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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정보 2만5000명 유출·173억 대출사기…흔들리는 신한은행 정상혁號
[경제일보] 신한은행이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외부 공격으로 고객 2만5000여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앞서 발생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 사고 규모도 조사 과정에서 173억원까지 확대됐다. 두 사건 모두 은행 임직원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개인정보 유출은 외부 비인가자의 공격, 대출사기는 외부인의 사기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만 외부에서 발생한 위험을 은행의 보안·여신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신속하게 탐지하고 차단했는지가 금융당국의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는 최근 외부 비인가자가 인증 절차를 우회해 일부 서비스에 접근하면서 약 2만5000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일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범위, 신한은행의 정보보호 체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출모집인 서비스가 공격 통로…금감원 조사 착수 이번 사고는 신한은행의 핵심 전산망이나 고객용 모바일뱅킹 시스템이 아닌 대출모집인이 사용하는 별도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서비스는 대출모집인이 자신이 접수한 고객의 대출 진행 상황 등을 조회하는 데 사용된다. 외부 공격자는 정상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우회해 고객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공격 방식과 보안상 취약점, 이상접속 탐지·차단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전산망이나 모바일뱅킹 시스템 자체가 침해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2일에는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에서 중국어 기반 오픈소스 인공지능(AI) 침투테스트 도구와 관련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해당 도구가 실제 공격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사고 인지 이후 외부 IP를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사과문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이번 사고로 고객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사기 29억→69억→173억원…사고 규모 계속 늘어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외부인이 개입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도 발생했다. 신한은행이 최종 정정 공시한 사고 금액은 173억4355만원이다. 지난해 12월 최초 공시 당시 29억6440만원이었던 사고 규모는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올해 6월 69억6890만원으로 늘었고, 8월 다시 173억4355만원으로 확대됐다. 최초 공시액의 약 5.9배다. 신한은행은 조사 과정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추가로 확인돼 사고 금액을 정정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외부인이 허위 서류 등을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기 사건으로 신한은행 역시 피해자다. 다만 사고 금액이 조사 과정에서 세 차례 확대되면서 대출심사와 이상거래 탐지, 사고 발생 이후 유사 거래 점검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대출사기는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발생했다. 공개된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은행·상호금융권에서 확인된 관련 사고는 136건, 1091억원 규모다. 금융회사별로는 IBK기업은행 182억원, 신한은행 173억원, 우리은행 99억원, KB국민은행 36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사고 책임과 별도로 허위 분양·재직·소득서류 등을 이용한 이른바 '작업대출'에 대한 은행권 여신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 실효성도 도마…정상혁 행장 연말 임기 만료 최근 사고는 신한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2024년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정 행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화한 제도다. 금융사고 발생 자체보다 담당 임원이 자신의 책무 범위에서 필요한 관리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대출모집인 관련 서비스의 보안점검과 접근권한 관리, 이상접속 탐지체계 등이 적절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연말 신한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정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추가 연임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향후 인선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 행장 개인의 책임이나 제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출석 여부도 관심사다. 정 행장은 금융권 관련 1차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와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가 남아 있어 여야 협의 결과에 따라 증인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신한은행의 외부채널 보안과 개인정보 접근권한, 이상거래 탐지 체계 등이 금융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출모집인 등 외부채널을 통한 고객정보 접근 관리와 이상접속 차단, 대출 과정에서 반복되는 비정상 거래 탐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2026-10-02 15: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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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건에서 기업자문까지…YK, 전국망 타고 업계 7위
