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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615명 철회, 준비 안 된 개혁의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에 가겠다고 신청했던 검찰 인력 615명이 막판에 지원을 철회했다. 당초 2376명이던 특례임용 신청자는 1761명으로 줄었다. 신청자의 4명 중 1명꼴이다. 중수청 정원 2874명과 비교하면 최종 신청자는 61.3%에 그친다. 철회자 대부분은 검찰 수사관으로 알려졌다. 중수청이 맡을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사이버범죄 등은 숙련된 수사 경험이 필요한 사건들이다. 계좌를 추적하고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하며 사건 기록을 다뤄온 실무 인력이 출범 직전에 대거 발을 뺀 셈이다. 정부는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을 경력채용하고 공소청 공무원을 상대로 내년 4월 말까지 추가 특례임용을 하겠다고 한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출범한다. 출범은 10월인데 인력 충원은 내년 4월까지다. 사람을 제대로 채우기도 전에 문부터 열겠다는 얘기다. 1761명도 실제 근무 인원은 아니다. 정부는 근무 희망지와 경력, 전문성 등을 따져 다시 임용 대상을 정한다. 출범 당일 중수청에서 일할 사람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경험 많은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번 철회 과정만 봐도 준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다. 검찰 구성원에게 중수청으로 갈지 공소청에 남을지 선택하라고 했지만 철회 시한인 8월 31일까지 공소청 직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어느 기관에서 일할지 결정하라면서 그 기관의 정원과 보직, 근무지, 승진이 어떻게 될지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철회 시한을 앞두고 공소청의 정원 감축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직제안 윤곽이 알려지자 상당수 수사관이 잔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과 공소청을 만드는 법은 지난 3월 제정됐다. 시행일도 10월 2일로 정했다. 그런데 중수청의 조직과 정원, 인사 기준을 담은 하위법령은 8월 18일에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범 45일 전이었다. 형사소송법은 더 늦었다. 검사의 수사 권한을 없애고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절차를 손질한 개정법은 8월 4일 공포됐다. 시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때였다. 수십 년간 이어온 수사와 기소의 관계를 바꾸면서 현장에서 적용할 법을 출범 직전에야 확정했다. 형사사건은 간판을 바꾸고 사람을 옮긴다고 그대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건을 누가 맡을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은 어떻게 이어갈지, 부족한 수사는 어디에 다시 맡길지, 사건 기록과 증거물은 어떻게 넘길지 하나라도 엇박자가 나면 수사가 늦어진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는 기다려야 한다. 증거가 사라질 수 있고 피의자 신병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구속 사건에서는 하루가 피의자의 신체 자유와 직결된다. 정부 조직 하나를 바꾸는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 검찰 개혁의 명분이 준비 부족을 덮어주지는 못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겠다고 결정했다면 법과 직제, 인사와 전산, 사건 이관 절차를 먼저 갖춰 놓았어야 한다. 사람을 배치하고 실제 사건을 놓고 문제를 확인한 뒤 문을 여는 것이 순서다. 정부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10월 2일이라는 날짜를 먼저 정해놓고 사람과 조직, 절차를 그날에 맞추고 있다. 출범 한 달을 남겨놓고 인력이 흔들렸고 공소청 직제도 늦어졌다. 부족한 인력은 출범 뒤에도 계속 뽑겠다고 한다. 615명 철회는 우연히 튀어나온 숫자가 아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선택을 재촉하자 현장의 사람들이 움직인 결과다. 정부가 중수청 출범에 필요한 조건을 먼저 갖췄다면 이런 대규모 철회가 나왔을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10월 2일 이후다. 중수청과 경찰, 공소청 사이에서 사건이 오가고 보완수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곧바로 국민에게 간다. 정부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끝이지만 피해자는 사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간판을 예정된 날짜에 내리는 데 있지 않다.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제때 보호하는 데 있다.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밀린다면 이름을 무엇으로 바꿨든 실패다. 준비가 부족하면 일정을 늦추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날짜를 지키기 위해 수사기관부터 열고 부족한 사람과 절차를 뒤에서 채우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졸속이다. 정부가 10월 2일 중수청 간판을 다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표류한다면 그 대가는 정부가 치르지 않는다. 사건 당사자와 범죄 피해자, 결국 국민이 치른다. 615명 철회가 보여준 것은 인력 부족만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개혁을 밀어붙였을 때 누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되는지다.
