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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대도약위원회, 말이 아닌 입법과 실행으로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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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대도약위원회, 말이 아닌 입법과 실행으로 답하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09-10 09:21:09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국회와 경제계가 손을 맞잡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난국을 돌파하겠다며 ‘국회 경제대도약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회의장과 경제단체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직접 분과장을 맡아 첨단산업 규제 혁신, 공급망 안정화,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취지만 놓고 보면 반가운 일이다. 정치권과 기업이 경제 위기 앞에서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가 늦었지만 필요한 시도다.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이 또 하나의 협의체인지부터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오늘의 어려움에 빠진 것은 몰라서가 아니다.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며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이미 수년, 아니 수십 년째 반복돼 왔다.

그동안 민관 합동위원회와 각종 자문기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출범할 때마다 ‘혁신’과 ‘규제 개혁’을 외쳤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 문턱을 넘은 제도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경제계가 절박하게 요구한 법안들이 정쟁과 이해관계에 밀려 표류하는 사이 글로벌 경쟁국들은 발 빠르게 제도를 바꿨다.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규제와 싸우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번 위원회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상임위원장들이 직접 분과장을 맡았다는 점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것이 단순히 경제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입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만큼 논의가 끝나는 즉시 법과 제도를 바꾸는 ‘실행형 위원회’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논의의 기한과 입법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첨단산업 규제 가운데 즉시 개선할 수 있는 과제와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구분하고 과제별 처리 시한을 정해야 한다. 공급망 안정화 역시 선언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조달선 다변화, 전략물자 비축, 기업 지원체계 등을 구체적인 법과 예산으로 연결해야 한다. 자본시장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제도는 과감히 손질하고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은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낡은 프레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규제 혁신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가 늘고 생산성이 높아져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국민의 소득과 소비가 늘어난다. 결국 경제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규제 개혁의 본질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그대로 둔 채 복지와 지원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경제계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기업의 이해관계와 국민의 공익이 충돌하는 사안은 충분히 검증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와 정쟁을 위한 정쟁으로 개혁의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논의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하고 채택된 과제가 어느 단계까지 입법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성과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에는 시간이 없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고 공급망과 통상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을 앞세워 기업 경쟁력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규제와 입법의 속도전에서 뒤처진다면 미래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

경제대도약위원회의 성공 여부는 거창한 출범식에 달려 있지 않다. 몇 차례 회의를 했느냐가 아니라 몇 개의 규제를 개선하고 몇 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위원회가 ‘말하는 국회’와 ‘실행하는 국회’를 가르는 시험대가 돼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도 선언과 토론으로 끝난다면 국민은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여야가 정쟁을 넘어 경제 현장의 절박함을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으로 연결한다면 이 위원회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경제는 구호로 도약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고 인재가 도전하며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도약한다. 경제대도약위원회가 이름 그대로 ‘대도약’을 이루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회의가 아니라 결단이고, 선언이 아니라 입법이며, 논의가 아니라 실행이다. 정치권이 이번만큼은 그 약속을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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