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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위, AI 데이터 규제 '활용·책임' 함께 손본다…AX 안심체계 구축
[경제일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공지능(AI) 개발 과정의 데이터 활용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유출과 오남용에 대한 책임은 강화하는 규제 전환에 나선다. 일률적인 개인정보 규제에서 벗어나 AI 기술과 데이터의 위험 수준에 따라 활용 범위와 안전조치를 달리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정보위는 1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4대 역점 분야와 개혁·지역성장·국가정상화 과제를 제시했다. AI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가칭 ‘AX 안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공익·사회적 목적의 AI 개발에는 맞춤형 안전조치를 전제로 원본 개인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특례 도입을 추진한다. ◆ AI 데이터 활용 문턱 낮추고 사전 검토 강화 AX 안심 지원체계는 적극적 법령 해석과 사전적정성 검토, 비조치 의견서 등 기존 제도를 통합해 AI 기업과 공공기관에 적합한 지원 방식을 연결하는 구조다. 기업이 AI 서비스를 개발한 뒤 제재 여부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단계부터 데이터 처리의 적법성과 프라이버시 위험을 점검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개인정보위는 에이전틱 AI와 공공 AX 등 기술·분야별 안내서도 마련할 계획이다.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는 개인정보 접근 범위와 행위 책임이 불명확할 수 있고 로봇·스마트글라스 등 피지컬 AI는 카메라와 마이크로 주변인의 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별 위험이 다른 만큼 하나의 동의 절차만으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AI 원본활용 특례는 범죄 대응과 재난 방지 등 공익적 목적의 AI 개발에서 가명정보만으로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를 겨냥한다. 신청과 현장조사, 위험평가, 전문위원회와 개인정보위 심의, 사후관리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제도의 본질은 무제한 활용 허용이 아니다. 활용 필요성과 공익성을 확인하고 정보의 민감도와 유출 가능성에 맞춘 안전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활용체계에 가깝다. 개인정보위는 AI 시대의 데이터 활용을 넓히되 위험에 비례하는 규율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 공공기관 387개 시스템 보안 의무 강화 대규모 개인정보를 보유한 공공기관에는 더 무거운 책임이 부과된다. 개인정보위는 주요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 387개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취약점 점검과 모의해킹을 의무화하고 전문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지정과 신고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24와 국민신문고 등 주요 공공시스템에는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인 ISMS-P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주민등록번호 5000만건 이상을 보유한 대민 시스템 11종은 별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체 점검 결과가 미흡한 시스템에는 관계부처 합동점검을 실시한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 인력과 예산 확대도 병행한다. 취약점 점검, 접속기록 관리, 보호 솔루션 도입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지원하고 담당자에게 수당과 인사상 우대 방안을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반대로 고의나 중과실에 따른 유출과 업무 해태에는 징계 권고와 이행점검을 통해 책임을 묻는다. 공공부문의 개인정보 유출은 민간 사고보다 피해 범위가 넓고 국민이 서비스를 선택해 회피하기도 어렵다. 개인정보위가 공공기관의 자율점검을 의무 점검과 인증체계로 전환하려는 이유도 공공서비스의 신뢰를 기관의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 예방투자는 감경하고 중대 위반은 최대 10% 민간기업 제재 체계도 달라진다. 개인정보위는 기업이 법정 의무를 넘어 예방투자를 하고 유출 사고를 신속하게 탐지·차단한 경우 과징금 산정에서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사고 이후 2차 피해 방지와 피해회복, 보호체계 복원 수준도 평가 대상에 포함한다. 보호 역량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에는 기술지원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경미한 사건은 시정을 전제로 처분을 면제하되 같은 위반이 반복되면 제재를 가중하는 ‘처분성 경고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규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에는 개선 기회를 주면서 반복적 방치에는 책임을 묻는 구조다. 반면 중대하거나 반복적인 위반에는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유출 신고와 통지를 지연하거나 피해 확산 방지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과징금이 가중된다. 조사 과정에서 자료를 숨기거나 폐기하는 행위에는 별도 제재와 신고포상금 도입도 추진한다. 100만건 이상이 유출된 중요 사건은 전담 조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게 조사하고 소규모·정형화된 사건은 소위원회 중심의 신속 처리 절차를 적용한다. 개인정보위는 연내 기술분석센터를 구축하고 포렌식 기능을 강화해 랜섬웨어와 AI 해킹 등 복합적인 침해사고에 대응할 계획이다. ◆ AI 규제의 성패는 ‘허용 이후의 책임’에 달렸다 국민 권리구제 체계도 확대된다. 개인정보 유출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유출 관련 과징금 수입을 피해회복과 권리구제에 활용하는 통합기금 도입을 추진한다. 약 300개 주요 앱을 대상으로 탈퇴 방해, 선택동의 강요, 반복적 동의 요구 등 개인정보 다크패턴 실태도 점검한다. 마이데이터는 의료·통신·에너지 분야를 결합한 서비스로 확장한다. 진료·검사 기록을 활용한 맞춤 서비스, 실제 통신 이용량에 기반한 요금제 추천, 공과금 납부 이력을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등이 검토 대상이다. 개인정보 활용으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정보주체에게 돌려주는 이익공유 모델도 추진한다. 이번 업무계획은 개인정보 정책의 중심을 ‘동의를 받았는가’에서 ‘어떤 위험을 만들고 어떻게 통제했는가’로 옮기려는 시도다. AI 산업에는 데이터 활용의 예측 가능성을 주고, 국민에게는 피해 예방과 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규제 완화만으로 AI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본 데이터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업과 공공기관의 설명 책임, 기록 의무, 사후 검증도 더 엄격해져야 한다. 활용의 문을 여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지만 신뢰를 지키는 것은 데이터를 다루는 기관의 몫이다. AI 시대 개인정보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허용했느냐가 아니라 허용 이후의 위험을 얼마나 투명하게 통제했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2026-07-17 1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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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공방, 검찰도 경찰도 아닌 국민을 보라
