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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의 독립, 권력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경제일보] 법의 권위는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나온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감싸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도 재판에서 공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수사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난 14일 열린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에 집중됐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감찰 민원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반대 성명 참여 경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직무배제 반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의 해명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어느 진영에 가까운 인물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면 정작 국민이 확인해야 할 수사기관장의 자질과 독립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감독권 자체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지휘와 감독을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법률상 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사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1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중수청은 이튿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감찰의 필요성과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관의 감독권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그 적절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감독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독권이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결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돼서도 안 된다. 법률이 허용한 지휘권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대한 기록과 사후 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위험이 있다. 수사 독립을 청장 개인의 소신이나 조직 내부의 결의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인사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와 청장 임기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청장의 신분을 보호하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책임 추궁 절차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 과정 역시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객관적인 배당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자 교체나 수사 종결에는 합리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전문성을 고려한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그 판단 근거는 남겨야 한다. 표적 수사나 부당한 사건 지연, 선택적 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 심사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구제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역시 기관 운영과 권한 남용 여부를 감시하되 개별 사건의 수사 결론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독립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하되 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독립이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조직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력 확보율이 약 66%, 물적 인프라 확보 수준은 6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관이 법률상 권한을 갖췄더라도 인력과 시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중수청 개혁의 성패는 과거 검찰의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강도가 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혹이 반복된다면 조직 개편의 의미는 퇴색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새로운 권한 집중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관 사이의 역할과 통제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하되 같은 기준을 여야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판단할 정보는 오히려 부족해진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다. 특히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수청은 정권의 칼도, 정치권의 방패도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독립 선언이 아니다. 지휘·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의 근거를 기록하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개입에는 책임을 묻는 제도다. 동시에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진리와 정의의 저울을 권력자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새 수사기관에 대한 평가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느냐로 내려질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은 권력의 선의가 아니라 권력조차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제도적 경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10-15 10: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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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만 앞세운 '중수청'의 자중지란, 기본과 상식이 먼저다
[경제일보]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재편하겠다며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열흘여 만에 내부 갈등과 운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기관이 정작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삐걱거린다면 국민이 무엇을 믿어야 하겠는가. 검찰개혁이라는 거창한 깃발을 앞세웠지만, 정작 그 깃발을 받쳐야 할 행정 역량과 조직 운영의 기본은 갖췄는지 의문이다. 제도 개편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준비 부족과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다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출범 과정부터 문제다. 현장에서는 핵심 수사 인력 부족과 주요 보직 공백, 수사 기밀을 다룰 전산망 등 필수 인프라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대범죄 수사는 전문 인력과 정보 보안, 증거 관리, 기관 간 공조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춰 조직부터 출범시켰다면 그 자체가 무책임한 행정이다. 간판을 먼저 달고 내부를 나중에 채우겠다는 식의 개문발차는 국가 수사기관이 취할 방식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부실은 일반 행정기관의 시행착오와 다르다. 증거 확보가 늦어지고 수사 정보가 유출되거나 사건 처리에 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사의 완결성이 훼손되면 그 책임은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다. 