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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실적 부진 속 비은행 반등… CET1 조기 달성은 성장 기회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일회성 충당금·판매관리비(판관비) 증가로 인해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증권 호조, 보험사 편입 효과 등으로 비은행 수익이 확대되며 높은 은행 의존도는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향후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확대 전략, 보통주자본비율(CET1) 목표치 달성을 통한 주주환원 여력은 성장 기회로 평가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038억원으로 전년 동기(6167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순영업수익은 2조757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109억원)보다 5.6% 증가했으나 판관비·대손비용 등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1분기 우리금융의 판관비는 1조422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062억원) 대비 9% 증가했다. 충당금 전입액은 5268억원으로 전년 동기(4355억원) 대비 20.9% 늘어났다. 이는 은행 해외 법인 관련 일회성 충당금이 반영된 영향이다. 1분기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6341억원) 대비 16.2% 감소한 531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의 은행손익 비중은 76.5%로 은행 실적에 따라 그룹 손익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53%로 전년 동기(7.27%) 대비 0.74%포인트(p) 하락해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타 금융그룹의 ROE는 △KB금융 13.94% △신한금융 11.91% △하나금융 10.91% 순이다. 다만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1.51%로 전년 동기(1.44%) 대비 0.07%p 상승하며 이자이익 체력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우리투자증권 실적 성장, 동양·ABL생명 편입 등의 효과로 비은행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분기 우리금융의 비은행손익 비중은 23.5%로 전년 동기(8.8%) 대비 14.7%p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억원) 대비 100억원 이상 늘어난 가운데 동양·ABL생명의 당기순이익 합계 371억원이 반영되면서다. 자본비율의 뚜렷한 성장세를 통한 성장, 주주환원 여력 개선도 강점으로 꼽힌다. 1분기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3.6%로 전년 말(12.9%) 대비 0.7%p 상승하며 중장기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 우리금융은 이를 기반으로 생산적 금융, 비은행 부문 전략적 투자를 강화해 ROE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보험 계열사 실적 하락세, 타 금융그룹 대비 작은 증권사 규모는 향후 성장 과제로 꼽힌다. 특히 1분기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462억원) 대비 45.7% 감소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완전자회사화, 우리투자증권 유상증자 지원 등을 통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한 동양생명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한다. 이번 조치를 통해 그룹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또한 ABL생명과 통합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보험업 비용 효율화, 점유율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우리투자증권에는 1조원 규모 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영업 기반·모험자본 공급 역량 강화 등 성장 속도를 높여 비은행 비중을 늘리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오는 2030년까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 ROE 1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이번 증자를 통해 대형 딜 역량 강화, 기업금융(IB) 영업 확대 등 비이자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자본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우리금융의 생산적 금융 기여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수익 기여가 본격화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주주환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대기업과 정책기관 등과의 협약 등 생산적 금융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9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9 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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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찾아간 투표소에 용지가 없었다
6월 3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투표용지가 바닥났다. 이미 줄을 서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후 투표가 중단된 곳들이 속속 생겨났고, 일부 투표소는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연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뒤늦게 인정한 용지 부족 투표소는 최종 전국 50곳이었다. 언론은 이 사태를 선관위의 행정 실수로 보도했다. 절반은 맞다. 그러나 절반은 빠져 있다. 이 사태가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피해를 입혔다는 가정이다. 그렇지 않다. 투표소 앞에서 기다리다 돌아선 유권자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고령자였다. 그리고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관위가 유권자의 절반만 온다고 계산한 근거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은 명확하다. 중앙선관위가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전체 유권자의 50%로 설정했다. 