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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임금표 너머 '미래 일자리'를 봐야
[경제일보] 현대자동차 노사가 길었던 줄다리기를 일단 멈췄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밤샘 교섭 끝에 마련된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00%와 1270만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등이 담겼다. 내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기술직 500명을 새로 뽑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오는 3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임금협상은 마무리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보상이다. 노조는 올해 조합원 1인당 임금 인상 효과를 4084만원 정도로 추산한다.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이 그 과실을 노동자와 나누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도 자연스럽다. 숙련된 노동력과 안정적인 노사관계 역시 기업 경쟁력을 만드는 자산이다. 기업의 성과가 주주와 경영진에게만 돌아가고 현장을 지킨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번 합의를 ‘얼마를 더 받았느냐’의 문제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현대차 노사가 마주한 진짜 협상은 오히려 이제부터다. 자동차 산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60시간 파업했고, 생산라인 기준 가동 중단 시간은 120시간에 달했다. 지난 21일에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하루 8시간 전면파업까지 벌어졌다. 업계는 약 5만5200대가 생산 차질을 빚었고, 이를 판매단가로 환산한 매출 차질 규모가 2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수치를 실제 영업손실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갈등의 비용이 회사와 조합원만이 아니라 협력업체·고객·지역경제로 번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다. 회사가 비용과 경쟁력을 따지는 것도 경영의 책무다. 문제는 두 요구가 해마다 파업을 거친 뒤에야 절충되는 구조다. 임금협상의 승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동안 생산이 멈추고 협력업체가 일감을 걱정한다면 노사 모두가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잠정합의에서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성과금 400%보다 다른 곳에 있다. 현대차 노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같은 미래 기술의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신사업과 신기술 추진 경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제조 경쟁력 강화와 제도 개선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임금표 밖으로 노사협상의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이 합의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올해 임협에서 가장 값진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자동차 회사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서열작업부터 시작해 검증을 거쳐 조립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노조 역시 이번 교섭 과정에서 AI·자동화 확산에 따른 고용안정을 주요 문제로 제기했다. 이 변화 앞에서는 ‘자동화를 막을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는 식의 논쟁부터 낡았다. 자동화를 막으면 일자리가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한국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산물량 자체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로봇을 많이 넣으면 기업이 자동으로 경쟁력을 얻는 것도 아니다. 공정을 이해하고 로봇을 운용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품질을 관리할 숙련된 사람이 없다면 첨단설비도 비싼 쇳덩이에 불과하다. 결국 미래의 노사협상은 ‘사람이냐 로봇이냐’가 아니라 ‘사람이 로봇과 함께 어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냐’를 다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산직 500명 신규채용 합의는 반갑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를 열고 세대교체의 숨통을 틔운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숫자를 채우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새로 들어올 인력의 직무가 앞으로 10년 뒤에도 필요한 일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미래 공장에 필요한 생산직의 모습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생산공정을 이해하면서 로봇과 자동화설비를 다루고, 설비 데이터를 읽어 고장을 예측하며 품질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는 노동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존 직원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감소부터 걱정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통해 새로운 공정으로 이동할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안정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없어지는 일을 억지로 붙들어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기존 노동자가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임금 문제 역시 이제 생산성과 떼어놓고 논의하기 어렵다. ‘임금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단순 공식은 맞지 않는다. 높은 임금을 받는 숙련인력이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만들어낸다면 기업에는 오히려 이익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받는 구조는 장기적인 신뢰를 만든다. 반면 생산성과 무관하게 고정비만 계속 높아지고, 파업에 따른 생산중단이 반복되며, 해외 공장보다 국내 생산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은 결국 어디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산한다. 