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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 정책 신뢰의 문제다
[경제일보]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비거주 1주택’이 15일 국회 인사청문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부부 공동명의로 경기 과천 아파트를 보유했지만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 정부가 실수요와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할 후보자의 주택 보유 형태가 정부 정책 방향과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과천 아파트를 2009년 매입해 약 17년간 보유했지만 실제 전입해 거주한 기간은 두 차례, 모두 합쳐 4개월가량이다. 2012년 기획재정부의 세종시 이전 이후 거주지를 옮겼고 2015년부터 3년 동안은 세계은행으로 해외 파견을 나갔다. 이후에도 다른 지역에서 임차해 생활했다. 해당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현재 멸실된 상태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장기간 거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투기 주택’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이 후보자 역시 국회 서면답변에서 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투기적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리가 있다. 주택 취득 시기와 목적, 직장 이동, 가족 사정, 임대 경위 등을 살피지 않고 거주 여부 하나만으로 투기와 실수요를 가를 수는 없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평범한 1주택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경제부총리는 세제와 금융,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후보자는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시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도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낮추는 방안은 철회했지만 실거주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고, 보유기간 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 방향은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적용하려는 원칙이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 적용될 때도 같은 논리가 성립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것은 위법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후보자가 주택을 보유하면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집 한 채를 오래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흠결일 수도 없다. 오히려 직장 이동이 잦거나 지방·해외 근무를 하는 사람이 집 한 채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투기자로 취급받는다면 그것 역시 불합리하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실거주 중심’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실거주와 비거주에 세제상 차이를 둔다면 그 이유부터 분명해야 한다. 투기 억제가 목적이라면 장기 보유 1주택자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주택 보유를 같은 잣대로 다뤄서는 곤란하다. 직장 이전이나 해외 근무, 부모 봉양, 자녀 교육, 재건축처럼 실제 거주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수 있다. 실거주라는 한 가지 기준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제약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사례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비거주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국민에게도 같은 예외와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반대로 정부가 비거주 주택에 실거주 주택보다 높은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정책 책임자 역시 같은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정책의 신뢰는 말보다 일관성에서 나온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그렇다. 역대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주택 규제와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다시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실거주를 강조하면서도 공급이나 거래가 위축되면 규제를 다시 손질했다.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상황에 따라 기준이 흔들린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실제로 어떤 원칙이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본다. 경제부총리에게 요구되는 것도 같은 기준이다. 국민에게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에 그친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의 사례를 통해 현행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합리적인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논란은 오히려 정책을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5일 인사청문회도 ‘17년 보유, 4개월 거주’라는 숫자만 놓고 투기 여부를 몰아붙이는 정치공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야당은 매입 자금과 취득 목적, 임대 경위, 실제 거주하지 않은 이유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 후보자 역시 세종 이전과 해외 근무 등 불가피한 사정만 설명할 게 아니라 장기간 비거주 주택의 보유·임대 경위와 그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자신이 추진할 실거주 중심 세제에서 자신의 사례는 어떻게 취급돼야 한다고 보는지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집 한 채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집에서 사는 사람을 어떤 원칙으로 바라볼 것인가. 투기 수요인가, 실수요인가. 아니면 각각의 사정을 따져 판단할 것인가.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터 차등하면 정책이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공직자의 재산을 검증하는 이유는 집을 가진 것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다.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자신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자는 비거주 사실만으로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원칙은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정부가 실거주를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직장이나 가족 사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정책은 국민에게만 엄격하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관대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집 한 채가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요구하는 원칙을 정책 책임자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신뢰가 생긴다.
