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80건
-
-
-
메가존클라우드·비즈니스온, SAP ERP에 회계·세무 묶어 중소·중견기업 공략
[경제일보] 메가존클라우드와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이 SAP 클라우드 전사적자원관리(ERP)에 국내 회계·세무·금융 업무를 묶은 통합 패키지로 중소·중견기업 시장을 공략한다. ERP 도입 후 전자결재와 세금계산서, 자금 이체 시스템을 따로 연결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14일 서울 역삼동 메가존클라우드 연락사무소에서 통합 패키지 공동 기획과 기술 연계, 신규 사업 발굴, 공동 영업·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앞서 ‘MZC SAP Cloud ERP ONE Package’의 공동 개발을 완료했다. SAP Cloud ERP를 중심으로 그룹웨어와 전자결재, 회계 업무, 부가가치세 신고, 전자세금계산서, 기업 금융 업무를 통합한 표준 패키지다. 핵심은 글로벌 표준 ERP와 국내 재무·세무 업무의 연결이다. SAP 표준 프로세스에 회계 전표 생성과 증빙 자동화, 세무 신고, 세금계산서 발행, 자금 이체 기능을 연계했다. 기업의 내부 승인부터 회계 처리와 세무·금융 업무까지 하나의 환경에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ERP 구축·운영 역량을, 비즈니스온은 전자세금계산서 ‘스마트빌’ 등을 통해 확보한 재무·세무 솔루션을 제공한다. 양사는 주요 업무 기능을 미리 연계한 패키지로 개별 시스템을 추가 구축하거나 연결하는 작업을 줄여 도입 시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상은 짧은 기간에 글로벌 표준 ERP를 도입하려는 중소·중견기업과 기존 ERP의 기능·확장성에 한계를 느끼는 기업이다. 기업공개(IPO), 해외 진출, 인수합병(M&A)을 준비하면서 확장 가능한 업무 시스템이 필요한 성장기업도 겨냥한다. 도입 이후 시스템 안정화와 운영도 공동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SAP의 업무 확장·통합 플랫폼인 BTP를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AI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지원한다. 기업의 업무와 규모 변화에 맞춰 기능을 확장한다는 방향이다. 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는 “복잡한 연동 과정이나 높은 초기 비용, 긴 구축 기간 등으로 SAP Cloud ERP 도입을 주저하던 중소·중견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양사가 손을 잡게 되었다”고 말했다. 노태완 비즈니스온 대표는 “글로벌 표준 ERP가 국내 기업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세금계산서 발행, 부가세 신고, 자금 관리 등 한국 고유의 재무·세무 업무와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사는 개발을 마친 패키지를 중심으로 공동 영업·마케팅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6-10-14 11:12:09
-
-
사무장 없이 시작한 송무 로펌…바른 28년, 이제 동인과 합병
[경제일보] 1998년 3월 서울 서초동. 판사 출신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가 바른법률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당시 형사·민사 사건 수임에는 이른바 ‘사무장’이나 브로커가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세 사람은 사건을 소개해주는 브로커를 쓰지 않고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바른’이라는 이름에도 그런 생각을 담았다.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원과 변호사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시기였다. 평판사 출신들이 만든 작은 사무실은 전관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직접 사건을 맡아 승부하겠다고 나섰다. 검사와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김찬진 변호사도 초기부터 힘을 보탰다. 28년이 지난 지금 바른에는 외국변호사를 포함해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한다. 2025년 매출은 1076억원으로 2023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뒤 3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같은 해 YK가 1694억원, 지평이 1327억원을 기록하면서 중대형 로펌 사이의 외형 경쟁에서는 다시 뒤를 쫓는 처지가 됐다. 바른은 결국 다시 큰 선택을 했다.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해 기준 합산 매출 1877억원, 변호사 553명 규모로 커진다. 평판사들이 만든 송무 사무실에서 출발한 바른이 28년 만에 국내 로펌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 법조비리 뒤 문 연 평판사들의 사무실 바른이 문을 열던 1990년대 말 법률시장은 지금과 달랐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의 비중이 컸고 법원이나 검찰을 갓 나온 전관들이 사건을 소개받아 처리하는 방식도 널리 퍼져 있었다. 브로커와 사무장을 통한 사건 수임이 법조비리로 번지면서 변호사 업계 전체가 비판을 받던 때였다.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는 모두 법원에서 10년 안팎 근무한 평판사 출신이었다. 고위 법관 출신도 아니었고 대형 기업자문 조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잡은 시장은 송무였다. 법정에서 재판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민·형사 사건을 직접 맡았다. 사무장이 사건을 가져오면 변호사가 이름을 빌려주는 관행도 피했다.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뒤 저연차 변호사에게 전부 넘기는 방식도 지양했다. ‘변호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고 직접 책임진다’는 방식은 신생 사무실이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송무 중심의 출발은 이후 바른의 성격을 오랫동안 규정했다. 기업과 금융회사에 계약을 자문하는 대신 이미 벌어진 분쟁을 법정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먼저 쌓였다. 지금도 바른을 설명할 때 송무와 기업형사가 먼저 거론되는 배경이다. ◆ 대법관·고법부장들이 신생 로펌으로 설립 이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199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난 조중한 변호사가 2대 대표로 합류했다. 