[경제일보] 2012년 서울 서초동에 문을 연 YK법률사무소의 주력은 기업 인수·합병도 국제금융도 아니었다. 형사사건이었다. 개인 의뢰인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찾는 시장에서 출발했다. 강경훈 대표변호사는 사법연수원 40기를 수료한 뒤 그해 YK법률사무소를 세웠다. 14년이 지난 지금 YK의 위치는 크게 달라졌다. 2025년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매출은 1694억원으로 국내 로펌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2021년 461억원이던 매출은 5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변호사도 129명에서 357명으로 증가했다. 성장 방식도 기존 대형 로펌과 달랐다. 개인 형사사건에서 확보한 고객을 민사와 가사·이혼, 노동, 부동산으로 연결했고 서울에 집중됐던 변호사 서비스를 지방으로 가져갔다. 전국에 직영 사무소를 깐 뒤에는 기업형사와 공정거래, 조세, 중대재해까지 업무를 넓혔다. 이제는 개인 의뢰인을 상대로 키운 조직을 기업 고객까지 찾는 종합로펌으로 바꾸고 있다. ◆ 형사사건에서 출발한 서초동 로펌 YK는 2012년 법률사무소로 출발했다.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성범죄센터를 만들고 이혼과 가사, 의료 등으로 업무를 확대했다. 온라인을 통한 법률상담과 사건 수임에도 일찍부터 힘을 실었다. 당시 대형 로펌들이 기업 고객을 두고 경쟁하던 것과 다른 시장이었다. 형사사건은 기업자문과 고객을 만나는 방법부터 다르다. 기업은 사내 법무팀이나 금융회사, 회계법인을 통해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개인은 수사나 이혼, 교통사고처럼 문제가 터진 뒤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의 소개로 변호사를 찾는다. YK는 이 시장에서 상담과 사건 처리 절차를 표준화했다. 2017년 노동센터와 법인회생센터를 만들었고 2018년 경찰 대응과 학교폭력 업무를 보강했다. 2019년에는 부동산·건설센터까지 열었다. 형사에서 만난 개인 고객이 겪는 다른 법률 문제를 같은 조직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를 늘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형사는 YK의 가장 큰 기반으로 남았다. 지금도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형사총괄그룹에 경찰 수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와 전문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횡령과 배임, 금융범죄 등 기업형사 사건으로도 업무가 넓어졌다. ◆ 서울 밖으로 변호사를 보냈다 YK가 몸집을 빠르게 키운 계기는 2020년이다. 법률사무소에서 법무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수원과 부산, 인천, 안산, 대전, 광주, 대구, 울산에 사무소를 냈다. 분사무소를 각 지역 변호사에게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 주사무소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방식을 도입했다. 2021년에는 창원과 청주, 부천, 고양, 의정부, 전주로 넓혔다. 2023년 천안과 평택, 제주, 순천, 목포, 포항, 구미, 진주 등에 잇달아 사무소를 냈다. 2024년에도 강릉과 분당, 안양, 군산, 원주, 춘천, 남양주 등을 추가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무소는 서울 강남을 포함해 전국 31곳이다. 수도권 12곳을 비롯해 강원과 충청, 호남, 영남, 제주까지 이어진다. 대부분 대형 로펌이 서울 본사를 중심으로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지역의 개인과 중소기업을 서울로 불러들이는 대신 변호사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YK가 단기간에 많은 사건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기반도 이 전국망에서 나왔다. 기업법무 시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이 네트워크를 지방 중소·중견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 법인 전환 뒤 매출이 뛰었다 YK는 법무법인 전환 첫해인 2020년 매출 24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461억원, 2022년 533억원을 거쳐 2023년에는 803억원까지 올라갔다. 2024년에는 1547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에 육박했고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5년에는 16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9.5% 늘어 증가율은 한풀 꺾였지만 지평 1327억원, 바른 1076억원, 대륙아주 1027억원을 앞섰다.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화우에 이어 7위다. 변호사 숫자도 함께 늘었다. 2021년 129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357명으로 증가했다. 비변호사 전문인력도 31명에서 113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경찰 출신이 60명에 달한다. 개인 사건과 수사 대응을 많이 처리해온 YK의 인력 구성이 반영돼 있다. 매출과 변호사 숫자를 함께 늘리는 전략은 YK를 단기간에 10위권 밖에서 7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부터는 사람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쟁이 시작된다. ◆ 전직 대법관·고검장 데려와 기업 사건 보강 YK가 기업법무 쪽으로 방향을 튼 시점은 2024년 전후다. 