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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핵심공장, 유해폐기물 관리 '구멍'…美환경당국 18개 항목 지적
[경제일보] 현대자동차의 미국 핵심 생산거점인 앨라배마공장이 유해폐기물 관리 문제로 현지 환경당국의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앨라배마 환경관리국(ADEM)은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yundai Motor Manufacturing Alabama·HMMA)에 대해 유해폐기물의 처리·보관·표시·출입통제 등 18개 항목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1만6760달러의 민사제재를 포함한 합의명령을 추진 중이다. 다만 현대차 측은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폐기물은 사후 분석 결과 실제로는 유해폐기물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지적사항을 현장점검 당일 또는 곧바로 시정했고, 올해 2월까지 모든 사안을 개선했다고 ADEM에 밝혔다. 4일 본지가 ADEM이 공개한 15쪽 분량의 Proposed Consent Order(합의명령 초안)를 확인한 결과, 당국은 지난해 9월 23일 현대차 앨라배마 몽고메리공장에 대한 규정준수평가검사(CEI)를 실시했다. 공장의 미국 환경보호청(EPA) 식별번호는 ALR000025486이다. 조사 결과 ADEM은 모두 18개 항목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9일 현대차에 위반통지서(NOV)를 발송했고, 현대차는 2월 18일 시정조치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ADEM은 지난 8월 5일 합의명령안을 공개하고 30일간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페인트공장부터 엔진공장까지…폐기물 보관·표시·비상대응 지적 ADEM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폐기물 처리 경로다. 당국은 F005 오염 개인보호장비(PPE)와 걸레·필터 등이 유해폐기물을 받을 수 있도록 지정되지 않은 폐기물 집하센터로 보내졌다고 판단했다. 공장 집하센터와 엔진공장 2동에 있던 전자폐기물에 대해서도 유해폐기물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생산 현장 관리에서도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수성 페인트 혼합실에서는 유해폐기물을 담은 5갤런 용기 4개가 닫히지 않은 상태였고, 일부 용기에는 ‘Hazardous Waste’ 등의 필수 표시가 없었다. 솔벤트 페인트 혼합실에서는 55갤런 드럼 1개가 열린 상태로 발견됐다. 인화성 유해폐기물이 보관된 집하센터에는 ‘금연’ 표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ADEM은 밝혔다. 폐기물 저장구역의 물리적 관리 문제도 포함됐다. 솔벤트 페인트 혼합실과 폐기물 집하센터의 일부 콘크리트 바닥에는 균열이나 틈이 있어 유출물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불침투성 바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수성 페인트 혼합실과 일반조립공장의 중정비 구역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고, 일부 중앙집적구역 입구에는 ‘위험-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고표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폐램프·폐배터리·폐에어로졸 캔 관리도 지적 대상이었다. ADEM은 폐램프 상자가 열려 있었고 배터리와 에어로졸 캔 일부에는 규정에 따른 폐기물 표시가 없었다고 밝혔다. 각각의 폐기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됐는지를 입증하는 관리기록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엔진공장 2동에서는 폐유가 담긴 5갤런 용기가 열린 상태였고, 폐수처리장 외부에 설치된 1만갤런 폐유 저장탱크와 엔진공장의 55갤런 드럼 등에 ‘Used Oil’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내용도 합의명령 초안에 포함됐다. 문서관리도 빠지지 않았다. 페인트공장 폐기물 업무를 맡는 일부 직책의 직무기술서에 유해폐기물 관련 책임이 충분히 기재돼 있지 않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과 요약 안내서를 경찰·소방서·병원 등 지역 긴급대응기관에 전달했다는 자료도 당국 조사 당시 제시하지 못했다. ADEM은 제재 수준을 산정하면서 이번 사안들을 “non-technical and easily avoidable”, 즉 “전문적인 기술상의 문제가 아니라 비교적 쉽게 예방할 수 있었던” 사안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관리 수준이 적용되는 환경규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전부 시정…폐기물 업체 교체·전담직원 신설” 현대차의 반론도 합의명령 초안에 상세하게 담겼다. HMMA는 ADEM의 주장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동시에 합의명령 조건을 따르고 최종 확정될 경우 민사제재금을 납부하는 데 동의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18개 지적사항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9월 23~24일 ADEM 현장검사 과정에서 즉각 수정됐다. 나머지 폐기물 판정과 직무기술서, 비상대응 문서 관련 문제 역시 올해 2월 16일까지 개선을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외부 폐기물 관리업체도 교체했다. 기존 제3자 폐기물관리업체가 담당하던 업무 가운데 일부가 지적된 만큼 새로운 전문업체로 변경하고, 공장 내부에도 고형폐기물 규정준수를 전담하는 폐기물 전문직을 새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특히 ADEM이 지적한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당국이 승인되지 않은 시설로 보냈다고 판단한 폐기물 가운데 일부는 당초 유해폐기물로 분류돼 있었지만, 현장점검 이후 독립 시험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실제로는 비유해폐기물이었다는 것이 현대차 측 주장이다. 회사는 폐기물을 보수적으로 과잉 분류했을 뿐 실제 유해폐기물을 무허가 시설로 보낸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ADEM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진 환경 피해는 없고, 당국 기록상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 유사한 위반 전력도 없다고 명시했다. 위반으로 현대차가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DEM은 규정준수 책임 자체를 별도로 판단해 1만6760달러의 민사제재를 제안했다. 합의명령이 최종 발효되면 HMMA는 발효일부터 45일 이내 제재금을 납부하고 앨라배마주 유해폐기물 관련 규정을 계속 준수해야 한다. 최종 승인은 현재 진행 중인 공고·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앨라배마공장은 현대차가 미국에 세운 첫 완성차 생산공장이다. 