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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가리고 감사 땐 연다"…위메이드, 스테이블넷 월렛2 공개
[경제일보] 위메이드(대표이사 박관호)가 일반 이용자에게는 거래 상대방을 감추면서도 필요할 때 감독기관 등이 확인할 수 있는 프라이빗 송금 기술을 공개했다. 공개형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금융거래에 필요한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확보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업·기관 활용 기반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위메이드는 ‘스텔스 어드레스(Stealth Address)’ 기술을 적용한 ‘스테이블넷 월렛(StableNet Wallet) 버전 2’를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월렛은 안드로이드와 iOS, PC 크롬 확장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스테이블넷 홈페이지에서 체험을 신청한 이용자에게 제공된다. 다만 현재 스테이블넷은 테스트넷 단계다. 월렛에서 사용되는 자산도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테스트용 자산이다. 월렛2 공개는 상용 금융서비스 출시나 금융당국의 승인을 의미하기보다 제도화에 앞서 기술과 사용성을 검증하려는 행보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위메이드는 지난 1월 스테이블넷 테스트넷을 가동한 데 이어 2월 자동이체와 주소록, 알림 기능을 갖춘 첫 번째 테스트용 월렛을 공개했다. ◆ 거래마다 새 주소…‘누가 받았는지’ 연결 차단 스텔스 어드레스는 송금할 때마다 수취인을 위한 일회성 주소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동일한 기업이나 개인이 반복해서 돈을 받아도 공개된 블록체인 기록만으로 각 주소를 특정 수취인과 연결하기 어렵게 만든다. 자산을 움직이는 ‘지출키’와 거래를 식별하는 ‘열람키’를 분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수취인이 감사기관 등에 열람키를 제공하면 해당 기관은 관련 거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자산을 직접 이전할 수는 없다. 위메이드는 이를 활용해 일반 관찰자에게는 거래 관계를 감추고 권한을 부여받은 사업자나 감독기관에는 감사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구조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ERC-5564 기술표준에 기반한다. 다만 스텔스 어드레스만으로 송금액과 발신자 등 모든 정보가 자동으로 비공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기능은 수취 주소와 실제 수취인의 연결 관계를 끊는 데 있다. 이더리움 기술 문서도 자금 이동 시점과 후속 거래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월렛2에서 주소 외 거래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가리는지는 추가 기술 공개가 필요한 부분이다. ◆ 기업 급여·기관 송금 겨냥…프라이버시가 확산 열쇠 위메이드가 프라이버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기업·기관 시장이 있다. 공개형 블록체인에서 하나의 지갑 주소를 반복해 사용하면 거래 내역과 잔액, 자금 흐름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임직원 급여나 기업 간 정산에 적용할 경우 개인별 보수와 거래 규모, 협력 관계까지 노출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거래를 완전히 익명화하면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제재 대상자 차단 등 금융 규제와 충돌한다. 위메이드가 택한 해법은 평상시에는 거래 관계를 보호하되 필요할 때 지정된 주체가 확인하는 ‘선택적 투명성’이다. 기업 급여 지급과 기관 간 대량 송금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으로 제시됐다. 월렛의 사용성을 시중은행 앱 수준으로 단순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가 확산하려면 이용자가 복잡한 지갑 주소와 개인키, 네트워크 수수료를 직접 이해하지 않아도 돼야 한다. 다만 현재 공개된 것은 적용 가능성으로, 실제 급여 지급 기업이나 금융기관 고객, 처리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 ‘규제 친화’는 설계 방향…상용화는 별도 과제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인가와 준비자산, 상환청구권 등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 주체와 감독 구조를 비롯한 핵심 제도는 아직 입법 과정에 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이전·보관 등을 영업으로 제공할 경우 사업 형태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미신고 사업자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스테이블넷 월렛2의 상용화는 기술 구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열람키를 누가 발급·보관할지 △감독기관이 어떤 절차로 정보에 접근할지 △열람 기록과 권한 회수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객확인·이상거래탐지·자산동결 기능을 금융기관 시스템과 어떻게 연동할지가 핵심 과제다. 열람키가 유출되거나 남용될 경우 보호하려던 거래 관계가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관리해야 한다. 김석환 위메이드 부사장은 “스테이블넷 월렛 버전 2 공개는 추상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대중이 사용 가능한 ‘실제 동작하는 앱’을 통해 금융 혁신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프라이버시 보호와 규제를 모두 충족하는 월렛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제 금융 시나리오에 적용 가능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5 17: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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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해커에 2억원 건다…거래소 경쟁, 이제는 '보안과 신뢰'