그해 권순일 전 대법관을 영입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배성범 전 고검장을 형사총괄대표로 데려왔다. 김앤장에서 조세 분야를 담당했던 한만수 변호사도 합류했다. 판·검사 출신뿐 아니라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인력을 한꺼번에 보강했다. 조직도 달라졌다. 2024년 공정거래그룹과 조세그룹, 지식재산그룹, 디지털자산센터, 중대재해센터 등을 잇달아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기업거버넌스센터도 출범했다. 개인 형사·가사 사건 중심의 조직에서 기업이 겪는 규제와 세금, 지배구조 문제를 다루는 조직을 따로 떼어낸 것이다. 영입은 기업형사에도 영향을 줬다. 배성범 대표가 이끄는 형사총괄그룹은 일반 개인 형사사건뿐 아니라 횡령·배임과 금융범죄, 기업 수사 대응으로 범위를 넓혔다. 검찰과 경찰에서 일한 전문가를 초기 수사 단계부터 붙이는 방식이다. YK가 오래 해온 형사사건과 새로 키우는 기업법무가 만나는 지점도 여기다. 기업 경영진이 수사를 받으면 형사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정거래와 노동, 세금, 회사법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 피자헛 사건으로 기업법무 이름 알렸다 기업법무 진출을 보여준 사건 가운데 하나가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이다.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은 본사가 원재료 공급 과정에서 받아온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26년 1월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으려면 가맹점주와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점주들에게 215억원을 반환하도록 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YK는 가맹점주 측을 대리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가 지켜본 사건이었다. 그동안 개인 형사사건 이미지가 강했던 YK가 공정거래와 기업분쟁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 YK는 같은 쟁점을 둘러싼 유사 소송도 여러 건 수행하고 있다. 2024년 티몬·위메프 사태 때에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들이 가입한 협회에 법률의견을 제공했다. 소비자 환불을 둘러싼 전자상거래법상 책임 범위를 검토하는 일이었다. 개인 소비자를 대리하는 사건과 기업·협회를 자문하는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으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노동 분야의 기업 자문도 늘었다. YK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조인선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노동 관련 조직을 운영했고 2025년 관련 자문 요청이 전년보다 30~40% 늘었다고 밝혔다. 기업법무에서 다루는 분야도 하나씩 늘고 있다. ◆ 개인 고객을 만난 방식으로 중소기업 공략 YK가 노리는 기업 고객도 기존 대형 로펌과 조금 다르다. 김앤장과 빅5가 대기업과 금융회사, 사모펀드의 대형 거래를 놓고 경쟁한다면 YK는 중소·중견기업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잡고 있다. 지방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서울 대형 로펌을 상시 이용하기 어렵고 비용 부담도 크다는 판단이다. 여기서 전국 31개 사무소가 다시 쓰인다. 지역 사무소에서 기업을 만나고 서울 본사의 조세와 공정거래, 기업형사 전문가를 사건에 붙이는 방식이다. 개인 사건을 처리할 때 만든 전국 네트워크를 기업법무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법무 시장에 들어간다고 개인 고객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형사와 이혼, 상속, 부동산 등 기존 업무는 계속 유지한다. 개인 고객이 사업을 하면 기업자문으로 이어지고 기업 대표의 사건이 상속이나 형사 문제로 번지면 다시 기존 조직이 맡는다. 대기업 한 곳에서 거액의 자문료를 받는 방식과 다른 계산이다. 개인과 중소기업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필요한 전문분야를 내부에서 연결해 사건당 업무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 빠른 성장 뒤에 남은 4억7000만원 외형이 커진 만큼 숫자를 달리 볼 필요도 있다. YK의 2025년 변호사 1인당 매출은 약 4억7000만원이었다. 화우와 율촌, 태평양, 세종, 광장 등 주요 대형 로펌이 7억원대인 것과 차이가 있다. 변호사를 세 배 가까이 늘리는 동안 매출도 빠르게 늘었지만 인력당 생산성에서는 아직 따라잡아야 할 거리가 남았다. 전국 조직을 같은 수준으로 운영하는 일도 쉽지 않다. 서울과 제주, 강릉, 부산에서 같은 사건 처리 기준을 유지해야 하고 수백 명의 변호사에게 들어오는 사건을 적절한 전문가에게 연결해야 한다. 지점을 늘리는 것보다 한 조직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YK도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신규 고객 숫자만 늘리는 대신 기존 고객이 다시 찾는 비율을 관리하고 사건 진행을 공유할 자체 애플리케이션도 준비하고 있다. 다수 당사자가 참여하는 집단소송에서 고객 소통과 자료 관리를 시스템화하려는 작업이다. 변호사 확보 경쟁도 계속된다. 올해는 경찰형사와 송무 분야 경력 변호사에게 기본급 1억5000만원에 성과급을 더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빠르게 커진 조직에 사건을 처리할 사람을 계속 공급하려는 선택이다. ◆ 서초동 개인 사건에서 업계 7위까지 YK의 14년은 앞서 다룬 로펌들과 출발부터 달랐다. 국제금융에서 시작한 김앤장도 아니고 송무와 기업자문 로펌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광장도 아니다. 조세를 먼저 파고든 율촌과도 다르다. YK는 형사사건을 들고 찾아오는 개인 고객에서 시작했다. 개인 사건이 늘자 민사와 가사, 노동을 붙였다. 서울에서 고객이 늘자 전국에 직영 사무소를 냈다. 전국 조직이 커지자 기업형사와 조세, 공정거래, 중대재해를 맡을 사람을 데려왔다. 개인 사건에서 시작한 조직이 기업법무까지 올라온 순서다. 2025년 매출은 1694억원까지 올라왔다. 이제 YK가 상대해야 하는 시장은 10년 전 개인 형사사건 시장과 다르다. 위에는 수십 년간 기업 고객을 확보해온 대형 로펌들이 있고 아래에서는 대륙아주와 지평, 바른 등 1000억원대 로펌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개인 사건으로 만든 전국망은 YK를 업계 7위까지 끌어올렸다. 다음 순위는 사무소 숫자보다 기업이 다시 찾을 만한 전문성을 얼마나 쌓느냐에 달려 있다.
