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공사비 검증 절차를 손질해 최대 75일가량 걸리는 검증 기간과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다. 법에서 정한 검증 요건은 그대로 두되 서울시가 별도로 의무화했던 조합원 분양공고 전 검증은 사업장 판단에 맡길 방침이다.
서울시는 공공지원 정비사업의 공사비 검증을 의무 절차에서 재량 절차로 바꾸는 내용 등을 담은 규제 개선안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은 공사비 증액 여부와 관계없이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분양공고 전에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시는 지난 2023년 12월 28일 이후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를 낸 조합에 대해 분양공고 전 검증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해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 공사비가 오를 경우 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시공사를 선정한 경우 10% 이상, 인가 이후 선정했다면 5% 이상 공사비가 늘어날 때가 대상이다. 검증을 마친 뒤 다시 3% 이상 증액되는 경우에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서울시는 공공지원 정비사업에 적용해온 의무 검증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공사비가 실질적으로 오르지 않았거나 조합원 요청이 없는 사업장까지 같은 절차를 거치면서 사업 일정과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공사비 검증에는 인허가 서류와 공사계약서, 세부 내역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건축·토목 등 공종별 물량과 단가의 적정성을 살피는 데 통상 60일에서 최대 75일이 걸린다. 공사비 규모에 따라 별도의 검증 수수료도 발생한다.
시는 올해 하반기까지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개정해 검증 절차를 ‘의무’에서 ‘재량’으로 바꿀 계획이다. 법에서 정한 검증 대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밖의 사업장은 공사비 증액 정도와 분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조합이 필요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
정비사업 초기 행정절차도 간소화한다. 지금까지 조합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을 신청하려면 토지등소유자 명부에 ‘세대주 성명’을 적어야 해 소유자별 주민등록등본을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서울시는 추진위원회 승인 단계에서 핵심은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 여부이며 세대주 정보는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필수 항목이 아니라고 보고 관련 서식을 고쳤다.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 토지등소유자 명부의 세대주 기재란을 삭제했다.
이번 조치는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두고 규제 완화를 이어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1일 서계·청파동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사업성 개선과 절차 단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사비 검증과 추진위 승인 절차를 손질하면서 사업 초기부터 분양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조완석 서울시 규제혁신기획관은 “서류 한 장, 검증 절차 하나라도 시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면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규제혁신"이라며 “시민의 눈높이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서울시 정비사업이 한층 속도감 있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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