같은 해 정귀호 전 대법관도 바른으로 왔다. 2000년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박인호 변호사가 가세했다. 평판사 세 명이 시작한 사무실에 고위 법관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 인력의 폭이 넓어졌다. 이후 검사장급 인사와 고법부장,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도 잇달아 합류했다. 명로승 전 법무부 차관과 정동기·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정인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성과도 따라왔다.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탱크공사 관련 5500억원대 가처분 사건과 두산중공업 희망퇴직자들의 600억원대 퇴직금 소송 등을 맡았다. 동서식품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사건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2010년에는 대법원 수임 사건 수가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른 홈페이지 연혁에도 이 기록이 남아 있다. 송무에서 확보한 사건과 인력이 바른을 100명대 로펌으로 끌어올렸다. ◆ 송무만으로는 종합로펌이 될 수 없었다 바른이 계속 법정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기업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소송이 터지기 전 계약과 금융, 공정거래 문제부터 자문해달라는 요구가 따라왔다. 송무에서 기업을 만났지만 기업의 일은 법정 밖에서 더 많이 벌어졌다. 2005년 바른은 김·신·유에서 기업자문을 이끌던 박기태 변호사와 자문팀을 영입했다. 같은 해 법인 이름도 지금의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꿨다. 김장리와의 합병을 추진했고 2007년에는 세종과의 합병도 검토했지만 두 건 모두 성사되지는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조세와 부동산금융, 공정거래를 잇달아 보강했다. 2015년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영입했고 이듬해 법무법인 양헌에서 부동산금융팀을 받아들였다. 2017년에는 법무법인 KCL의 공정거래팀이 합류했다. 바른의 확장은 다른 대형 로펌과 달리 한 번의 대형 합병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송무라는 기존 기반을 두고 필요한 자문팀을 하나씩 붙였다. 법원과 검찰 출신 인력 중심의 조직에 세무와 금융, 공정거래 전문가가 들어오면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 론스타에서 통상임금까지 법정에서 이름 알려 기업형사 사건에서도 바른의 송무 경험이 이어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대리해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45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신상훈 전 사장 사건에서도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노동과 공정거래 사건에서도 굵직한 판결이 나왔다.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2016년 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 사건에서는 SK건설을 대리해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근 매출을 끌어올린 사건에도 송무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사이의 1조원대 과징금 분쟁에서 공정위를 대리했고 HD현대중공업의 6300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근로자 측을 대리했다. 2023년 바른의 매출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서는 데 이런 대형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설립 당시의 주력이었던 송무가 20년 넘게 바른의 매출과 브랜드를 떠받쳐온 것이다. 다만 대형 로펌 시장이 기업자문과 M&A, 금융, 국제중재 중심으로 커지면서 송무에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어려워졌다. ◆ 남들이 덜 보던 상속·도산도 파고들었다 바른은 대형 로펌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던 분야에도 사람을 붙였다. 대표적인 분야가 상속과 자산승계다. 2013년 상속신탁연구회를 만들었고 2022년에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EP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업 오너와 고액 자산가의 상속은 유언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세금과 기업 지분, 경영권, 신탁, 가족 간 분쟁이 한꺼번에 얽힌다. 바른은 조세와 가사, 기업법무 변호사를 묶어 이 시장을 따로 키웠다. 도산에서도 새로운 사건을 맡았다. 2018년 레이크힐스순천 회생에서 서울회생법원의 첫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 적용을 이끌고 이후 골프존으로의 매각까지 관여했다. 회생 절차와 인수·합병을 한 조직에서 이어간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국제중재와 지식재산권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술 분쟁이 늘면서 외국변호사를 영입하고 특허 분야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AI와 디지털자산,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 규제 분야에도 별도 인력을 붙이고 있다. ◆ 1000억원 넘었지만 경쟁자는 더 빨리 컸다 바른은 2023년 매출 105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1064억원, 2025년 1076억원으로 3년 연속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적어도 외형에서는 중대형 로펌의 문턱을 넘었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더 빨리 컸다는 데 있다. 2025년 YK는 1694억원, 지평은 1327억원을 기록했다. 대륙아주도 1027억원으로 바른을 바짝 따라붙었다. 1000억원대 로펌 사이에서도 변호사 영입과 합병 경쟁이 시작됐다. 기업 고객 평가에서도 아직 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평가에서 바른은 종합·전문성·서비스 모두 9위를 기록했다. 