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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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재고 부담 커진 제조업…기업심리 석 달 만에 꺾여
[경제일보] 기업심리지수가 제조업 부진 영향으로 석 달 만에 하락했다. 비제조업 심리는 개선됐지만 제조업의 제품재고와 신규수주 지표가 나빠지며 전산업 지수를 끌어내렸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9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9.1로 전월보다 0.5포인트(p) 하락했다. 기업심리지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지난 7월 98.5에서 8월 99.6으로 오른 뒤 9월 99.1로 낮아졌다. 다음 달 전망 CBSI는 99.6으로 전월과 같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심리가 악화됐다. 9월 제조업 CBSI는 99.5로 전월보다 4.3p 하락했다. 다음 달 전망 CBSI는 101.1로 1.4p 내렸다. 제조업 지수 하락에는 제품재고와 신규수주가 주로 영향을 미쳤다. 구성지수 기여도는 제품재고가 -1.8p, 신규수주가 -1.0p였다. 생산도 -0.6p, 업황과 자금사정은 각각 -0.5p, -0.4p를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는 79로 전월보다 2p 하락했다. 다음 달 전망은 81로 3p 내렸다. 생산 BSI는 89로 3p, 매출 BSI는 89로 4p, 신규수주 BSI는 87로 5p 각각 하락했다. 제품재고수준 BSI는 103으로 전월보다 3p 상승했다. 제품재고수준 BSI는 경기 상승기에는 하락하고 경기 하강기에는 상승하는 역계열 지표다. 설비투자실행 BSI는 98로 1p 올랐다. 제조업 채산성 BSI는 79로 전월보다 2p 하락했다. 자금사정 BSI는 81로 1p 내렸다. 원자재구입가격 BSI는 121로 2p 낮아졌고 제품판매가격 BSI는 98로 4p 하락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하락폭이 컸다. 제조업 중 대기업 CBSI는 101.2로 전월보다 2.5p 낮아졌고 중소기업은 94.4로 5.4p 하락했다. 수출기업은 104.3으로 4.2p, 내수기업은 95.7로 3.7p 내렸다. 비제조업은 개선됐다. 9월 비제조업 CBSI는 98.9로 전월보다 2.2p 상승했다. 다음 달 전망 CBSI도 98.6으로 1.0p 올랐다. 비제조업 지수 상승에는 자금사정과 업황이 영향을 줬다. 구성지수 기여도는 자금사정이 +1.0p, 업황이 +0.7p, 채산성이 +0.5p였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전월보다 2p 상승했다. 매출 BSI는 84로 전월과 같았고 채산성 BSI는 82로 1p, 자금사정 BSI는 83으로 2p 올랐다. 기업들이 꼽은 경영애로사항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부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제조업에서는 내수부진이 21.2%로 가장 컸고 원자재 가격상승 20.9%, 불확실한 경제상황 16.7%가 뒤를 이었다. 제조업에서 환율을 애로사항으로 꼽은 비중은 8.7%로 전월보다 3.0p 상승했다. 내수부진 비중도 2.2p 올랐다. 반면 불확실한 경제상황은 1.9p 낮아졌다. 비제조업에서는 내수부진이 18.8%로 가장 높았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은 16.6%, 인력난·인건비상승은 14.5%였다. 전월과 비교하면 경쟁심화 비중이 0.7p 올랐고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원자재 가격상승은 각각 1.4p, 0.7p 하락했다. 기업과 소비자 심리를 함께 반영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소폭 개선됐다. 9월 ESI는 99.9로 전월보다 0.5p 상승했다. 순환변동치는 98.3으로 전월보다 0.7p 올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업체는 3163개로 제조업 1760개, 비제조업 1403개다.