국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선의만으로 국내 생산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현대차 역시 녹록한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중국 업체와 가격·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가 요구된다. 원자재와 공급망, 관세, 환율까지 경영환경을 흔드는 변수도 적지 않다. 회사와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생산성을 함께 말해야 하는 까닭이다. 성과급을 생산성과 기계적으로 연동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동차 품질과 기술개발, 브랜드 가치처럼 단순한 시간당 생산대수로 계산하기 어려운 성과도 많다. 하지만 노사가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협상한다면 동시에 ‘다음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도 협상해야 한다.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품질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 신기술 도입으로 줄어드는 직무와 늘어나는 직무가 무엇인지, 직원 재교육에는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국내 공장의 역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까지 노사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 협력업체도 빠져서는 안 된다. 현대차 공장이 파업하면 부품업체 생산라인도 영향을 받는다. 완성차 노동자는 성과금을 받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는 원청의 생산중단으로 일감을 잃는 구조라면 산업 전체의 노사 상생이라 부르기 어렵다. 노사협상의 비용이 공급망의 가장 약한 곳으로 전가되지 않게 하는 책임도 대기업 노사에게 있다. ‘주역’ 계사전에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는 구절이 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도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노사가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겠다는 목표만큼은 함께할 수 있다. 올해 임협은 아직 잠정합의다. 조합원 투표라는 마지막 절차도 남아 있다. 가결된다면 노사는 길었던 갈등을 수습하고 다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산라인이 다시 돌아간다고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기차와 로봇, AI가 공장을 바꾸는 속도는 임금협상 주기보다 빠르다. 앞으로의 노사관계는 매년 기본급 몇 만원과 성과금 몇 퍼센트를 놓고 싸우는 데 머물 수 없다. 청년을 어떤 일자리로 뽑고, 기존 숙련인력을 어떤 기술자로 바꾸며, 자동화로 높아진 생산성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더 큰 의제가 돼야 한다. 좋은 성과를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눌 성과가 계속 만들어지는 회사를 함께 만드는 일이다. 현대차 노사의 다음 협상 테이블에는 임금표와 함께 생산성, 직무전환, 청년고용, 로봇과 AI의 시간표가 나란히 놓여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의 몫도 지키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지키는 길이다.
2026-08-26 08: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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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우유에서 더단백까지…빙그레 '장수 브랜드' 공식
[경제일보] 1974년 출시된 단지형 바나나맛우유는 지금도 편의점 냉장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다. 반세기 동안 소비 트렌드는 수없이 바뀌었다. 흰 우유에서 커피로, 아이스크림에서 단백질 음료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했고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도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여전히 빙그레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빙그레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많은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다른 식품기업들이 신제품을 반복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한 것과 달리 빙그레는 한 번 잘 만든 브랜드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빙그레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DNA는 '축적과 재해석'이다. 제품을 계속 바꾸기보다 브랜드 본질은 유지하고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을 바꾸는 전략이다. 용기와 패키지, 제품군, 마케팅, 해외시장까지 확장하면서 브랜드의 수명을 늘려왔다. 단지 용기가 브랜드 되다…빙그레의 자산 축적법 빙그레의 출발점은 바나나맛우유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당시 흔하지 않았던 바나나 향을 우유에 접목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경쟁 제품이 등장했지만 바나나맛우유는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 특유의 맛을 유지하며 대표 가공우유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가 지켜온 것은 바나나맛우유의 맛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산은 출시 당시부터 이어져 온 단지 모양 용기다. 둥근 항아리를 닮은 독특한 용기는 당시 시중에서 판매되던 사각 종이팩이나 병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제품보다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상징이 됐다. 소비자는 제품명을 확인하지 않아도 노란색 단지 형태만 봐도 바나나맛우유를 연상한다. 대부분 식품이 맛이나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과 달리 빙그레는 용기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한 셈이다. 이후 맛과 패키지 디자인, 용량은 시대에 맞게 바꾸면서도 단지 형태만큼은 유지해 세대가 바뀌어도 소비자 기억 속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왔다. 이는 단순히 오래 같은 포장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품의 핵심 이미지를 쉽게 바꾸지 않는 대신 새로운 맛과 한정판, 협업 제품을 같은 브랜드 아래 추가하면서 소비자는 익숙함을 유지하고 기업은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존 브랜드를 쉽게 없애지 않은 점도 한 몫 했다. 요플레는 떠먹는 발효유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장면을 선점했다. 