송무에서 오랫동안 이름을 쌓았지만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종합 서비스에서는 빅6와 차이가 남아 있다. 2025년 이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바른은 기업자문과 국제중재, 지식재산권을 다음 성장 분야로 잡았다. 같은 해 기업전략연구소도 세웠다. 법률문제가 생긴 뒤 대응하는 송무에서 기업의 사업과 규제를 미리 들여다보는 쪽으로 업무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 28년 만에 다시 꺼낸 합병 카드 바른은 지난 9월 14일 법무법인 동인과 합병 추진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합병추진위원회를 만들고 12개월 안에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합 법인의 가칭은 ‘바른동인’이다. 아직 합병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두 로펌의 2025년 매출을 합하면 1877억원이다. 외국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는 바른 303명, 동인 250명으로 모두 553명이다. 계획대로 합병이 끝나면 매출 기준 국내 7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규모다. 바른과 동인은 모두 송무와 형사 분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로펌이다. 양측은 여기에 기업과 금융, 공정거래 등 자문 역량을 합치겠다는 구상이다. 2005년 김장리, 2007년 세종과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바른이 약 20년 만에 다시 대형 합병 카드를 꺼냈다. 합병의 규모가 큰 만큼 풀어야 할 일도 많다. 500명이 넘는 변호사의 보수와 사건 배분, 고객 충돌, 파트너 지분과 경영구조를 하나로 맞춰야 한다. 송무 중심 조직 두 곳이 단순히 사람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자문까지 함께 키울 수 있는지가 합병 이후의 문제다. ◆ ‘바르게 하자’에서 500명 로펌으로 바른의 출발에는 거창한 기업법무 전략이 없었다.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뒤 법원을 나온 젊은 판사들이 사무장과 브로커 없이 사건을 맡아보겠다고 만든 사무실이었다. 그 조직에 대법관과 고법부장, 검사장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송무가 커졌고 뒤이어 조세와 금융, 공정거래, 기업자문을 붙였다. 2011년에는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사옥인 바른빌딩도 마련했다. 2023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변호사 6명 규모로 출발했던 조직은 이제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일하는 중대형 로펌이 됐다. 그동안 바른은 송무의 힘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 법률시장에서 더 큰 로펌이 되려면 기업자문과 금융, 국제분쟁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 바른이 동인과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98년에는 사무장 없이 사건을 맡는 일이 도전이었다. 2026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한 조직으로 묶는 일이 새로운 도전이 됐다. 바른의 다음 10년은 이번 합병이 실제로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2026-09-28 09:37:39
-
-
-
-
두나무, 글로벌 기관시장 정조준…서울서 디지털 금융 새판 논의
[경제일보] 두나무가 글로벌 규제 당국 출신 인사와 금융회사 관계자를 서울로 불러 디지털자산의 제도화와 기관 참여 확대를 논의한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거래소 사업을 넘어 기관과 전통 금융회사를 연결하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입지를 넓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오는 29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업비트 인스티튜셔널 서밋(UIS) 2026’을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처음 열리는 UIS는 정책 당국과 기관투자자, 금융회사, 디지털자산·기술기업 관계자가 참여하는 초청 행사다. 행사에는 브라이언 퀸텐츠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과 해리 정 전 백악관 대통령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부국장, 캐롤라인 팜 문페이 최고법무·행정책임자 등이 연사로 나선다. 팜 책임자는 CFTC 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냈다. 유럽에서는 피터 커스텐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금융서비스 및 자본시장연합총국 자문역이 참여한다. 요한 케르브라트 로빈후드 크립토·글로벌 사업 총괄과 실라 워렌 어드밴스드 AI 소사이어티 의장, 트레버 트레이나 툴스 포 휴머니티 최고사업책임자 등도 참석한다. 핵심 의제는 글로벌 규제와 시장구조 변화다. 미국에서는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업무 범위와 감독 권한을 정하는 시장구조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유럽은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중심으로 사업자 규율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국가별로 거래와 수탁,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정비하면서 기관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토큰화와 온체인 금융도 다룬다. 토큰화는 채권·펀드·부동산 등 현실 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상 디지털 토큰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온체인 금융은 거래와 결제, 자산 이전 기록을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금융 구조를 뜻한다. 기술적 가능성을 실제 금융상품으로 연결하려면 투자자 보호와 자산 보관, 회계·세무 기준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국내 금융산업의 변화도 논의한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최원석 두나무 해외사업총괄과 엄태성 하나금융지주 상무, 안인성 한화투자증권 부사장, 황성원 삼성금융네트웍스 최고디지털플랫폼책임자가 은행·증권사의 온체인 전환 가능성을 짚는다. UIS 다음 날인 30일부터 10월 1일까지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 메인 콘퍼런스가 이어진다. 두나무는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하고 오경석 대표는 디지털자산 거래를 금융 인프라로 확장하는 구상을 발표한다. 오 대표는 “한국과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UIS가 일회성 담론을 넘어 국내 기관의 거래·수탁·토큰화 사업과 구체적으로 연결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2026-09-22 09:05:17