2026-09-29 10: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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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유럽 공급망 '데이터 장벽' 넘는다…카테나-X 사업 본격화
[경제일보] 최근 제품의 생산 이력과 원재료 조달 정보는 물론 탄소배출량 등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를 표준화해 관리하고 공유해야 하는 요구가 확대되면서 유럽 제조업 공급망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데이터스페이스 전문기업 아이비씨티(IBCT)와 손잡고 국내 제조기업의 유럽 공급망 진입을 돕는 카테나-X(Catena-X) 사업에 뛰어든다. 28일 LG유플러스는 IBCT와 '카테나-X 사업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및 공동사업 출범식'을 열고 국내 제조기업의 카테나-X 도입과 시스템 구축·운영 등을 지원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카테나-X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참여하는 데이터 공유 생태계다. 기업이 각자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표준화된 방식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급망 내 다른 기업과 연결·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카테나-X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공급망 데이터 관리 요구가 있다. 유럽 현지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제조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거래처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수집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제품 탄소발자국(PCF), 디지털 제품 여권(DPP), 공급망 추적성 등으로 관리 대상이 확대되면서 기업 내부 시스템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IT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중견 제조기업에는 해당 기준이 부담이 더 클 수 있는 것으로 꼽힌다. 카테나-X에 참여하려면 관련 데이터를 표준에 맞게 정리하고 기존 생산·관리 시스템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관리뿐 아니라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보안 환경까지 갖춰야 하는 만큼 개별 기업이 모든 시스템을 직접 구축할 경우 비용과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LG유플러스와 IBCT는 이 같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사는 카테나-X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도입 상담부터 가입, 시스템 구축, 인프라 제공, 서비스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 사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IBCT는 카테나-X 상용 서비스 운영사인 코피니티-X의 국내 유일 제휴사로, 국내 기업의 카테나-X 가입과 온보딩, 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한다. 자체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품 탄소발자국, 디지털 제품 여권, 공급망 추적성, 인증서 관리(CCM) 등 주요 활용 분야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가 실제 기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오갈 수 있도록 클라우드·통신·보안 인프라를 제공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카테나-X 도입 컨설팅과 구축, 운영도 지원한다. 여기에 보안 솔루션 역량을 결합해 제조기업이 중요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와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사업의 관건은 실제 제조기업의 도입 수요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카테나-X가 글로벌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더라도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실제로 시스템 구축 비용과 운영 부담을 감수하면서 참여할 유인이 충분해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 이에 LG유플러스와 IBCT가 카테나-X 도입 비용과 구축 기간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지, 실제 국내 제조기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사업 확대의 핵심 변수다. 또한 카테나-X가 자동차 산업을 넘어 배터리·전자·철강·화학 등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인프라 수요도 넓어질 수 있다. LG유플러스와 IBCT가 향후 어떤 산업군을 우선 공략할지, 카테나-X 외 다른 데이터스페이스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지도 주목된다. 권근섭 LG유플러스 고객그룹담당은 "유럽 공급망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에게는 데이터 수집·관리 방법뿐 아니라 중요 제조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글로벌 파트너와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LG유플러스의 기업 고객 기반과 클라우드·네트워크·보안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기업이 카테나-X를 보다 쉽고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륜 IBCT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이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국내 제조기업에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며 "IBCT의 데이터스페이스 기술과 LG유플러스의 안정적인 ICT 인프라를 결합해 수출기업이 글로벌 제조 생태계에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2026-09-28 09: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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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달러 장외매입, 외환당국은 왜 설명하지 않나
[경제일보]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265억 달러가 한국 외환정책의 원칙을 묻는 문제로 번졌다. 로이터 등의 보도대로라면 외환당국은 SK하이닉스의 조달금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장외에서 사들였다. 우리 돈 27조원이 넘는 규모다. 현재까지 정부와 한국은행, SK하이닉스는 이 거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거래 시점과 환율, 구체적인 계약 방식도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매입 사실과 목적을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처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가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SK하이닉스의 조달금은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공장과 설비 투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거액의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이다. 상당액을 원화로 바꾸면 외환시장에는 그만큼의 달러 매물이 쏟아진다. 또 달러 공급이 갑자기 불어나면 원화 가치에는 단기간에 상당한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최근 시장 상황도 민감했다. 원화는 지난 6월 말 달러당 1550원 안팎까지 밀린 뒤 두 달 사이 12% 넘게 반등했다. 이 국면에서 수백억 달러의 일회성 물량까지 더해지면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외환시장은 방향보다 속도에 더 쉽게 다친다. 원화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해 서서히 오르는 것과 특정 기업의 대규모 자금 이동 때문에 며칠 사이 급격히 치솟는 것은 다르다. 