[경제일보] 수사는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다. 확보하지 못한 영상 하나,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한 명, 잘못 해석한 진술 한 줄이 사건의 결론을 바꾼다.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 수사를 교정할 최소한의 권한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형사사법제도는 한번 바꾸면 수많은 사건과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출범 시점을 오는 10월 2일로 정해 놓고도 형사절차의 핵심인 보완수사 구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조직을 먼저 나눈 뒤 그 조직들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할 것인지를 뒤늦게 논의하는 순서가 됐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은 구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추가 조사하는 권한이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전면 폐지론은 검사에게 직접 조사권을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고 본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세워 송치된 혐의와 관계없는 사실까지 들여다보거나 별건 수사로 확대할 위험도 지적한다. 검찰은 이런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과도한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출 논란을 반복했다.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었다. 과거와 같은 포괄적 수사권을 검사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문제와 경찰 수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없애는 문제는 같지 않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실제 수사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처음 수사를 부실하게 한 수사관에게 같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빠진 증거가 저절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같은 조직에 보완수사를 맡기는 방식만으로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다. 검사가 경찰 수사기록만 검토해서는 기록 밖에 있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영상,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누락한 압수물은 기록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나 참고인을 직접 만나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 수사의 빈틈이 드러나는 사건도 있다.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런 우려를 보여줬다. 경찰은 피의자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수사팀 내부에서 중요 증거 확보와 보고를 막고 수사 내용을 축소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개별 사건 하나로 모든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 수사 축소나 증거 누락이 발생했을 때 같은 경찰 조직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검찰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것처럼 경찰의 내부 감찰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대신하기 어렵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사라진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자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종속돼 있거나 보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술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주변 정황과 디지털 증거, 반복되는 범행의 구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면 피해자는 같은 일을 여러 번 진술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바뀔 때마다 피해 사실을 다시 설명하고, 뒤늦게 발견된 증거가 이미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사 한 사람의 권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문제다. 피의자의 권리도 다르지 않다. 경찰이 혐의를 과도하게 구성하거나 불리한 진술만 골라 기록했다면 검사의 재검토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보완수사는 유죄 증거를 추가로 찾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가 공판에 넘길 만큼 충분하고 적법한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채 직접 보완수사까지 하면 유죄 판단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반대로 기소를 결정하는 검사가 증거의 신빙성과 수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부실한 경찰 수사가 그대로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입법자는 두 위험을 함께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택지는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뿐이 아니다. 검사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금지하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제한된 범위에서만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대규모 민생침해 범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누락이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예외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처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두면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우회적으로 복원하는 통로가 된다. 수사 범위도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은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는 공소청장이나 상급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보완수사의 사유와 범위, 조사 내용은 모두 기록에 남겨 피의자와 변호인이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 기간과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위법한 별건 수사로 취득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하고 수사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 전면 폐지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공소청에 보내 다시 검토받도록 하는 전건송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공소청이 다시 심사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기록을 형식적으로 훑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전건송치는 중대범죄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부터 적용하거나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논의도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검찰 기득권 옹호나 개혁 후퇴로 몰아서는 안 된다. 수사 실무를 경험한 법조인과 범죄피해자 지원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검찰 조직을 지키자는 요구가 아니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피해자가 기댈 절차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경찰의 부실수사 사례를 검찰권 복원의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잘못했다고 과거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려면 별건 수사와 과잉수사를 막을 구체적인 통제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일도 아니다. 