-
-
세 로펌을 합쳐 만든 '최연소 빅6'…화우 23년의 승부
[경제일보] 2002년 12월 4일 법무법인 우방과 화백이 합병을 결정했다.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에 강했던 우방과 송무로 이름을 알린 화백의 결합이었다. 우방은 변호사 40명, 화백은 60명 안팎이었다. 양측은 기존 인력을 내보내지 않는 대등 합병을 택했다. 이듬해 2월 법무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이름은 화백의 ‘화’와 우방의 ‘우’를 따왔고 ‘화목한 집안’이라는 뜻도 담았다. 출범 당시 변호사는 90명을 넘어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에 이은 국내 5위 규모였다. 작은 법률사무소가 조금씩 몸집을 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조직이 한꺼번에 합쳐져 대형 로펌 시장에 들어왔다. 23년이 지난 현재 화우는 국내 대형 로펌을 일컫는 ‘빅6’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2812억원으로 전년보다 12.5% 늘었고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포함하면 301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매출은 약 35% 증가했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화우의 성장사는 합병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전문분야를 붙여온 과정이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묶었고 3년 뒤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최근에는 금융과 기업형사에 더해 M&A와 중대재해, AI·데이터까지 사람을 늘리고 있다. ◆ 자문 우방과 송무 화백이 만났다 화우의 한쪽 뿌리인 우방은 윤호일 변호사가 1989년 세운 법률사무소에서 출발했다. 윤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노트르담대 로스쿨과 베이커앤드맥켄지 등을 거치며 19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다. 귀국 뒤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 공정거래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화백은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중심이었다. 노경래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송무에서 이름을 쌓았다. 우방이 계약과 거래를 다뤘다면 화백은 분쟁이 법정으로 넘어간 뒤의 대응에 강했다. 두 조직은 같은 기업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맡는 일이 달랐다. 2000년대 초 국내 로펌 시장에서는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M&A가 늘었고 해외 거래와 분쟁도 복잡해졌다. 기업은 계약서만 검토하거나 소송만 맡기는 로펌보다 자문과 송무를 함께 처리할 조직을 찾기 시작했다. 윤호일 우방 대표와 노경래 화백 대표도 서로의 빈 곳을 알고 있었다. 우방에는 송무가 필요했고 화백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이 필요했다. 오랜 기간 독자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온 두 로펌이었지만 규모와 업무 영역을 동시에 넓히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1대1 합병 합병 과정에서 양측이 정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기존 인력을 줄이지 않는 것이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인수하는 방식도 피했다. 변호사 수에서는 화백이 더 컸지만 두 조직은 1대1 합병을 택했다. 규모보다 대등한 통합을 앞세운 결정이었다. 문제는 합친 뒤였다. 우방과 화백은 10년 넘게 각자 조직을 운영하면서 보수와 사건 배분, 인사 방식도 달라져 있었다. 합병 당시 윤호일 변호사도 서로 다른 기업문화와 업무 분야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합병을 되돌리지는 않았다. 기업자문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가 같은 고객을 함께 맡도록 업무를 연결했고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조직을 모았다. 한쪽의 이름을 없애는 대신 두 이름의 첫 글자를 합쳐 새 간판을 달았다. 화우는 광장보다 2년 늦게 대형 합병을 했다. 광장이 기업자문 한미와 송무 광장을 합쳐 두 축을 결합했다면 화우는 여기서 한 번 더 움직였다. 출범 3년 뒤 또 다른 로펌을 받아들였다. ◆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을 보강했다 2006년 화우는 김·신·유 법률사무소와 합병했다. 김·신·유는 1967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로펌으로 지식재산권과 외국계 기업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화우보다 역사가 훨씬 긴 조직이었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갖췄다면 두 번째 합병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김·신·유 출신 변리사들도 대거 합류했고 같은 해 특허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기업의 거래와 분쟁에 특허와 상표 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룰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2003년 우방과 화백, 2006년 김·신·유까지 세 조직의 경험이 차례로 한 법인 안에 들어왔다. 화우가 다른 빅6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빠른 시간 안에 종합로펌의 체계를 갖춘 배경이다. 기업자문과 송무에 지식재산권까지 더하면서 다룰 수 있는 사건의 폭도 넓어졌다. 이후에는 큰 로펌을 다시 합치지 않았다. 2010년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고 2013년 관세법인, 2017년 세무법인을 세웠다. 해외에서는 200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시작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냈다. ◆ 화우의 오래된 두 축, 금융과 송무 화우의 업무 가운데 오랫동안 이름을 알려온 분야는 금융과 송무다. 