2026-09-14 09: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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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는 높이고 매도 퇴로는 열었다…정부, 종부세·양도세 동시 개편
[경제일보] 정부가 보유세 과세의 무게중심을 ‘몇 채를 가졌느냐’에서 ‘얼마짜리 주택을 보유했느냐’로 옮긴다. 고가 주택 한 채에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를 줄이고, 실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 부담도 다르게 매기겠다는 방향이다. 동시에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춰 보유 부담 증가에 따른 매물 출구를 열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종부세 세율 적용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과세표준 규모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정 구간 이상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과세표준별 세율은 전반적으로 오른다. 과세표준 12억~25억원 구간은 1.3%에서 2.0%로, 25억~50억원은 1.5%에서 3.0%로 높아진다. 50억~94억원 구간은 2.0%에서 4.0%, 94억원 초과 구간은 2.7%에서 최고 5.0%로 상향된다.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도 문턱 효과를 줄이기 위해 1.0%에서 1.3%로 조정된다. 세율 인상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내년에 중간 단계 세율을 먼저 적용한 뒤 2028년부터 중과 세율을 전면 적용할 방침이다. 종부세율 인상 효과가 실제 세 부담에 반영되도록 세부담 상한 비율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인다. 1세대 1주택자는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갈린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완화된다. 시가 기준으로는 약 20억원 수준이다.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1세대 1주택자는 기본공제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된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집을 한 채만 보유했더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실거주 목적의 보유와 투자 목적 보유를 다르게 보겠다는 입장을 종부세 체계에 반영했다. 다주택자의 기본공제 방식도 바뀐다. 현행 9억원 기본공제 가운데 4억원만 일괄 적용하고 나머지 5억원은 전체 주택 가액 합계에서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공제한다. 다주택자라도 실제 거주 주택 비중이 작으면 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다. 공정시장가액비율(FMV)도 오른다. 현재 60%인 비율은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의 경우 내년 70%, 2028년 80%로 높아진다. 1세대 1주택자를 제외한 조정대상지역 보유자에게 적용되며 그 외 납세자는 내년부터 70%가 적용된다. 1세대 1주택자 세액공제는 보유 기간 중심에서 거주 기간 중심으로 재편된다. 기존에는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5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50%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거주 5~9년 20%, 10~14년 40%, 15년 이상 50%로 공제 기준이 바뀐다. 전환 과정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완충 장치도 둔다. 내년에는 기존 보유공제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뒤 거주공제와 보유공제 중 더 큰 금액을 적용받도록 한다. 고가 주택일수록 세액공제 혜택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제액 한도도 신설한다. 내년 한도는 800만원, 2028년 이후에는 600만원이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된다. 정부는 공제액에 별도 금액 한도를 두어 양도차익이 클수록 공제액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는 1년 유예를 거쳐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으로 낮아진다. 보유 기간 중심의 공제 방식도 거주 기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바뀐다. 현재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게 보유와 거주에 각각 연 4%씩, 10년 한도로 최대 80% 공제가 적용된다. 2029년부터는 보유 공제를 없애고 거주 기간에 연 8%를 적용해 최대 80%까지 공제받는 구조로 전환된다. 비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같은 방향으로 바뀐다. 현재 최대 30% 한도로 적용되는 보유 공제를 단계적으로 거주 공제로 변경한다. 고령자와 실수요자를 위한 납부 유예 요건은 완화된다. 1주택자가 집을 처분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소득 기준은 총급여 7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종합소득은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높아진다. 만 65세 이상이면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전년 소득 대비 당해 연도 보유세 비중이 10% 이상인 경우에도 납부 유예를 받을 수 있다. 종부세 강화와 함께 다주택자의 퇴로 마련을 위해 양도세 부담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 경우 2027년에는 기본세율에 5%포인트, 2028년에는 10%포인트를 가산 적용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27년 10%포인트, 2028년 15%포인트를 추가한다. 현재는 2주택자에게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30%포인트를 중과하고 있다. 빨리 팔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5월 10일부터 법 개정 전까지 이미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판 다주택자에게도 2027년 수준의 완화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신고·납부한 경우에는 내년 5월 확정신고 때 차액을 받을 수 있다. 2029년부터는 다시 현행 중과세율로 돌아가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가산된다. 이번 개편은 보유 단계에서는 고가·비거주·다주택 부담을 높이고 양도 단계에서는 한시적으로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세제를 통해 ‘실거주 1주택 보호’와 ‘투기성 보유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신호를 낸 셈이다. 관건은 종부세 강화가 초고가 주택 쏠림을 얼마나 줄이고, 양도세 완화가 실제 매물 출회로 이어질지다.
