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0건
-
-
재건축 권한 더 달라는 자치구…인허가 9개 중 7개 이미 구청 몫
[경제일보] 서울 자치구들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며 규제 완화와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정비구역 지정 권한까지 더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아는 자치구가 직접 처리하면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주요 인허가 상당수는 이미 자치구가 맡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관련 주요 인허가 9개 가운데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7개가 자치구 권한이다. 권한을 더 나누기에 앞서 현재 자치구가 맡고 있는 절차가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규제 100개 없애고 구청장 직속 TF까지 4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노원구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과정의 불합리한 규제 100개를 찾아 개선하는 ‘규제혁신 100’을 추진하고 있다. 첫 과제로 정비계획 변경 절차 간소화와 주소불명 소유자 주민통지제도 신설, 정비구역 지정 권한 확대 등을 서울시에 건의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500가구 미만 정비사업의 구역지정권 자치구 이양 범위도 1000가구 미만까지 넓혀달라고 요구했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정비사업은 자치구가 직접 구역지정까지 맡아야 서울시와 자치구를 오가는 행정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동대문구는 구청장 직속 ‘정비사업 신속추진 TF’를 출범시켰다. 관내에서 추진되거나 준비 중인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개발사업 58곳, 약 3만9000가구의 사업 단계와 지연 원인을 직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자치구들이 정비사업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긴 사업기간이 있다. 재건축·재개발이 구역지정부터 입주까지 십수 년씩 걸리면서 반복되는 심의와 인허가, 보완 요구가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 서울시 “주요 인허가 대부분 이미 자치구 담당” 다만 사업 지연의 원인을 서울시 권한에만 돌리기는 어렵다. 서울시가 맡는 주요 절차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 단계의 통합심의 등 2개다. 나머지 주요 인허가 7개는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가 맡은 두 절차에 걸리는 기간이 전체 정비사업 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최근 3년간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역지정 심의는 평균 84일, 정비사업 통합심의는 평균 32일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주장대로라면 구역지정 권한 일부를 자치구로 넘기는 것만으로 전체 사업기간을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구역지정 이후에도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사업기간을 좌우하는 주요 절차가 자치구에 남기 때문이다. 결국 권한을 어디까지 넘길 것인지와 별개로 기존 인허가가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지연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치구가 이미 가진 권한을 얼마나 빠르게 행사하고 있는지가 정비사업 속도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다. ◆ 서울시도 자치구별 처리속도 공개한다 서울시도 자치구마다 정비사업 처리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는 지난 5월 처음으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정비사업 자치구 종합평가’를 도입했다. 평가 대상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표준처리기한 준수와 실제 처리속도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는 오는 12월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우수 자치구에는 기관 표창과 보조금, 직원 인사 인센티브 등을 줄 계획이다. 조합설립 절차도 손보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조합설립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 1년에서 4개월 수준으로 줄이는 공정촉진 개선안을 25개 자치구에 배포했다. 정비구역 지정 이전부터 추진위원회 구성과 조합설립 관련 업무를 병행해 절차를 줄이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자치구의 처리속도를 평가하고 조합설립 기간 단축까지 추진하는 것은 구역지정 이후의 인허가 역시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 권한보다 먼저 따져야 할 ‘처리 능력’ 자치구로 권한을 더 넘기는 데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작은 사업이나 지역 사정이 복잡한 사업은 자치구가 직접 판단할 경우 서울시와의 협의 절차를 줄이고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자치구마다 도시계획과 교통, 건축 분야의 전문인력과 행정 경험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변수다. 구역지정 권한까지 넘긴 뒤 자치구별 심의 역량과 처리 기준이 달라지면 사업 속도와 판단 기준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권한 이양의 효과를 따지려면 자치구별 실제 처리기간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에 평균 얼마가 걸리는지, 표준처리기한을 넘긴 사업장은 몇 곳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구역지정 심의와 통합심의가 실제 사업기간에서 얼마를 차지하는지 사업장별 자료를 공개해야 어느 행정 단계가 정비사업의 병목인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노원구는 규제 100개를 없애겠다고 했고 동대문구는 구청장 직속 조직까지 만들었다. 정비사업을 앞당기려는 자치구의 경쟁이 실제 공급 속도로 이어지려면 권한 확대에 앞서 현재 가진 권한의 처리 성적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요 인허가 9개 가운데 7개가 이미 자치구 몫이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해법은 권한을 더 나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단계에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지부터 숫자로 드러내는 것이 먼저다.