금융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감독기관에서 근무한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명수 대표변호사도 금융감독원에서 10년간 법무팀장과 기업공시팀장 등을 지낸 금융규제 전문가다. 이 대표는 2010년 화우에 합류한 뒤 금융회사 검사·제재와 인허가, M&A, 불공정거래 등의 업무를 맡았다. 최근에도 금융감독원과 글로벌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금융회사 검사와 제재가 복잡해지고 회계감리와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얽히면서 감독기관과 회계 실무를 경험한 인력이 필요해졌다. 송무에서는 기업 경영권 분쟁과 금융소송, 기업형사 사건을 다뤄왔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한앤컴퍼니의 주식양도청구 소송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DB하이텍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에 참여했다. ELS 불완전판매 소송에서는 금융회사를 대리했고 바이오기업 메디톡스를 둘러싼 영업비밀·특허 분쟁에도 참여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 화우는 국내 송무와 기업·M&A, 공정거래에서 각각 Band 2에 올라 있다. 송무에서 출발한 화백과 기업자문을 맡았던 우방의 경험이 20년이 지난 현재의 업무 구성에도 남아 있다. ◆ 송무·금융에서 M&A로 최근 화우가 힘을 더 싣는 분야는 M&A다. 2025년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와 효성화학 네오켐 사업부 매각, 한화생명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 등을 자문했다. 금융과 송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자문 분야에 사람을 집중적으로 넣기 시작했다. 2026년 들어 성과도 나타났다. 네이버의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 칼라일의 KFC코리아 인수, NXC 해외 계열사 지분 매각, 하림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등에 참여했다. 더벨의 2026년 상반기 M&A 법률자문 순위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이명수 대표는 올해도 기업·금융 전문가 영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5년 신입을 제외하고 80명이 넘는 외부 인재를 데려온 데 이어 M&A와 공정거래, 개인정보, 상법 관련 자문을 보강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수출통제, 에너지·인프라, AI·데이터·플랫폼 규제도 투자 분야로 잡았다. 화우가 기업자문을 키우는 방식은 처음 합병 때와 닮은 부분이 있다. 잘하는 금융과 송무를 그대로 두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에 외부 인력을 붙인다. 조직 전체를 다시 합치는 대신 사람과 팀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2년 동안 35% 성장…1인당 매출은 선두권 최근 숫자는 화우의 변화를 보여준다. 화우의 법무법인 매출은 2023년 2082억원에서 2024년 2500억원, 2025년 2812억원으로 늘었다.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치면 지난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2년 동안 총매출이 약 35% 증가했다. 절대 매출로는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에 뒤진다. 대신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2025년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율촌 7억6000만원, 태평양 7억3800만원, 세종 7억2400만원, 광장 7억1300만원보다 높았다. 인력을 늘리면서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최근 5년 동안 화우의 변호사 수는 15% 넘게 늘었지만 매출은 약 40%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등 비변호사 전문가를 사건에 투입하고 고부가가치 사건의 비중을 늘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5위 로펌과의 외형 차이는 아직 크다. 2025년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이 모두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화우가 최근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더라도 매출 3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 합병으로 큰 로펌, 이제는 생산성으로 승부 화우도 몸집만 키우는 방식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2003년에는 변호사 40명의 우방과 60명의 화백을 한꺼번에 합쳤고 2006년에는 김·신·유를 다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빠른 방법이었다. 지금은 수백명의 변호사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202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명수 대표 체제에서 화우는 금융과 송무라는 기존 기반에 M&A와 신산업 규제를 붙이고 있다. 2026년 9월에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강북사무소도 열었다. 삼성동 본사에서만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기업과 금융회사, 정부기관이 몰린 도심으로 접점을 다시 넓힌 것이다. 과거에는 로펌을 합쳐 규모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고객과 가까운 곳에 거점을 두고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붙이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화우는 빅6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대신 출발부터 기존 조직 세 곳이 쌓은 경험을 한꺼번에 가져왔다. 우방에서 기업자문을, 화백에서 송무를, 김·신·유에서 지식재산권을 받아들였다. 2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로펌을 합치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데려오고 기존 강점과 연결한다. 두 번의 합병으로 만든 로펌이 이제는 사람 한 명, 팀 하나의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갔다.