잘못된 수사를 줄이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형사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수사기관의 권한은 어느 기관이 더 신뢰받느냐에 따라 배분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고 법원과 변호인이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대신 권한의 범위와 책임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정치권은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일을 정해 놓고도 보완수사 구조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시행일이 다가온다는 사정이 졸속 입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입법이 늦어진 책임을 피하려고 충분한 검토 없이 전면 폐지나 현행 유지를 선택한다면 그 부담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국민이 떠안는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사에게서 몇 개의 권한을 빼앗았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줄었는지, 억울하게 묻힌 사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지, 무고한 사람이 잘못 기소되는 일을 막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공방에서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은 검사도 경찰도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상과 명예, 때로는 삶 전체가 달라지는 피해자와 피의자다. 정치권이 그들의 권리를 외면한 채 수사기관의 권한만 나눈다면 검찰청의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더라도 개혁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2026-07-16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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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보다 그 다음이 문제"…트럼프, 이란에 지상군 카드 꺼내 압박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개월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의 돌파구로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원유 수출망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능력을 동시에 압박해 협상 복귀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군이 대통령에게 제시한 선택지다. 지상군 투입이나 대규모 추가 공격에 대한 최종 명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이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선택지인 동시에 미군 사상자와 국제유가 급등, 장기 주둔이라는 더 큰 부담을 불러올 수 있어 실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현재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집중된 작전을 이란의 전략시설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제시한 선택지를 △이란 내 군사·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 확대 △깊은 지하에 건설 중인 핵시설 타격 △지상군을 투입한 하르그섬 또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 전략섬 점령 등으로 분류했다. ◆ 하르그섬은 원유 급소…호르무즈 전략섬과는 구분 가장 주목받는 표적은 페르시아만 북부의 하르그섬이다. 이란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이 섬에는 이란 최대 원유 수출 터미널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대부분이 하르그섬을 통해 수출된다. 미국외교협회(CFR)는 그 비중을 약 90%로 추산했다. 하르그섬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480㎞ 떨어져 있어 ‘호르무즈 인근 섬’은 아니다. 아부무사·대툰브·소툰브 등 해협 주변 전략섬과도 군사적 목적이 다르다. 하르그섬을 장악하면 이란의 원유 수출과 전쟁 자금원을 압박할 수 있다. 반면 호르무즈 주변 섬을 점령하면 상선을 위협하는 미사일과 드론, 고속정 운용 능력을 약화하고 해협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미군은 전쟁 기간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원유 터미널과 저장시설은 파괴하지 않았다. 원유 공급 중단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고 전쟁 이후 이란 경제를 복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르그섬 점령 여부에 대해 “말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이란군을 충분히 약화할 경우 실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군이 하르그섬을 단시간에 점령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란 본토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으며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훨씬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상륙보다 어려운 점령 유지…미군이 고정표적 될 수도 하르그섬 점령의 가장 큰 위험은 상륙 이후다. 섬은 이란 본토의 대함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공격용 드론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란은 기뢰와 고속정, 순항미사일 등 미군의 접근과 보급을 방해할 비대칭 전력도 보유하고 있다. 미군이 섬을 점령하더라도 병력과 방공체계, 보급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란이 원유시설을 직접 파괴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P통신은 하르그섬을 점령하더라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하르그섬에서 원유를 선적한 선박을 해상에서 차단하는 방식이 미군의 인명 피해를 줄일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전했다. 결국 섬을 빼앗는 것보다 점령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지, 어떤 조건으로 철수할지가 더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제한적인 상륙작전으로 시작하더라도 방어와 보급을 위해 추가 병력이 투입되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상군 투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키운다. 그는 전쟁 초기부터 대규모 지상전에 거리를 둬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 AP통신은 전쟁 장기화와 생활비 부담,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둘러싸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중간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곡괭이산’ 핵시설도 표적…공격 성공은 불확실 지상군 대신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으로 불리는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이 이곳을 공습에 견딜 수 있는 핵시설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시설이 화강암 지하 약 90∼145m 깊이에 건설되는 것으로 추정돼 대형 관통폭탄을 사용하더라도 파괴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이 공격한 포르도·나탄즈 핵시설보다 깊은 곳에 있고 표적을 특정하는 데 활용할 환기구 등 지상 구조물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에 실패하면 이란의 핵개발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채 확전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은 이란군의 작전 지속 능력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지만 민간 피해 위험이 크다. 