2026-09-04 09:10:43
-
-
-
이제는 '성장'을 말할 때다
[경제일보]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중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집권 1년은 성과를 자축하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데 머물 시점이 아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힐 때다. 지금 정부가 제시해야 할 가장 절박한 국가 의제는 성장이다. 분배와 복지, 공정과 통합도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 없이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지난 1년간 정부는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대외 관계를 복원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미국·중국·일본은 물론 유럽과 신흥국으로 외교의 지평을 넓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도 경제의 급격한 추락을 막는 버팀목이 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면서 반도체 경기와 수출 증가를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해졌다는 판단 아래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으로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건설투자의 회복은 더디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 중국의 산업 추격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방경제와 청년 고용으로 온기가 충분히 퍼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다. 성장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성이다. 이번 순방은 이런 한계를 돌파할 외교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과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인공지능(AI) 협력과 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에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식량, 방산 등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실무그룹 구성과 핵심광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중남미는 더 이상 지리적으로 먼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리튬과 구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주요 공급처이자 방산·조선·원전·바이오·식품 산업의 잠재시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공급망의 블록화를 재촉하는 상황에서 자원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이 특정 국가와 특정 시장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면 중남미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하지만 정상외교에서 체결한 양해각서와 공동성명은 출발점일 뿐이다. 외교적 약속이 기업의 수주와 투자,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순방은 사진과 구호만 남긴다. 정부는 국가별 후속 사업을 정리한 경제외교 이행표를 만들어 국민과 기업에 공개해야 한다. 핵심광물 확보 물량과 장기 구매계약, 현지 광산 공동개발, 방산 수출 금융, 바이오 인허가 협력,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금융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낡은 방식도 바꿔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미래산업을 선택하고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반도체·조선·방산·바이오는 한국이 이미 일정한 기술과 생산 기반을 갖췄고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분야다. 이들 산업을 단순히 개별 기업의 사업으로 보지 말고 인재와 전력, 용수, 데이터, 금융, 세제, 통상외교가 결합된 국가 프로젝트로 다뤄야 한다. AI 경쟁력은 선언이나 연구개발 예산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망과 첨단 그래픽처리장치 확보, 산업 데이터 활용, 전문인력 양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 산업도 공장 건설 지원에 그칠 일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와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까지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 조선과 방산은 수출금융과 유지·보수 체계를 강화하고, 바이오는 임상과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경쟁국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규제혁신도 더 이상 부처별로 몇 건의 규제를 없앴다는 실적 경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규제의 존재만이 아니라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부처마다 해석이 다르고 정권이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흔들린다면 기업은 공장을 짓거나 신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신산업 규제에는 일정 기간 안에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처리시한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기한 내 답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제도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정부 지원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세제와 금융,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기업은 국내 투자와 고용,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로 응답해야 한다. 해외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연구개발과 핵심 제조기반, 양질의 일자리는 국내에 남기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기술 축적과 청년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성장정책을 소수 기업을 위한 특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책임도 무겁다. 여야가 모든 경제정책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동안 세계 각국은 AI와 반도체, 에너지와 방산을 놓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성장전략은 어느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회는 첨단산업 전력망과 인재 양성, 기업 투자와 규제혁신에 필요한 법안을 정파적 이해에서 떼어내 처리해야 한다. 정부 역시 야당과 기업, 노동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주역>에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이 나온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다. 한국 경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만으로 더 나아가기 어려운 변곡점에 서 있다. 수출 대기업과 수도권, 추격형 제조업에 기댄 성장 모델을 혁신기업과 지역,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선도형 성장 모델로 바꾸지 못하면 저성장은 일상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1년이 위기를 수습하고 국정 기반을 세운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중남미 순방에서 확보한 외교적 공간을 공급망과 시장, 투자와 일자리로 바꾸는 일이 그 첫 시험대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시간을 끝내고 경제가 국민의 삶을 일으키는 시간을 열어야 한다. 성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지 않다. 정부는 이제 성장의 필요성을 주저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 다만 그 성장은 소수의 숫자를 키우는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과 노동의 정당한 보상, 지역의 기회와 국민통합을 함께 이끄는 성장이어야 한다. 취임 1년 이후의 국정은 바로 그 목표에 집중돼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이미 시작됐다.
