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069건
-
-
포스코 58년 만의 파업, '회사가 버틸 수 있는 합의' 찾아야
[경제일보] 포스코의 ‘58년 무분규’ 기록이 끝났다. 지난 9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생산현장에서 부분파업이 벌어진 데 이어 16일 오전 7시부터는 닷새간 120시간의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5일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기본급과 성과보상을 둘러싼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현재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파업의 역사성이 눈길을 끌지만 더 무거운 질문은 따로 있다. “앞으로도 충분히 벌고,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남을 것인가.” 지난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기본급 2% 인상,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큰 재무 부담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조는 요구안은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데 사측이 부담만 지나치게 부각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금뿐 아니라 현장 인력과 안전,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도 쟁점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과를 나누자고 요구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쇳물은 고로가 만들지만 좋은 철강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키운 데에는 설비와 기술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숙련 노동자의 몫이 있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노동자가 그 과실을 공유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올해 2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영업이익은 8190억~82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가량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회사가 벌었는데 왜 우리의 몫은 작냐”고 묻는 배경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숫자를 한 꺼풀 벗겨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포스코 철강사업 자체의 2분기 영업이익은 2740억원이었다. 전분기보다는 28.6%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6.6% 줄었다. 그룹 전체 이익 증가는 이차전지소재의 흑자전환과 에너지·인프라 사업의 호조가 상당 부분 떠받쳤다. ‘포스코그룹이 돈을 잘 번다’는 말과 ‘국내 철강사업의 체력이 충분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바깥 환경은 더 거칠다. OECD는 올해 세계 철강산업의 과잉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은 2030년까지 연평균 0.9%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철강업체들은 내수 부진 속에서 2025년 사상 최대인 1억3100만톤을 해외시장에 내보냈다. 2020년보다 153% 늘어난 규모다. 싸고 많은 철강이 세계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철강은 여기에 탈탄소라는 두 번째 파도를 동시에 넘어야 한다. 포스코는 최근 광양제철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완공했고, 포항에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연산 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국내 탄소감축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룰 수 없는 투자다. 결국 지금의 임금협상은 몇 퍼센트를 올릴 것인가만의 싸움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와 미래의 경쟁력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동시에 협상해야 한다. 여기에는 구분이 필요하다. 좋은 실적으로 생긴 성과는 성과급과 일회성 보상을 통해 노동자와 충분히 나눌 수 있다. 회사가 잘 벌었는데 “산업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며 노동자의 몫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 반면 기본급처럼 한번 올라가면 경기가 꺾여도 계속 지급해야 하는 고정비는 다르게 봐야 한다. 철강처럼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서 호황기의 이익을 기준으로 고정비를 계속 높이면 불황이 왔을 때 결국 구조조정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고정비는 회사가 불황에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회사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경쟁력이라는 말을 노동자에게 임금 양보를 요구하는 편리한 명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면 경영진과 조직부터 효율성을 증명해야 하고, 노동자가 양보한 몫이 정말 탈탄소 설비와 고부가가치 강재, 안전과 자동화에 투자되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에게 산업전환의 비용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AI와 로봇이 확대되면 제철소의 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줄어드는 직무가 생기고 새로운 직무도 나타날 것이다. 회사가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노동자에게 고용불안만 남긴다면 기술혁신은 노사 갈등을 키울 뿐이다. 임금협상 테이블에 그래서 직무전환과 재교육, 숙련인력 재배치, 신규기술 교육, 안전투자까지 올라와야 한다. 노조도 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존 직무와 인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용안정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 철강업체가 저탄소 생산과 자동화로 원가를 낮추는데 한국 공장만 변화하지 못하면 기업은 국내 생산을 줄이거나 해외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작업 방식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 회사다. ‘주역’ 계사하전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구절이 있다. 상황이 다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길이 열리며, 그래야 오래간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 철강산업에 이보다 잘 맞는 말도 드물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호무역, 탈탄소 전환은 과거의 경영 방식과 노사관계로 버티기 어려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회사만 변할 수도 없고 노동자에게만 변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을 ‘노조의 무리한 요구’ 또는 ‘회사의 임금 억제’라는 단순한 구도로 볼 수 없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계산서에는 근거가 있다. 