2026-09-29 07: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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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3만 포인트 줬는데 사용률 7%…'모두의 AI' 국회 첫 시험대
[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중화와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모두의 AI’와 보안 특화 AI 사업이 국회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에게 AI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에도 실제 포인트 사용률은 7%에 그쳤고 초기 시스템 오류도 확인됐다. 보안 AI 사업은 32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형 컨소시엄을 꾸렸지만 예산과 개발 일정, 보안 데이터 확보, 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 정기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사이버보안 사업 추진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두의 AI 성장사다리 프로젝트’에 포함된 온라인 개발 플랫폼 ‘모두의 AI 실험실’의 운영 실태를 문제 삼았다. 모두의 AI 실험실은 국민이 자연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코딩 환경과 생성형 AI 모델, 민간 클라우드, 공공·민간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가입자에게 AI 모델과 클라우드 이용에 쓸 수 있는 3만 포인트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주하고 피씨엔이 운영·유지관리를 맡았다. 사업 규모는 약 39억8000만원이며 수행 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피씨엔은 지난 5월 사업을 수주한 뒤 8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의원실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 로그인 상태가 유지되지 않거나 화면을 새로 고치면 다시 로그인해야 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작업을 마친 뒤 결과물 미리보기가 작동하지 않는 오류도 발견됐다. 해당 문제는 의원실과 과기정통부의 점검 이후 조치됐다. 낮은 이용률도 과제로 지목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가입자에게 지급된 3만 포인트 가운데 실제 사용된 비율은 약 7%였다. 다만 가입자 수와 지급된 전체 포인트, 이용자별 사용 편차는 공개되지 않아 7%라는 수치만으로 사업 수요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의원은 “12월이라는 시한에 쫓기기보다 국민이 불편 없이 사용하고 필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의원실 점검을 통해 신속하게 개선했다”며 “앞으로 세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용 AI 에이전트 사업도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이 사업은 NIA가 운영하는 모두의 AI 실험실과는 별도 트랙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SK텔레콤·카카오·KT가 주도하는 3개 컨소시엄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3개 컨소시엄에는 엔비디아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총 512장이 지원된다. SK텔레콤은 전화와 문자로도 이용할 수 있는 실행형 AI를, 카카오는 메신저에서 예약·신청·결제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한다. KT는 다음과 무신사·직방 등 여러 플랫폼을 AI 에이전트로 연결할 계획이다. 정부는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국민용 AI 서비스가 안착하려면 무료 제공 자체보다 안정성과 이용 동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의 AI 실험실에서 드러난 초기 오류와 낮은 이용률을 별개의 플랫폼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향후 3개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뿐 아니라 질문 성공률과 서비스 완료율, 장애 발생 시간, 이용자 재방문율 등 품질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사이버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일정과 예산을 질의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를 주관기관으로 LG CNS와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 샌즈랩, 이스트시큐리티, 주요 대학·연구기관 등 32곳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컨소시엄에 엔비디아 B200 GPU 256장을 10개월간 지원한다. 사업 착수 5개월 뒤 중간 성과를 평가해 나머지 5개월의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 공개를 지향하며 국가 핵심시설과 주요 산업 현장에서 실증할 예정이다. 보안 AI의 성패는 GPU 규모뿐 아니라 학습 데이터의 질에 달렸다. 실제 악성코드와 취약점, 침해사고 대응 기록은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국가안보 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 32개 기관이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익명화하고 공유할지, 공격 기술이 외부로 악용되지 않도록 모델 공개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핵심 과제다. 