2026-09-21 08:41:15
-
조세로 시작해 빅5까지…율촌, 합병 없이 키운 29년
[경제일보] 1997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 변호사 6명이 모였다. 조세를 맡은 우창록, 공정거래와 국제조세의 윤세리, 기업금융의 강희철, 금융의 한봉희, M&A의 정영철 변호사 등이었다. 대형 로펌들이 이미 기업법무 시장의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새 로펌의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율촌(律村)으로 지었다. 29년이 지난 지금 율촌의 연 매출은 4000억원을 넘어섰다. 2025년 매출은 4080억원으로 전년 3709억원보다 10% 늘었다. 태평양과 세종, 광장에 이어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네 번째 4000억원대 로펌이 됐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약 7억6000만원으로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율촌의 성장 과정은 앞서 출발한 대형 로펌과 조금 다르다. 다른 로펌을 합쳐 단기간에 변호사 숫자를 늘리지 않았고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갖추지도 않았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이름을 알린 뒤 기업자문과 M&A, 송무, 금융으로 영역을 넓혔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조직을 키워왔다. ◆ 김앤장을 나온 조세 변호사가 만든 사무실 율촌의 시작은 법무법인 설립보다 5년 앞선 1992년이다. 우창록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사법연수원 6기인 우 변호사는 김앤장과 미국 뉴욕 로펌에서 일했고 국내에서는 일찍부터 조세 분야를 파고들었다. 조세가 기업법무의 주요 전문분야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1994년 사무실 이름은 율촌합동법률사무소로 바뀌었다. 이후 우 변호사는 조세만으로 로펌을 키우기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와 국제조세를 다룬 윤세리 변호사, 기업금융의 강희철 변호사, 조세의 한만수 변호사, 금융과 지식재산권의 한봉희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1997년 법무법인 율촌이 공식 출범했다. 윤세리 변호사의 경력도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다. 검사 생활을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에서 J.D.를 받은 뒤 미국 베이커앤드맥켄지 뉴욕·시카고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한미합동법률사무소와 우방종합법무법인을 거쳐 율촌 설립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분야를 나눠 사람을 모은 것도 규모보다 전문성을 먼저 세우려는 선택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이 앞서 있었다. 후발주자가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다. 율촌은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추기보다 경쟁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먼저 만드는 길을 택했다. ◆ 첫 승부처는 조세와 공정거래 율촌이라는 이름을 법률시장에 알린 분야는 조세였다. 우창록 변호사는 현대그룹 계열사를 둘러싼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대기업 조세 사건을 맡았다. 조세 사건은 세법만 알아서는 다루기 어렵다. 기업의 회계와 거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국세청의 과세 논리와 법원의 판단 기준도 함께 읽어야 한다. 율촌은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가 함께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 조세 분야의 인력을 늘렸다. 공정거래는 윤세리 변호사가 한 축을 맡았다. 기업결합과 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기업의 영업 자체를 좌우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공정거래법도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로 올라왔다. 율촌은 설립 초기부터 공정거래를 별도 전문분야로 키웠다. 두 분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송이 벌어진 뒤 법정에서 다투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업이 거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세금과 규제를 검토해야 했고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단계에서도 대응해야 했다. 율촌은 이 시장에서 먼저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 평가에서도 율촌은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 모두 국내 Band 1에 올라 있다. 조세는 김앤장·세종과 함께 최상위 그룹에 들었고 공정거래는 김앤장·광장·세종과 같은 등급을 받았다. 창립 초기 선택한 두 분야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주력 업무로 남아 있다. ◆ 큰 로펌을 사지 않고 사람과 분야를 늘렸다 2000년대 국내 로펌 시장에는 합병 바람이 불었다. 광장은 한미와 합쳤고 세종은 열린합동을 받아들였다. 대형 로펌으로 빨리 몸집을 키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다른 조직과의 결합이었다. 율촌은 다른 길을 택했다. 설립 이후 대형 로펌을 합병하지 않고 변호사를 직접 뽑거나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조직을 키웠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기업법무·금융, 송무, 지식재산권, 부동산·건설로 업무가 늘어났다. 대형 조직을 통째로 받아들이기보다 필요한 사람과 분야를 하나씩 붙이는 방식이었다.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1997년 6명의 파트너 변호사로 출발했지만 2010년에는 국내외 변호사와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인력이 230여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변호사만 500명을 넘어섰다. 2021년 381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537명으로 4년 동안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87억원에서 4080억원으로 52% 늘었다. 사람을 늘리면서도 1인당 매출을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몸집을 키우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 율촌 성장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조세 로펌’에서 M&A까지 조세와 공정거래만으로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율촌도 기업법무와 M&A, 금융 분야를 계속 키웠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율촌의 기업·M&A 부문을 국내 Band 1로 평가했다. 