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5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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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부터 미식까지 취향대로…유통·호텔업계 '맞춤 큐레이션' 세분화
[경제일보] 유통·호텔업계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상품 확대보다 고객의 취향과 이용 목적을 세분화한 맞춤형 상품·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VIP 고객에게는 미식과 예술을 결합한 프리미엄 여행을 제안하고 예비 부모에게는 출산 전후 생애주기에 맞춘 휴양 상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온라인에서도 유명 셰프와 전국 맛집을 한데 모은 전문관이 등장하는 등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경험을 선별해 제안하는 방식으로 경쟁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VIP 프로그램 '에비뉴엘' 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해외 여행 상품 '에비뉴엘 글로벌 트립'을 선보인다. 백화점이 고객의 상품 구매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사와 함께 일정과 콘텐츠를 직접 구성해 VIP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첫 여행 상품은 '럭셔리 크루즈'를 테마로 리츠칼튼 요트 컬렉션을 활용해 구성했다. 알래스카 대자연과 일본 미식, 지중해 예술·건축 등 고객의 관심사에 따라 여행 목적을 세분화하고 단순 관광보다 각 지역의 콘텐츠를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일정을 설계했다. 대표 상품인 '알래스카 대자연 경험'은 캐나다 밴쿠버를 왕복하는 8박 10일 일정으로 빙하와 야생 생태를 관찰하는 크루즈 여행에 비즈니스석 항공편과 페어몬트 호텔 숙박을 결합했다. 일본 벚꽃 시즌에는 도쿄에서 출발해 시미즈·오사카·히로시마·후쿠오카와 국내 남해안·제주까지 둘러보는 미식 여행을 운영하고 향후 스페인과 남프랑스의 예술·건축을 중심으로 한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VIP 전용 서비스도 여행 과정에 포함하며 에비뉴엘 고객에게 1대1 컨시어지 방식으로 여행을 설계하고 자택과 공항을 오가는 버틀러 서비스, 여행 중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와 크레딧 등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기존 '에비뉴엘 포인트'를 '에비뉴엘 큐레이션'으로 개편한 데 이어 호텔·파인다이닝·골프·레저 등 100여개 제휴처로 경험형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에비뉴엘 글로벌 트립은 고객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을 선별해 제안하는 여행 큐레이션의 일종"이라며 "쇼핑을 넘어 여행과 문화, 미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고객의 소비 수준과 취향을 기준으로 여행을 세분화한 롯데백화점과 달리 신라호텔앤리조트는 고객의 생애주기를 상품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출산 전 부부가 휴식과 추억을 함께 즐기는 '베이비문' 수요가 확대되자 태교 여행부터 출산 이후 영유아 동반 가족 여행까지 이어지는 상품군을 구축했다. 제주신라호텔의 '드리미 베이비문'은 바다 전망 객실과 룸서비스 조식, 포토 프로그램, 디저트·티 세트, 스파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했다. 특히 호텔이 추천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프로그램을 더해 임신 기간의 휴양과 출산 전 기록 수요를 함께 반영했다. 신라모노그램 강릉에서는 아가방앤컴퍼니와 협업해 출산 전 고객을 위한 '리틀 비기닝 앳 모노그램'과 영유아 동반 가족 대상 '리틀 저니 앳 모노그램'을 동시에 운영한다. 태교 패키지에는 내의와 턱받이, 바디필로우 등 출산 준비용품을 포함하고, 키즈 패키지에는 영유아용 스킨케어 제품과 아트 클래스 등을 구성해 출산 전후 고객의 필요에 따라 혜택을 달리했다. 서울신라호텔과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에서도 같은 수요를 겨냥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한정판 태교 선물과 스냅 촬영을 포함한 임산부 전용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으며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는 아가방과 협업한 태교·가족여행 패키지를 제공한다. 신라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출산 전 여행을 통해 휴식과 추억을 함께 누리려는 베이비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예비 부모가 편안하게 머물며 새로운 가족의 시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여행처럼 비교적 고관여 영역뿐 아니라 일상적인 식품 구매에서도 취향별 선별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쿠팡 로켓프레시는 인기 셰프와 전국 맛집, 최신 식품 트렌드를 한곳에 모은 미식 전문관 'House of Taste(하우스 오브 테이스트)'를 열고 미식 수요를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공략한다. 미식관에서는 20여개 셰프 브랜드와 140여개 맛집 브랜드를 포함해 총 200여개 브랜드의 800여개 상품을 판매한다.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 베이커리·디저트·냉동식품·유제품·음료 등을 한데 구성해 이용자가 개별 맛집이나 셰프 상품을 각각 찾아보지 않아도 관련 먹거리를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 구성도 유명 맛집과 셰프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차별화했다. 