메로나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판매되는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았으며 붕어싸만코 역시 계절을 가리지 않는 장수 제품으로 남았다. 빙그레가 만든 장수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소비가 이뤄지는 특정 순간을 먼저 선점했다는 데 있다. 요플레는 아침 식사나 간식, 건강관리를 위한 발효유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메로나는 더운 날 가볍게 즐기는 아이스크림으로, 바나나맛우유는 출출할 때 간편하게 마시는 간식형 우유로 자리 잡으며 각기 다른 소비 장면을 차지했다. 제품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먹는가'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면서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는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도 쉽게 대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단순히 바나나맛이 나는 우유나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브랜드와 연결된 경험을 함께 소비한다. 빙그레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기보다 기존 브랜드가 차지한 소비 장면을 유지하면서 맛과 용량, 패키지, 협업 콘텐츠 등을 추가해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제품은 그대로, 브랜드는 진화…IP로 젊어진 장수 브랜드 장수 브랜드는 오랜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 세대의 추억에만 머무는 제품으로 굳어질 위험도 있다. 익숙함이 구매 이유가 되는 동시에 젊은 소비자에게는 '부모 세대가 먹던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빙그레는 이를 막기 위해 제품의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지속적으로 바꿔왔다. 대표적인 방식이 굿즈와 캐릭터, 이종업계 협업이다. 바나나맛우유의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처럼 소비자가 즉시 알아보는 시각적 자산을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 문구류 등에 적용해 브랜드 경험을 식품 매대 밖으로 확장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마시거나 먹지 않는 순간에도 익숙한 형태와 색상을 통해 브랜드를 접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정판 패키지와 팝업스토어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제품의 맛이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패키지 디자인과 전시 공간, 체험 콘텐츠를 새롭게 구성해 브랜드를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올렸다. 특히 온라인과 SNS에서 공유하기 좋은 시각적 요소와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하면서 오래된 제품을 추억의 식품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소비되는 문화적 소재로 재해석했다. 이 같은 전략은 장수 브랜드의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했다. 기존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와 협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브랜드처럼 다가간 것이다. 제품 본체는 지키되 브랜드가 등장하는 장소와 방식만 바꾸면서 연령대별 소비자와의 접점을 동시에 넓힌 셈이다. 이는 브랜드를 단순히 먹고 마시는 식품이 아니라 하나의 IP(지식재산)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굿즈와 협업 상품, 팝업스토어, SNS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됐고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장수 브랜드의 노후화를 막는 역할도 한다. 식품은 구매 주기가 제한적이지만 IP는 일상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제품'이 아니라 '경험'으로 확장하면서 기존 소비자에게는 친숙함을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메로나에서 더단백까지…축적한 브랜드 확장 빙그레의 장수 브랜드 전략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표 사례가 메로나다. 1992년 출시된 메로나는 국내에서는 30년 넘게 사랑받아온 장수 아이스크림이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K-디저트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빙그레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을 꾸준히 확대하며 메로나를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키워왔다. 해외 소비자에게 메로나는 오래된 제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새로운 디저트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브랜드라도 해외에서는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 자산과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에서는 신제품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별도의 글로벌 브랜드를 새로 육성하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한 브랜드 경쟁력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브랜드 수명을 다시 늘리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단백질 음료 '더단백'을 앞세워 웰니스(Wellness)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건강을 단순히 질병 예방이 아닌 일상 속 자기관리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인식하는 웰니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백질 음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오랜 기간 축적한 유가공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단백질 음료와 고단백 식품 시장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달콤한 가공우유가 성장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단백질과 영양, 건강을 앞세운 제품이 미래 먹거리 역할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 더단백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한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 트렌드가 간식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웰니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차세대 장수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크다.