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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20조 선납 제안…전력망 책임은 누구 몫인가
[경제일보] 수백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단 팹은 거대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도체 경쟁이 기술과 자본의 싸움인 동시에 전력망 경쟁인 이유다. 하지만 그 전력망을 깔 돈이 부족해지자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치 전기요금을 먼저 내달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전이 제안한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치를 계산했다. 선납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등에 투입하고, 기업에는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참여 여부와 금리, 금액과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전도 ‘제안’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 선납제 자체도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지난해 선납액은 약 3900억원이었고, 대부분 공공기관이 이용했다. 기업이 미래에 낼 전기료를 먼저 내고 한전은 그 돈을 필요한 설비에 투자하며 기업은 이자를 받는 구조라면 금융거래로서 성립할 여지는 있다. 적기에 전력망이 완공되지 못해 수십조원짜리 공장이 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해관계가 있다. 문제는 규모와 목적이다. 3900억원 수준이던 선납제도를 단숨에 25조원짜리 전력망 조달수단으로 바꾸면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25조원은 한전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전기요금 납부 편의를 위한 제도가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를 조달하는 금융수단으로 변하는 셈이다. 한전이 이 방안을 고민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과 호남 클러스터 건설 등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는 20.6GW로 추산되고,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필요한 전력이 더 늘어난다. 한전은 당초 2038년까지 전력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수요는 더 커졌다. 반면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지난 6월 말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조1000억원을 썼다. 공기업의 재무제표와 국가 산업정책의 시간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곧바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쓰는 전기니 두 회사가 망을 깔면 된다”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력망은 공장 안의 생산설비가 아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산업단지와 도시로 실어 나르는 국가 기간시설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송·변전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법의 목적부터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국가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는 데 있다. 국가가 스스로 ‘기간망’이라고 이름 붙인 인프라의 책임을 특정 기업의 현금 여력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반대편 원칙도 분명하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자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겠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 10GW, 20GW의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과 변전소, 계통보강 비용이 따라온다. 그 비용을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전기 소비자에게 똑같이 떠넘기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제5편에서 개인이나 소수에게 맡길 수 없는 공공사업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을 국가의 책무로 봤다. 동시에 도로와 교량 같은 시설의 비용은 이용자에게 받는 통행료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250년 전에도 공공 인프라의 책임과 이용자의 비용부담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도 ‘국가가 전부 낼 것이냐, 기업이 전부 낼 것이냐’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누가 어느 비용을 왜 부담하는지에 대한 원칙이다. 국가 전체가 이용하는 기간 송전망과 장거리 간선망은 국가와 한전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 반면 특정 산업단지나 초대형 수요처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전용선로와 변전소, 접속설비에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기업과 지역이 함께 혜택을 보는 계통보강 비용이라면 수익 범위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선이 먼저 그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현금이 많은 기업을 찾아가 몇 년 뒤 받을 전기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방식이 관행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지만 내일은 데이터센터, 배터리, 철강·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인프라 투자비가 전력 수요자의 현금 보유액이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는 산업정책도, 요금정책도 아니다. 