현재 투싼·싼타페·싼타페 하이브리드·싼타크루즈 등을 생산하고 약 42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공식 자료상 최대 생산능력은 연간 39만9500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최근 북미 현지생산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추가로 50만대 늘리고 현지 부품조달 비율도 기존 목표 60%에서 8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차종의 앨라배마공장 생산계획도 공개했다. 생산 현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국 사업장을 둘러싼 환경·안전 규정 준수 역시 그룹의 현지 경쟁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앨라배마공장이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합의명령 초안에서도 HMMA는 이 인증과 오랜 환경규정 준수 이력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제재액 자체보다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을 현장 단계에서 얼마나 촘촘하게 관리했느냐에 있다”며 “ADEM이 지적한 사안에는 거대한 환경사고가 아니라 용기 뚜껑, 라벨, 경고표지, 저장구역 출입통제와 같은 기본적인 현장 관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생산 확대를 핵심 성장전략으로 내건 현대차에는 첨단 생산설비만큼 현지 환경규제의 ‘기본’을 얼마나 빈틈없이 지키느냐가 또 하나의 숙제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6-09-04 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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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오픈AI 데이터센터에 150조원 보증…'순환금융' 논란 커진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1050억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금융 위험까지 떠안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순환금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고객의 장기 수요를 담보로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자사 인공지능(AI) 가속기 공급을 사실상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크카운티에서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에너지가 개발하는 ‘포츠파이크’ 데이터센터 캠퍼스와 관련해 최대 1050억달러 규모의 잔존가치 보증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 시설을 20년간 임차한다. 1단계는 4.25기가와트(GW) 규모로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전체 캠퍼스는 최대 8GW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구조를 뜯어보면 엔비디아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SB에너지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오픈AI는 장기간 임대료를 낸다. 엔비디아는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잔존가치를 보증하고 여기에 15억달러를 SB에너지에 직접 투자한다. 대신 엔비디아는 해당 데이터센터에 AI 가속기를 독점 공급한다. 데이터센터가 실제 가동되고 오픈AI가 임대료를 낼수록 엔비디아가 부담해야 할 잔여 위험도 줄어드는 구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순환금융이 아니다”라며 오픈AI가 임대료를 지급하고 데이터센터 용량이 가동되면 엔비디아의 잔여 위험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단순히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확실한 GPU 수요가 예상되는 곳에 공급망과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자금의 방향보다 위험의 연결고리 다. 오픈AI가 데이터센터를 임차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임대차 계약을 보증한다. 그리고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자원은 다시 엔비디아의 GPU로 채워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돈이 한 바퀴 돌아 공급자에게 되돌아가는 순환금융은 아니더라도, 고객의 미래 수요가 공급자의 금융지원과 매출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구조 라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오픈AI처럼 비상장이고 전통적인 신용평가를 받는 방식이 제한적인 기업에게 엔비디아의 신용도가 금융 조달의 중요한 보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오픈AI의 대규모 인프라 확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셈이다. 반대로 엔비디아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2030년까지 약 12GW 규모의 자사 컴퓨팅 자원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2단계까지 확대될 경우 약 16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30년까지 약 6000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컴퓨팅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계산이다. 여기서 이번 거래의 본질이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만 파는 기업이 아니다. GPU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건설과 전력 확보, 자금조달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AI 인프라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들과 5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등 자본 부담을 외부 투자자와 나누는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전력도 변수다. 포츠파이크에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SB에너지가 최대 10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9.2GW는 천연가스 발전으로 추진된다. 