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오래 축적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꾸준히 발굴하는 전략이다. 과거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가 한 시대를 대표했다면 더단백은 웰니스 시대를 대표할 차기 브랜드 후보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수 브랜드 넘어…미래 성장동력 찾기가 과제 다만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곧바로 미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빙그레가 주력으로 삼아온 유가공과 빙과 사업은 모두 시장 구조상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유제품 시장은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 우유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양적 성장이 쉽지 않고, 원유 가격과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빙과 사업 역시 여름철 매출 비중이 높은 데다 장마와 폭염 등 날씨 변화에 따라 판매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의 통합 효과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제품군과 브랜드가 늘어난 만큼 생산시설과 물류망, 영업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겹치는 상품과 채널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한 브랜드를 기존 포트폴리오 안에서 재배치하고 성장시키는 역량이 향후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빙그레의 지난 50년은 브랜드를 오래 지켜온 역사였다.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시대가 바뀌어도 소비자의 일상 속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과거의 장수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가 다시 30~50년 동안 찾을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결국 빙그레의 다음 반세기 경쟁력은 축적한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반세기를 이끌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달려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제품 고유의 맛과 형태, 색상, 패키지 등 소비자가 기억하는 핵심 자산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며 "브랜드가 지닌 본질과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브랜드가 가진 익숙함과 신뢰는 지키면서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장수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도 꾸준히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6-07-31 1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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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네이버 주주로 올라선다…14조원 AI 팩토리 승부수
[경제일보] 네이버가 엔비디아를 전략적 주주로 맞아들이고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 손잡으며 초대형 인공지능(AI) 팩토리 사업을 실행 단계로 옮긴다. 검색·광고·커머스 중심의 사업 구조를 GPU와 데이터센터, AI 플랫폼을 공급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하는 승부수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10억달러, 약 1조4809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엔비디아는 신주 724만1564주를 받아 네이버 지분 약 4.5%를 확보한다. 납입 예정일은 10월30일이며 신주는 1년간 보호예수된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22년 만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보다 엔비디아를 AI 팩토리 사업의 공동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는 GPU 공급사를 넘어 네이버의 전략적 주주가 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술과 수요, 자본을 결합한 ‘AI 컴퓨트 파트너십’ 체결도 엔비디아와 논의하고 있다. 브룩필드와는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GPU·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다만 90억달러가 네이버에 직접 투입되는 현금은 아니다. 브룩필드를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방식으로 인프라를 조달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앞서 공개된 합의도 최대 90억달러를 대상으로 한 비구속적 조건합의다. 엔비디아의 투자금 납입 역시 네이버가 AI 팩토리 확장에 필요한 90억달러 이상의 자금조달 약정을 증명한 뒤 진행되는 조건부 구조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의 전체 규모는 100억달러에 달하지만, 엔비디아의 10억달러 지분 투자와 브룩필드가 주선할 최대 90억달러의 인프라 금융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 가동을 시작하고 2028년까지 20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MW 시설에는 엔비디아 블랙웰과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을 포함해 약 10만개의 GPU가 투입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1GW급 소버린 AI 인프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경쟁력의 바탕은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기업용 AI 서비스를 연결한 풀스택 운영 경험이다. GPU 임대에 그치지 않고 모델 개발과 학습, 추론, AI 에이전트 구축까지 통합 제공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주주가치 제고책도 병행한다. 네이버는 약 1조원 규모의 자사주 490만1094주를 8월3일 소각한다.