수출기업은 환율을 전제로 가격과 손익을 짜고, 수입기업은 결제계획을 세우며,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익을 계산한다. 예측 가능한 변화에는 적응할 수 있지만 급격한 쏠림에는 대응할 시간이 없다. 로이터 보도대로 외환당국이 SK하이닉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장외에서 받아냈다면,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로이터 역시 원화의 급격한 강세를 누그러뜨리고 외화 여력을 보강하려는 성격으로 이번 거래를 전했다. 외환당국이 최근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해 온 것은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당국은 원화 약세가 심했던 지난해 4분기 224억6700만 달러, 올해 1분기 136억2800만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순매도했다. 두 분기 동안 풀어놓은 달러만 360억 달러를 넘는다. 그만큼 외화 대응 여력을 다시 보강할 유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원화가 급락할 때 달러를 팔아 속도를 늦췄다면, 반대로 대규모 달러 공급으로 원화가 급등할 때 일부를 다시 흡수하는 것은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시장안정 차원의 매입이었다면 정책적 명분은 충분하다. 쟁점은 매입 자체가 아니다. 외환당국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200억 달러를 움직였느냐다. 시장인가, 특정 환율인가. 외환정책은 본래 한 가지 긴장을 품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시장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릴 때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하는 환율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시장안정은 환율 수준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변질된다. 그래서 개입에는 선이 필요하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것은 환율의 특정한 ‘수준’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다. 원화가 어느 수준에서 거래돼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판단할 몫이다.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원화를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들거나, 물가를 잡겠다고 특정 환율을 사실상의 목표로 삼는 것은 정부가 시장가격을 대신 정하는 일이다.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흔들 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 갈등을 자초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회성 대규모 외화 유입 등으로 수급이 단기간에 한쪽으로 쏠릴 때 그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당국의 역할이다. 환율의 수준은 시장이 정하되, 그 가격을 찾아가는 시장의 질서는 당국이 지켜야 한다. 이번 200억 달러 거래를 따져봐야 할 기준도 여기에 있다. 로이터 보도대로 265억 달러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외환당국이 흡수했다면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다.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다면 개입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크지 않다. 수백억 달러가 한꺼번에 현물환시장으로 쏟아지는 것을 피하는 것은 중앙은행과 외환당국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렇다고 200억 달러라는 숫자의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규모의 거래라면 어떤 원칙이 적용됐는지는 물어야 한다. 다른 기업이 같은 규모의 외화를 들여와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는 수급 충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이번 거래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규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런 거래가 반복될 때 적용할 보편적 기준이다. 한국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는 이미 달라졌다. 거래 규모가 커졌다면 외환정책의 규칙도 그에 맞춰 정교해져야 한다. 그래서 이제 외환개입에도 ‘사후 설명의 원칙’이 필요하다. 한국 외환당국은 현재 외환 순거래액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공개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투명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얼마를 사고팔았는지는 알 수 있어도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외환개입의 세부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개입 시점과 가격, 규모를 공개하면 시장이 당국의 대응 패턴을 역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외환정책에는 불가피하게 비밀이 필요하고 정책당국의 재량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밀이 필요하다는 것과 불투명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거래가 끝난 뒤 설명이 비어 있는 자리는 추측과 개입설이 차지한다. 이번에도 200억 달러라는 거대한 거래가 정부 발표가 아니라 외신의 익명 취재를 통해 알려졌다. 거래의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정책 목적과 판단 원칙 정도는 사후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앞서 사용한 외화 여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정책적 판단이 있었는지 말이다. 외국환평형기금도 마찬가지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때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존재한다. 시장 안정을 위해 재량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는 특수한 자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필요할 때 수십조원을 움직인 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도 되는 돈은 아니다. 거래 세부를 공개할 수 없다면 최소한 대규모 장외거래의 목적과 운용 원칙, 기금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국회가 사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외환정책에는 두 가지 절제가 함께 필요하다. 시장에 개입하되 가격을 정하려 해서는 안 되고, 비밀을 지키되 원칙까지 감춰서는 안 된다. 200억 달러 매입이 단기적인 수급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 반면 원화 가치를 일정 수준 아래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환당국이 설명해야 할 것은 개별 거래의 세세한 조건이 아니라 바로 이 경계다. ‘논어’ 안연편은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환율은 숫자로 표시되지만 그 숫자를 떠받치는 것은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다. 외환당국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언제나 외환보유액인 것은 아니다. 예측 가능한 원칙 역시 강력한 외환정책 수단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265억 달러를 조달한 것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만든 성과다. 그 거대한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우려가 있었다면 당국이 이를 완충하는 것 역시 정책의 영역이다. 다만 시장안정이라는 이름이 모든 개입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것은 특정한 환율이 아니라 환율이 제 가격을 찾아갈 수 있는 시장의 질서다. 로이터가 보도한 200억 달러 거래가 사실이라면 이제 당국이 밝혀야 할 것도 거기에 있다. 왜 개입했고, 어떤 원칙을 적용했으며,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어떤 기준으로 움직일 것인가. 시장에는 비밀이 필요하다. 정책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마지막 자산은 달러가 아니라 그 원칙에 대한 신뢰다.