사전투표가 일반화된 이후 본투표 참여율이 낮아졌다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투표 참여율이 61%로 치솟았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본투표 참여율이 50%를 훌쩍 넘어섰고, 준비된 용지는 바닥났다. 선관위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투표율 상승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재보궐선거 병행, 정치적 관심 고조 등 여러 변수가 이미 공개된 상황이었다. 불확실성이 있을 때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다. 선관위는 그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왜 고령 유권자에게 더 가혹한가 투표소 혼란은 모든 유권자에게 불편을 줬다. 그러나 '불편'의 무게는 같지 않다. 젊은 유권자는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대기 번호를 받아두고,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돌아올 수 있다. 저녁 10시까지 기다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감당 가능하다. 고령 유권자는 다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투표소까지의 이동은 그 자체로 큰 결심이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거나 자녀의 도움을 받아 찾아온 투표소 앞에서 "용지가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선택지는 둘뿐이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버티거나, 포기하고 돌아서거나. 오후 10시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많은 어르신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와 대기는 더 큰 혼란을 준다. "대기 번호를 받아두면 나중에 올 수 있다"는 안내가 전달됐다 해도, 이를 이해하고 실행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있다. 이들에게 투표용지 부족은 단순한 대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참정권 박탈이었다. 선관위의 실수는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하게 가혹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피해를 입은 것은 몸을 이끌고 투표소를 찾아온 고령 유권자였다. 선관위는 고령 유권자를 설계에 포함시킨 적이 없다 이번 사태는 예외적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무관심의 결과다. 선관위의 투표 운영 설계는 평균적인 유권자를 상정한다. 스마트폰을 쓸 줄 알고, 상황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장시간 대기가 가능한 유권자다. 고령 유권자, 장애인, 거동 불편자는 이 설계의 바깥에 있다. 거소투표 신청 기한, 투표보조인 요청 방법, 임시기표소 안내 — 이 모든 제도가 존재하지만, 제도의 존재를 아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닿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선관위는 고령 유권자를 위한 접근성 설계를 독립적인 정책 과제로 다룬 적이 없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 무관심이 극단적 형태로 드러난 사건이다. 65세 이상 유권자는 이미 전체 유권자의 20%에 달한다. 이들이 투표소에서 겪는 현실적 장벽을 측정하고, 개선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선관위 안에 없다. 위원장이 사퇴하고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조사 범위에 고령 유권자 피해 실태가 포함될지는 불확실하다. 책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선관위 위원장이 사퇴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이 수습이 '투표용지를 왜 부족하게 인쇄했는가'에만 집중된다면, 문제의 절반만 다루는 것이다. 세 가지 질문이 추가로 다뤄져야 한다. 첫째, 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 중 고령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이것은 집계 가능한 데이터다. 선관위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고령 유권자의 투표 접근성을 독립적인 지표로 관리하는 체계가 선관위 안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 셋째, 투표 운영 설계 단계에서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 유권자의 접근성을 사전 검토하는 의무 절차가 있는가. 이것 역시 없다면, 법제화를 검토해야 한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그 행위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선관위의 존재 이유다. 힘겹게 찾아온 투표소 앞에서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이번 사태 보도에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진상규명위원회가 무엇을 조사하고, 무엇을 조사하지 않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2026-06-07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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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안정, 정치보다 시급한 민생 과제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숫자를 본다. 어느 당이 어디를 지켰고 어디를 잃었는지 따진다. 책임론도 나오고 쇄신론도 뒤따른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한다. 마트 계산대 앞에 찍힌 금액이다. 식당 메뉴판에 오른 점심값이다. 쌀과 고기와 채소를 담은 장바구니의 무게다. 정치가 민심을 말하려면 먼저 밥상 앞에 서야 한다. 선거 결과를 아무리 정교하게 해석해도 국민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민생 정치는 공허해진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어느 정당이 이겼는지가 아니다. 다음 달에도 같은 돈으로 같은 식탁을 차릴 수 있는가다. 최근 물가 흐름은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대를 기록했고 생활물가도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계상 일부 신선식품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밥상물가는 여전히 무겁다. 