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여 엔비디아 대상 신주 발행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자사주는 기존에도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었던 만큼 신규 주식 발행에 따른 경제적 희석을 완전히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 변전소, GPU 교체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네이버가 제시한 2027년 매출 창출 목표도 장기 고객계약과 전력망 확보, 인허가, 브룩필드와의 최종 계약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현실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 의존도와 빠른 GPU 세대교체에 따른 투자 부담도 관리해야 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의 투자는 네이버 미래 성장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AI 팩토리 고객사 유치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 네이버가 글로벌 AI 인프라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할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며 “국가와 집단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AI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자본과 엔비디아의 컴퓨팅 생태계에 자체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모델을 결합해 2027년부터 AI 팩토리 매출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고객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계획대로 이어진다면 이번 협력은 네이버가 국내 포털을 넘어 글로벌 소버린 AI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26-07-27 10: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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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다음은 전력·돈"…이해진·최수연, 캐나다 브룩필드행에 쏠린 눈
[경제일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 본사를 찾는다.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팩토리의 기술 설계를 마친 네이버가 이번에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부지 확보에 필요한 자본 파트너를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보기술(IT)·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의장과 최 대표, 김 CFO를 비롯한 네이버와 계열사 경영진은 이번 주 초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브룩필드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창업자와 대표, 재무 책임자가 동시에 해외 투자회사 본사를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자금 조달과 투자 구조를 담당하는 CFO가 동행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업 교류보다 AI 인프라 투자 협의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방문 목적과 면담 상대, 투자 규모와 방식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소 조 단위 투자가 거론되지만 네이버와 브룩필드가 계약이나 협상을 공개한 단계는 아니다. ‘투자 유치 임박’으로 단정하기보다 대규모 인프라 파이낸싱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1GW AI 팩토리, 네이버 자금만으로 짓기 어렵다 네이버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기가와트(GW)급 글로벌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2027년 상반기 55MW를 가동한 뒤 같은 해 100MW, 2028년 200MW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1GW 규모에 도달한다는 구상이다. AI 팩토리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자본을 요구한다. 대규모 GPU 서버뿐 아니라 이를 수용할 부지와 건물, 전력망, 변전시설, 냉각장치가 함께 필요하다. 서버를 확보해도 안정적인 전력과 냉각시설이 없으면 가동할 수 없다. 네이버가 1GW까지 사업을 키우려면 자체 현금만 투입하기보다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투자업계에서 네이버 본사에 대한 단순 지분투자보다 AI 팩토리 사업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공동 출자하거나 미래 이용료 수입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킬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유다. 이 같은 구조가 만들어지면 네이버는 재무 부담을 분산하면서 AI 팩토리 구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브룩필드도 장기 계약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센터 이용료와 전력 판매 수입을 투자 수익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용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대규모 고정비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나 정부, 기업 고객과의 장기 사용 계약이 투자 성사의 핵심 조건이 될 전망이다. ◆ 엔비디아가 연결한 네이버·브룩필드 브룩필드가 유력한 자본 파트너로 거론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브룩필드는 운용자산이 1조달러를 넘는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로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발전과 송전, 재생에너지, 부동산에 투자한다. AI 팩토리에 필요한 시설을 개별적으로 조달하는 대신 전력부터 데이터센터까지 하나로 묶어 투자할 수 있는 사업자다. 브룩필드는 지난해 엔비디아, 쿠웨이트투자청과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 가운데 100억달러 규모를 목표로 하는 AI 인프라 펀드는 출범 당시 50억달러의 투자 약정을 확보했다. 투자 대상도 AI 팩토리와 전용 발전시설,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으로 네이버의 사업 구상과 맞닿아 있다. 브룩필드와 네이버가 모두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설계 체계인 ‘DSX’를 활용한다는 점도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브룩필드와의 협력 당시 “AI 인프라에는 부지와 전력, 전용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GPU와 AI 팩토리 설계를 맡고, 브룩필드가 부지·전력·자본을 공급하며, 네이버가 클라우드와 AI 모델·서비스를 운영하는 삼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관건은 지분이 아니라 고객과 전력 투자 논의가 현실화하면 네이버의 사업 정체성도 달라진다. 검색과 커머스 중심의 플랫폼 기업에서 GPU 인프라를 기업과 정부에 제공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그러나 브룩필드가 자금을 투입한다고 사업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과 부지를 제때 확보하고 55MW에서 1GW로 확장하는 동안 시설을 채울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GPU 세대교체가 빠른 만큼 장비의 감가상각과 교체 비용도 수익성을 좌우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영진의 브룩필드 방문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브룩필드 한국사무소도 “본사 방문이나 투자에 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문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조 단위’라는 숫자보다 자금의 성격이다. 단순한 네이버 지분투자인지, 특정 지역 AI 팩토리에 대한 공동 출자인지, 전력과 데이터센터까지 묶은 프로젝트 금융인지에 따라 사업의 속도와 네이버가 부담할 위험이 달라진다. 기술 동맹을 넘어 자본과 전력을 확보해야 네이버의 1GW 구상도 계획표에서 실제 사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