2026-08-03 18: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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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쫓아낸 돈 3200억, 서울 아닌 오사카로 향했다
[경제일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송금한 금액은 2억1030만달러, 원화로 약 3191억원이다. 최근 5년 기준 연간 최고치였던 지난해 전체 송금액(5억9050만달러)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로, 현재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말 기준 지난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다주택 취득 시 적용되는 대출 규제나 중과세를 피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이 움직인 방향 5년치 추이를 보면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 송금액은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5억8900만달러로 고점을 형성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2022년 5억4090만달러, 2023년 3억6680만달러로 줄었다. 그러다 2024년 4억1950만달러로 반등한 뒤 2025년 들어 5억9050만달러로 다시 2021년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만 2025년 연간 수치를 이재명 정부 규제의 결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은 2025년 6월 초로, 연간 수치의 절반가량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집계됐다. 2025년 상승은 공급 절벽 우려에 따른 시장 기대 심리가 정권 교체 이전부터 이미 형성돼 있던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의 규제 강화 효과는 2026년 올해 수치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열어준 탈출구 해외 부동산이 국내 규제망의 사각지대가 되는 구조는 단순하다. 해외 부동산은 국내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다주택자의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전면 금지됐고, 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갭투자 차단을 위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봉쇄됐다. 이후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 등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4년 만에 재시행됐다. 이 조치들은 국내 소재 부동산에 적용된다. 해외 부동산은 이 규제 체계의 적용 범위 밖에 있다. 국내에서 추가 주택을 취득할 때 수반되는 대출 제한과 세금 중과를 해외 부동산에서는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역외 과세의 허점 해외 부동산 취득이 세금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해외 부동산 양도차익도 국내 과세 대상이며, 이중과세 방지 협정에 따라 현지 납부 세액을 공제한 뒤 나머지를 국내에서 납부하는 방식이다. 국세청도 역외 탈세 대응을 위해 해외 신탁 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국가별 과세 체계와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세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대출 규제와 양도세 중과가 즉각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데 비해, 해외 부동산에 대한 국내 과세 집행은 자진 신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다.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행 역량의 한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국내외 규제 부담의 비대칭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본으로의 쏠림: 두 가지 동기 올해 1~4월 국가별 송금액을 보면 미국이 1억12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이 3600만달러로 두 번째다. 이 중 일본 투자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올해 1~4월 일본 송금액은 지난해 연간 합산액(7770만달러)의 46.3%에 육박했다. 현재 속도라면 일본 단일 국가 송금액만으로도 지난해를 상회할 전망이다. 일본 투자 급증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자산 분산과 환 헤지 수요다.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화 기준 매입 비용이 낮아진 데다 오사카 등 주요 도시의 경기 회복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올해 초 오사카에 1억5000만엔짜리 타워맨션을 매입한 A씨는 "원화 자산에만 집중하기보다 자산을 분산하고 싶었다"며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외국인 투자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 비해 안정적인 정치 구도"를 매입 이유로 꼽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국내 규제 회피 수요다. A씨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해외 부동산이 국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 결정의 명시적 배경으로 거론된다. 엔저는 환경 변화에 따라 끝날 수 있지만, 국내 규제 강도가 유지되는 한 이 두 번째 동기는 환율과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빠져나간 자금과 국내 임대 시장 이 자금 흐름이 국내 임대차 시장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해 들어 해외로 향한 3200억원 가운데 일부라도 국내 임대차 시장에 남아 있었다면 물량 부족이 심화되는 임대 공급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 임대차 시장은 전세 물량 감소와 함께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국면에 있다. 매매 수요를 억누를수록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와 양도세 중과 재시행이 임대 매물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다주택 보유자 일부가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국내 임대 공급 기반이 추가로 이탈한다면, 수요 억제 정책의 의도와 실제 임대 시장 여건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부차적인 시장 반응을 함께 살펴야 정책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치 경쟁에 나선 해외 업계 이 같은 수요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 곳은 해외 현지 부동산 업계다. 서울글로벌부동산협회 소속 중개사들은 이달 17일부터 2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태국·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해외부동산 투어를 진행한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현지 업체가 쿠알라룸푸르로 국내 공인중개사들을 초청한 지 반년 만이다. 이번에는 태국 파타야와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가 일정에 추가됐다. 협회 관계자는 "자산 여력이 있는 한국인들을 유치하려는 현지 업계의 움직임이 크다"며 "서울은 물론 미국·싱가포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와 공급 관련 입법 처리 여부가 국내 투자 여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그 이전까지는 해외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현재의 속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6-06-05 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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