쌀값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축산물 가격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전체 지표가 내려갔다고 해서 국민이 밥상물가 안정을 체감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평균은 안정돼도 필수 품목 몇 개가 오르면 가계부는 곧바로 흔들린다. 물가 안정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국민 생활의 기본 조건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는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크다. 같은 물가 상승률이라도 고소득층에는 불편이고 저소득층에는 압박이다. 밥상물가가 흔들리면 인간다운 생활의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시장 가격은 명령으로 오래 버티지 않는다. 농산물은 날씨에 흔들리고 축산물은 가축전염병에 흔들린다. 수입 물가는 환율과 국제 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유통 비용과 인건비도 가격에 반영된다. 밥상물가는 한 부처의 보도자료 몇 장으로 잡히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과 유통, 비축과 수입, 방역과 기후 대응, 취약계층 지원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할인 지원과 할당관세는 필요하다. 당장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할인은 응급 처방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행사 기간에만 싸지는 가격이 아니라 평소에도 감당 가능한 가격이다. 명절 대책처럼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체감 효과가 빠르지만 지속성이 약하다. 민생 대책이라면 한 달짜리 할인보다 1년 뒤에도 작동하는 수급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의 갈등은 늘 소리가 크다. 여야의 말싸움은 기사 제목을 만들기 쉽고 책임 공방은 지면을 채우기 쉽다. 그러나 국민 삶을 오래 붙드는 장면은 따로 있다. 시장 상인의 한숨, 맞벌이 부부의 장바구니, 노년층의 식비 부담, 자영업자의 원가 압박이다. 정치의 말만 따라가면 민생의 소리를 놓친다. 정치보다 민생이 먼저라는 말은 그만큼 절박하다. 밥상물가는 숫자와 현장을 함께 봐야 하는 분야다. 소비자물가지수만 보고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일부 품목 가격만 보고 위기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통계는 방향을 보여주고 현장은 체감을 보여준다. 정책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가 국민의 장바구니와 어긋난다면 문제는 국민의 체감이 아니라 정책의 설명력과 집행력에 있다. 정치권은 선거 이후 늘 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개혁은 거창한 구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국민이 매일 사는 쌀과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도 개혁이다. 유통 단계의 불합리한 비용을 줄이는 일도 개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농산물 수급 예측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도 개혁이다. 취약계층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떠안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다듬는 일도 개혁이다. 밥상물가를 정쟁의 소재로 쓰는 것은 쉽다. 정부 탓이라고 몰아붙이기도 쉽고 전 정부 책임이라고 돌리기도 쉽다. 그러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의 승자가 아니다.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줄이는 결과다.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길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는 쌀과 축산물 등 필수 품목의 가격 흐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유통 단계별 비용과 마진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가격 상승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료품 지원을 더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물가 대책은 전 국민을 향한 큰 구호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가계를 향한 세밀한 정책이어야 한다. 정치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가 시작되고 당내 권력의 셈법도 다시 움직인다. 그러나 국민의 시간은 다르다. 오늘 저녁 장을 봐야 하고 내일 점심값을 계산해야 한다. 이 차이를 모르는 정치는 민심을 읽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밥상은 국민 생활의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정치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자리다. 그곳에서 민심이 생기고 불만도 쌓인다. 물가를 잡지 못한 정치가 민생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승패의 해석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 식탁 위의 부담을 덜어내는 일이다. 밥상물가 안정은 정치보다 앞서는 민생 과제다.
2026-06-05 0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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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127년… 민족은행→ 기업금융 명가→ 종합금융 재건중
우리금융그룹의 역사를 말할 때 2001년 한빛은행(상업은행+한일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1호 탄생은 현대만 들여다본 것이다. 우리금융의 뿌리는 한국 근대 금융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다. 바로 1899년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고종황제의 내탕금과 대한제국 황실 자금, 조선 상인 자본이 더해져 세워졌다. 이 은행은 단순한 금융회사가 아니라 자주적 금융 기반을 지키려는 시대적 산물이었다. 이후 조선상업은행과 한국상업은행으로 이어졌고, 한일은행과 함께 한국 산업화와 기업금융의 한 축을 맡았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기업 거래와 무역금융, 산업자금 공급의 현장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판을 떠받친 은행이었다. 우리금융의 DNA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기업금융 명가’다. ◆민족은행·기업금융 DNA…상업·한일 합병으로 한빛은행 출범 우리금융의 첫 번째 성장 동력은 기업금융이었다. 