[경제일보] 빗썸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고 수준인 최대 2억원의 버그바운티(취약점 신고 포상제) 포상금을 내걸었다. 상장 종목과 수수료 경쟁에 치중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이제는 보안과 신뢰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가상자산은 몇 초 만에 거래되지만 보안 사고로 무너진 신뢰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빗썸이 버그바운티 포상금을 대폭 올리고 프라이버시센터까지 개편한 배경에는 거래소가 단순 매매 플랫폼을 넘어 금융 인프라 수준의 통제 체계를 요구받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한다. 빗썸은 플랫폼 보안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최고 포상금을 2억원으로 확대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전문가가 서비스 취약점을 찾아 제보하면 심각도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 측은 이번 포상 규모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권의 버그바운티 포상금이 일반적으로 수천만원 수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빗썸은 2022년 9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가운데 선제적으로 버그바운티를 도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존 프로그램을 강화해 공지된 범위 안에서 블랙박스 침투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점 심각도에 따라 포상금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외부 공격자가 발견하기 전에 보안 취약점을 먼저 찾아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프라이버시센터 개편이다. 빗썸은 개인정보 처리 현황과 정보보호 활동을 이용자에게 공개하고 외부 취약점 점검 결과와 정보보호 자문위원회 정례 회의 내용도 공유할 계획이다. 거래소 보안이 내부 점검과 비공개 통제 중심에서 외부 검증과 이용자 공개를 결합한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배경에는 급변하는 규제 환경이 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담한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에는 이용자 자산 보호와 이상거래 감시 책임도 한층 강화됐다. 거래소는 고객확인(KYC)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금융거래 정보를 대규모로 다룬다. 보안 사고는 단순한 시스템 장애가 아니라 실명계좌 제휴와 감독당국 대응, 시장 평판까지 흔드는 경영 리스크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디파이(DeFi) 플랫폼을 겨냥한 해킹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의 가상자산 탈취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에 편입될수록 보안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빗썸이 보안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과 커스터디, 기관투자자 서비스,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 시장이 커질수록 거래소 보안은 사업 확장의 전제 조건이 된다. 은행과 제휴하고 기관 고객을 유치하려면 보안 체계를 선언이 아니라 숫자와 절차, 검증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남은 과제는 실효성이다. 최대 2억원이라는 포상금은 상징성이 크지만, 제보 범위와 취약점 등급 기준, 제보자 보호 원칙, 처리 기한, 패치 완료 후 공개 범위가 명확해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센터 역시 홍보 페이지에 그친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개인정보 처리 현황과 자문위원회 권고 사항, 취약점 개선 사례가 정기적으로 공개될 때 비로소 신뢰 자산이 될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투자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버그바운티 포상금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상향했다"며 "프라이버시센터를 통해 정보보호 현황을 공유하고 개방형 보안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쟁은 수수료와 상장 종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이상거래 대응 능력이 거래소의 체급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빗썸의 이번 조치가 일회성 발표를 넘어 실제 제보 건수와 처리 속도, 개선 사례로 이어질 때 시장은 이를 보안 비용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로 가기 위한 신뢰 투자로 평가할 것이다.