복잡한 거래에서 조세와 공정거래 전문가를 기업자문팀과 함께 투입하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M&A 계약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문제를 같은 조직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사례가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투자다. 양측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묶어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고 율촌은 신세계 측 법률자문을 맡았다. 기업결합 승인과 지마켓 지분의 현물출자에 필요한 법원 인가 등 여러 절차가 함께 진행된 거래였다. 기업법무가 커져도 조세와 공정거래는 뒤에서 함께 움직인다. M&A 한 건에는 계약과 금융뿐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노동 문제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율촌이 처음부터 나눠 키운 전문분야들이 대형 거래에서 다시 만나는 방식이다. ◆ 베트남에서 먼저 해외 거점 늘려 국내 조직이 커지면서 해외에도 눈을 돌렸다. 율촌은 2007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고 2010년 하노이, 2011년 중국 베이징에 진출했다. 이후 미얀마 양곤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거점을 두면서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업무를 늘렸다. 2007년에는 국문과 영문 사명을 모두 ‘율촌(Yulchon)’으로 통일했다. 해외에서 창업자들의 성을 조합한 이름을 쓰는 국내 로펌이 적지 않았지만 율촌은 한국 이름을 그대로 영문 브랜드로 사용했다.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창업 당시 이름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가져갔다. 해외 확장도 대형 외국 로펌과 합병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한국 기업이 많이 나가는 국가에 직접 사무소를 열거나 현지 로펌과 협업하는 방법을 택했다. 국내에서 선택했던 자체 성장 방식이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국내 대형 로펌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숙제가 많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대형 거래나 소송을 벌일 때 현지 영미계 로펌을 직접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쌓은 전문성을 해외 매출로 얼마나 연결하느냐는 율촌을 포함한 국내 대형 로펌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 창업자 물러나고 조세 전문가가 대표 맡아 율촌의 세대교체는 2019년 한 차례 큰 변화를 맞았다. 창업자인 우창록 변호사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고 윤용섭·강석훈·윤희웅 변호사 등이 경영을 맡았다. 현재 대표변호사인 강석훈 변호사는 17년간 판사로 근무한 뒤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지낸 조세 전문가로 율촌 조세그룹 대표를 거쳐 2019년 경영대표가 됐다. 최근에는 그룹별 세대교체도 진행했다. 2025년 초 조세와 송무, 기업법무·금융 등 주요 그룹 대표를 1970년대생 변호사들로 바꿨다. 강 대표도 2027년 하반기 차기 대표에게 경영을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세대에서 2세대, 다시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옮기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율촌의 인재 기준에는 ‘협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창립 20주년 사사에는 전문성과 윤리성, 협동정신을 인재 영입의 세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우창록 변호사도 개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과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인재관을 설명한 바 있다. 대형 합병을 하지 않고 조직 안에서 사람을 계속 붙이는 방식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새로 들어온 전문가가 개인 고객만 관리하면 덩치는 커져도 종합로펌의 장점은 줄어든다. 서로 다른 전문분야의 변호사가 사건을 나눠 맡을 수 있어야 자체 성장 방식도 유지된다. ◆ 매출은 5위, 고객 평가는 달랐다 현재 율촌의 외형은 국내 5위권이다. 2025년 매출은 태평양 4402억원, 세종 4363억원, 광장 4309억원에 이어 율촌이 4080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율촌의 차이는 322억원이다. 김앤장을 제외하면 대형 법무법인 네 곳이 모두 4000억원대에 들어왔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매출 순위와 조금 다르다. 한국사내변호사회의 2025년 조사에서 율촌은 종합 2위와 전문성 2위, 서비스 1위를 기록했다. 조세·관세 분야에서는 2020년 이후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TMT에서도 2025년 1위에 올랐다. 외형보다 전문성과 서비스 평가에서 강점을 보였다. 매출 2~4위 로펌보다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1인당 매출은 높다. 율촌은 2025년 한국 변호사 1인당 약 7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요 대형 로펌의 경쟁이 단순히 변호사 수를 늘리는 단계에서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율촌도 최근 방향을 외형 확대보다 생산성에 두고 있다. 강석훈 대표는 리걸테크와 고부가가치 업무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고 매출 자체를 키우기 위한 양적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규모보다 전문성과 생산성을 앞세웠던 창립기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 30년을 앞두고 다시 꺼낸 ‘전문성’ 율촌은 2027년 창립 30년을 맞는다. 1997년 여섯 명이 모였을 때 가장 먼저 나눈 것은 사무실 지분보다 업무 분야였다. 우창록은 조세, 윤세리는 공정거래와 국제조세, 강희철은 기업금융, 정영철은 M&A, 한봉희는 금융과 지식재산권을 맡았다. 큰 조직부터 만든 뒤 전문분야를 나눈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분야를 들고 모여 조직을 만들었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출발한 율촌은 기업법무와 금융, 송무, M&A로 업무를 넓혔다. 다른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변호사를 뽑고 분야별 전문가를 붙이며 조직을 키웠다. 그 결과 2025년 매출 4080억원, 변호사 500명대의 로펌이 됐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으려면 같은 길을 더 빨리 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율촌은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갖추는 대신 조세와 공정거래부터 파고들었다. 그 분야에서 확보한 기업 고객을 M&A와 금융, 송무로 연결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1997년 선택한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었다. 30년을 앞둔 지금 그 마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일한다. 율촌이 커진 과정은 처음부터 큰 조직을 만든 역사가 아니라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씩 모아온 역사다.