노동자는 지난 성과와 숙련의 몫을 묻는다. 회사는 철강사업의 수익성과 앞으로 들어갈 막대한 투자비를 걱정한다. 둘 가운데 하나만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협상에서 ‘회사를 어떻게 오래 가게 할 것이냐’의 협상으로 테이블을 넓히는 일이다. 기본급은 물가와 생산성, 철강사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기준으로 조정하고, 초과이익은 성과급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대신 노사는 탈탄소·자동화 투자와 연결된 고용·직무전환 계획을 함께 만들 필요가 있다. 경영성과가 좋아지면 노동자의 몫도 커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성과가 다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회사에도 이익이고 노동자에게도 더 오래가는 안전망이다. 포스코의 58년 무분규가 깨진 것 자체를 실패라고 할 필요는 없다. 노조의 파업권은 법이 보장한 권리이고, 갈등을 드러내는 것 또한 노사관계의 한 과정이다. 진짜 실패는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데도 노사가 과거 방식의 협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데 있다. 포스코가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무분규 58년’이라는 기록이 아니다. 노동자에게는 성과를 공정하게 돌려주고, 회사에는 다음 불황과 산업전환을 견딜 체력을 남기는 합의다. 좋은 임금협상은 어느 한쪽이 많이 얻는 합의가 아니다. 노동자도 버틸 수 있고 회사도 버틸 수 있어 다음 협상 때도 함께 앉을 수 있는 합의다.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 뒤 포스코 노사가 찾아야 할 답도 결국 거기에 있다.
2026-09-16 13:00:00
-
LG유플러스 '틈', 190만명 찾은 팝업서 AI 아트 플랫폼으로
[경제일보] LG유플러스가 서울 강남역 복합문화공간 ‘U+일상비일상의틈’을 문화예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참여형 플랫폼으로 재단장했다. 팝업스토어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고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의 예술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U+일상비일상의틈은 2020년 문을 연 뒤 전시와 팝업스토어, 팬덤 콘텐츠, 브랜드 협업 등을 진행해왔다. 지난 6년간 누적 방문객은 190만명으로, 이 가운데 70% 이상이 LG유플러스가 아닌 다른 통신사 고객이었다. 지금까지 85개 브랜드가 이 공간을 활용했다. LG유플러스는 팝업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줄고 문화예술을 찾는 젊은층과 일반 관람객이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아트페어 관람객 중 19~39세 비중은 60%, 미술 비전공자는 68.2%로 나타났다. 새 공간의 콘셉트는 ‘Art Garage’다. 차고에서 아이디어를 시험하듯 신진 작가가 작품을 선보이고 관람객과 만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전시뿐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토크, 워크숍, 작품과 굿즈 판매 등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1층에는 LG유플러스 임직원이 기부한 폐휴대폰 439대로 만든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신진 작가의 작업 공간을 볼 수 있는 ‘Artist Studio’와 관람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별자리 체험 공간 ‘Into the Stars’도 마련했다. 유튜브와 협업한 ‘Shorts Runway’에서는 관람객이 촬영한 영상을 AI로 편집해 쇼츠 콘텐츠로 완성할 수 있다. 재개관 전시 ‘CIRCLE OF GROWTH’에는 에릭 오, 남민오, 상희, 김도은 작가가 참여한다. 생성형 이미지와 데이터, 가상현실(VR), 게임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 무대에서 활동한 작가와 신진 작가의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관람 방식에는 AI도 적용했다. 관람객은 2층 리셉션에서 예술 취향 테스트를 한 뒤 ‘AI Art Mate’를 발급받는다. 작품 정보와 작가, 제작 배경 등을 질문하면 관람객의 관심과 이해 수준에 맞춰 설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람객은 관심 작품과 관람 기록을 저장할 수 있으며, 관람 후에는 ‘Art Report’를 통해 자신이 어떤 작품에 반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웹 기반 서비스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2027년 1분기 신진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T.A.G’를 운영할 예정이다. 선발 작가에게는 전시와 멘토링, 작품·굿즈 판매, 온·오프라인 홍보, 외부 기관과의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 장준영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은 “U+일상비일상의틈은 AI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예술을 이해하고 자신의 취향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라며 “신진 작가에게는 작품을 실험하고 고객과 만나는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작가의 성장 과정에 참여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기술과 예술, 사람이 연결되는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16 10:50:07
-
-
-
출점 경쟁 종료 선언…세븐일레븐, 37년 만에 '양보다 질'로 승부
[경제일보] 국내 편의점 1호를 연 세븐일레븐이 ‘점포 수 경쟁’에서 ‘점포 질 경쟁’으로 성장 전략을 바꾸고 있다.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에 국내 첫 편의점 ‘올림픽선수촌점’을 연 뒤 출점과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이제는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기존 점포 한 곳의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말 1만4265개까지 늘었던 세븐일레븐의 점포는 올해 3월 말 1만1040개로 3000개 이상 줄었다. 반대로 점포당 매출은 상승했다. 편의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많이 여는 것’보다 ‘한 점포에서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국내에 24시간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유통 공간을 들여온 뒤 점포망 확장을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자체 출점뿐 아니라 로손, 바이더웨이, 한국미니스톱을 잇달아 인수하며 전국 단위 점포망을 구축했다. 점포 수가 소비자 접근성과 구매력, 매출 규모로 직결되던 시기에는 외형 확대가 곧 경쟁력이었다. 