2026-09-02 1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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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K9, 스페인 뚫었다…서유럽 첫 진출
[경제일보] 동유럽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혀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서유럽에 처음 진입했다. 이번 스페인 사업은 국내에서 생산한 완성품을 공급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현지 업체가 K9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국형 자주포를 개발·생산하는 구조다. 유럽 방산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기술주권 요구가 강해지면서 K9의 수출 전략도 ‘제품 판매’에서 ‘플랫폼·기술 협력’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스페인 방산기업 인드라 시스테마스와 K9 자주포 등의 수출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과 물량, 기간 등은 상대방의 비밀유지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앞선 기본계약 공시를 기준으로 계약 규모는 66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계약은 지난 3월 양사가 체결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최근 매출액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지만 계약 상대방과 사업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실행계약을 통해 당시 계약이 스페인 K9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스페인 육군은 노후 포병 전력을 교체하기 위한 대규모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인드라가 협력하는 분야는 궤도형 자주포 체계다. 인드라가 지난 3월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K9 계열 플랫폼을 기반으로 궤도형 자주포 128문과 탄약보급차량 120대, 지휘통제차량 11대, 구난차량 21대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에서 생산한 K9 완성품을 그대로 공급하는 기존 수출 방식과 차이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플랫폼과 관련 기술을 제공하면 인드라가 스페인 육군 요구에 맞춰 현지형 무기체계를 개발·생산한다. 인드라는 스페인에서 차량 차체를 생산하고 미션시스템과 360도 상황인식 체계, 전장관리체계(BMS), 통신시스템 등을 탑재할 예정이다. K9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페인형 차체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설계 권한도 확보한다. 이를 위해 히혼 공장 등에 1억30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직접고용 500명과 간접·유발고용 1000명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방식은 유럽 방산시장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국방비 확대와 함께 역내 방산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면서 가격과 납기뿐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현지 업체 참여가 수주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EU의 방위산업 지원책 SAFE도 공동조달 제품의 부품 비용 가운데 EU와 우크라이나, 유럽경제지역(EEA)·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밖에서 발생하는 비중을 3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으로 K9의 유럽 시장도 한 단계 넓혔다.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와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 동·북유럽을 중심으로 구축했던 시장이 스페인까지 확대됐다. 단순히 수출국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현지 업체의 설계·생산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유럽 시장 공략 모델도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인 진출을 계기로 K9의 추가 수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폴란드 등에서 후속 사업이 거론되는 가운데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공략할 수 있는 전체 시장(TAM) 확대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K-방산 베스트셀러에 기반한 기존 대형 수주 파이프라인도 꾸준한 상황”이라고 했다.
2026-09-01 10: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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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정치 일정 아닌 군사적 준비가 기준돼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환수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 속도를 내고 미래 전장에 맞는 통합 지휘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전작권 환수는 언젠가 완성해야 할 과제다. 자국 군대의 전시 작전을 자국이 주도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통령 임기가 아니다.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이 연합전력을 지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어야 한다. 현재 한미가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도 원칙적으로는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반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임기인 2030년까지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한미가 합의한 군사적 능력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 측도 전작권 전환은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정부가 먼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날짜가 아니라 준비 수준이다. 첫째는 정보·감시·정찰 능력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와 핵 위협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가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다. 위성과 정찰기, 무인기, 각종 감시체계에서 미국의 정보자산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면 한국군이 전시 지휘를 주도하더라도 실질적인 작전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이다. 북한은 핵전력을 계속 확대하고 탄도미사일 능력도 고도화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하려면 탐지와 요격, 지휘통제, 정밀타격까지 연결되는 대응체계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전환 일정에 맞추느라 검증 기준을 낮추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는 연합지휘 능력이다.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끝난다는 뜻이 아니다.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유지된다. 오히려 한국군 장성이 연합전력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야 하는 만큼 육·해·공군은 물론 우주와 사이버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운용할 역량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통합작전 역량을 갖춘 지휘관 육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는 독자적인 군사기술과 방위산업 역량이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정찰위성, 미사일방어체계 같은 전략자산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다.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다. 핵심 기술과 운영 인력, 유지·정비 체계를 오랜 기간 축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작권 환수를 '자주 대 동맹'의 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의 독자적인 방위 능력이 강해질수록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과 협상력도 커진다. 이 대통령 역시 강한 동맹과 독자적 국방 역량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 한미동맹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전작권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다룰 것을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훈련 비용과 함께 한국이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UFS 훈련도 이미 야외기동훈련 건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규모가 조정됐다.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는 시기에 연합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군의 연합지휘 능력을 검증할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실제 한미 연합훈련은 전작권 전환 준비와 군사능력 검증을 지원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활용돼왔다. 올해 봄 실시된 프리덤실드 훈련에서도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주요 훈련 목적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한미훈련 축소와 전작권 조기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에는 더욱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야외기동훈련 규모가 줄어든다면 지휘소훈련과 시뮬레이션, 다영역 작전 훈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전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검증 역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완화해서는 안 된다. 대북 대화와 긴장 완화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군사적 대비태세를 먼저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평화를 만들 수는 없다. 평화정책과 국방태세는 함께 가야 한다. 대화를 추진할수록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능력은 더 탄탄해야 한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성과로 만들려는 유혹부터 경계해야 한다. 어느 정부가 전작권을 가져왔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 대한민국의 안보가 더 강해졌느냐다. 임기 내 환수를 위해 조건을 서두르거나 평가 기준을 낮춘다면 자주국방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 반대로 능력이 충분히 갖춰졌는데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전환을 계속 미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검증이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부족한 분야는 무엇인지, 언제까지 보완할 수 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실력의 문제다. 지휘권을 넘겨받는 순간부터 한국군은 전시에 한미 연합전력을 주도할 책임을 진다. 그 책임을 감당할 정보력과 무기체계, 지휘능력과 인재부터 갖춰야 한다.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춘 상태에서 동맹과 협력하는 것이 자주국방의 본뜻이다. 정부는 임기 내 환수라는 시간표보다 '준비가 끝나면 전환한다'는 원칙을 앞세워야 한다. 전작권은 정치 일정에 맞춰 가져오는 상징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을 책임질 군사 지휘권이다. 준비된 자주국방이 먼저고, 전환의 날짜는 그다음이다.