2026-08-03 09:55:25
-
AI 거품론에 흔들릴 때 아니다… 반도체, 다시 기본으로 승부해야
[경제일보]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거품론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거세게 흔들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그 충격은 대한민국 증시에도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단기간에 크게 줄어들면서 가까스로 살아나던 경기 회복 기대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시장의 불안 심리가 실물경제로 확산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의 단기적 조정과 산업의 장기적 가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은 언제나 기대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출렁인다. 과열이 있으면 조정이 따르고, 조정은 다시 새로운 성장의 토대가 된다. AI 산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일부 기업의 투자 속도 조절이 곧 AI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과도한 기대를 걷어내고 산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다시 평가하는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수차례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경제 충격 속에서도 우리는 산업 경쟁력과 국민의 저력으로 다시 일어섰다. 위기의 성격은 달랐지만 극복의 원칙은 한결같았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국가만이 새로운 기회를 선점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과거와 분명히 다른 성격을 갖는다. 지금 세계는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총력전에 돌입했다. AI와 반도체는 이제 하나의 산업을 넘어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이 되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앞세워 자국 내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고, 일본은 국가 차원의 반도체 부활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반도체법을 통해 대규모 재정 지원에 나섰으며,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공급망은 효율성보다 안보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산업정책은 시장의 영역을 넘어 국가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대전환기일수록 대한민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기 실적과 주가에 매몰되는 근시안적 대응이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과 불황은 반복되지만 기술 우위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가 어렵다. 세계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일수록 연구개발 투자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스템 반도체, AI 전용 반도체, 첨단 패키징, 온디바이스 AI 등 미래 시장을 선도할 핵심 기술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불황기에 투자한 기업이 호황기에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은 반도체 산업이 증명해 온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정부 역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정부의 산업 인프라와 정책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비롯한 첨단 산업단지는 전력과 용수, 송배전망, 교통망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투자 계획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가 전략사업이 행정 절차와 지역 갈등에 발목 잡히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규제 혁신과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기업이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의 책임은 더욱 크다. 경제가 불확실성에 직면할수록 국회는 정쟁보다 국가 경쟁력을 우선해야 한다. 반도체 세제 지원 확대, 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연장, 전문인력 양성, 첨단산업 규제 혁신 등은 여야의 이해관계를 떠난 국가적 과제다.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법안들이 정치적 셈법 속에 표류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미래 산업을 위한 입법만큼은 초당적 합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맹자는 "하늘이 장차 큰일을 맡기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단련시킨다"고 했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위기는 경쟁력을 시험하는 과정이며, 시련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아니다. 기업은 혁신을 멈추지 않고,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실천하며, 정치권은 협치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민 또한 일시적인 시장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대한민국 산업의 저력을 믿을 필요가 있다. AI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반도체는 그 시대를 움직이는 심장이며, 대한민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과 기술력을 갖춘 나라다. 위기는 언제나 기본을 잃을 때 찾아오고, 도약은 언제나 기본을 지킬 때 시작된다.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주가의 등락이 아니라 기술의 초격차이며, 시장의 공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투자와 실행력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끝내 살아남고 다시 한 번 세계를 선도하는 길이다.