2026-09-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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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68.7% 증가, 숫자가 너무 좋아서 더 걱정되는 이유
[경제일보]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는 눈부시다. 8월 수출이 982억5000만달러다. 1년 전보다 68.7% 늘었다. 역대 월간 수출 3위다. 6월과 7월에 이어 석 달 연속 900억달러를 넘겼다. 무역수지는 347억5000만달러 흑자다. 더 놀라운 것은 반도체다. 466억5000만달러를 팔았다. 1년 전보다 209% 늘었다. 역대 최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한국의 반도체 공장을 거대한 수출 기계로 만들고 있다. 컴퓨터 수출도 419.5% 뛰었다. 정부가 경기를 낙관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제조업의 생산과 설비투자는 살아 있고 수출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숫자가 국민의 장바구니에도 반영되고 있는지 잘 봐야한다. 최근 발표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답은 간단하지 않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4% 줄었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0.8%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1.3% 감소했다. 설비투자만 7.5% 늘었다. 기업이 생산시설에는 돈을 쓰는데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 모습이다. 더 불편한 숫자도 있다. 6월 말 가계신용은 2019조8000억원이다.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한 분기 만에 25조9000억원이 늘었다. 집을 사기 위한 돈도, 생활과 투자를 위한 대출도 함께 증가했다. 수출이 잘되는데 소비는 왜 힘든가. 한국 경제의 오래된 병이다. 수출과 내수가 서로 다른 경제처럼 움직인다. 반도체와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번 돈으로 성장하지만, 그 돈이 국내 서비스업과 자영업, 가계소득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연결고리는 약하다. 특히 이번 수출 증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반도체가 전체 증가분을 압도한다. 자동차는 29.8% 감소했고 선박도 45.9% 줄었다. 20대 주력 품목 가운데 14개가 증가했지만 모든 산업이 같은 속도로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반도체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위험해진다. 지금의 수출을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힘은 AI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되고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한국의 수출은 더 늘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거나 공급망이 재편되면 한국 경제 전체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도 커진다. 그래서 수출 기록을 축하하는 것과 동시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돈이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얼마나 많은 가계의 소득으로 돌아가는지를 따져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률’보다 ‘성장의 전달 과정’을 봐야 한다. 수출기업이 돈을 벌었다고 국민의 삶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시대는 지났다. 대기업의 투자와 중소기업의 매출, 임금과 소비, 지역 상권이 연결되지 않으면 수출 1000억달러 시대도 일부 산업의 기록에 그칠 수 있다. 정부 역시 “수출이 좋다”는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비가 왜 다시 꺾였는지, 가계가 왜 빚을 늘리고 있는지, 건설과 자영업의 체감경기는 왜 회복이 더딘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8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떨어졌다. 경제 전체에 온기가 퍼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출 기록을 깎아내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 호황을 어떻게 내수의 회복으로 연결할 것인지 답을 찾는 일이다. 반도체가 벌어온 달러가 기업의 곳간에만 머물지 않고 투자와 임금, 협력업체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동네 식당의 매출과 자영업자의 소득, 청년의 일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982억달러의 수출은 분명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경제에서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그 기록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느냐는 숫자다. 수출이 이렇게 좋은데도 국민이 경기를 좋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문제는 국민의 체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구조에 있는지도 모른다. 숫자가 너무 좋을 때 오히려 경제의 그늘을 더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2026-09-01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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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차 제재 압박, 한국 기업이 또 희생양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을 겨냥한 2차 제재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 이란과 거래를 계속하는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이 미국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석유·해운·항공·금·가상자산·기술 분야와 관련된 개인·기업·선박 60곳을 새로 제재했지만, 당장 가장 강력한 2차 제재까지 전면 시행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본격적으로 제재하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중동에 그치지 않는다. 달러 결제망과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무기로 삼는 2차 제재는 사실상 전 세계 기업에 “이란과 미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한국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이다. 북한 핵 문제와 첨단기술, 공급망,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체제에도 책임 있게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기업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재의 목적과 동맹국 기업 보호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은 이미 국제 에너지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교역 상대에 대한 제재를 경고한 뒤 국제유가는 크게 출렁였다. 지난 2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섰고, 이란산 원유 공급 차질과 호르무즈해협 불안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한국처럼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는 제재 자체보다 그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항공·해운·물류·제조업 전반의 비용이 올라간다. 