벽제갈비와 테이블 포포, 누와, 브로드카세 등 외식·베이커리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고 닭요리 전문점 팔각도와 공동 개발한 레스토랑간편식(RMR) 4종은 단독으로 선보인다. 인기 요리 프로그램 출연 셰프들과 협업한 우육탕면과 생면파스타, 감바스볶음밥 등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맛집을 직접 찾아가야 했던 미식 경험도 온라인 장보기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쿠팡은 로켓프레시 새벽배송을 통해 지역 맛집과 셰프 레시피를 활용한 상품을 집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품 수를 늘리는 방식보다 미식이라는 특정 취향을 중심으로 전문관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들이 집에서도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차별화된 미식 상품을 지속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2026-10-14 09: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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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북부 산업단지, 공급 확대 속 첨단 제조·물류 투자 유치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면서 베트남 북부가 전자·전자부품과 첨단 제조업, 물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산업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퐁(Hải Phòng)과 박닌(Bắc Ninh)을 중심으로 산업용지와 임대형 공장 공급이 늘고 있으며, 도로·항만·공항 등 물류 인프라 개선도 투자 입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산업단지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모든 지역에서 입주 수요가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산업단지가 실제 투자 유치와 가동으로 이어지려면 입지 경쟁력뿐 아니라 기반시설의 완성도, 물류 접근성, 운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북부 산업용지 2만5200ha 돌파…하이퐁·박닌이 공급 주도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2026년 2분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의 산업용지 누적 공급량은 2만5200ha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보다 15.7% 증가한 규모다. 지역별로는 하이퐁이 전체 공급량의 2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박닌이 21%로 뒤를 이었다. 흥옌(Hưng Yên)과 닌빈(Ninh Bình)도 각각 약 13%를 차지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하이퐁·박닌·닌빈의 산업단지 6곳에서 1200ha가 넘는 신규 산업용지가 공급됐다. 제조업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단지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장 공급도 확대되고 있다. 북부의 임대형 기성 공장(RBF) 공급 규모는 2026년 2분기 기준 약 580만㎡로, 전년 동기보다 16.9% 증가했다. 평균 입주율은 86%로 집계됐다. 기성 창고(RBW)의 공급 규모는 약 360만㎡였으며, 평균 입주율은 85.7%를 기록했다. 특히 기성 창고 입주율은 물류 수요와 제조업 확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12.1%포인트 상승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전자·전자부품과 첨단 제조업, 물류 분야의 수요가 산업용 부동산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생산시설을 신속하게 가동하려는 기업에는 공장을 직접 건설하는 대신 기성 공장을 임차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산업용지 자체의 평균 입주율은 64%로 전년보다 2.7%포인트 낮아졌다. 신규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전체 입주율에 조정 압력이 발생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기초 수요의 악화보다는 신규 산업단지의 공급 확대와 초기 입주에 필요한 시간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산업용지와 기성 공장은 서로 다른 시장이므로 공장 입주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산업단지 전체의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 공항·도로·항만 연결성, 투자 입지 경쟁의 핵심 변수 산업단지를 선택하는 기업들은 토지 가격과 임대료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과 제품 수출에 필요한 물류 여건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특히 전자·부품 산업처럼 공급망 내 여러 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업종에서는 생산시설과 항만·공항, 주요 소비시장 사이의 이동 시간과 운송 비용이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 북부에서는 기존 항만과 도로망에 더해 대형 교통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박닌 지역의 자빈 국제공항(Gia Bình International Airport)이다. 