사이버 침해사고 발생 때 경찰과 과기정통부·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간 정보 공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류 차관은 청와대 고위급 인사의 개인정보 유출 정황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며 경찰 수사 사건은 관례상 세부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청와대 시스템이 직접 해킹된 것이 아니라 방산·항공 분야 민간 인증기관 서버에서 주요 인사의 명함 정보로 추정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다. 경찰은 유출 경로와 공격 배후를 수사하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침해사고를 인지한 뒤 24시간 이내에 과기정통부나 KISA에 신고해야 한다. 지연하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다만 사업자의 법정 신고와 경찰의 수사정보 공유는 별개의 절차다. 대형 침해사고의 초기 대응력을 높이려면 수사 보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관계기관이 공격 지표와 피해 범위를 공유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정부의 AI 정책은 이제 모델 선정과 GPU 배분을 넘어 실제 이용과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모두의 AI는 국민이 반복해서 사용할 만큼 편리해야 하고, 보안 AI는 현장에서 공격을 탐지하고 대응 시간을 줄여야 한다. 7%의 포인트 사용률과 기관 간 정보 단절은 기술보다 운영체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6-09-08 17: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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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할 사람도 못 정한 중수청, 10월 문부터 연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2일 문을 연다.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을 두고 정원 2874명 가운데 2567명을 수사관으로 채운다. 부패와 경제범죄,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까지 맡는다. 정부가 발표한 직제만 보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거대 기관은 이미 완성돼 있다. 사건을 맡을 사람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8월 들어서야 전국 검찰청을 돌며 임용 설명회를 시작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지원 규모를 확인한 뒤 부족한 자리를 외부 채용과 다른 기관 파견으로 메워 9월 말까지 배치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출범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사람을 모집해 한 달여 만에 2800명이 넘는 수사기관을 꾸리겠다고 한다. 요리사도 못 구한 식당이 개업일부터 못 박은 꼴이다. 국가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옮기면서 누가 그 일을 맡을지 확인하지 않은 채 출범일과 직제부터 정했다. 중수청이 맡을 사건은 정원표의 빈칸을 채운다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 회계장부에서 비자금을 찾아내고 수백 개 계좌의 흐름을 연결해야 한다. 압수수색 범위를 정하고 피의자와 참고인의 조사 순서를 짜며 디지털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맞춰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금융과 가상자산, 방위사업, 담합 사건은 관련 산업과 거래 관행을 익히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든다.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자금 흐름을 찾아내고 말 맞추기와 허위 진술을 가려내려면 여러 사건을 직접 다뤄본 검사와 수사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임용장을 나눠주고 업무 지침을 읽힌다고 이런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현재 검찰에서 반부패·공공·증권범죄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은 7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수사관 정원 2567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존 직접수사 인력이 모두 옮겨도 부족하지만 정부는 그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 중수청을 선택할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중수청으로 자동 배치되지 않는다.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임용을 신청해야 한다. 공소청에 남아 기존 경력을 이어갈지,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관으로 옮길지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 수사 역량의 승계를 개인의 지원에 맡겨 놓은 것이다.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옮기려면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직급과 보직, 승진 경로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3급, 10년 미만 검사는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임용된다. 봉급과 정년이 보장돼도 검사로 쌓아온 경력과 향후 보직 체계는 달라진다. 실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맡아야 할 저연차 검사에게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검찰수사관도 지휘 체계와 승진 기준, 근무지와 담당 업무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원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확인한 뒤 검사 출신과 검찰수사관, 외부 채용 인력의 역할을 정하겠다고 한다. 