2026-07-20 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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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손흥민은 침묵했고, 케인은 잉글랜드를 구했다
[경제일보]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를 흔들었던 두 공격수의 월드컵 운명이 엇갈렸다. 한국의 손흥민과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두 선수는 ‘손케 듀오’로 불리며 리그 역사에 남을 호흡을 자랑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해 역대 최다 골 합작 기록을 세운 조합이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무대는 두 사람에게 전혀 다른 표정을 남겼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간판이자 주장으로 대회에 나섰지만 풀타임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반면 케인은 잉글랜드가 위기에 몰린 순간에도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았고, 결국 두 골로 팀을 다음 라운드에 올려놓았다. 끝까지 남은 케인, 믿음에 멀티골로 답했다 잉글랜드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 브리앙 시펭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30분과 41분 케인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케인의 첫 골은 전형적인 해결사의 장면이었다. 후반 30분 앤서니 고든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끌려가던 잉글랜드의 숨통을 튼 동점골이었다. 이어 후반 41분에는 수비 사이에서 공간을 만든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콩고민주공화국 골키퍼 리오넬 음파시의 선방에 막히던 잉글랜드는 케인의 결정력 하나로 탈락 위기에서 살아났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토마스 투헬 감독의 선택이다. 잉글랜드의 경기력은 매끄럽지 않았다. 측면 공격은 답답했고, 중원 연결도 흔들렸다. 투헬 감독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지만 최전방의 케인만큼은 끝까지 남겼다. 주장이자 골잡이, 위기의 순간 한 번은 해줄 선수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두 골로 돌아왔다. 손흥민의 월드컵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체코전 승리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했고, 결국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 활용법은 대회 내내 논란이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조기 교체됐고, 남아공전에서는 월드컵 본선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특히 남아공전에서 손흥민을 벤치에 둔 결정은 국내외 축구 팬들의 의문을 불렀다. 대표팀의 상징이자 가장 큰 경험치를 가진 선수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 됐다. 후반 교체 투입 이후에도 손흥민은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한국은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재능, 다른 자리…스타 활용법이 승부를 갈랐다 물론 손흥민 부진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월드컵은 한 명의 스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대가 아니다. 더구나 손흥민은 이미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대표팀은 세대교체와 전술 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는 ‘관리’와 ‘배제’의 경계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몸 상태를 고려한 출전시간 조절이었다면 언제 어떻게 승부처에 투입할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은 손흥민을 아껴 쓴 것도, 확실히 중심에 세운 것도 아닌 어정쩡한 운영 끝에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다. 케인은 달랐다. 잉글랜드도 완벽하지 않았다. 콩고민주공화국전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우승 후보답지 않은 불안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잉글랜드에는 흔들리는 경기에서도 마지막까지 믿고 맡길 9번이 있었고, 그 9번은 감독의 신뢰를 골로 증명했다. 손흥민과 케인의 차이는 결국 ‘현재의 폼’만이 아니라 ‘팀 안에서의 자리’에서 갈렸다. 토트넘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장점을 증폭시켰다. 케인이 내려와 패스를 뿌리면 손흥민이 뒷공간을 찢었고, 손흥민이 수비를 끌고 가면 케인이 박스 안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각자의 처지가 달랐다. 케인은 여전히 잉글랜드 공격의 최종 종착지였고, 손흥민은 한국 전술 안에서 확실한 사용법을 찾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은 두 선수의 위상을 바꿔놓았다기보다, 스타를 대하는 팀의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케인은 팀의 중심에 있었고, 손흥민은 중심과 관리 사이에서 흔들렸다. 한 사람은 감독의 신뢰 속에 경기를 뒤집었고, 다른 한 사람은 벤치와 교체 사이에서 대회를 마쳤다. 축구에서 에이스는 이름값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그러나 에이스를 살릴 구조 없이 이름값만 기대하는 팀도 성공하기 어렵다. ‘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한때 같은 팀에서 서로를 빛나게 했던 두 별은 북중미의 여름, 각자의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결말을 받아들였다. 케인의 월드컵은 아직 계속되고 있고, 손흥민의 월드컵은 질문만 남긴 채 끝났다.