미국 에너지부도 올해 3월 소프트뱅크와 SB에너지, 현지 전력회사와 함께 오하이오 지역에 10GW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보다 전력과 송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AI 시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텍사스 애빌린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오라클은 올해 3월 애빌린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의 추가 증설 계획을 철회했다. 자금조달 협상이 길어진 데다 오픈AI의 수요 전망이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확보 용량을 메타가 임차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엔비디아가 이 논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빌린 사례가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예측과 자금조달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면, 오하이오는 그 문제를 엔비디아의 신용보강으로 풀어보려는 실험 에 가깝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데이터센터 사업자 혼자 감당하는 대신 GPU 공급자가 위험을 일부 나누고, 장기 임차인이 수요를 보장하는 구조다. 다만 이 방식이 AI 인프라 시장의 표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큰 위험은 오픈AI의 장기적인 현금흐름과 AI 컴퓨팅 수요다. 20년 임대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AI 모델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거나 새로운 컴퓨팅 구조가 등장하면 현재 예상한 GPU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엔비디아가 선점한 대규모 인프라가 막대한 매출 기반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병목인 컴퓨팅·전력·자본 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반도체 기업의 경쟁이 더 빠르고 비싼 칩을 만드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그 칩이 들어갈 데이터센터와 전력, 그리고 이를 건설할 자금까지 누가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번 보증으로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1050억달러 전체가 아니라 계약상 특정 조건이 발생했을 때의 잔존가치와 임대·전력 관련 위험에 한정된다. 그럼에도 단일 고객의 인프라에 이 정도 규모의 신용을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AI 산업의 자본 구조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순환금융인가 아닌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오픈AI의 미래 수요를 믿고 엔비디아가 자신의 신용과 자본을 얼마나 더 투입할 것인가다. 이번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성패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GPU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8-18 14: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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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소요'라 부른 국회,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순 없다
[경제일보] 46년 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대한민국은 아직도 모두 밝혀내지 못했다. 누가 최종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처럼 미완의 질문도 남아 있다. 그렇다고 1980년 5월의 역사가 다시 백지가 된 것은 아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이 이어졌으며, 계엄군의 발포와 시민 희생에 관한 숱한 기록이 축적됐다. 역사는 완결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이름이나 붙일 수 있는 무주공산도 아니다. 지난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재조명’ 공개포럼이 논란을 일으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시민단체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서 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대표는 1980년 5월 광주를 ‘소요 사태’라고 표현했다. 또한 이 의원은 5·18이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른바 ‘성역화’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행사 전 취소를 권고했고, 논의 내용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의원 제명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장에서는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까지 출동했다. 정치권의 반응을 걷어내고 본질부터 볼 필요가 있다. 5·18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데 금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존 조사에 오류가 있다면 밝혀야 하고,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기존의 역사 서술도 수정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역사적 사건도 질문할 수 없는 성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식 가운데 이 대목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성역을 허물겠다는 것과 사실의 토대를 허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학술적 재검토에는 조건이 있다. 기존의 결론을 뒤집으려면 기존보다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료를 내놓거나 기존 사료의 해석이 왜 틀렸는지를 논증해야 한다. 그것이 연구다. 국가와 사법부가 수십 년에 걸쳐 확인해 온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둔 채 사건의 명칭만 바꾼다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요’라는 표현은 가볍지 않다. 단어에는 시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건도 ‘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를 때와 ‘소요’라고 부를 때 독자가 받아들이는 역사적 주체와 책임은 달라진다. 