상업은행은 오랜 역사와 거래 기반을 바탕으로 기업 고객과 중소상공인의 금융 창구 역할을 했다. 한일은행 역시 산업화 시기 수출기업, 제조업, 중견기업 금융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두 은행은 조직 문화는 달랐지만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실물 부문으로 흘려보냈다는 점에서 같은 역할을 했다. 결정적 변곡점은 외환위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1998년 정부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3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두 은행은 같은 해 12월 한빛은행으로 합병됐다. 부실채권 정리, 인력 구조조정, 영업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된 고통스러운 통합이었다.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했다.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카드, 종합금융, 자산운용 등 여러 금융 기능을 묶은 국내 1호 금융지주였다. 2002년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며 통합 브랜드를 완성했다. ‘우리’라는 이름에는 외환위기 이후 다시 국민과 기업의 은행으로 서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숫자로 본 성장사…95조 금융그룹서 600조 종합금융그룹으로 우리금융의 성장사는 숫자로도 뚜렷하다. 2001년 3월 말 기준 우리금융은 한빛은행·평화은행·광주은행·경남은행을 묶은 은행계열 합산 총자산 95조4000억원 규모로 출발했다. 당시 국민·주택은행 합산 162조6000억원에는 못 미쳤지만, 신한금융 계열 53조2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대형 금융그룹이었다. 수익성도 위기 국면을 지나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 금융지주의 주포 한빛은행은 2001년 말 총자산 75조4205억원, 당기순이익 7130억원을 기록했다. 24년이 흐른 2025년 말 우리금융의 체급은 달라졌다. 연결 총자산은 601조4573억원으로 불어났다. 출범 초기 은행계열 합산 자산 95조4000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약 6.3배 성장한 셈이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은행 중심 금융회사에서 카드·캐피탈·저축은행·자산운용·벤처투자·증권·보험을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 바뀌었다. 이익 체력도 커졌다. 우리금융은 2025년 연결 당기순이익 3조1413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 주력 계열사였던 한빛은행 순이익 7130억원과 비교하면 약 4.4배 규모다. 자산은 100조원 미만 금융그룹에서 600조원대 종합금융그룹으로, 순이익은 수천억원대에서 3조원대로 올라섰다. ◆공적자금과 민영화의 긴 터널…명가의 그림자 그러나 우리금융의 역사에는 성장의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명가의 그림자는 공적자금과 정부 소유 구조였다. 외환위기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은 우리금융을 살렸지만, 동시에 오랜 기간 정부 영향력 아래 놓이게 했다. 민영화는 우리금융의 숙원이었다. 정부는 2002년부터 우리금융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공모, 블록세일, 경영권 매각, 분리 매각이 이어졌지만 시장 여건과 인수 수요 부족으로 여러 차례 좌초했다. 2013년에는 우리금융을 은행계열, 증권계열, 지방은행계열로 나누는 분리 매각 방식이 추진됐고, 증권계열은 NH금융, 경남은행은 BNK금융, 광주은행은 JB금융으로 넘어갔다. 이 대목은 우리금융의 가장 큰 상처이자 현재 전략의 출발점이다.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캐피탈,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이 매각되면서 우리금융은 한때 ‘증권 없는 금융지주’가 됐다. 은행 중심 수익 구조는 더 굳어졌고, KB·신한·하나금융이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을 키우는 동안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경쟁에서 뒤처졌다. 민영화의 물꼬는 2016년 과점주주 매각으로 트였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 29.7%를 과점주주 7곳에 매각하며 민영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잔여 지분 정리와 지배구조 개편을 거치며 우리금융은 정부 그늘에서 벗어나 민간 금융그룹으로서 체질 전환을 본격화했다. ◆증권·보험 복원…비은행 재건은 아직 진행형 현재의 우리금융은 다시 종합금융그룹 복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24년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입했고, 2025년 동양생명과 ABL생명 편입으로 보험업까지 갖췄다.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잃었던 비은행 축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하지만 비은행 재건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2025년 우리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1413억원으로 2년 연속 3조원대를 유지했다.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약 25% 늘어난 1조9266억원, 순영업수익은 10조957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보험사 인수 과정의 일회성 효과와 높은 은행 의존도는 여전히 과제다. 2026년 1분기 실적도 명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룹 당기순이익은 60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했다. 순영업수익과 비이자이익은 늘었지만, 대손비용 증가와 우리은행 이익 감소가 발목을 잡았다. 금융지주의 기초 체력은 은행에서 나오지만, 미래 기업가치는 은행 바깥에서 결정된다. 우리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다. ◆생산적 금융·AX·시너지…기업금융 명가의 다음 성장판 우리금융의 미래 성장전략은 △생산적 금융 △전사적 AX(AI 전환) △그룹 시너지로 요약된다.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총 80조원을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투입하겠다는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내놨다. 이 중 생산적 금융은 73조원, 포용금융은 7조원이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 △방산 △에너지 △지역 전략산업 등으로 자금이 흘러가야 금융도 성장하고 실물경제도 성장한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의 기업 고객에게 우리투자증권의 IB(투자금융)와 모험자본 기능을 연결하고, 동양생명·ABL생명의 보험 역량을 자산관리와 은퇴설계로 묶는 것이 관건이다. AX도 핵심 과제다. 