2026-09-17 07:57:26
-
물가 잡겠다고 세무조사까지…세정이 가격통제 수단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국세청이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 등 모두 4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포착했다고 밝힌 탈루 혐의 금액만 약 1조원이다. 조사 대상에는 중견기업 8곳과 중소기업 33곳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2곳은 코스피 상장사다. 혐의 내용만 보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허위로 원가를 계상해 이익을 축소했고, 매출을 누락하거나 특수관계 법인에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배달 플랫폼은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 이익을 복잡한 자본거래를 통해 해외 모회사에 보내면서 국내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양계업체 가운데는 판매대금을 비사업용 계좌로 받아 숨기거나 매출을 가족 명의 사업체로 분산한 혐의가 포착됐다.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다면 세금을 추징하고 위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짚어야 할 것은 세무조사의 대상만이 아니라 그 명분이다. 국세청은 보도자료 제목부터 이번 조사를 ‘국민 필수 생활비 관련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라고 규정했다. 담합·독과점 등 시장 교란 행위와 연계된 탈루 혐의를 조사하면서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된 생산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국세청 스스로 세무조사와 물가 안정을 연결한 것이다. 탈세를 잡는 것과 물가를 잡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세정은 탈세를 바로잡는 수단이지 가격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원재료비와 임금, 환율, 금리, 수급과 경쟁 상황 등을 반영해 움직인다.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가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오를 수 있다. 기업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가격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세무조사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허위 원가를 계상하거나 매출을 숨겼다면 세법으로 다스리면 된다. 담합했다면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해야 한다.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면 경쟁당국이 나서야 한다. 정부기관마다 역할이 다른 이유다. 국세청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를 살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과 시장지배력 남용을 감시한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 한국은행도 중기적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는다. 정책 목표가 같다고 해서 수단까지 뒤섞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세무조사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강력한 행정수단이다. 국세청이 ‘물가 불안 조장’을 전면에 내세워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시장은 가격 인상 자체를 정부가 문제 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부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과세권이 가격정책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을 억누른다고 물가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비용 상승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기업은 생산량이나 투자를 조정할 수 있다. 제품 용량이나 서비스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으로 가격표를 붙잡는 것과 경제 전체의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이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는 이유로 선정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국세청은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허위 원가 계상, 매출 누락 등 구체적인 탈루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체적인 탈루 혐의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이 때문에 세무조사의 근거는 ‘가격을 올렸느냐’가 아니라 ‘탈루 혐의가 있느냐’여야 한다. 탈세 혐의를 받는 기업이 물가 상승 품목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물가 안정이 세무조사의 또 다른 정책 목표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물가를 잡으려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농축산물은 생산·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식품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가격 사이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는 플랫폼 경쟁정책으로, 수입 원재료 부담은 관세와 공급망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물가 안정은 이런 공급·경쟁·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물가로 서민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 절박하다고 해서 세무조사의 목적까지 넓혀서는 안 된다. 탈세 혐의는 엄정하게 조사하고 물가는 공급 확대와 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 등 물가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세무조사의 공정성도 지키고 시장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세금은 법에 따라 걷고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질서다.
2026-09-16 12:19: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