점포 수 정점 찍고 ‘덜어내기’…37년 확장 공식 바꿨다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1988년 설립된 뒤 이듬해 올림픽선수촌점을 열며 국내 편의점 산업의 첫 장을 썼다. 이후 2000년 로손 248개 점포를 인수했고,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를 품었다. 당시 세븐일레븐 약 2000개 점포에 바이더웨이 점포 약 1200개가 더해지면서 단숨에 3000개가 넘는 점포망을 확보했다. 2012년 말에는 점포 수를 7202개까지 늘리며 당시 GS25를 앞서기도 했다. 규모 확대 전략의 정점은 2022년 한국미니스톱 인수였다. 롯데그룹은 약 3133억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했고 코리아세븐은 약 2600개 미니스톱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통합했다. 그해 말 점포 수는 1만4265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편의점이 골목마다 들어선 성숙 시장에서는 점포 확대의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규 출점이 기존 점포와 고객을 나눠 갖는 효과를 내는 데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2023년부터 전략을 바꿨다. 저효율 점포의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출점을 조절하는 대신 고매출이 기대되는 우량 입지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점포 수는 2022년 1만4265개에서 2023년 1만3130개, 2024년 1만2152개, 올해 3월 말 1만1040개로 감소했다. 외형은 줄었지만 점포 생산성은 개선됐다. 점포당 매출은 2023년 3억9600만원에서 지난해 4억5700만원으로 15.4% 증가했다. 상권·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기존점 개선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약 1700개 점포의 상품 구성과 운영 방식을 조정한 결과 개선 점포의 매출 신장률이 미시행 점포보다 약 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올해는 적용 점포를 약 5000개까지 늘렸고 매출 신장률 격차도 약 10%포인트로 확대됐다. 매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2024년 10월 선보인 차세대 가맹 모델 ‘뉴웨이브’가 대표적이다. 상권 특성에 따라 상품과 공간 구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한양대프라자점은 대학 상권 특성을 반영해 라면 진열 공간을 일반 점포보다 약 3배 늘리고 셀프 라면 조리기와 셀프 계산대를 설치했다. 치킨·즉석피자·군고구마·커피 등을 한곳에 모은 ‘푸드스테이션’도 배치했다. 김밥부터 24시간 배달까지…1만점의 ‘판매력’ 다시 키운다 기존점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또 다른 축은 상품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김밥류·샌드위치·베이커리·치킨·퀵커머스를 5대 중점 카테고리로 선정하고 먹거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약 1년에 걸쳐 개발한 ‘라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냉장밥의 노화를 줄이고 수분 보존 기술을 적용했다. 삼각김밥과 김밥뿐 아니라 초밥과 마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빼킷’, 건강 간편식 브랜드 ‘밸런스푼’ 등 자체 상품군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소싱도 차별화 카드다. 일본 세븐일레븐을 벤치마킹한 즉석 스무디를 도입하고 저지우유푸딩, 토라쿠 로얄커스타드푸딩, 오하요 브륄레 밀크 등 일본 인기 디저트를 들여왔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 상품도 늘리고 있다. 점포의 판매 범위는 매장 밖으로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부터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를 순차 도입해 전국 약 1500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영업 점포와 연계한 24시간 배달 체계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점포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주변 상권의 물류·배달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체질 개선 효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4조8227억원, 영업손실 686억원을 기록했다. 점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844억원보다 158억원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29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427억원에서 156억원으로 271억원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매출이 2.6% 감소한 1조2178억원에 그쳤음에도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87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서며 11개 분기 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아직 체질 개선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반기 전체로는 여전히 1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미니스톱 인수 이후 줄어든 외형을 기존점 성장과 점포당 수익성 향상으로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향후 과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맹점의 경쟁력이 곧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기존점 개선과 우량 입지 중심 출점을 통해 점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간편식과 글로벌 소싱 등 차별화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퀵커머스 등 O4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확대해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15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15 09:16:22
-
-
-
LG, 로봇에 미래 건다…구광모 '휴머노이드 승부수'