베트남 정부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자빈 국제공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 4F급으로 추진되며, 2030년까지 연간 여객 3000만명과 화물 160만t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2027년에는 202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필요한 시설을 우선 건설하고, 2030년까지 1단계 사업을 완성하는 일정이다. 공항과 주요 산업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이 계획대로 확충되면 하노이(Hà Nội)와 박닌 등 내륙 산업 거점의 국제 물류 접근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실제 시설 완공 시점과 연결 교통망의 구축 속도, 운영 효율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이퐁은 항만을 기반으로 한 물류 여건과 기존 산업 생태계를 갖춘 지역으로, 박닌과 함께 북부 산업단지 시장의 주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흥옌·닌빈·푸토(Phú Thọ) 등 주변 지역에서도 산업용지와 공장 공급이 늘면서 기업들은 생산시설의 입지와 비용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 안팟5 산업단지, 신규 투자 수요 확보에 나서 이러한 산업단지 개발 흐름 속에서 하이퐁의 안팟5(An Phát 5) 산업단지도 신규 공급 사례로 주목된다. 안팟홀딩스(An Phát Holdings) 계열사가 개발하는 안팟5는 하이퐁시 껌장(Cẩm Giàng) 지역의 르엉디엔(Lương Điền)·응옥리엔(Ngọc Liên) 일대에 조성되는 150ha 규모의 산업단지다. 사업자 측에 따르면 2025년 12월 19일 착공했으며, 2026년 말까지 기반시설을 완성하고 2027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팟5는 전기·전자, 정보기술(IT), 기계·장비 제조, 자동화, 산업용 부품과 소재 등 제조업 분야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한 산업단지 개발도 사업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업자 측은 2026년 9월 기준 주요 기반시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입주 예정 기업들이 공장 건설을 준비할 수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기반시설 완공 일정과 투자 유치 계획은 사업자 측이 밝힌 목표다. 실제 경쟁력을 판단하려면 기반시설의 완성도와 입주 기업 확보 현황, 물류 비용, 인력 수급 및 운영 여건 등을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팟5와 같은 신규 산업단지는 북부 지역의 생산시설 공급을 확대하고 기업의 입지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 개발 자체가 곧바로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투자 유치 성과는 기업의 입주 결정과 생산시설 가동, 공급망 내 연계 효과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 공급 확대에서 실질적인 투자 성과로 베트남 북부 산업단지 시장은 산업용지와 기성 공장 공급이 늘어나는 동시에 지역별 입주율과 수요가 차이를 보이는 단계에 들어섰다. 하이퐁과 박닌은 기존 제조업 기반과 물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요 거점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변 지역도 상대적으로 넓은 개발 공간과 비용 경쟁력을 내세워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산업단지 규모만큼이나 교통 인프라와의 연결성, 공장 가동 준비 수준, 운영 비용, ESG 기준 대응 능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투자 기회를 실제 생산과 고용으로 연결하려면 신규 산업단지들이 공급 확대를 넘어 입주 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2026-10-13 17: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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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공항 피격이 울린 경고음…에너지 안보가 곧 국익이다
[경제일보] 중동의 불길이 세계 경제의 급소를 겨누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관문인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운항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석유 시설과 주요 해상 수송로까지 위협받으면서 지역의 안보 불안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커지고 있다. 민간 항공 인프라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에너지 생산과 수송의 핵심 거점 역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또 하나의 국지적 무력 충돌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중동의 안보 불안이 국제유가의 변동성과 해상 운임, 보험료 상승 압력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력으로 민간 시설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국제사회는 민간인의 안전과 국제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규탄 성명만으로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는 출렁이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거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 에너지 가격은 실제 수급 악화 이전부터 움직인다. 