2026-07-02 1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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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유소단 촌유소장(尺有所短 寸有所長) — AI 시대, 사람 경영의 근본 원리
[경제일보] 중국 초나라의 시인 굴원이 남긴 「초사(楚辭)」의 한 구절 가운데 오늘날의 경영자들이 가장 깊이 새겨야 할 말이 있다. 바로 "척유소단 촌유소장(尺有所短 寸有所長)"이다. 자에도 짧은 바가 있고 촌에도 긴 바가 있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격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 경영의 본질을 담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부족한 점이 있고,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자신만의 강점과 가치가 있다. 따라서 사람의 능력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우수한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경영은 인간의 약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강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의 목적은 사람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강점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는 데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훌륭한 기업들은 직원의 약점을 고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가진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대로 실패하는 조직은 사람의 부족한 점만 바라본다. 부족함을 지적하고 고치라고 압박하지만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러한 원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계산과 분석,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 반복 업무의 상당수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창의성, 공감 능력, 협업 능력, 리더십, 고객과의 신뢰 구축 같은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기업은 모든 직원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산업화 시대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인사 철학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급격한 세대교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 인재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MZ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단순히 높은 연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 자신의 강점이 인정받는 조직인지, 자신의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과거처럼 일률적인 평가와 통제 중심의 인사 시스템으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도 뛰어난 연구자가 떠나면 경쟁력을 잃는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도 창의적인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사람 경쟁이다. 그리고 사람 경쟁의 핵심은 용인술(用人術)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용인의 대가였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자신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장량에게는 전략을 맡기고, 한신에게는 군사를 맡기고, 소하에게는 행정을 맡겼다. 조선의 세종대왕 역시 장영실의 재능을 발견했고, 집현전 학자들의 역량을 끌어냈다. 그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데 능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쓰는 데 능했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직원의 약점은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창의적인 연구자가 문서 작성에 약하다면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면 된다. 뛰어난 영업사원이 숫자 분석에 약하다면 데이터를 지원하는 조직을 붙여주면 된다. 반대로 평범해 보이는 직원이라도 조직을 안정시키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 능력이 있다면 그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람의 약점을 탓하는 조직은 쇠퇴하지만 사람의 강점을 발견하는 조직은 성장한다. 결국 척유소단 촌유소장이 말하는 경영의 본질은 분명하다. 사람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의 대상이다. 리더의 역할은 사람을 재단하는 데 있지 않고 사람을 꽃피우는 데 있다. AI 시대에도, MZ세대 시대에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어떤 미래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현대자동차도,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도 결국 사람으로 성장하고 사람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사람을 키우는 문화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척유소단 촌유소장. 자에도 짧은 바가 있고 촌에도 긴 바가 있다. 이 짧은 경구는 수천 년 전 고전의 문장이지만 오늘날 AI 시대 대한민국 기업들이 다시 읽어야 할 사람 경영의 근본 원리다. 최고의 경영은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며, 최고의 리더십은 명령하는 능력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다. 결국 용병이사(用兵以師)의 지혜보다 더 높은 경영의 경지는 용인이사(用人以智), 곧 사람을 쓰는 지혜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경전이 우리에게 남긴 영원한 경영의 가르침이다.