[경제일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며 휴머노이드와 핵심부품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로봇 관절의 핵심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직접 개발해 글로벌 빅테크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LG이노텍의 센서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등 계열사 기술력을 결집하고 데이터팩토리도 구축하며 로봇 완제품부터 부품, AI·데이터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내년 1분기 엔비디아와 개발 중인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공개를 앞두고 경남 창원에는 액추에이터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액추에이터 공급 협의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로봇 완제품과 액추에이터 등 핵심부품, 로봇 학습용 데이터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로봇 사업의 수익 기반을 확장 중이다. ◆ 로봇 기업 인수·투자 확대…사업 기반 넓히는 LG LG전자는 로봇 사업을 추진하면서 직접 개발과 외부 투자를 병행했다.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등 분야별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도 투자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산업용 로봇 사업에서는 LG전자의 자회사 로보스타가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현재 지분 33.4%를 보유하고 있다. 로보스타는 제조용 로봇과 공장 자동화 솔루션 등을 공급하고 있다. 로보스타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515억1576만원으로 전년 동기 338억126만원보다 52.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1억9600만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억원으로 157.1% 늘었다. 사업별로는 로봇 부문 매출이 196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TR 부문은 168억8900만원, 스마트팩토리 부문은 150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로보스타가 올해 상반기 LG전자에 공급해 올린 매출은 178억7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0%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LG전자와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4.7%다.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는 미국 베어로보틱스를 통해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LG전자는 2024년 6000만달러를 투자해 베어로보틱스 지분 21%를 확보했으며, 지난해 콜옵션을 행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LG전자의 베어로보틱스 지분은 56.9%다. 로봇 부품과 웨어러블 로봇 기업에도 투자했다. LG전자는 2017년 로보티즈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9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10.12%를 확보했다. 이후 로보티즈의 유상증자 등으로 발행주식 수가 늘면서 LG전자의 지분율은 올해 1분기 말 6.56%로 낮아졌다. LG전자는 현재 로보티즈의 주요 주주로, 올해 6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액추에이터 생산공장에 대한 지분 투자 검토와 휴머노이드 로봇 공동 개발·연구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엔젤로보틱스에는 2017년 설립 초기 3000만원을 투자해 지분 7.2%를 확보했다. 이후 추가 투자를 포함한 총 투자금은 약 20억3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상장 이후 LG전자의 엔젤로보틱스 지분율은 6.42%로 낮아졌다. 이 같은 투자와 사업 확대를 거쳐 LG전자는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봇 부품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액추에이터를 차세대 로봇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생산 기반 구축과 외부 고객 확보에 나섰다. ◆ 액추에이터 생산부터 휴머노이드까지…로봇 사업 가속화 LG전자가 자체 기술을 앞세워 사업화를 추진하는 분야는 액추에이터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 부품으로 휴머노이드의 움직임과 작업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다.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악시움’을 공개했다. 60년 이상 축적한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액추에이터를 개발했으며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경남 창원공장에 액추에이터 파일럿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초도 물량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액추에이터를 생산하며 양산 가능성과 품질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LG전자는 하반기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품질 안정화를 위한 추가 인프라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액추에이터 수주 활동을 시작하고, 수주 가시성에 맞춰 양산 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LG전자는 액추에이터 사업을 2030년경 전사 경영성과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부 고객 확보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은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기자간담회에서 “복수의 글로벌 빅테크와 액추에이터 수주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에는 특정 기업과 생산 준비 상황과 기술 사항을 점검하는 미팅도 예정됐다. 휴머노이드 사업에서는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한다. LG와 엔비디아는 지난 8월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로봇, AI 팩토리,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레퍼런스 로봇을 개발해 내년 1분기 공개할 계획이다. 개발에는 엔비디아의 로봇용 컴퓨팅 모듈인 ‘젯슨 토르’와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GR00T’ 등이 활용된다. LG이노텍은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분야에서 참여해 계열사 기술을 결집한다. LG전자는 실제 생산현장에서 로봇을 검증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올해 말에는 휠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LG 클로이드’를 미국 테네시 세탁기 생산라인에 투입해 실제 작업환경에서 개념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로봇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도 구축했다. 서울 양재 연구개발캠퍼스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연면적 약 1만㎡ 규모의 로봇 데이터팩토리를 마련했다. 올해 말까지 직접 수집한 데이터와 합성·증강 데이터를 합쳐 총 10만시간 규모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방침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아이작 오픈 로보틱스 플랫폼 등을 활용해 로봇 학습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다.