전기·가스요금과 소비자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다.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수록 한국경제가 감당해야 할 간접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해운업도 위험하다.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싸고 외국 선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24일에는 통항 규칙 위반을 이유로 45척의 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벌금과 억류, 화물 압류 가능성을 경고했다. 명단에는 한국 해운사와 관련된 선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2차 제재와 이란의 맞대응이 동시에 강화되면 기업은 양쪽 위험을 모두 떠안는다.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과 거래를 끊더라도 이미 체결한 계약과 운송 일정에서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기존 계약을 이행하다 미국 금융·결제망에서 제재를 받는다면 피해는 훨씬 커진다. 정부가 지금부터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첫째, 미국과의 사전 협상을 통해 한국 기업에 필요한 예외와 유예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과거 대이란 제재에서도 미국은 동맹국이나 특정 거래에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이미 체결된 계약이나 인도적 물품, 국제 에너지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거래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에게 어느 날 갑자기 거래를 끊으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계약 정리와 결제 회수, 화물 운송을 마칠 시간을 줘야 한다.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야 할 핵심도 바로 이런 현실적인 피해 방지 장치다. 둘째, 기업에 명확한 제재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2차 제재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어떤 거래가 제재 대상인지, 어느 시점부터 적용되는지, 이란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제3국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 어디까지 문제가 되는지 기업이 정확히 알기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은 미국 제재 규정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정부와 금융당국, 무역기관이 공동으로 기업별 노출도를 점검하고 제재 대상 거래와 허용 거래를 신속하게 안내해야 한다. 제재를 몰라서 위반하는 기업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금융권의 과도한 위축도 피해야 할 상황이다. 제재가 시작되면 금융기관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실제 제재 대상이 아닌 거래까지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과잉 준수’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거래임에도 돈을 받지 못하거나 송금이 막힐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제재 대상과 예외 거래를 명확히 하고 국내 은행에도 일관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제재보다 금융기관의 지나친 위험 회피 때문에 먼저 피해를 보는 일은 방지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넷째, 에너지와 물류 공급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의 봉쇄와 제재 강화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중국 정유사들도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전략비축유 운용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불안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대체 운송 경로와 선박 보험, 해운기업 지원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미 간 협상의 원칙이 중요하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외교 목표를 위해 제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자국 기업과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지킬 책임이 있다. 동맹국의 정책에 협력하는 것과 우리의 경제적 손실을 아무 조건 없이 감수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미국 역시 동맹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동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동맹국 기업에 충분한 설명과 준비기간 없이 제재를 확대하면 미국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만 떨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제재에서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에 큰 역할을 하는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에는 아직 가장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충돌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도 미국에 분명히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제재가 필요하다면 기준은 일관돼야 한다. 경제 규모나 협상력에 따라 어떤 국가는 유예하고 동맹국 기업에는 더 엄격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이 구체적인 제재안을 발표한 뒤에야 대책회의를 여는 사후 대응이다. 제재 대상과 시점이 확정되기 전에 산업별 노출도를 파악하고 미국 재무부와 협의해야 한다. 에너지·해운·금융·건설·수출기업의 기존 계약을 전수 점검하고 피해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기업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제재 위험이 높은 거래는 계약 단계부터 미국 제재 발동 시 책임과 손실을 어떻게 나눌지 명확히 해야 한다. 결제통화와 거래은행, 선박과 보험사까지 제재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는 시스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될수록 한국에는 외교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다. 안보동맹을 지키면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면서 한국 기업의 피해도 줄여야 한다. 어느 한쪽만 강조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외경제 환경이 불안할수록 외교의 실력은 선언이 아니라 손실을 얼마나 줄였는지에서 드러난다. 미국의 2차 제재가 현실화한다면 한국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최종 결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예외와 유예, 결제 안전망과 에너지 공급망 대책을 지금부터 협상해야 한다. 동맹은 국익을 포기하는 관계가 아니다. 공동의 안보 목표를 지키면서 서로의 정당한 경제적 이해를 조정하는 관계다. 대이란 제재에서도 그 원칙은 달라질 수 없다. 제재에는 협력하되 한국 기업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선제적 외교전이 지금 필요하다.
2026-08-25 1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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