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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일단락됐는데…노란봉투법 지침에 재계 '새 쟁점' 경계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제조기업의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내놓으면서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AI·로봇 도입과 고용안정, 생산물량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재배치와 직무·근무형태 변경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영진의 투자·기술 도입 결정과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의 경계가 새로운 교섭 범위로 부상하면서 주요 제조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전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관련 시행지침’에 따르면 경영성과급 가운데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해 지급되는 이른바 ‘N%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이전, 인수합병(M&A), AI·자동화 기술 도입 등 경영권에 속하는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인해 근로자의 배치전환이나 근무장소 변경, 직무 변경, 근무형태 변화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는 투자 결정 이후 생산라인 구축과 장비 설치, 인력 배치, 직무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이나 자동차 생산공정의 AI·로봇 도입 과정에서도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변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노사 간 교섭 범위를 투자 결정 단계와 사업 집행 단계에서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올해 주요 제조기업의 임단협에서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근로조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현대차 노조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을 요구안에 포함했고, 올해 합의안에는 피지컬 AI·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대한 노사 공동 대응과 오는 2027~2028년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이 담겼다. 현대차의 경우 향후 AI·로봇이 생산공정에 실제 적용되면서 기존 직무가 바뀌거나 인력이 다른 공정으로 이동할 경우 새로운 교섭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 도입 자체는 경영상 결정으로 분류되지만, 그에 따른 배치전환이나 직무·근무형태 변경은 별도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반도체업계에서는 인력 이동 문제가 보다 구체적인 쟁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기존 사업장의 숙련인력을 이동시키거나 생산라인에 맞춰 직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 조사에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였다고 밝히고 관련 내용을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공장 건설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향후 인력 이동이나 근무지 변경, 직무 조정 등이 구체화될 경우 해당 사안의 교섭·쟁의 가능성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 배치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구체적인 불이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신규 투자에 따른 배치전환은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두고, 근무지 이동에 따른 주거비·교통비 지원 등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은 별도로 교섭하는 방식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N% 성과급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성과급을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침에 담겼다. 기본급이나 정액급여처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임금 항목은 별도로 판단한다. 법적 구속력은 별도의 변수다. 이번 지침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행정지침이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실제 분쟁에서는 투자 내용과 인력운영계획, 근무조건 변화의 구체성 등을 놓고 개별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와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사업 목적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며 “기업들도 투자 결정과 인력 운영 계획, 근무지 변경이나 직무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2026-09-04 16: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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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을 겨눈 하청 파업…플랜트 현장서 시작된 노란봉투법의 첫 충돌
[경제일보] 정유공장과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발전소, 반도체 플랜트 현장에서 배관·용접·전기 공정을 맡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예고했다. 임금을 지급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발주와 공정, 안전관리의 큰 틀을 쥔 원청기업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8월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79.2%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춘 상경투쟁을 거쳐 8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포스코·에쓰오일·고려아연·SK에너지 등 발주사와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등 종합건설사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근로조건은 하청업체만의 판단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며,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원청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까닭은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때문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시간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그동안 플랜트 현장에서는 원청이 안전 기준과 공정, 출입 절차, 작업 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임금과 고용은 하청업체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직접 교섭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노란봉투법은 이 분리를 다시 따져 보겠다는 법이다. 원청이 실제로 통제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문제에 관해서는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도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이 있다는 취지다. 다만 SK에코플랜트 사건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어느 노동조합과 어떤 단위로 교섭할지는 별도 쟁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현장의 갈등은 더 복잡해진다. 사용자성 인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법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한다. 현장 안전수칙, 작업 허가, 공정 변경, 인력 투입 기준처럼 원청의 권한이 뚜렷한 사안과 개별 하청업체의 임금 체계, 인사권, 고용계약을 어디까지 나눌지가 첫 교섭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업의 적법성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쟁의행위 절차의 한 단계일 뿐이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고, 교섭을 거부하는 원청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원청별 사용자성, 교섭 요구의 범위, 조정 절차 준수, 쟁의행위 대상이 된 요구사항을 놓고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플랜트노조가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플랜트산업 10대 원청사 현장에서 최소 7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에 법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수치는 노조 집계이지만, 플랜트 현장에서 안전 책임이 하청업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플랜트 공사는 여러 공종이 맞물려 돌아간다. 배관 작업이 늦어지면 용접과 검사, 시운전 일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정기 보수나 증설 공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처럼 공정 간 연결이 촘촘한 현장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다만 총파업 예고만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파업 참여 규모, 대상 공종, 해당 현장이 신설 공사인지 정기 보수인지에 따라 실제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건설업계는 원청의 법정 안전관리 의무를 곧바로 사용자성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원청이 노조와 교섭해 추가 비용이나 작업 방식 변경을 수용할 경우 그 부담이 전문건설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청과 노조가 합의한 내용이 실제 고용주인 하청업체의 계약·인사 운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주장은 원청이 교섭에서 빠져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원청의 지시와 공정 압박, 계약 단가가 하청 노동자의 작업 여건에 영향을 준다면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만 남겨두기도 어렵다. 반대로 원청이 모든 하청 노동자의 임금·인사 문제까지 떠안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현장 운영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안전과 공정, 임금과 고용, 비용 부담을 각 사안별로 가르는 교섭 틀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파업 규모보다 첫 교섭의 내용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안전·공정 의제와 하청업체가 맡아야 할 고용·임금 의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교섭은 시작부터 책임 떠넘기기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 실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안전과 작업 여건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다단계 하도급 아래 가려져 있던 책임의 빈틈을 줄일 계기가 될 수 있다. 플랜트노조의 8월 파업 예고는 노란봉투법이 조문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현장으로 들어온 첫 장면이다. 원청과 하청, 발주사와 시공사, 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체가 어느 선까지 책임을 나눌지에 따라 정유·석유화학·제철·반도체 건설 현장의 노사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섭 자체를 미루는 일도, 원청 책임을 무한정 넓히는 일도 아니다. 각 현장에서 누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부터 따져, 책임과 비용이 맞물린 협상 틀을 만드는 일이다.
2026-07-01 16: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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