해당 시설이 군사목표에 해당하는지, 예상되는 군사적 이익과 민간 피해가 비례하는지를 둘러싸고 국제인도법 논란도 불가피하다. ◆ 치명타 예고하면서 합의 시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흘리는 배경에는 협상 압박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란과의 합의가 막판에 무산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합의는 가능하다”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규모 공세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부각해 이란 지도부에 전쟁 지속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실제 작전 준비와 협상용 위협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펜실베이니아주 연설에서 이란이 곧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전쟁이 진정되면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85달러를 웃돌아 전쟁 전보다 15%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하르그섬이나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이 실제 공격받을 경우 공급 차질과 보험료 상승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한 번의 치명타’로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공격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면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이란이 원유시설과 미군기지, 상선을 상대로 보복하면 제한전은 지상군이 개입하는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점령 이후 이란의 보복과 유가 충격, 미군의 장기 주둔을 통제하면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있다.
2026-07-16 08: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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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23일 부동산 공개 대토론회 주재…공급·금융·세제 전면 논의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과 금융, 세제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 전반을 공개 토론 테이블에 올린다. 집값과 전월세 불안, 대출 부담, 세제 개편 논란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책을 확정하기보다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거쳐 정책 방향을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공개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는 각각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부처별 공개 토론회를 연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는 각각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의견을 수렴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토론회에서는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함께 논의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라며 “온라인 의견수렴 창구 등을 통해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의견도 폭넓게 듣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마련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전셋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방향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도 커진 상태다. 김 실장은 “주거는 국민의 삶과 가장 직결된 문제”라며 “집값과 전월세, 대출과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과 불안은 많은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시장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이라는 기존 원칙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최근 동탄·기흥·구리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사례를 언급하며 일부 지역의 과열 우려에는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제 개편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정부는 보유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해 연구용역과 해외 사례 등을 검토 중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거래세 부담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만큼 16일 재경부 토론회와 23일 대토론회에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다만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존에 발표한 정책 흐름과 대통령이 말씀하신 원칙 등이 기본이지만 구체적으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모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유세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실장은 “정부가 가진 주거 안정과 과세 공정성 등 공익적 원칙이 있다”며 “양쪽에서 다양한 의견이 많은 만큼 논의를 열어놓고 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부담 강화와 완화 사이에서 시장 반응과 국민 체감 부담을 함께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청년층과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당장은 돈이 없지만 능력과 미래가 있는 실수요자를 지금 외면하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있다”며 “정부 내 반대 의견도 많지만 최종 결정은 열어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은 세제 개편안에 반영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세제 개편안을 늦어도 8월 초까지는 발표해야 한다”며 “재경부 논의와 대토론회를 거쳐 나오는 의견을 최종 개편안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더 좋은 대안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2026-07-10 15: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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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미래항공기 개발 속도…정부, 하이브리드 플랫폼 육성 나서