2026-09-14 17:33:37
-
-
세금이 넘칠 때가 재정의 진짜 시험대다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업의 장부를 넘어 나라 곳간까지 바꾸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 올해 본예산보다 크게 늘어난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동시에 증가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최근 10년의 내국세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떼어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먼저 하나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162조3000억원 전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직접 낸 세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추세선을 웃도는 전체 내국세 증가분을 계산한 금액이고, 반도체 호황은 그 세수 급증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번 세금’이라는 표현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호황기에 갑자기 늘어난 세수는 누구의 돈인가. 지금 살아 있는 국민이 당장 써도 되는 돈인가. 아니면 경기가 꺾인 뒤를 위해 남겨둬야 할 돈인가. 더 멀리 보면 아직 세금을 낼 나이조차 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도 일정한 몫이 있는 돈인가.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짚은 것도 같은 문제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과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국가채무와 의무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재정 여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성장률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말은 모순되지 않는다. 경기가 무너질 때 재정은 과감하게 써야 한다. 민간이 움츠러들고 기업이 투자를 미룰 때 정부까지 지갑을 닫으면 불황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호황기에는 일부를 남겨야 한다. 불황에 쓸 수 있는 정부가 되려면 호황기에 다 쓰지 않는 정부여야 한다. 이것이 재정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발상 자체는 평가할 대목이 있다. 정부는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쓰고, 12조5000억원으로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일 계획이다. 가장 큰 몫인 104조4000억원은 당장 쓰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전체 기금의 64%가량이다. 세수가 더 들어왔다고 한 해에 모두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더구나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기업이익과 법인세는 빠르게 줄어든다. 세수는 내려가는데 한 번 시작한 복지와 보조금, 기관과 사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재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일시적인 돈으로 영구적인 지출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만 들어오는 10조원을 근거로 매년 10조원이 필요한 사업을 시작하면 호황이 끝나는 순간 그 차이는 빚이 된다.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결국 국채가 빈자리를 메운다. 때문에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도 ‘얼마를 담았느냐’보다 어떤 돈을 어디까지 쓸 수 있게 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45조4000억원의 사업지출 가운데 AI와 전략기술, 인재 양성처럼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오늘의 반도체 호황에서 나온 세금으로 다음 산업을 만드는 것은 세대 간 이전이라기보다 세대 간 투자에 가깝다. 반면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경상적 복지와 반복성 지원사업을 초과세수에 기대어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반도체 가격은 내려가도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은 내려가지 않는다. 반도체 사이클은 꺾여도 정부 사업에는 사이클이 없다. 바로 이 점에서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중요하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 돈은 향후 세수 결손이나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가 발생할 때 재정을 보강하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게 된다. 방향은 합리적이지만 정부는 일정한 범위에서 추가경정예산을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고 있다. 신속성은 커지지만, 100조원이 넘는 자금에 행정부의 재량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미래세대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꺼낼 수 있는지, 무엇에 쓸 수 있는지, 누가 결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수 결손이 어느 정도일 때 사용할 것인지, 경기침체의 기준은 무엇인지,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어떤 사업까지 허용할 것인지 법과 제도로 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기금의 여유자금이 그때그때 정부가 원하는 사업을 담는 별도 예산처럼 운용돼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의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노르웨이는 석유와 가스에서 들어오는 정부 순수입을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에 넣고 해외에 투자한다. 재정에는 기금의 원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대신 장기적으로 예상 실질수익률에 해당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활용한다. 현재 그 기준은 약 3%다. 핵심은 석유로 갑자기 부자가 된 한 세대가 자원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금융자산으로 바꿔 후대와 나누겠다는 데 있다. 물론 한국의 반도체 세수와 노르웨이의 석유 수입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석유는 땅에서 한 번 꺼내 쓰면 사라지는 국민 자산이고,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세금은 혁신과 생산 활동에서 생긴다. 