정부는 출범 당시 인력과 시설, 예산, 전산 보안, 사건 이관 및 공조 절차를 얼마나 면밀하게 점검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준비가 미흡했다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출범을 강행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제도 개편의 속도가 수사의 질과 국민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와 감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다. 조직 출범 초기에는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고 구성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초대 청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감찰과 인사 조치를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면 지도부의 관리 능력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감찰이 비위 규명을 위한 정당한 절차인지, 내부 비판을 억누르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수단인지 의혹이 제기된다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가리지 않은 채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중수청의 존립 근거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는 관대하고 반대편에는 엄격하다면 국민은 그 기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부 비판을 무조건 조직 흔들기로 몰아붙이거나 감찰권을 사적으로 행사한다면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도 설 자리가 없다. 인사는 전문성과 청렴성,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감찰은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장치가 없다면 조직 개편으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권력 수사의 고질적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무겁다. 검찰개혁의 당위만 강조하며 제도 설계와 현장 준비의 허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성패는 조직을 얼마나 빨리 출범시켰느냐가 아니라 범죄를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정부는 출범 준비 과정과 인사·감찰 논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전산 보안과 전문 인력 확보, 사건 처리 기준 등 운영 전반의 취약점을 공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중수청 지도부 역시 책임을 실무진에 떠넘기지 말고 조직 혼란을 초래한 의사결정과 지휘 체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도 수사기관을 정쟁의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이 특정 정권의 이해에 따라 흔들리고 기관의 독립성이 정치적 유불리에 좌우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중수청이 신뢰를 얻으려면 외부의 정치적 간섭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의 전횡과 무능에도 엄격해야 한다. 독립성은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아니며, 기강 확립은 비판을 봉쇄하는 명분이 아니다. 중수청 출범 이후의 혼란은 정부가 추진한 제도 개편이 현장의 수사 역량과 조직 운영 체계를 충분히 갖췄는지 되묻게 한다. 국회와 정부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수사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전산망,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조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깃발이 제도를 대신할 수 없고, 명분이 실력을 대신할 수도 없다. 중수청은 지금이라도 출범의 속도보다 운영의 완성도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졸속 준비와 인사 난맥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지도부는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감찰, 전문적인 수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중수청이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입증하는 길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2026-10-13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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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곳 세종으로…2027년부터 9929명 단계 이전
[경제일보]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세종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별도 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은 내년에 우선 옮기고 수사·보안 등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은 독립청사를 새로 지어 2031년까지 순차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이 추가로 세종에 근무하게 되면서 세종 중심의 국정운영 체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3일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곳,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3일 이전 추진방향을 발표한 뒤 관계기관 협의와 네 차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기관별 기능과 성격, 청사 확보 여건 등을 반영해 이전 대상과 방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계획은 기관 특성에 따라 ‘임차청사 활용 조기 이전’과 ‘청사 신축 후 이전’으로 나눠 추진된다. 현재까지 세종으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은 43곳으로 이전 당시 정원 기준 1만4731명이다. 이번 2차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세종에서 근무하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규모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우선 별도 독립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 2995명은 세종지역 민간 임차공간을 활용해 2027년 중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재외동포청 등 6개 기관이 우선 세종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각 부처 소속기관과 각종 자문위원회 등 19개 기관이 뒤를 잇는다. 정부는 이들 기관의 임차청사 이전을 2027년 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이전 시점은 관련 법 개정 일정과 연계해 정한다. 수사·보안·관제 등 업무 특성상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별도 청사를 신축한 뒤 옮긴다. 정부는 2031년까지 청사 건립과 이전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이 예정돼 있어 행정·정치 기능의 세종 집중도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 이전에는 대규모 재정도 투입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7년 임차청사를 활용해 이전하는 기관의 청사 임차·조성과 운영비, 공무원 이주지원비 등에는 약 8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독립청사가 필요한 기관과 향후 임차청사를 사용하는 기관 등을 위한 청사 건립비는 약 3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에 기본설계비 약 286억원을 반영해 청사 건립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전체 사업비는 기관별 입지와 시설 규모, 부지 확보 상황과 설계 결과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이전 공무원과 가족의 세종 정착을 위해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의 학기 종료 등으로 즉각적인 이주가 어려운 공무원에게는 일정 기간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관 이전이 실제 생활권 이동으로 이어지는 만큼 주거와 교통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남은 과제는 법 개정과 예산 확보다. 