2026-07-15 14:31:29
-
-
네이버 CEO 출신 한성숙, 총리 후보로…이재명 정부 '디지털 총리' 카드
[경제일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네이버 대표를 지낸 기업인 출신 장관을 총리 후보로 발탁하면서 이재명 정부 2기 내각이 디지털 전환과 벤처·중소기업 성장, 민생경제 회복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한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한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했다. 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총리로 임명될 경우 이재명 정부 첫 여성 총리가 된다. 2006년 취임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후 두 번째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도 갖게 된다. 한 후보자는 정치권보다는 정보기술(IT)과 플랫폼 산업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1967년생으로 의정부여고와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월간PC라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네이버 서비스본부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네이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2022년 3월까지 약 6년간 네이버를 이끌며 검색, 커머스,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총괄했다. 이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돼 국정에 참여했다. 중기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중소기업 정책 기조를 보호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창업 활성화, 벤처투자 확대, 소상공인 회복,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왔다. 플랫폼 기업 경영 경험과 정책 현장 경험을 함께 갖춘 점이 이번 인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지명은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지방선거 이후 국정 동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전통 관료나 정치인 대신 민간 IT기업 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로 선택한 것은 경제·산업 중심의 내각 운영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인공지능(AI), 플랫폼, 벤처 생태계, 중소기업 성장 전략은 정부의 핵심 경제 과제와 직결돼 있다. 한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되면 각 부처의 디지털 전환 정책과 규제 혁신, 스타트업·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인준 과정에서는 한 후보자의 기업 경영 이력과 국정 조정 능력이 함께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네이버 대표 재임 시절 불거졌던 플랫폼 독과점 논란과 포털 공정성 문제, 중기부 장관으로서 추진한 벤처·소상공인 정책 성과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민간 플랫폼 기업 출신 인사가 총리로서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정치권과 소통할 수 있을지도 청문회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의 발탁은 이재명 정부가 2기 내각에서 민생경제와 산업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신호다. 총리 인준 과정과 이후 내각 조율 능력이 향후 국정 쇄신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6-07 14:14:22
-
네이버, 자율주행 로봇 실증 확대…국토부와 규제 혁신 논의
[경제일보] 네이버가 자율주행 로봇과 디지털트윈 기술 실증 확대를 기반으로 피지컬 AI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동형 로봇 상용화와 로봇 친화형 인프라 구축 지원에 나서면서 관련 산업 성장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27일 네이버는 이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해 이동 로봇 상용화를 위한 기술 및 정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따르면 김 장관은 1784 사옥 내에서 네이버의 디지털트윈 기술과 클라우드 기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ARC', 자율주행 로봇 '루키', 실외 이동 로봇 '누리' 등의 기술 시연을 참관했다. 현장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유봉석 CRO,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등이 참석해 네이버의 자율주행 로봇 기술 적용 사례와 피지컬 AI·디지털트윈 기술 현황 등을 소개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피지컬 AI와 로봇 산업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상용화와 제도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번 김 장관의 방문은 단순 현장 시찰을 넘어 AI와 로봇, 디지털트윈 기반 미래 인프라 산업 육성 논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 1784는 지난 2021년 완공된 로봇 친화형 스마트 빌딩이다. AI와 디지털트윈, 클라우드, 5G, 자율주행 기술 등을 건물 운영과 연동한 실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1784는 단순 사옥을 넘어 자율주행 로봇과 AI 기술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ARC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다수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운영하는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으로, 네이버는 이를 기반으로 건물 내 로봇 운영 효율성과 자율주행 안정성을 고도화하고 있다. 사옥 내에서 운영 중인 '루키'는 배송과 안내 등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주행 로봇이며 '누리'는 실외 이동 환경에서 주행 안정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 중인 로봇이다. 네이버는 실내를 넘어 실외 환경까지 로봇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실제 서비스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네이버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AI·자율주행 로봇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규제 혁신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특히 공간정보와 정밀지도 구축, 자율주행 로봇 운행 안정성 실증 등 다양한 협력 분야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랩스는 올해부터 국토교통부와 정밀지도 구축과 자율주행 로봇 운행 안정성 실증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다양한 로봇이 실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표준화 체계와 데이터 활용 모델 구축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김윤덕 장관은 "이번 네이버 1784 사옥 방문을 통해 로봇 친화형 건축물과 디지털트윈, 자율주행, 이동 로봇 등 다양한 국토교통 분야 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이동 로봇 활성화를 위한 정책 기반 강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27 17:3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