금융 경쟁은 더 이상 점포 수와 예대마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심사, 상담,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자산관리, 소비자보호에 AI를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적용하느냐가 새 경쟁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역사를 보면 대한천일은행의 민족금융, 상업·한일은행의 기업금융, 한빛은행의 구조조정, 국내 1호 금융지주의 실험, 공적자금의 그늘, 민영화의 긴 터널을 거쳤다”며 “이제는 종합금융그룹 재건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2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2 07: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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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 은행 NIM 반등에 순익 회복…생산적 금융·비은행 확대가 기회
[경제일보] BNK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이자이익과 비은행 계열사 성장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판매관리비 확대와 은행 건전성 저하는 부담 요인이다. BNK금융의 생산적 금융과 지역 주력 산업 지원을 통한 여신 기반 확대, 주주환원 강화와 증시 회복에 따른 비은행 실적 개선은 성장 기회로 평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BNK금융의 올해 1분기 지배기업지분 당기순이익은 2114억원으로 전년 동기(1666억원) 대비 26.9% 증가했다. 이는 안정적인 이자이익 확보, 충당금전입액 감소 등의 영향이다. 1분기 BNK금융의 이자이익은 7628억원으로 전년 동기(7355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예대금리차 개선, 자산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그룹 순이자마진(NIM)이 2.11%로 전년 동기(2.06%) 대비 0.05%포인트(p) 상승하며 이자 수익성 성장을 견인했다. 은행별로는 부산은행의 성장이 뚜렷한 가운데 경남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1분기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81억원으로 전년 동기(856억원) 대비 26.3% 증가했다. 이자·수수료 이익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충당금전입액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경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75억원으로 전년 동기(694억원) 대비 2.7% 감소했다. 이자이익은 늘었으나 수수료이익 감소, 기타부문손실 등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비은행 계열사도 성장세다. 1분기 BNK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382억원으로 전년 동기(275억원) 대비 38.9% 증가했다. BNK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93억원으로 전년 동기(57억원)보다 63.2%, BNK자산운용은 80억원으로 전년 동기(5억원)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다만 판매관리비(판관비) 확대와 자산건전성 저하는 부담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룹 판매관리비는 4233억원으로 전년 동기(3765억원) 대비 12.4% 증가했다. 1분기 그룹 연체율은 1.42%로 전년 동기(1.12%) 0.3%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57%로 전년 동기(1.69%) 대비 0.12%p 하락했으나 전분기(1.42%)보다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부산은행 연체율은 1.21%로 전년 동기(0.73%) 대비 0.48%p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26%로 전년 동기(1.10%) 대비 0.15%p 올랐다. 같은 기간 경남은행의 연체율은 1.05%로 전년 동기(0.68%)보다 0.37%p,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4%로 전년 동기(0.82%)보다 0.12%p 상승했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부실 증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BNK금융은 적극적인 부실자산 사후관리, 우량자산 확대를 통해 건전성 비율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비은행 부문 성장과 지역 기반 생산적 금융 확대는 향후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BNK투자증권과 BNK자산운용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심리 회복이 지속된다면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도 확대될 수 있다. BNK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부산은행은 해양산업 중심 금융 지원 확대에 나선다. 선박금융과 항만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 친환경 해양산업 맞춤형 금융 지원 등을 통해 해양·조선·물류 산업 중심 금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혁신기업 대상 금융 지원도 확대하며 지역 제조업 기반 여신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남은행은 전략적 우량자산 확대와 생산적 금융 중심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경제 재도약을 위한 상생·포용금융 강화와 함께 인공지능(AI)·디지털금융 혁신, 자산관리(WM)·연금 부문 경쟁력 확대 등을 올해 주요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 강화를 병행해 건전성과 수익성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 그룹 차원에서는 'BNK밸류업전략위원회'를 출범하고 그룹체질 개선, 성장 기반 마련을 추진한다. 위원회는 △이사회 운영 선진화 △경영 의사결정 투명성 강화 △컴플라이언스 체계 고도화 등을 통해 그룹 신뢰도 제고에 나선다. 또한 수익성 및 자본효율성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 산업금융 지원 강화 방안도 함께 점검한다. BNK금융은 주주환원 정책도 병행한다. 올해 반기 배당 주당 150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600억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성욱 BNK금융그룹 CFO 부사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작년 상반기에 실시한 규모보다 50% 증대하여 600억원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현금배당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높여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5-28 17: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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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톤 에틸렌이 온다…한국 석유화학 재편의 'X 변수'