[경제일보] 정부가 미래항공기 개발 전략의 중심축으로 하이브리드 항공기를 낙점했다. 순수 배터리 기반 미래항공기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엔진과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플랫폼 개발에 집중 투자해 오는 2030년 시제기 비행을 목표로 국내 독자 미래항공기 기술 확보에 나선다. 10일 우주항공청은 청사에서 항공기 체계와 소재·부품 기업 20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제8차 우주항공 SOS 간담회'를 열고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 개발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일 발표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전략'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를 국가 주도의 핵심 개발 과제로 추진하고, 순수 배터리 기반 미래항공기는 민간이 개발하는 역할 분담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오는 2030년 말 기본형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 시제기의 첫 비행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는 배터리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순수 전기 항공기보다 항속거리와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한계를 고려할 때 중·장거리 운항과 다양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를 기본 플랫폼으로 개발한 뒤 공공과 상용 분야에서 임무에 따라 다양한 기체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소방과 의료,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두산에너빌리티, 현대모비스, 한화시스템, 삼성SDI 등 항공기 체계와 엔진, 소재·부품 분야 주요 기업들이 참석해 산업 생태계 조성과 기술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 기업들은 국내 미래항공기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체계 개발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시험·실증 인프라 확대와 초기 공공 수요 창출, 국산 소재·부품 기업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실증 환경과 초기 시장이 마련돼야 민간 투자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미래항공기 시장이 도심항공교통(UAM)을 넘어 공공과 물류, 국방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독자 플랫폼 확보와 공급망 육성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항공산업의 기술 자립과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민간 항공산업의 획기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 주도 국내 독자 미래항공기 플랫폼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국내 민간항공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하여 미래항공기에 대한 정부 투자가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고 앞으로 공공·소방·의료 등 다양한 임무로 확장할 수 있는 수요를 확보하여 글로벌 시장에 수출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0 10: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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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 FDC 기술개발 착수… AI 데이터센터 바다로 간다
[경제일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선업계가 바다 위 데이터센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육상 데이터센터가 부지 확보와 냉각 비용, 전력망 접속 문제에 직면하자 조선사들이 해상 부유식 인프라를 새 성장 사업으로 주목하는 흐름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인프라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은 지난 7일 경기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렸으며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와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대표가 참석했다. FDC는 바다나 강 위에 부유식 구조물을 띄우고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배치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다.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육상 데이터센터와 달리 입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해수를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전력 공급은 별도 과제다. 육상 전력망 연계, 해저케이블, 자체 발전, 재생에너지 연계 등 사업 모델에 맞는 전력 조달 구조가 필요하다. 이번 협약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 역량을 제공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맡는다. 양사는 해상 환경에 맞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과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관련 연구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해상 데이터센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양사 협업을 통해 대규모·고밀도 컴퓨팅 인프라를 바다 위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할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가 FDC에 뛰어든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해상 데이터센터 수요도 늘고 있다”며 “조선사가 보유한 선박 건조 역량을 FDC 개발로 확장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다만 악천후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을 확보하고, 파도와 염분 등 해상 환경으로부터 IT 서버를 보호하는 기술 검증은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접속 대기와 송전망 건설 기간도 주요 병목으로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먼저 FDC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50MW급 FDC 개념설계에 대해 미국선급과 영국 로이드선급의 기본 인증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 로이드선급과 FDC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설계·건조, 캐피탈은 프로젝트 발굴과 투자, 로이드선급은 인증과 규정 검토를 맡는 구조다. 다만 FDC가 실제 상용 시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해상 환경에서는 염분, 습도, 진동, 파랑, 태풍 등이 서버 안정성과 설비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력 공급 방식, 해저케이블 연결, 냉각수 배출, 항만·해역 인허가, 선급 기준도 상용화를 위해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FDC를 당장 대규모 수주 시장으로 보기보다 조선사가 AI 인프라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초기 기술 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짓던 조선사들이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조선업의 경쟁 무대도 선박 건조를 넘어 해상 디지털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2026-07-0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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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차세대 AI 서버 지연설…'1년 로드맵'에 첫 균열 오나