2026-07-03 13: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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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복구·인프라 발주 기대…건설업계, 중동 대응 채비 속도
[경제일보] 중동 재건·인프라 시장을 둘러싼 국내 건설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전후 복구와 에너지·물류 인프라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 건설사가 동시에 대응에 나서는 흐름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협회는 전날 서울 협회 대회의실에서 ‘중동 인프라 협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다. 이번 협의체는 중동 지역의 전후 복구 수요와 인프라 개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해외건설협회, 중동 진출 주요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 기관과 기업들은 국가별 시장 동향과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국내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중동 국가들은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정부 간 협력과 정책금융의 역할이 큰 만큼 민간 기업 단독 대응보다 공공 지원을 결합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민간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이 먼저 전담 조직을 꾸렸다. 대우건설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를 계기로 중동 지역 재건·개발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중동재건 TF’를 구성했다. TF는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플랜트, 토목, 건축 등 각 사업본부의 해외 개발사업과 수주 영업 기능을 묶는 협의체로 운영된다. TF는 과거 진출 경험이 있는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피해 인프라 복구 수요를 살필 예정이다. 에너지 파이프라인과 정유·석유화학·가스처리시설, 전력, 항만 등 기반시설 복구가 우선 발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과 도시개발 분야에서도 전후 재건 수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사업 정보를 선제적으로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이란 시장 재진출도 주요 과제다. 과거 이란에서 인프라 공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제재 완화와 금융거래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초기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은 갖춘 셈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 해외건설협회와 협력해 중동 재건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할 경우 국내 주요 건설사 간 공동 대응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 온 전통적인 해외 수주 시장이다. 하지만 전후 재건사업은 피해 규모와 발주 재원, 제재 완화 여부, 정책금융 참여 구조가 맞아야 실제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의 대응도 단순 수주 영업보다 정부·공공기관과 함께 사업성을 검증하고 위험을 나누는 방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026-06-24 09: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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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재건기금, 한국 외교의 새 시험대다
[경제일보] 전쟁은 끝나는 순간에도 계산서를 남긴다. 폭격은 군사작전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그 뒤처리는 언제나 경제의 언어로 돌아온다. 유가, 해상운임, 보험료, 환율, 재건비, 동맹 분담금. 총성이 멎은 뒤 세계가 마주하는 것은 평화의 감격만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낼 것인가라는 차가운 질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로 하면서 중동 정세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이란 원유 수출 관련 제재 완화, 동결자금 접근, 핵 프로그램 후속 협상 등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러나 진짜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이란 재건기금이다. 이 MOU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외신에선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문제는 명분이다.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쪽은 미국이었다. 그런데 전쟁의 뒷수습 비용은 다른 나라와 기업의 지갑으로 충당되는 모양새가 된다면 이는 재건기금이 아니라 우회 배상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란 측에서 ‘배상이라는 단어가 없을 뿐 재건은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정부 돈이 아니라 민간 투자’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민간 투자는 때로 외교 압박의 부드러운 이름이 된다. 특히 제재 해제, 금융거래 허가, 원유 수출 정상화가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한국 외교가 곤란해지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다. 동시에 원유 수입국이고, 중동 해상교통로에 생명줄을 걸고 있는 통상국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에 단순한 해상로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의 목줄이다. 중동 전쟁이 확산될 때마다 한국의 물가와 무역수지는 흔들렸다. 따라서 이란과의 긴장 완화, 해상교통 정상화, 원유 공급 안정은 한국에도 분명한 이익이다. 문제는 그 이익이 곧바로 3000억 달러 재건기금 참여의 명분으로 이어지는가다. 한국은 신중해야 한다. 평화 비용과 전쟁 비용은 다르다. 국제사회의 안정 회복을 위한 인도적 지원, 에너지 인프라 복구, 민간 기업의 정상적 수주 참여는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만든 전쟁의 정치적 부담을 동맹국 재정이나 한국 기업의 투자 리스크로 떠넘기는 구조라면 선을 그어야 한다. 동맹은 공동의 안보를 위한 장치이지 일방의 전략 실패를 비용으로 보전해주는 수표책이 아니다. 더구나 이란 재건기금은 아직 최종 합의의 산물이 아니다. MOU는 60일 협상 기간을 전제로 한 중간 합의에 가깝다. 