더구나 한전은 독점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싫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으로 거래의 자발성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공장에 제때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과 그 전력을 공급할 사실상의 유일한 사업자가 20조원 규모의 선납을 협상한다면 일반적인 금융거래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납제를 확대하려면 세 가지 안전장치가 먼저다. 선납금은 해당 전력망 건설에만 쓰도록 별도 관리해야 한다. 기업별 부담액은 전력 사용량과 추가 계통투자 비용 등에 따른 객관적 산식으로 정하고 동일한 조건의 대규모 수요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거나 전력 공급 일정이 어긋났을 때 선납기업이 부담할 위험과 보상 원칙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문제와 전력망 투자 문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선납금으로 한전채 발행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전기요금 정책과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210조원대 부채를 반도체 기업의 미래 전기료로 메우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전력망에 들어갈 돈과 한전의 누적 재무부담을 한 통장에 넣는 순간 비용 부담의 원칙은 흐려진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용인과 호남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는 수십조원,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주문하면서 정작 공장을 돌릴 전력망은 한전과 기업이 돈을 마련해 알아서 깔라는 식이어서는 산업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공장 유치는 국가전략이고 송전망은 기업 사정이라는 식의 역할 분담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는 전력망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주민 수용성 문제와 송전선로 인허가를 풀고 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해 기간망을 미리 확보하는 일은 개별 기업이 대신할 수 없는 국가의 몫이다. 올해 시행된 국가기간전력망법이 5년마다 30년 단위의 장기 전망을 담은 전력망 기본계획을 만들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자가 되는 전력설비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조건이 합리적이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전기료 선납도 하나의 재원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먼저 국가가 어떤 전력망을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 정하고, 그 다음 특정 수요자가 추가로 발생시킨 비용의 몫을 투명하게 계산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순서를 거꾸로 세워서는 안 된다. 전기는 기업이 돈을 내고 사는 상품이지만, 그 전기가 흐르는 국가기간망은 대한민국 산업의 기반이다. 상품의 값을 기업에 받을 수는 있다. 더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많은 인프라 비용을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때 준비하지 못한 기간망의 책임까지 ‘5년치 전기료 선납’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청구해서는 안 된다. 25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그것이다. “한국의 전력망은 누구의 책임인가.”
2026-09-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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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8월 2만9817대 등록…테슬라 1만400대로 '독주'
[경제일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테슬라가 8월에도 브랜드별 등록대수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월간 등록대수가 1만대를 넘어서며 2위 브랜드와 큰 격차를 벌렸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8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만9817대로 집계됐다. 7월 3만976대보다 3.7% 감소했지만 지난해 8월 2만7304대와 비교하면 9.2% 증가했다. 1~8월 누적 등록대수는 24만4825대로 전년 동기 19만2514대보다 27.2% 늘었다. 브랜드별로는 테슬라가 1만400대로 가장 많았다. BMW는 6180대, 메르세데스-벤츠는 4037대, BYD는 3002대로 뒤를 이었다. 이어 토요타 1015대, 렉서스 840대, 아우디 810대, 볼보 770대, 포르쉐 739대, MINI 702대 순이었다. 테슬라의 월간 등록대수는 2위 BMW보다 4220대 많았다. 베스트셀링 모델에서도 테슬라의 강세가 이어졌다. 테슬라 모델Y 프리미엄이 7490대로 가장 많이 등록됐으며 모델Y L이 1746대로 뒤를 이었다. BMW 520은 1270대로 3위를 기록했다. 연료별로는 전기차가 1만5183대로 전체의 50.9%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는 1만1923대(40.0%), 가솔린은 2540대(8.5%), 디젤은 171대(0.6%)였다. 배기량별로는 2000cc 미만이 8726대(29.3%)로 가장 많았고 2000cc 이상 3000cc 미만이 5213대(17.5%), 3000cc 이상 4000cc 미만이 422대(1.4%), 4000cc 이상이 273대(0.9%)였다. 전기차 등 기타 차종은 1만5183대(50.9%)였다. 국가별로는 유럽 브랜드가 1만4297대(47.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은 1만630대(35.7%), 중국은 3002대(10.1%), 일본은 1888대(6.3%)였다. 구매 유형별로는 개인 구매가 1만7763대(59.6%), 법인 구매가 1만2054대(40.4%)였다. 개인 구매에서는 경기가 5186대(29.2%)로 가장 많았고 서울 3717대(20.9%), 인천 1318대(7.4%)가 뒤를 이었다. 법인 구매는 인천 4030대(33.4%), 부산 2660대(22.1%), 경남 2212대(18.4%) 순이었다. 정윤영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부회장은 “8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은 일부 브랜드의 신차출시에 따른 재고소진과 물량부족 등으로 전월 대비 소폭 감소했다”고 했다.