정부가 기업이 낸 세금을 영구적으로 묶어둘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배울 원칙은 있다. 일시적으로 크게 들어온 돈을 평상시의 소득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노르웨이는 석유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한국 재정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기’ 왕제편에는 ‘국무구년지축왈부족(國無九年之蓄曰不足)’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라에 아홉 해를 버틸 비축이 없으면 부족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3년을 농사지으면 1년치 식량을 남기고, 9년이면 3년치를 비축해야 한다고 했다. 풍년에 남겨 흉년을 견딘다는 오래된 국가운영의 원칙이다. 2500년 전 곡식창고가 오늘의 재정기금으로 바뀌었을 뿐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은 총지출이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다. 동시에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과 국채 발행 축소를 통해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3%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지출과 재정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경기순환으로 생긴 초과세수와 경제의 기초체력에서 생긴 구조적 세수를 구분해야 한다. 일시적 초과세수는 상시 지출의 재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또한 초과세수의 사용 순서를 정해야 한다. 미래 성장투자, 재정안정 적립, 국가채무 축소 사이의 기준을 사전에 만들어 정권과 경기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금에서 돈을 꺼내는 조건도 엄격해야 한다. 불황이나 세수 급감 때는 과감하게 쓰되 단순히 예산을 더 쓰기 위한 우회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오늘의 호황을 내일의 고정비로 바꾸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이 잘 벌어 세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 돈으로 AI와 첨단산업을 키우고 청년에게 기회를 만들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라 살림은 기업의 분기 실적과 달라야 한다. 기업은 좋은 해에 성과급을 더 줄 수 있다. 국가는 좋은 해의 세수를 보고 수십 년 동안 지급해야 할 약속을 쉽게 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 돌봄 지출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늘어난 돈을 모두 현재의 소비에 써버리면 다음 세대는 호황의 혜택은 누리지 못한 채 그때 만들어진 지출 의무만 넘겨받을 수 있다. 반도체가 벌어준 추가 세수는 현 정부의 돈도, 현 세대만의 돈도 아니다. 호황을 만든 기업과 노동자의 성과에서 나왔지만 국가의 세금이 된 순간 현재와 미래의 국민 모두를 위해 써야 할 자원이 된다. 재정이 돈이 들어올 때보다 그 돈이 사라진 뒤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언젠가 끝난다. 그때도 남아 있어야 할 것은 새로 만든 지출의 청구서가 아니라, 다음 위기를 견딜 재정 여력과 다음 산업을 만들어낼 자산이다. 돈이 많이 들어왔을 때 많이 쓰는 정부보다, 돈이 사라질 때를 준비하는 정부가 더 유능하다. 162조3000억원 미래대응기금의 진짜 이름값도 거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9-14 13:00:00
-
4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엇갈려…연말 은행장 인사도 '촉각'
[경제일보]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엇갈리면서 연말 은행장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장은 모두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회장 인사 결과와 올해 실적, 내부통제 문제 등이 은행장 연임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당초 양종희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반면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회장 연임을 통해 2기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각각 2029년 3월까지 그룹을 이끈다. 회장 인사가 엇갈린 가운데 은행장 인사도 관심사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모두 올해 말 끝난다. 이 가운데 정상혁 행장만 한 차례 연임한 상태이고 나머지 3명은 초임 행장이다. 은행장 연임의 가장 큰 우호적 요인은 실적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1조33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KB금융은 상반기 3조884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보다 13.1% 증가했다. 신한금융도 3조4427억원으로 13.3% 늘었고 하나금융은 2조4029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세 금융그룹 모두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1조60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3.7% 증가했다. 특히 2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보다 58.6% 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은행별로도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45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2조2254억원, 하나은행은 2조121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실적과 경영전략의 연속성을 고려해 현직 은행장들이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은행장 인사에서 초임 2년에 1년을 추가하는 ‘2+1년’ 형태가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은행에서는 2년 추가 연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세대교체와 내부통제 문제는 변수다.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은행장에게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행장 등 차기 후보군을 전면에 내세워 조직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KB금융이 차기 회장으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대교체가 은행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의 거취가 가장 큰 관심사다. 