현행 행복도시법은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성평등가족부를 세종 이전 제외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기관을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기 위한 방안을 국회와 논의하고 기관 이전과 청사 건립에 필요한 예산도 적기에 확보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한 뒤 기관별 청사 확보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이전 과정에서 민원과 인허가 등 국민이 이용하는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별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도 별도로 마련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한 핵심 국가 전략”이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이전기관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빠짐없이 챙기면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3 15: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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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원장 후임도 음주 전력…경찰병원 인사, 누가 책임지나
[경제일보] 공공기관 인사의 신뢰는 임명장보다 그 자리에 앉힐 사람을 어떻게 검증했느냐에서 출발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기관이라면 전문성뿐 아니라 준법 의식과 공직 윤리가 엄격한 기준이 돼야 한다. 경찰병원에서 벌어진 인사 논란은 그 원칙이 얼마나 허술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경찰병원장은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직위해제된 데 이어 올해 6월 29일 해임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음주운전을 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현장을 떠난 사실이 문제가 됐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다음 인사다. 경찰청은 원장의 직위해제 당일 진료1부장을 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했다. 그런데 이 인물 역시 2024년 8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청은 해당 전력을 알고도 이미 징계를 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직무대리를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해 12월 12일 직무대리 지정을 해제하고 진료2부장으로 교체했다. 음주운전으로 물러난 기관장의 빈자리를 음주운전 징계 전력자에게 맡긴 것이다. 인력 운용상의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여기서 따져야 할 것은 단순히 검증을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징계 전력을 알고 있었다면 그 사실을 인사 판단에 어떻게 반영했는지가 핵심이다. 직무대리 지정에 적용한 기준은 무엇이었고, 다른 후보자는 검토했으며, 최종 결정은 누가 내렸는지 설명해야 한다. 물론 과거의 비위 전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공직에서 영구히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징계의 경중과 발생 시점, 재발 여부, 직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징계를 마친 사람에게 또 다른 불이익을 주는 문제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경찰병원 사례는 일반적인 인사와 사정이 다르다. 바로 앞선 기관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직위해제된 상황이었다. 조직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기에 같은 종류의 징계 전력을 가진 인물을 지휘부에 앉히는 결정이 어떤 메시지를 줄지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인사권자의 판단에는 법적 결격 여부를 넘어 조직의 신뢰와 직무 적합성을 살피는 책임이 따른다. 이번 논란은 장기간 이어진 병원장 공백과 맞물려 더욱 무겁다. 경찰병원은 약 1년 동안 정식 원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정원 678명 가운데 52명이 비어 있었고, 전문의 부족으로 올해 진료·시술·검사 시간이 주당 총 69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력 부족과 진료 축소의 원인을 모두 원장 공백이나 인사 논란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기관 운영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수장 인선과 직무대리 지정이 잇따라 논란을 빚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인사에서 책임은 단계별로 구분돼야 한다. 후보자를 추천한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적임자를 판단했는지, 검증 담당자는 어떤 사실을 확인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어서 최종 결정권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에서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면 확인 절차를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문제를 알고도 임명하거나 지정했다면 그 판단의 합리성과 적절성을 따져야 한다. 모든 인사 논란을 실무자의 검증 부실로 돌려서는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 인사권은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다. 정식 경찰병원장 임용 절차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경찰청은 지난 8월 채용공고를 내고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임용후보자 선발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전문성과 조직 운영 능력은 물론 공직 윤리까지 충분히 검토해 인사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추천·검증·임명 또는 직무대리 지정 단계별로 판단 근거와 책임자를 기록하고, 중대한 비위 전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정당한 비공개 사유는 보호하되, 인사 논란이 발생했을 때 절차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록은 남겨야 한다. 부실한 판단이 확인된다면 독립적인 사후 점검을 통해 원인을 밝혀야 한다. 고의적인 은폐나 중대한 과실이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반면 결과가 논란을 빚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인사 담당자에게 기계적으로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 된다. 공공기관은 특정 정권이나 인사권자의 전리품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그만큼 인사 결정에는 일관된 기준과 설명 가능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번 경찰병원 사태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누가 자리를 차지했느냐만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징계 전력을 누가 검토했고, 어떤 이유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느냐가 밝혀져야 한다. 또 그 판단에 대한 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사람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인사 실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판단을 되풀이하지 않을 제도를 남겨야 한다. 공직 인사의 신뢰는 임명권을 행사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지는 데서 회복된다.
2026-10-12 1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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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완성차 내수…가격·차종·수출 전략 다시 짜야