2026-09-03 14: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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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휘발유, 정말 다 똑같을까…정유사 '별점' 뜯어보니
[경제일보] 운전자들이 주유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대개 가격이다. 같은 보통휘발유라면 어느 주유소에서 넣어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부가 매기는 자동차연료 환경품질등급을 살펴보면 정유사뿐 아니라 지역과 시기에 따라서도 세부 평가 결과가 조금씩 달라진다. 28일 업계와 환경당국 등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수도권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평가에서 국내 정유 4곳 가운데 3곳의 휘발유가 종합등급 ★5, 1곳이 ★4를 받았다. 같은 기간 남부권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정유 4곳의 휘발유가 모두 ★5를 기록했고, 수도권에서 ★4를 받은 업체도 남부권에서는 ★5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 평가에서도 정유 4곳 모두 종합 ★5를 기록했다. 같은 회사가 공급하는 휘발유라도 환경품질등급이 항상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휘발유라도 세부 성분은 달라 그렇다면 같은 보통휘발유인데 왜 평가 결과가 달라질까.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휘발유는 모두 법령에서 정한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법정 기준을 만족하는 범위 안에서도 원유의 성상과 생산 시점, 정제공정 운영, 공급 여건 등에 따라 세부적인 성분과 조성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계절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이 '증기압'이다. 증기압은 휘발유가 얼마나 쉽게 기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온이 높아지면 휘발유가 쉽게 증발하므로 계절에 따라 관리 조건도 달라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과도 연관돼 별도의 기준과 평가 기간을 두고 관리한다. 정유사별 휘발유 역시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제공정 운영 방식부터 휘발유를 구성하는 기재, 첨가제 등에 각사의 기술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배합이나 첨가제 구성은 각 업체의 제조·품질관리 영역인 만큼 외부에 상세하게 공개되지는 않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휘발유는 모두 관련 법령에서 정한 품질기준을 충족하지만 원유의 성상이나 생산 시점, 공정 운영, 계절적 특성 등에 따라 세부 성분이나 조성에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정유사별로도 정제공정이나 기재, 첨가제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환경품질등급 자체가 차량의 연비나 출력 등 주행 성능의 우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별 4개면 연비 떨어진다?…차량 성능과는 별개 정부가 휘발유 환경품질등급을 매길 때 살펴보는 항목은 방향족화합물과 벤젠, 올레핀, 황, 증기압, 90% 유출 온도 등 총 6개다. 자동차 연료 제조·공급업체의 환경품질 개선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 연료의 환경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따라서 별점은 자동차의 연비나 출력, 엔진 성능을 직접 나타내는 '기름 성능표'는 아니다. 이번 수도권 평가에서 ★4를 받은 제품도 벤젠과 방향족화합물, 황, 90% 유출온도에서는 모두 ★5를 받았지만 올레핀과 증기압에서 각각 ★1을 받으면서 종합 등급이 달라졌다. 경유의 경우 정유 4곳 모두 종합 ★5를 기록했다. 환경품질등급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법정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휘발유는 별도의 법정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환경품질등급은 이를 통과한 연료를 대상으로 배출가스와 대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특성을 추가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운전자들이 흔히 접하는 고급휘발유와 보통휘발유의 차이 역시 환경품질등급과는 별개의 문제다. 두 제품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옥탄가다. 