핵 프로그램의 향방, 제재 해제의 순서, 동결자금의 사용, 호르무즈 해협의 장래 관리 방식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협상이 틀어지면 미국은 다시 군사적 압박을 꺼낼 수 있고, 이란은 해협을 또다시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재건기금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은 외교적 선의가 아니라 전략적 조급증이 될 수 있다. 고전 <논어>에는 “이익을 보고도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이익을 보되, 그것이 마땅한 길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 재건 사업에는 분명 경제적 기회가 있다. 건설, 플랜트, 에너지, 금융, 물류,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기회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덮어서는 안 된다.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시장,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국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에 들어가는 일은 기업에도 국가에도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세워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정부 재정 투입은 국민적 동의와 국회 검토 없이 추진돼선 안 된다. 둘째, 민간 기업 참여는 철저히 자율과 수익성, 제재 리스크 검토를 전제로 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동맹 압박이 있더라도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기업 이익, 국제법적 정당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넷째, 재건기금이 사실상 전쟁 배상금 성격을 띤다면 한국은 그 부담 주체가 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중동 뉴스가 아니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한국에 던지는 또 하나의 청구서다. 방위비, 관세, 반도체, 조선, 에너지에 이어 이제는 중동 재건 비용까지 동맹의 이름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한국 외교는 더 이상 ‘미국이 요구하면 검토한다’는 수동적 태도로 버티기 어렵다.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이름으로 국익 계산을 포기하는 순간, 외교는 전략이 아니라 추종이 된다. 이란의 재건은 필요하다. 전쟁 피해를 입은 민간과 산업 인프라를 복구하는 일은 국제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전쟁을 멈추는 것과 전쟁의 비용을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은 평화에는 기여하되, 책임의 범위는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계산서가 한국의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이란 재건기금 논란 앞에서 한국 외교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이다.
2026-06-18 16: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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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플랜드 시장 다시 열리나…건설업계, 종전 후 재건 특수 기대감 고개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중동 발주 시장을 둘러싼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급감했던 중동 수주가 에너지 설비 복구와 플랜트 재건을 계기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다만 실제 발주 재개까지는 대이란 제재 완화와 금융거래 정상화가 맞물려야 하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은 기대와 신중론을 함께 두고 시장을 살피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로이터통신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MOU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도 양국 정상에 의해 합의 문안이 공식 서명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가 이번 협의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에서 오랫동안 핵심 시장 역할을 해왔으나 올해 전쟁 여파로 발주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위축된 중동 수주 흐름을 감안하면 종전 협의 자체가 해외건설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된 셈이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6500만달러였고 이 가운데 중동 수주액은 118억8300만달러로 25.1%를 차지했다. 유럽 42.6%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며 2024년에는 중동 비중이 49.8%로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중동 지역 건설 수주는 5억6131만달러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56억4174만달러였다. 1년 전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급격히 낮아졌다. 작년 1월부터 5월 말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의 48.5%가 중동에서 나왔지만 올해는 14.6%에 머물렀다. 전쟁 장기화와 발주 지연, 금융 조달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중동 발주 시장이 사실상 관망 국면에 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종전 협의가 이어지면서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에너지 인프라다. 전쟁 피해를 본 정유·가스·발전 설비 복구 수요가 선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 에너지 설비 80곳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 단순 복구를 넘어 정유와 가스, 발전 설비 전반의 재정비 수요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기간 제재와 투자 지연으로 노후화된 이란 내 정유·석유화학·가스 처리 설비의 개보수와 신규 생산시설 확충 기회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전후 복구 사업에서는 기존 설비를 이해하는 업체가 유리하다. 