[경제일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 로드맵에 지연설이 제기됐다. 핵심은 칩 자체가 아니라 랙 내부를 연결하는 고난도 인쇄회로기판(PCB)이다. AI 반도체 경쟁이 GPU 성능을 넘어 서버 랙, 냉각, 광통신, 전력 인프라까지 묶인 시스템 경쟁으로 바뀌면서 제조 난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랙 시스템 ‘Kyber NVL144’ 출시가 12개월 이상 지연돼 2028년으로 밀렸다고 주장했다. 이 시스템은 차세대 AI 플랫폼 ‘Vera Rubin Ultra’와 함께 2027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PCB 미드플레인 제조 난항으로 일정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Kyber NVL144는 고성능 칩 144개를 하나의 랙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해 단일 대형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개별 GPU 성능보다 수백 개 칩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엔비디아가 랙 단위 시스템을 강조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대안으로 거론됐던 ‘NVL72x2 백투백’ 구조도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72개 칩으로 구성된 랙 두 개를 맞붙여 배치하는 방식이었지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특이한 설계와 운영 부담을 이유로 반발했다는 것이다. 광통신으로 여러 랙을 연결하는 NVL576 역시 기술적 난제로 지연되거나 소량 생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루빈 울트라 칩 자체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연산 다이 4개를 갖춘 고성능 버전이 취소되고 2개 다이 기반 모델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역시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 측은 로드맵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랙 시스템 지연은 클라우드 사업자의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과 공급망 업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단기 매출의 중심은 블랙웰과 루빈 초기 제품군인 만큼 Kyber 지연설이 당장 엔비디아의 지배력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지연설이 사실이라면 반사이익은 AMD와 구글, 맞춤형 AI 반도체 진영에 돌아갈 수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은 엔비디아 공급 일정이 불확실해질수록 AMD GPU나 구글 TPU, 자체 ASIC 활용을 늘릴 유인이 커진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가 수십조원 규모로 커진 상황에서는 단일 공급자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더 큰 의미는 엔비디아의 ‘매년 새 플랫폼’ 전략이 제조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GPU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 소비와 발열, 연결 구조, 냉각 비용도 함께 커진다. 차세대 AI 서버는 더 이상 칩을 많이 꽂는 문제가 아니다. PCB, 고속 인터커넥트, 액체냉각, 광통신, 전력 설계가 모두 동시에 풀려야 한다. 한편 엔비디아 지연설은 AI 산업의 병목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모델은 더 커지고 데이터센터는 더 뜨거워지며 서버 랙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칩 설계의 승자가 곧 시스템 제조의 승자라는 보장은 없다. 엔비디아가 공식 로드맵을 지켜내느냐, 아니면 제조 난도가 속도를 늦추느냐에 따라 AI 인프라 시장의 다음 경쟁 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2026-07-07 07: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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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현대차와 복지 AI 키운다…사회문제 푸는 AI 인재 선발
[경제일보] 오픈AI가 사회복지 현장 인재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활용 교육에 나선다.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니라 복지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구조화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실전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오픈AI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는 ‘CMK 사회복지 혁신리더 아카데미’에 협력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6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산하 사회혁신 임팩트랩, 보건복지부가 함께 추진하는 민·관·학 협력 모델이다. 이번 아카데미는 젊은 사회복지 연구자와 현장 종사자 중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인재를 선발해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는 사회복지 관련 전공 3학년 이상 대학생과 대학원생, 경력 3년 이상이면서 만 34세 이하인 현장 종사자 등 총 30명이다. 참가자들은 서울대에서 두 차례 1박 2일 합숙 교육을 이수한 뒤 약 3개월간 팀별 액션러닝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단순 강의가 아니라 실제 사회복지 현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정책 또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설계하며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다. 교육 주제도 현장 문제에 맞춰 구성됐다. 1인 가구 증가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정책 설계, 공간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정신건강과 통합돌봄, 생활 속 법적 권리 옹호, AI 기반 사회복지 업무 혁신 등이 포함됐다. 복지 사각지대와 돌봄 부담, 행정 비효율처럼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AI와 결합해 다루는 방식이다. 오픈AI는 오는 25일 챗GPT와 코덱스를 활용한 실습형 해커톤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AI를 활용해 복잡한 사회문제를 구조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챗GPT는 문제 정리와 아이디어 구체화에 코덱스는 데이터 분석과 간단한 도구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협력은 오픈AI가 한국에서 공공·비영리 영역과 접점을 넓히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AI 기업의 사회적 영향 논의가 커지는 상황에서 교육, 복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실제 활용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복지 현장은 행정 문서와 상담 기록, 대상자 관리, 정책 집행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AI 활용 여지가 큰 분야로 꼽힌다. 고기석 오픈AI 코리아 정책 총괄은 “AI는 사회복지 현장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실무자들이 사람을 돌보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참가자들이 AI를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그동안 장학과 사회혁신, 미래세대 인재 육성 사업을 이어왔다. 이번 아카데미도 차세대 사회복지 리더를 키우는 인재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우수 팀에는 정책 제안과 국제 학술대회 발표 기회 등도 제공될 예정이다. 한편 복지 현장에서 AI의 가치는 기술 시연보다 현장 부담을 얼마나 줄이느냐로 판단된다. 반복 행정과 정보 정리에 쓰이는 시간을 줄이고 실무자가 사람을 만나는 시간과 정책 설계 역량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오픈AI의 이번 참여는 복지 인재에게 AI 도구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가 사회문제를 실제로 풀 수 있는지 검증하는 작은 실험대이기도 하다.
2026-07-06 09:4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