담당 직무와 지휘 관계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는 통상적인 순서를 뒤집었다. 중수청의 업무는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보다 줄지 않는다. 서울청에는 경제범죄와 금융범죄, 반독점, 반부패, 마약, 첨단수사 부서를 두고 보이스피싱과 가상자산, 국가재정범죄를 다루는 조직도 설치한다. 다른 수사기관이 처리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까지 맡는다. 이처럼 넓고 전문적인 업무를 검찰의 희망 전입자와 신규 채용자, 다른 기관의 파견 인력을 출범 직전에 섞어 만든 수사팀에 맡기게 된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누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할지, 신규 인력을 누가 교육할지,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의견 충돌은 어떻게 조정할지 실무에서 검증된 적도 없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면 두 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증거의 적법성과 공소 유지 가능성을 협의할 절차를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중수청이 수개월 동안 수사한 뒤 공소청이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정에서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다시 흔들린다. 보완수사 요구가 되풀이되고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면 피해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채용해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방안도 수사 경험의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다. 법률과 회계 지식은 필요하지만 자격증이 복잡한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경험을 대신하지 않는다.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고 증거 사이의 연결을 짚는 능력은 여러 사건을 직접 처리하면서 쌓인다. 경찰 인력을 빼 중수청을 채우면 경찰 수사 현장이 비게 된다. 경찰은 이미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미제 사건을 안고 있다. 수사 인력을 늘린다는 계획도 충분한 신규 채용보다 다른 부서 경찰관을 옮기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경찰의 부족한 인력을 다시 중수청으로 돌리는 것은 수사기관 사이에서 사람을 옮겨 앉히는 데 그친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의 인계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형 경제·부패 사건은 기록이 수만 쪽에 이르고 계좌 자료와 압수물, 디지털 증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담당 수사팀이 바뀌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관련자들의 관계와 진술의 의미, 추가로 확인해야 할 단서는 문서만 넘겨서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검찰청 폐지 이후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공소청에 남으면 새 수사팀은 사건을 사실상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사는 늦어지고 피의자는 증거를 숨기거나 말을 맞출 시간을 벌게 된다. 범죄수익이 여러 계좌를 거쳐 빠져나간 뒤에는 사람을 보충해도 되돌리기 어렵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행정 일정으로 계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고 자료는 사라지며 범죄수익은 계속 이동한다. 수사팀 교체와 기록 재검토로 몇 달을 허비하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 독자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출범일까지 갖춰지지 않는다. 당분간 경찰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고 일부 기능은 개청 이후 추가할 계획이다.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 처리 방식도 다듬지 못했으며 전산망마저 임시로 빌려 써야 하는데 정부는 10월 2일 개청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폐지라는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검찰이 맡던 부패와 금융, 방위사업 수사를 누가 이어받아 어느 수준으로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면서 수사 경험과 전문성까지 흩어버리면 그 부담은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원 2874명을 채우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사가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인지 공개해야 한다. 중수청 이동을 신청한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숫자, 경제·부패·금융·마약 사건을 직접 맡아본 인력의 규모, 신규 채용자의 교육 계획을 밝혀야 한다. 진행 중인 사건을 기존 수사팀과 함께 넘길지도 답해야 한다. 10월 2일에 문을 여는 것보다 검찰청이 사라진 다음 날에도 중대범죄 수사가 이어지도록 준비하는 일이 급하다. 인력이 부족하고 지휘 체계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날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숙련 수사관이 몇 명인지조차 밝히지 못한 채 출범을 밀어붙이면 국가의 수사 역량 전체가 검증되지 않은 행정 실험의 대상이 된다. 그 실험이 실패했을 때 수사를 놓친 책임은 흐려지겠지만 범죄 피해와 장기 미제 사건은 그대로 남는다.