손상된 시설을 짧은 시간 안에 복구하려면 설계 구조와 시공 이력, 현장 운영 조건을 파악한 경험이 중요해서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주요 플랜트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행해 온 만큼 축적된 시공 경험이 재건 발주 경쟁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등은 중동에서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삼성E&A와 DL이앤씨 역시 원유·가스·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중동 사업 경험을 쌓아온 대표 업체로 꼽힌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종전 양해각서에 이란 재건 계획이 명시됨에 따라 이란 재건(정유화학, 발전소 등)뿐 아니라 유전 및 가스전 개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란의 시장 개방은 삼성E&A, DL이앤씨, 현대건설 등 중동에서 EPC를 수행 가능한 회사에 수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종전 기대가 곧바로 수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심 변수는 대이란 제재 완화 여부다. 종전 MOU가 체결되더라도 금융 제재와 에너지 수출 제한, 해외 자본 유치 규제가 유지되면 이란 내 대형 프로젝트 발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사업화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양국 간 후속 협상과 제재 완화, 금융거래 정상화, 발주처 예산 확보, 국제 입찰 절차가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와 증권가는 기대감을 키우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란은 미국의 금융·에너지 제재로 인해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 국제 금융 거래, 해외 자본 유치 등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며 “종전으로 인한 중동 재건 사업과 플랜트 발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 역시 유효하지만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2026-06-18 09: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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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경찰청, AI로 보이스피싱 서버 475개 찾아냈다
[경제일보] SK텔레콤과 경찰청이 인공지능(AI) 보안 기술을 활용해 통신·금융사기 대응 체계를 고도화한다. 피싱 악성 앱을 분석해 범죄 서버를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수사기관과 통신사가 실시간에 가깝게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과 경찰청은 AI 기반 피싱 악성 앱 분석 및 수사 협력을 통해 3개월간 범죄 서버 475개를 식별하고 643명의 금전 피해를 예방했다고 17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평균 피해액을 건당 5024만원으로 적용하면 3개월 기준 약 323억원, 단순 연환산 기준 약 1292억원 규모의 피해를 막은 셈이다. 양측은 시범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악성 앱 분석과 수사 협력 체계를 공식화하기 위해 16일 부속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0월 체결된 범정부 민관 협력 업무협약의 세부 실행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SKT의 AI 보안 기술과 경찰청의 수사 역량을 결합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핵심은 악성 앱이 연결되는 명령제어 서버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다. 명령제어 서버는 악성 앱에 지시를 내리거나 개인정보·금융정보 탈취, 원격 제어 등을 수행하게 하는 범죄 조직의 핵심 인프라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뒤 이를 통해 금융거래를 통제하거나 수사기관·금융기관 사칭을 이어간다. 경찰청이 확보한 피싱 악성 앱은 SKT가 자체 개발한 악성 앱 분석 AI 에이전트를 통해 분석한다. AI 에이전트는 앱 내부 통신 구조와 명령제어 서버 정보를 추출하고, SKT는 분석 결과와 해당 서버 접속 고객 정보를 경찰청에 제공한다. 피해 확산 우려가 큰 사안은 우선 분석·공유해 신속한 차단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이번 협력은 보이스피싱 대응 방식이 사후 수사에서 선제 차단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악성 앱 분석은 난독화, 실행환경 탐지, 통신 은닉 등 분석 방해 기법 때문에 전문성과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SKT는 AI 기반 자동 분석 체계를 구축해 분석 시간을 약 81%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앞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악성 앱 분석을 넘어 악성 URL 탐지, 보이스피싱 의심번호 사전 탐지 등으로 대응 영역을 확장한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문자, 앱, 전화, 원격제어, 가짜 금융 사이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지능화되는 만큼 통신망과 수사망을 함께 활용하는 대응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오창배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SKT의 우수한 AI 기술 덕분에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범죄 인프라를 발견하고 많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지난 5월 6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송금 직전 직접적으로 예방한 것은 민관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종현 SKT 통합보안센터장은 “SKT의 차별화된 AI 보안 기술을 통해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범죄 서버를 발견하고 실제 피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전국민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단순 전화 사기가 아니다. 악성 앱, 가짜 URL, 원격제어, 대포통장, 해외 서버가 결합된 디지털 범죄 산업으로 진화했다. 통신사가 보유한 네트워크 데이터와 AI 분석 역량, 경찰의 수사 권한이 결합될 때 피해 차단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SKT와 경찰청의 이번 협력은 AI 보안 기술이 기업 내부 방어를 넘어 국민 생활 범죄 대응 인프라로 확장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6-06-17 15: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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