정상혁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2024년 말 연임에 성공했다. 오는 12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번에 다시 연임할 경우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첫 3연임 사례가 된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만큼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부행장급 인사가 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경영자의 장기 재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행장 임기를 2년으로 시작한 뒤 추가 연임하는 사례가 많았다. 김정태·강정원·민병덕·윤종규·허인·이재근 등 주요 행장 상당수가 2년 이상 임기를 수행했다. 이에 따라 이환주 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실적과 조직 안정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단임 기조가 강했다. 함영주 행장 이후 지성규, 박성호, 이승열 행장 등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최근에는 행장 교체 주기가 짧았다. 이호성 행장의 연임 여부는 하나금융의 인사 기조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나는 10개 자회사 대표의 임기를 1년 연장하며 조직 안정성과 그룹 전략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초 취임한 정진완 우리은행장 역시 ‘2+1년’ 형태로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 인사는 단순히 실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장과의 경영전략 연속성, 내부통제, 후계자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KB금융의 회장 세대교체가 다른 금융그룹의 연말 CEO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2026-09-13 16:17:04
-
-
1호점서 1만점까지…세븐일레븐, 이제 규모보다 '점포 질' 높인다
[경제일보] 국내 편의점 1호를 연 세븐일레븐이 이제는 점포 확대보다 점포 효율화에 힘을 싣고 있다.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에 국내 첫 편의점 '올림픽선수촌점'을 연 뒤 출점과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2022년 1만4265개까지 늘었던 점포는 올해 1분기 1만1040개로 줄었다. 점포 수를 늘려 성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존 점포 한 곳의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성장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국내에 24시간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유통 공간을 들여온 뒤 점포망을 넓히며 성장해왔다. 자체 출점에 더해 로손, 바이더웨이, 한국미니스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전국 단위의 점포 기반을 빠르게 확보했다. 점포 수가 구매력과 소비자 접근성, 매출 규모로 직결되던 성장기에는 점포 수를 다량 확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편의점이 골목마다 들어선 지금 성장 공식은 달라졌다. 세븐일레븐은 저수익 점포를 정리하는 대신 남은 매장의 상품, 공간, 배달 기능을 재편하며 점포당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37년 전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처음 만든 회사가 이제는 기존 점포의 고객 유입과 수익성을 높이는 새로운 성장 방식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로손·바이더웨이·미니스톱 품었다…점포 확대로 키운 37년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1988년 설립된 뒤 이듬해 서울 송파구에 올림픽선수촌점을 열며 국내 편의점 산업의 첫 장을 썼다. 당시에는 정해진 영업시간에 맞춰 시장이나 슈퍼마켓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만큼 집이나 직장 가까운 곳에서 늦은 시간에도 필요한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새로운 소비 경험이었다. 24시간 영업을 앞세워 시장을 연 세븐일레븐은 이후 점포망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더 많은 점포를 확보할수록 접근성이 높아지고 구매력과 매출 규모도 함께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체 출점과 함께 기존 편의점 업체를 인수한 것도 이런 성장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첫 번째 대규모 점포 확장은 2000년 로손 248개 점포를 인수하면서 이뤄졌다.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를 품으며 세븐일레븐 약 2000개 점포에 바이더웨이 1200여개를 더해 3000개가 넘는 점포망을 확보했다. 인수를 발판으로 몸집을 키운 세븐일레븐은 2012년 말 점포 수를 7202개까지 늘리며 당시 GS25를 앞서기도 했다. 점포망을 인수로 확충하는 전략은 2022년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다시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당시 약 3133억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했고 코리아세븐은 약 2600개에 달하는 미니스톱 점포망을 세븐일레븐으로 통합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1만4265개까지 늘어나며 전국 1만점이 넘는 점포망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점포 확대를 통한 성장 공식은 편의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편의점이 촘촘하게 들어선 상권에서는 신규 점포를 추가할수록 기존 점포와 고객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커졌고 임차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도 높아졌다. 점포 수 자체보다 기존 점포 한 곳에서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진 배경이다. 점포 줄이고 매출 높이고…세븐일레븐의 '선택과 집중' 세븐일레븐은 2023년부터 점포 수 확대보다 기존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기존점 계약 종료와 신규 출점 조절을 병행하는 한편 신규 점포는 고매출이 기대되는 우량 입지를 중심으로 선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포 수는 빠르게 줄었다. 2022년 말 1만4265개였던 점포는 2023년 1만3130개, 2024년 1만2152개로 감소했고 올해 3월 말에는 1만1040개까지 내려왔다. 