전자는 국가권력과 시민 저항의 관계를 보게 하고, 후자는 먼저 사회질서의 혼란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특정 단어의 사용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규정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학술적 표현의 법적 허용 범위는 구체적인 발언과 맥락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 다만 법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과 역사적으로 타당한 말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가 함부로 입을 막지 못하도록 만든 권리이지, 말한 사람이 사실 검증과 사회적 비판에서 면제된다는 뜻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 토론회가 열린 곳은 국회다. 국회는 개인 방송의 스튜디오가 아니다. 국민의 대표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헌정기관이다. 국회의원이 행사를 공동주최하고 국회 공간을 제공하면 그 주장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공적 권위가 실린다. 논쟁적인 역사 문제를 국회 안으로 가져오겠다면 그만큼 더 치밀한 근거와 반론의 기회를 준비했어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전에 토론회 취소를 권고했다는 사실 역시 가볍게 볼 대목은 아니다. 당 지도부 스스로 파장을 우려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사가 열렸고 예상했던 논란이 현실이 됐다.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설명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정당이라면 5·18에 관한 역사적 인식 역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반대편의 물리력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행사 도중 항의와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출동했다. 5·18 희생자와 유족에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장을 접한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잘못된 주장에 대한 답은 상대의 마이크를 빼앗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역사 왜곡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물리력이 아니라 기록이다. 판결문을 펼치고, 당시 군 기록을 꺼내고, 피해자의 증언과 국가 조사보고서를 제시하면 된다. 주장에 오류가 있다면 하나씩 입증하면 된다. 오히려 폭력으로 행사를 중단시키려 하면 논쟁의 초점은 역사적 사실에서 ‘표현을 탄압했느냐’는 문제로 옮겨간다. 왜곡된 주장을 반박하려다 그 주장에 피해자의 지위를 선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민주주의의 까다로움이 있다. 듣기 싫은 말을 견뎌야 한다. 동시에 그 말이 틀렸다면 틀렸다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자유를 지킨다는 이유로 사실을 포기해서도 안 되고, 사실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유를 짓밟아서도 안 된다. ‘한서(漢書)’에는 하간헌왕 유덕의 학문 자세를 두고 실사구시(實事求是), 곧 사실에 근거해 옳음을 구했다고 기록돼 있다. 오늘날 흔히 쓰는 이 네 글자의 무게는 역사 논쟁에서 더욱 크다. 5·18을 새롭게 해석하겠다면 ‘새롭게’보다 먼저 ‘사실에 근거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반대로 그 해석을 잘못됐다고 비판하려면 ‘불쾌하다’보다 먼저 ‘어떤 사실이 틀렸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역사를 둘러싼 싸움의 최종 심판자는 목소리의 크기도, 의석수도 아니다. 남아 있는 기록과 검증 가능한 사실이다. 정치권이 5·18을 진영의 무기로 이용하는 태도 역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 보수정당이 5·18을 인정하는 것이 보수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도 아니고, 진보정당이 5·18을 계승한다고 해서 그 역사를 독점할 권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5·18은 어느 정당의 사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떤 시행착오와 희생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공동의 역사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해야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은 계속 파헤쳐야 한다. 기존 연구의 오류도 얼마든지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의문이 일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이미 확인된 역사 전체를 다시 안개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은 학문의 태도가 아니다. 반대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추가 연구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도 건강한 역사 인식이 아니다. 역사는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무한정 다시 쓸 수 있는 정치적 백지도 아니다. 따라서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그래서 한쪽만의 문제로 정리하기 어렵다. ‘학술 토론’의 이름 아래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 요구되는 엄격함이 부족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그 주장에 맞선다는 이유로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그것 역시 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니다. 국회라면 양쪽 모두에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말할 자유는 최대한 넓게 보장하되 그 말에는 근거를 요구하고, 잘못된 주장에는 단호하게 반박하되 상대의 발언권까지 빼앗지는 않는 것. 그것이 자유민주주의가 권위주의와 다른 지점이다. 5·18을 무엇이라고 부르느냐는 단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름 속에는 국가권력의 책임과 희생자의 명예,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나온 길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다. 그러니 다시 묻는다면 답은 단순하다. 역사를 다시 연구할 자유는 있다. 다만 새로운 증거 없이 역사를 과거의 언어로 되돌릴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사실 앞에서 책임을 지는 자유다.
2026-08-14 1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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