2026-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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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공방, 검찰도 경찰도 아닌 국민을 보라
[경제일보] 수사는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다. 확보하지 못한 영상 하나,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한 명, 잘못 해석한 진술 한 줄이 사건의 결론을 바꾼다.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 수사를 교정할 최소한의 권한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형사사법제도는 한번 바꾸면 수많은 사건과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출범 시점을 오는 10월 2일로 정해 놓고도 형사절차의 핵심인 보완수사 구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조직을 먼저 나눈 뒤 그 조직들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할 것인지를 뒤늦게 논의하는 순서가 됐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은 구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추가 조사하는 권한이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전면 폐지론은 검사에게 직접 조사권을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고 본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세워 송치된 혐의와 관계없는 사실까지 들여다보거나 별건 수사로 확대할 위험도 지적한다. 검찰은 이런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과도한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출 논란을 반복했다.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었다. 과거와 같은 포괄적 수사권을 검사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문제와 경찰 수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없애는 문제는 같지 않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실제 수사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처음 수사를 부실하게 한 수사관에게 같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빠진 증거가 저절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같은 조직에 보완수사를 맡기는 방식만으로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다. 검사가 경찰 수사기록만 검토해서는 기록 밖에 있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영상,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누락한 압수물은 기록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나 참고인을 직접 만나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 수사의 빈틈이 드러나는 사건도 있다.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런 우려를 보여줬다. 경찰은 피의자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수사팀 내부에서 중요 증거 확보와 보고를 막고 수사 내용을 축소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개별 사건 하나로 모든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 수사 축소나 증거 누락이 발생했을 때 같은 경찰 조직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검찰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것처럼 경찰의 내부 감찰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대신하기 어렵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사라진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자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종속돼 있거나 보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술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주변 정황과 디지털 증거, 반복되는 범행의 구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면 피해자는 같은 일을 여러 번 진술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바뀔 때마다 피해 사실을 다시 설명하고, 뒤늦게 발견된 증거가 이미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사 한 사람의 권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문제다. 피의자의 권리도 다르지 않다. 경찰이 혐의를 과도하게 구성하거나 불리한 진술만 골라 기록했다면 검사의 재검토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보완수사는 유죄 증거를 추가로 찾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가 공판에 넘길 만큼 충분하고 적법한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채 직접 보완수사까지 하면 유죄 판단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반대로 기소를 결정하는 검사가 증거의 신빙성과 수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부실한 경찰 수사가 그대로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입법자는 두 위험을 함께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택지는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뿐이 아니다. 검사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금지하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제한된 범위에서만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대규모 민생침해 범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누락이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예외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처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두면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우회적으로 복원하는 통로가 된다. 수사 범위도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은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는 공소청장이나 상급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보완수사의 사유와 범위, 조사 내용은 모두 기록에 남겨 피의자와 변호인이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 기간과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위법한 별건 수사로 취득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하고 수사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 전면 폐지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공소청에 보내 다시 검토받도록 하는 전건송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공소청이 다시 심사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기록을 형식적으로 훑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전건송치는 중대범죄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부터 적용하거나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논의도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검찰 기득권 옹호나 개혁 후퇴로 몰아서는 안 된다. 수사 실무를 경험한 법조인과 범죄피해자 지원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검찰 조직을 지키자는 요구가 아니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피해자가 기댈 절차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경찰의 부실수사 사례를 검찰권 복원의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잘못했다고 과거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려면 별건 수사와 과잉수사를 막을 구체적인 통제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일도 아니다. 잘못된 수사를 줄이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형사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수사기관의 권한은 어느 기관이 더 신뢰받느냐에 따라 배분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고 법원과 변호인이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대신 권한의 범위와 책임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정치권은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일을 정해 놓고도 보완수사 구조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시행일이 다가온다는 사정이 졸속 입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입법이 늦어진 책임을 피하려고 충분한 검토 없이 전면 폐지나 현행 유지를 선택한다면 그 부담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국민이 떠안는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사에게서 몇 개의 권한을 빼앗았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줄었는지, 억울하게 묻힌 사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지, 무고한 사람이 잘못 기소되는 일을 막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공방에서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은 검사도 경찰도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상과 명예, 때로는 삶 전체가 달라지는 피해자와 피의자다. 정치권이 그들의 권리를 외면한 채 수사기관의 권한만 나눈다면 검찰청의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더라도 개혁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2026-07-16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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