[경제일보] S-OIL의 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Shaheen Project)'가 막바지 공정에 들어갔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던 정유사가 석유화학 원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2022년 11월 이사회에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석유화학 2단계 확장 사업이다. 총 투자비는 9조2580억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대 규모다. 완공 시 에틸렌 연산 180만톤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 기존 전체 에틸렌 생산량 176만톤을 웃도는 규모다. 4월 말 기준 EPC(설계·조달·시공) 공정률은 96.9%로, 6월 말 기계적 완공 이후 올해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다.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원천 기술로,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 기존 설비 대비 원료 수율이 3~4배 높고, 에너지 강도 지수 기준 업계 상위 25%(1분위) 수준으로 설계됐다. 파일럿 플랜트 단계부터 수년간 검증을 거쳤으며, 샤힌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 상업 적용 사례가 된다. S-OIL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정유업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정제마진 변동성이 크고, 전기차 확산으로 장기적인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조3546억원에서 2024년 4222억원, 2025년 2356억원으로 2년 만에 82% 줄었다. S-OIL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고 했다. 원가 경쟁력 앞세운 포트폴리오 전환 샤힌 완공 시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S-OIL은 "'정유사에서 화학사로의 전환'이 아닌 '정유에서 화학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원가 경쟁력의 핵심은 TC2C와 수직계열화 구조다. 기존 정유시설의 부생가스·중질유 등 저부가가치 원료를 공정에 투입하고, 아람코와의 원유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나프타 외부 구매 의존도를 줄인다. 연간 생산 에틸렌 180만톤 가운데 132만톤은 자체 폴리머 설비에서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HDPE 44만톤)으로 가공된다. 잔여 약 58만톤과 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기초유분은 울산·온산 산단 내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세계 첫 상업 적용에 따른 기술 리스크에 대해 S-OIL 관계자는 "FEED(기본설계)·EPC 단계를 통해 충분한 검증을 마쳤고, 수십 년간 축적한 플랜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 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미·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아시아 NCC(납사분해설비) 업체들의 가동률이 최대 20~3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S-OIL은 아람코 계열사 지위를 활용해 정유설비 가동률 90% 수준을 유지했고,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2311억원으로 반등했다. 경쟁사들이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샤힌 프로젝트의 초기 시장 진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공급 과잉·재무 부담은 변수 가장 큰 변수는 업황이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설비 감축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대산·울산 산단에서는 기업 간 설비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산 180만톤 신규 설비 진입은 부담 요인이다. 잔여 에틸렌 58만톤의 외부 공급을 두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등과의 공급 경쟁도 불가피하다. 재무 부담도 누적됐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8.7%에서 2025년 말 198.8%로 단계적으로 올랐고, 2026년 1분기 말에는 201.7%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6조660억원, 총차입금은 7조5353억원에 달한다. 아람코가 대여금 6억달러·한도대출 5억38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3년 산업시설자금대출 1조원, 2025년 샤힌 관련 회사채 6800억원도 조달했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수익을 내야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 S-OIL 관계자는 "시황의 부침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수십 년을 내다본 투자인 만큼 TC2C 기반 원가 경쟁력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샤힌은 2010년대부터 검토해온 투자로, 글로벌 최신 설비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울산 지역은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구조조정 논의가 더디다"며 "S-OIL 입장에서는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신규 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26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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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명의 시대, 실버타운 40곳 뿐