2026-08-19 1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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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축소 압박…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 UFS는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드론과 사이버 공격,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변화한 위협까지 훈련에 반영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와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한반도 정세에 따라 훈련을 확대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일정 부분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군사적 필요성과 한반도 안보여야 한다.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한국이 제3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합훈련을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동맹의 핵심 수단인 군사훈련이 거래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면 동맹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참여했는지를 한미 연합훈련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미동맹의 근간은 한반도 방위다. 한국이 중동에서 어떤 군사적 역할을 할지는 우리의 국익과 법적 절차, 군사적 능력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동맹국이라고 해서 미국이 벌이는 모든 군사행동에 자동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시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의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반도 방위태세와 관련된 훈련을 축소한다면 동맹을 공동 안보체제가 아니라 비용과 보상의 관계로 보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핵·미사일 능력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고 전쟁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무인기와 사이버 공격, GPS 교란, 정밀타격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미 양국군이 실제 상황을 가정한 지휘·통제와 연합작전 능력을 반복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올해 UFS가 이런 현대적 위협을 훈련에 포함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합훈련은 단순히 병력을 모아 움직이는 행사가 아니다.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과 미군이 같은 작전계획과 지휘체계 아래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훈련이 줄어들면 그만큼 실전 대비 능력을 검증할 기회도 줄어든다. 물론 훈련의 규모가 크다고 억지력이 자동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모의훈련과 지휘소훈련, 야외기동훈련을 적절히 조합하고 훈련의 질을 높이는 쪽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AI와 무인체계, 사이버전처럼 달라진 전쟁 방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훈련을 줄일지 확대할지도 군 당국의 전문적인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가 일정 부분 담겨 있을 가능성은 있다. 북미 대화 재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북한의 비핵화와 군사적 위협 감소를 이끌 수 있다면 외교적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군사적 억지력의 목적도 결국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다. 다만 대화를 위해 훈련을 조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도 있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가 먼저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긴장 완화를 만들기 어렵다. 외교적 유연성이 실질적인 안보 성과로 이어지려면 북한의 상응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의 직접 당사자는 대한민국이다. 미국과 북한이 관계 개선을 논의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 대북 제재 문제를 협상 카드로 다룬다면 한국의 국익과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훈련 조정의 범위와 조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간 개인적 관계나 미국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한미 안보정책이 좌우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동맹은 정상 간 친분이 아니라 제도와 합의, 공동의 이해관계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국방 역량을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핵심축이지만 미국의 정책이 언제나 한국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미국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방위비나 주한미군, 연합훈련 문제가 반복적으로 흔들린다면 한국 스스로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와 정밀타격, 지휘·정보·사이버 역량을 높이는 자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동맹이 강할수록 자강도 강해야 한다.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는 국가가 동맹에만 의존하면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은 오랜 기간 공동의 희생과 신뢰를 통해 동맹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 동맹을 단기적인 비용 문제나 제3국 군사행동 참여 여부와 연계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미국 역시 한국이 아시아 안보와 공급망, 경제안보에서 가진 전략적 가치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것도, 반미 정서로 맞서는 것도 답이 아니다.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어떤 수준의 연합태세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군사적 근거와 국익을 중심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판단 기준은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안보환경, 양국 군의 대비태세여야 한다. 방위비나 제3국 군사행동 참여 여부가 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한미동맹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동맹을 단기적인 비용과 보상의 거래로 볼 것인가, 장기적인 공동 안보의 약속으로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되 우리의 안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맹은 조정할 수 있어도 신뢰까지 거래해서는 안 된다.
2026-08-18 11: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