시장의 불안이 물가를 밀어 올리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며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연쇄 충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에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 기반이 취약하고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올해 들어 수입선 다변화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원유 수입의 절반을 웃돈다. 주요 해상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 지역 분쟁이 장기화하면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운송비와 생산비용을 통해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번진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까지 겹친다면 같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는 데 더 많은 원화를 지출해야 한다. 중동의 안보 위기가 우리 경제의 물가와 성장, 민생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위기가 터진 뒤 유가 동향을 살피고 임시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친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안보는 가격이 급등한 뒤 대응하는 사후 관리가 아니라 공급 차질을 가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국가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로의 위험 수준을 상시 점검하고, 비상 상황별 원유 수급 계획과 부처 간 대응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략 비축유의 규모뿐 아니라 방출 기준과 실행 절차, 실제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검해야 한다. 위기 때 꺼내 쓸 수 없는 비축유는 장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중동 의존도를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다른 산유국 등으로 도입선을 넓히고 공급 계약과 수송 경로를 분산해 특정 지역의 위기가 국가 전체의 공급 위기로 번지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와 핵심 원자재 역시 공급망 취약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전·재생에너지 등 국내 에너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일도 장기적인 대응책이다. 에너지 전환은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을 함께 따지는 현실적 원칙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 기업과 시장의 대응을 뒷받침할 정교한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등 에너지 가격과 수송 차질에 민감한 업종의 위험 노출을 점검하고,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과 자금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담합이나 부당한 가격 인상은 엄정하게 감시하되, 시장 가격을 무리하게 억누르는 방식으로 공급을 위축시켜서도 안 된다. 취약계층 지원은 대상을 명확히 하고 한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재정 부담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외교·안보 역시 경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주요 우방국과 정보 공유, 해상교통로 보호, 공급망 안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확보하고 에너지 공급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대한 정치적 구호에 매달리기보다 국제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실질적인 국익을 확보하는 실용 외교가 중요하다.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재다. 정치권도 정쟁을 멈추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초당적 과제로 다뤄야 한다. 비축 시설과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효율 투자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위기가 잠잠해지면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정부는 위기 때마다 국민에게 절약을 호소하기에 앞서 얼마나 치밀하게 대비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리야드 공항을 둘러싼 위기는 중동의 불안이 언제든 한국의 공장과 물류망, 국민의 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에너지 안보를 시장에만 맡길 수도, 정치적 구호로 해결할 수도 없다. 정부는 비축과 다변화, 외교와 산업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능력이 곧 경제의 경쟁력이고,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국가의 실력이다. 위기가 닥친 뒤 허둥대는 나라와 위기를 예상하고 대비한 나라의 차이는 평상시의 준비에서 결정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이 아니라 실행이고,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안보 체계다.