[경제일보] 국내 완성차 시장의 부진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와 전기차 보조금 소진 등 단기 요인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완성차 5사의 국내 판매가 일제히 감소했다. 내수 부진이 반복될수록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와 차종을 넓히고 국내에서 줄어든 판매를 해외 시장에서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변수에 판매가 크게 출렁이지 않도록 가격과 제품, 수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지난달 현대자동차와 기아, GM 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KGM) 등 완성차 5사의 국내 판매량은 9만9843대로 전년 동월보다 19.8% 감소했다. 현대차는 25.7%, 기아는 6.7% 줄었고 르노코리아와 KGM, GM 한국사업장도 각각 45.3%, 48.8%, 40.9% 감소했다. 가격 전략은 단기 할인보다 구매 부담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판매가 줄 때마다 재고 할인과 저금리 할부를 확대하면 당장의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판매 부진이 반복될 때마다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기는 어렵다. 고사양·고가 트림 중심으로 차량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진다. 기본 사양과 가격을 세분화하고 상대적으로 진입 가격이 낮은 모델과 트림을 늘려 구매 가능한 가격대를 넓혀야 한다. 전기차 역시 보조금이 줄어들 때마다 판매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차량 가격과 상품성을 함께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차종 구성에서는 특정 모델의 흥행에 기대는 구조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신차 효과가 강한 모델 한두개가 전체 판매를 끌어올리면 해당 모델의 교체 주기가 다가오거나 경쟁 신차가 등장할 때 실적 공백도 커진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차급별로 꾸준히 팔리는 볼륨 모델을 확보하고 기존 모델의 판매가 둔화하는 시점에 후속 신차가 자연스럽게 물량을 이어받는 제품 주기도 뒷받침돼야 한다. 파워트레인은 실제 수요의 이동 속도를 고려한 전략이 중요해졌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장기 방향은 유지하더라도 시장마다 전환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늦게 늘어나는 지역에서는 하이브리드가 빈자리를 메우고 가격과 충전 인프라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내연기관차가 여전히 판매를 보완할 수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공급 비중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할수록 특정 파워트레인의 부진이 전체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수출 전략은 해외 판매량 자체를 늘리는 것보다 시장 구성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더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일부 시장에 판매가 집중되면 현지 경기와 관세, 환경 규제 변화가 전체 실적으로 곧바로 번질 수 있다. 북미와 유럽뿐 아니라 중동과 중남미, 아시아 등으로 판매처를 넓히면서 지역별 수요에 맞는 차급과 파워트레인을 배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현지 생산과 국내 수출 물량을 함께 조정할 수 있다면 특정 지역의 판매 감소가 전체 실적에 미치는 부담도 낮아진다. 가격과 차종, 파워트레인, 수출 전략은 따로 움직이는 영역이 아니다. 가격을 낮춘 모델을 내놓더라도 소비자가 찾는 차종이나 동력원이 아니라면 판매로 이어지기 어렵고, 제품군이 다양해도 판매할 시장이 한정돼 있으면 외부 변수에 취약해진다. 어떤 가격대의 차량을 어떤 파워트레인으로 구성해 어느 시장에 공급할지까지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 특정 모델이나 시장의 호조에 기대는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가 움직이는 곳으로 제품과 물량을 빠르게 옮길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2026-10-02 1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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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광주 공백 메울 함평공장…스마트물류로 수익성 높일까
[경제일보] 금호타이어가 함평 신공장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체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광주공장 화재로 핵심 생산거점의 생산능력이 크게 줄었지만 고인치·전기차용 타이어 판매 확대 등으로 실적을 방어했다. 함평에서는 생산설비와 물류를 함께 고도화하고 단계적 증설을 추진해 새로운 수익기지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1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광주공장은 화재 전 연간 약 1150만~1200만본의 생산능력을 갖춘 핵심 생산기지였다. 2024년 금호타이어 전체 생산량 6139만본의 약 20%를 담당했다. 광주공장 관련 매출 규모는 2024년 기준 8917억원으로 당시 연결 매출 4조5322억원의 19.7%에 달했다. 국내 공장 평균 가동률도 99.4%에 이른다. 지난해 5월 17일 광주공장 화재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 생산능력은 크게 줄었다. 금호타이어는 같은 해 11월 하루 4000본으로 생산을 재개한 뒤 올해 1월 6000본, 2월 말 1만565본까지 생산량을 늘렸다. 현재 광주공장은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1공장을 중심으로 연간 약 350만본 생산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화재 이전 생산능력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생산 차질에도 전체 실적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매출은 4조7013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755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5006억원으로 연간 목표 5조1000억원의 약 49%를 달성했다. 북미·유럽 판매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이 생산 공백을 보완했고 2분기 승용차용 타이어 매출에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은 47%까지 높아졌다. 금호타이어는 줄어든 국내 생산능력을 함평 신공장을 통해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착공 행사를 열고 올해 1월 창고동, 4월 정련동과 압연동 공사에 들어갔다. 약 50만㎡ 부지에 창고와 정련시설, 생산동 등을 건설해 오는 2027년 말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8년 상반기 가동할 계획이다. 1단계 투자 규모는 당초 6609억원에서 7608억원으로 약 1000억원 늘었다. 연간 타이어 생산능력은 530만본, 정련 고무는 700만본 규모로 구축한다. 고인치와 프리미엄 신차용(OE) 타이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압연기와 성형기 등 첨단 생산설비도 확대한다. 생산설비와 함께 공장 내부 물류도 자동화한다. 금호타이어는 함평 신공장에 720억원 규모의 스마트물류 시스템을 도입해 2028년 10월까지 자동입출고시스템(AS/RS), 무인운반차(AGV), 자율주행운송로봇(AMR), 무인이송로봇(RGV)과 창고관리·제어시스템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동량 예측과 최적 이동경로 제어도 적용한다. 원자재 입고부터 반제품 이동, 완제품 출고까지 물류 흐름을 연결해 공정 간 이동과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내부 물류를 자동화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향후 증설에도 대응할 수 있다. 함평공장은 1단계 연 530만본에서 향후 2단계 증설을 거쳐 연 1200만본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2단계까지 진행되면 화재 전 광주공장의 1150만~1200만본과 비슷한 규모를 갖추게 된다. 고인치·프리미엄 제품 생산설비와 스마트물류를 결합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만큼 함평공장 가동과 단계적 증설은 금호타이어의 생산량 회복과 수익성 확대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매출 확대 및 고수익 제품 중심의 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함평공장과 유럽공장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 한국·유럽·북미를 잇는 글로벌 생산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와 수익성 제고에 더욱 집중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2026-10-01 16: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