시기”라며 자가용뿐 아니라 개방형 AI 데이터센터도 특별법의 정의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당시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91.3%가 여러 기업이 이용하는 개방형 구조라며, 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AI 활용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을 누가 소유하거나 직접 쓰는지보다 국내 AI 산업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방형 센터를 포함하는 것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별법 자체가 AI 데이터센터 전체에 일률적인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공제를 받으려면 해당 시설이 국가전략기술인 AI 개발과 서비스에 실제 활용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GPU 보유량이나 임대계약만으로 인정할지, 국내 기업의 이용 비중과 AI 연산 실적까지 요구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외 빅테크에 컴퓨팅 자원을 전량 제공하는 센터까지 국내 산업 지원 대상으로 볼 것인지도 시행령과 세제 운용 과정에서 정리해야 한다.
기존 AI 데이터센터의 적용 범위도 불분명하다. 법 부칙은 AI기본법 제25조에 따라 정부가 이미 진행한 처분과 절차는 특별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법 시행 전에 민간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모든 AI 데이터센터를 자동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는 규정은 없다.
비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센터를 확장하거나 일반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은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별도의 증설이나 전환 없이 가동 중인 센터가 금융·기반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시행령의 정의와 신고·경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 시행 전 투자와 시행 후 신규 투자 사이의 형평성을 위해 기준일과 인정 서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계통평가 면제는 비수도권만…‘몇 MW까지’가 핵심
전력 특례의 실효성은 면제 용량에 달렸다. 특별법 제19조는 비수도권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신축·확장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때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상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지정 지역에서 1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새로 사용하거나 추가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면제 가능한 전력용량을 다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면제 상한을 현행 평가 대상 기준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게 정하면 특례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반대로 대규모 센터까지 폭넓게 면제하면 비수도권 전력망의 보강 비용과 계통 안정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센터 규모뿐 아니라 지역별 전력 여유와 자체 발전·에너지저장장치(ESS) 확보 여부 등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법 제20조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 과정에서 거론됐던 액화천연가스(LNG)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은 최종 법률에서 빠졌다. 전력 조달의 선택 폭을 넓히면서도 탄소 감축 기조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 과제가 시행 단계에 남았다.
◆ 인허가 ‘타임아웃제’ 법에 명시…접수 전 지연 막아야
인허가 처리기간은 법률에 이미 구체적으로 담겼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150일, 에너지사용계획 협의와 교통·경관·건축위원회 심의는 90일, 건축허가와 소방 동의 등은 40일 안에 검토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다.
관계기관이 해당 기간 안에 거부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간이 끝난 다음 날 인허가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도 도입됐다. 다만 사업자는 과기정통부의 사전 검토와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일괄처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신청서 보완과 관계기관 협의,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에 걸리는 시간이 별도로 길어지면 법정 처리기간을 단축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시행령에서는 신청 접수 여부를 결정하는 기한과 보완 요구 횟수, 관계부처 이견 조정 절차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지원 재원을 누가 부담할지도 남은 문제다.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력·용수·도로·통신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GPU 등 연산장비의 구입·임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 융자와 투자, 보조금 지급 근거도 마련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어서 예산과 비용 분담 기준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자가 체감하기 어렵다.
장 과장은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령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일 공개될 초안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설비·규모 기준과 개방형 센터의 증빙 요건, 비수도권 계통영향평가 면제 전력용량, 기존 센터에 대한 경과조치가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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