2026-06-10 08: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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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박형준 초접전…부산 민심 어디로 향하나
[경제일보] 6·3 부산광역시장 선거가 전국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여론조사마다 격차를 달리하며 접전을 이어가면서 부산 민심 향배에 정치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박형준 후보가 조직력과 보수 결집을 바탕으로 방어전에 나선 가운데 전재수 후보 역시 지역 변화론과 중앙정부 협력론을 앞세워 추격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를 단순한 지방권력 경쟁 이상의 의미로 해석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영남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상징적 승부처이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핵심 지지기반 수성 여부가 걸린 선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마다 달라지는 수치…공통점은 ‘접전’ 근 여론조사 흐름은 혼전 양상을 보여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026. 5. 16.~17. 부산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재수 후보 44%, 박형준 후보 38%로 집계됐다. 두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다. MBC는 직전 조사보다 두 후보 격차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부산MBC·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전재수 후보 47.7%, 박형준 후보 40.2%, 정이한 후보 2.9%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전 후보가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반면 제이투인사이트랩 조사에서는 전재수 후보 43.9%, 박형준 후보 43.7%로 두 후보 격차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사실상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KNN 역시 최근 부산시장 선거 흐름과 관련해 양당 후보가 확정된 이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며 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기관과 시점에 따라 수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두 후보가 접전권에서 맞붙고 있다는 점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이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전재수의 변화론…“부산 경제 체질 바꿔야” 전재수 후보는 ‘부산 변화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보수 시정 아래 부산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산업 재편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 해양수도 전략 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 후보는 중앙정부와의 협력론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장이 돼야 국비 확보와 지역 현안 추진에서 유리하다는 논리다. 실제 전 후보는 해양수도 부산 재도약과 미래산업 육성, 청년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를 영남 확장의 교두보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산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과거보다 확대되고 있다는 점 역시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정치권에서는 전 후보 전략 핵심을 ‘세대교체와 도시 전환’으로 본다. 북항 재개발과 해양산업 고도화, 미래산업 유치 등을 통해 부산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메시지에 중도층과 젊은층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형준의 안정론…“하던 일 마무리해야” 반면 박형준 후보는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시정 연속성을 핵심 무기로 내세운다.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이전 추진 등 기존 사업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 후보 측은 시간이 갈수록 보수층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경선 이후 지지층이 빠르게 재결집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전략 핵심을 ‘검증된 행정 경험’으로 본다. 실제 박 후보는 부산시정 안정성과 행정 연속성을 강조하며 중도층과 경제계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특히 가덕도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같은 대형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와 부산시, 재계 협력이 동시에 필요한 만큼 행정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 경제계 일각에서도 사업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강서벨트와 중도층 이동이 승부처 역별 표심도 중요한 변수다. 해운대·수영 등 동부산권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반면 북·강서벨트는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부산진·동래 등 원도심·내륙권 역시 선거 때마다 민심 변화 폭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강서구와 북구는 젊은층 유입과 신도시 개발 영향으로 과거보다 정치 지형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역 표심 향배가 부산시장 선거 전체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도층과 무당층 이동도 핵심 변수다. 최근 조사에서는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부동층 규모 역시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율 역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부산은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중도층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조직력이 강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산 경제와 민생이 최대 의제 이번 선거 핵심은 결국 경제와 민생이라는 평가가 많다. 부산은 제조업 침체와 청년 인구 유출, 지역 경기 둔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등 대형 현안 역시 선거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재수 후보는 산업 재편과 미래산업 육성, 청년 정주 여건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박형준 후보는 진행 중인 도시개발 사업 완성과 안정적 시정 운영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부산시장 선거 막판 승부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보수층 결집이 어디까지 이뤄질 것인가. 둘째 중도층과 부동층이 어느 후보로 이동할 것인가. 셋째 변화론과 안정론 가운데 어느 메시지가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인가다. 전통적 보수 도시 부산에서 벌어지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를 넘어 향후 영남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2026-05-24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