미니스톱 인수 직후와 비교하면 3000개 이상 줄어든 수치다. 반면 남은 점포의 생산성은 높아졌다. 점포당 매출은 2023년 3억9600만원에서 지난해 4억5700만원으로 2년 간 15.4% 증가했다. 점포 수를 줄이는 동시에 기존 매장의 상품 구성, 진열, 운영 방식을 손보며 점포 한 곳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는 상권과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점포 개선 작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약 17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상품과 운영 방식을 조정한 결과 개선 점포의 매출 신장률은 미시행 점포보다 약 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올해는 적용 대상을 약 5000개 점포로 늘렸으며 이들 점포의 매출 신장률 역시 미시행 점포 대비 약 10%포인트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존 점포를 손보는 데서 나아가 매장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4년 10월 처음 선보인 차세대 가맹 모델 '뉴웨이브'다. 뉴웨이브는 상권별 고객 특성에 맞춰 상품 구성과 공간을 달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한양대프라자점은 대학 상권의 소비 특성을 반영해 라면 진열 공간을 일반 점포보다 약 3배 확대하고 셀프 라면 조리기와 셀프 계산대를 설치했다. 매장 전면에는 치킨·즉석피자·군고구마·커피 등 즉석식품을 한데 모은 '푸드스테이션'을 배치해 판매와 점포 운영 효율을 함께 높였다. 김밥부터 24시간 배달까지…기존점 판매력 키운다 기존 점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장 판매 품목도 중요하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김밥류·샌드위치·베이커리·치킨·퀵커머스를 5대 중점 카테고리로 정하고 먹거리와 배달을 중심으로 점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편의점 핵심 상품인 간편식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약 1년에 걸쳐 개발한 '라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냉장밥의 노화를 방지하고 수분 보존 기술을 적용했으며 삼각김밥과 김밥에 이어 초밥과 마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빼킷'과 건강 간편식 브랜드 '밸런스푼'도 선보이며 간편식 선택지를 확대했다. 글로벌 소싱도 상품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을 벤치마킹한 즉석 스무디를 도입하고 일본에서 저지우유푸딩과 토라쿠 로얄커스타드푸딩, 오하요 브륄레 밀크 등 인기 디저트를 들여왔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 상품도 확대하며 세븐일레븐만의 상품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점포의 판매 범위도 매장 안에서 주변 상권으로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부터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전국 약 1500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연내 24시간 운영 점포와 연계한 24시간 배달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상품 경쟁력으로 점포 방문 수요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점포를 배달 거점으로 활용해 매장 밖 주문까지 흡수하는 방식이다. 37년 전 24시간 영업으로 소비자의 시간 제약을 낮췄다면 지금은 전국 점포망을 활용해 판매 범위를 주변 상권까지 넓히며 점포 한 곳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점포 효율화 통했다…11개 분기 만에 흑자, 다음은 연간 수익성 점포 효율화 효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4조8227억원, 영업손실 686억원을 기록했다. 점포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9%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2024년 844억원에서 158억원 축소됐다.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 개선 폭이 더 커졌다. 상반기 매출은 2조29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427억원에서 156억원으로 271억원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점포 축소 영향으로 매출이 2.6% 감소한 1조2178억원에 그쳤음에도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8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2023년 3분기 이후 11개 분기 만에 거둔 분기 흑자로 외형 축소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 흐름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외형 감소에도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세븐일레븐이 추진해온 점포 효율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동시에 기존점의 상품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신규 출점도 우량 입지 중심으로 선별하면서 점포당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코리아세븐 역시 기존점 개선과 고매출·우량 입지 중심의 출점 전략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분기 흑자 전환이 곧바로 수익성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 전체로는 여전히 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연간 적자를 냈다. 점포 효율화로 손실 폭을 줄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미니스톱 인수 이후 축소된 매출 외형을 기존점 성장과 점포당 수익성 개선으로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맹점의 경쟁력이 곧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기존점 개선과 우량 입지 중심의 출점을 통해 점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간편식과 글로벌 소싱 등 차별화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퀵커머스 등 O4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확대해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11 15:2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