숫자는 냉정하다. 2024년 7월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19%다. 2030년에는 25%인 13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1000만 명을 위한 노인 주거 시설, 이른바 실버타운은 전국에 40곳·9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고령 인구 대비 0.13%다. 미국은 4.8%, 일본은 2%다. 한국은 선진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이것은 준비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실패의 문제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모른 것도 아니고, 예측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알면서 10년 넘게 규제의 울타리를 치고, 민간의 진입을 막고, 공공 공급은 연간 1000가구 수준에 묶어뒀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숫자다. 2015년, 정부가 문을 걸어 잠갔다 현재 실버타운의 공급 공백을 이해하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그해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전면 폐지했다. 명분은 정당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고, 불법 분양과 부실 운영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 있는 일부 사업자를 규제하는 대신, 정부는 제도 자체를 없앴다. 분양형이 사라지자 임대형 실버타운만 남았다. 운영 경험이 있는 사업자만 진입 가능하도록 장벽을 높였다. 수익성이 낮은 구조에서 신규 공급은 멈췄다. 규제는 투기꾼을 막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평범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그 문이 닫힌 채 10년이 흘렀다. '분양형 재도입' — 해법인가, 면피인가 2025년 정부는 9년 만에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을 선언했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발표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분양형 실버타운이 허용되는 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정된다. 강원, 전남, 경북의 인구 소멸 위기 지역들이다. 문제는 노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그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버타운 수요는 의료·교통·상업시설이 갖춰진 도심에 집중된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수요가 있는 곳에 짓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부의 답은 "인구 소멸지역부터 시범 운영"이다.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산물이다. '더 클래식 500' 보증금 9억 — 중산층 노인은 갈 곳이 없다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양극화돼 있다. 한쪽 끝에는 보증금 9억 원, 월 생활비 472만 원 이상인 최고급 시설이 있다. 삼성 노블카운티의 임대료는 인근 아파트의 2.19배 수준이다. 다른 한쪽 끝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지원 시설이 있다. 그 사이, 중산층 노인을 위한 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은퇴 후 중소도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국민연금을 받으며,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고 싶은 노인 — 이 나라 노인의 대다수가 속하는 이 계층을 위한 실버타운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중산층 위한 실버스테이'는 아직 계획 단계다. 1000만 노인 시대에 정책은 여전히 미래형이다. 규제를 풀어도 안 짓는 이유 — 수익성의 벽 정부가 위탁 운영 경험 요건을 없애고 호텔·보험사·리츠까지 사업자 범위를 넓혔지만, 민간이 선뜻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실버타운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임대료 인상이 연 5% 이내로 제한돼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의료·돌봄 서비스를 병행해야 하는 운영 부담도 크다. 이 구조에서 민간이 찾는 출구는 두 곳이다. 고급화해서 마진을 높이거나, 서비스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거나. 중산층을 위한 합리적 가격의 실버타운은 규제를 풀어도 시장이 자동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것은 공공 투자와 제도 설계가 함께 가야 가능한 영역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책임을 시장에 넘겼지만, 시장은 그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 세 가지 방향이 즉각 논의돼야 한다. 첫째, 분양형 실버타운 허용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에서 수요 집중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 도심 내 역세권, 의료기관 인접 지역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둘째, 중산층 노인을 위한 공공 주도 공급 모델이 필요하다. LH 고령자복지주택 공급 목표를 연 3000가구에서 대폭 상향하고,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한다. 셋째, 서비스 품질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분양형 재도입 이후 과거처럼 부실 운영과 투기 악용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얼마에 공급하느냐'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한 구체적 기준 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노인 1000만 명의 나라에 실버타운이 40곳뿐이라는 사실은, 이 사회가 노인의 주거를 얼마나 오랫동안 정책의 변방에 방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분양형 재도입은 늦었지만 반가운 출발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짓지 못하고,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면, 숫자만 바뀔 뿐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2026-05-24 1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