2026-10-13 1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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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가만히 놔두면 다 추격"…중국 메모리 공세에 증설 속도전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생산시설을 늘리면서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투자 확대가 중요해졌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최태원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38회 상하이시 시장 국제기업가 자문회의' 행사장에서 SK의 반도체 전략과 투자 방향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해 연합뉴스와 만나 "중국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른 속도로 증설해버리면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어 익스팬션(확장)을 빨리빨리 해야 한다"며 "수요는 엄청나게 있는데 공장을 못 늘리면 그게 문제이며 우리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생산시설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은 AI 산업 성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양쯔메모리(YMTC)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주도해온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 회장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경계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고, 가만히 놔두면 다 추격된다"며 "경쟁을 세게 붙어야 하는데 중국 시장에서 우리는 익스팬션이 안 되고 있으니까 중국 시장을 놓고는 별로 경쟁이 잘 안 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경쟁 업체의 공급 증가에 대비하는 전략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시장점유율 방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제품별 기술 경쟁력과 수율, 고객사 확보, 투자비 회수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범용 D램·낸드플래시는 수요 구조와 경쟁 구도가 다른 만큼 제품군별 대응 전략이 중요한 것으로 꼽힌다. 국내 투자와 함께 해외 생산거점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일본 등 해외 공장 증설 가능성에 대해 "스터디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지역이나 규모, 일정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9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인 광주 군공항을 방문해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병행해 추가 팹 조성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호남 클러스터를 비롯한 추가 생산시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려면 부지 확보뿐 아니라 전력·용수 공급, 인력 확보, 인허가 등 기반 여건도 갖춰져야 한다. 기존 생산시설과 신규 시설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투자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도 향후 증설 계획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르 위원장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최 회장은 "별로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막는다고 해서 중국의 반도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별로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며 "CXMT와 YMTC가 무서운 속도로 계속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경쟁을 제한하기보다는 국내 기업도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도체 증설과 별도로 SK는 중국 내 AI 사업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 발표에서 SK가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약 600억 달러(약 80조5600억원)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5년간 중국에서 주요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SK 측은 최 회장 명의로 발표한 자료에서 상하이에 AI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바이오의약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SK는 AI 풀스택 역량과 글로벌 협력망을 바탕으로 중국의 AI·첨단산업 생태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산업의 기술 변화와 사업 기회를 파악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상하이가 AI 시대의 혁신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민한 규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낡고 과도한 규제뿐 아니라 불명확한 규제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인 협력과 투자를 위해 정책 및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상하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10-11 17: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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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공항 피습에 321명 사상…미국 참전 가능성에 중동 확전 우려
[경제일보] 미국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넘어 직접 참전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사우디 방어를 둘러싼 미국의 선택이 예멘 전쟁의 확전 여부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홍해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사우디의 글로벌 투자 유치 전략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테러 집단인 후티 미사일 부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사망자 가운데 사우디 국민 4명과 외국인 8명이 포함됐으며, 부상자 일부는 위중한 상태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공격 이후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됐고 항공편 취소와 지연이 잇따랐다. 이번 공격은 사우디의 민간 항공 인프라를 겨냥한 연쇄 공격의 일부로 분석된다. 같은 주 리야드 공항이 앞서 두 차례 공격을 받았고, 동부 담맘의 킹파드 국제공항 인근에도 발사체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 영공을 군사작전 지역으로 규정하며 항공사들에 해당 영공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민간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반복되면서 사우디의 방공 역량과 핵심 기반시설 보호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격 이후 후티 반군을 겨냥한 사우디의 군사작전에 미국이 합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사우디의 공습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사우디에서 발생한 일을 용납할 수 없다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미국의 직접 참전 여부나 구체적인 군사 대응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충돌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방공 지원이나 정보 공유에 그칠지,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 시설 등을 겨냥한 직접 타격에 나설지에 따라 전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후티 반군의 보복 공격이 사우디 내 주요 시설이나 역내 다른 목표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쟁의 파장은 홍해 해상 물류로도 이어질 수 있다.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주요 해상 운송로 가운데 하나다. 앞서 이 일대에서 공격 위협이 커지면 선사들이 항로를 우회하거나 운항을 조정해 왔고, 운송 기간과 보험료 등 물류 비용에도 압력이 생긴 바 있다. 특히 에너지 수송과 관련 산업의 공급망이 영향을 받을 경우 중동 지역을 넘어 국제 교역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사우디가 추진해온 국제 투자 유치 전략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우디에서는 세계 석유업계 관계자와 정책 당국자가 모이는 세계석유회의(WPC)가 1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열릴 예정이며,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는 대형 투자 행사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가 예정돼 있다. 주최 측은 두 행사 모두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는 관광과 국제 행사,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항과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반복되면 투자자들이 사업 기회뿐 아니라 현지의 안전과 운영 위험까지 함께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당장 투자 위축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수록 사우디가 내세운 안정적인 사업 환경과 국제 행사 개최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아랍에미레이트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전폭적인 연대를 표명하며, 사우디의 안보와 안정 유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26-10-11 14: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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