옥탄가는 엔진 내부에서 연료가 비정상적으로 폭발하는 '노킹'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급휘발유는 보통휘발유보다 옥탄가가 높아 고옥탄가 연료를 요구하는 엔진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다. 반면 환경품질등급은 연료가 배출가스와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고급휘발유라고 해서 환경품질 별점이 반드시 높거나 별점이 높은 휘발유가 높은 옥탄가를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는 모두 같은 법정 품질기준을 통과하지만 세부 성분과 조성까지 늘 똑같은 것은 아니다. 생산 시점과 계절, 원료와 공정 운영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정부의 환경품질 평가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별점 차이를 곧바로 '좋은 기름과 나쁜 기름'이나 차량 성능의 차이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2026-08-29 0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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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로 스판덱스 만들고 공기로 보온한다…PIS서 만난 '소재의 반전'
[경제일보] 사탕수수에서 뽑은 원료로 스판덱스를 만들고 공기를 넣어 옷의 보온 기능을 구현한 제품이 등장했다. 헌 옷을 다시 섬유 원료로 되돌리거나 의류 제작 과정을 디지털 정보로 기록하는 기술도 눈에 띄었다.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찾은 섬유·패션 전시회 '프리뷰 인 서울(PIS) 2026'의 풍경이다. 형형색색 원단이 늘어선 전시장 곳곳에서는 관람객들이 부스 앞에 멈춰 서 원단에 직접 손을 뻗어 소재를 확인하고 있었다. 눈으로 색과 디자인을 살펴본 뒤 손끝으로 촉감과 질감을 확인하고 제품에 대해 관계자에게 질문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올해 PIS에는 국내 267개사와 해외 259개사 등 13개국 526개 기업이 참가했다. 전시장에서는 원료와 생산방식을 달리한 친환경 소재부터 신축성, 냉감, 보온, 보호 기능을 갖춘 제품까지 소재의 성능과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다. 원사부터 완제품까지…효성티앤씨, 밸류체인 한자리에 효성티앤씨 부스에서는 원사를 출발점으로 다양한 원단이 펼쳐졌고 그 옆에는 해당 소재를 적용해 제작한 의류 완제품이 함께 전시됐다. 원사에서 원단, 의류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효성티앤씨는 국내 원단 협력사 18곳과 함께 참가했다. 자체 원사 기술과 협력사가 개발한 원단, 이를 활용한 의류 완제품을 한자리에 선보이며 소재와 원단, 의류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경쟁력을 내세웠다. 원료 단계에서는 석유계 원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전면에 나왔다. 효성티앤씨는 화석연료 대신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료를 활용한 바이오 기반 스판덱스 '리젠 바이오(regen BIO)'를 선보였다. 사탕수수에서 얻은 당을 발효해 스판덱스의 핵심 원료인 바이오 부탄다이올(Bio-BDO)을 만들고 이를 Bio-PTMG와 바이오 스판덱스 생산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섬유 제작의 출발점인 원료 단계에서 석유계 원료 사용 비중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효성티앤씨는 약 10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에 바이오 원료부터 섬유 생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Bio-BDO 생산능력은 연간 5만t에서 향후 2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 원료 사용 비중을 높인 '리젠 바이오 플러스(regen BIO+)'와 '리젠 바이오 맥스(regen BIO Max)'도 공개했다. 효성티앤씨가 공개한 제3자 검증 전과정평가(LCA) 결과에 따르면 리젠 바이오 맥스는 일반 스판덱스와 비교해 탄소발자국을 27%, 오존층 고갈 영향을 82% 줄일 수 있다. 기능성을 강조한 소재도 곳곳에 배치됐다. 글로벌 섬유기업 렌징과 마련한 협업 존에서는 텐셀 모달과 리젠 바이오 스판덱스를 결합한 요가웨어를 선보였다. 울마크와의 협업 존에서는 메리노 울의 천연 투습·온도조절 기능에 리젠 바이오의 신축·복원력을 더한 리커버리웨어 원단을 전시했다. 몸을 과도하게 압박하지 않으면서 4방향으로 늘어나는 '크레오라 이지플렉스', 면과 유사한 촉감에 흡한속건 기능을 더한 '크레오라 코나두' 등 착용감을 앞세운 소재도 소개됐다. 땀과 수분을 빠르게 흡수·배출하는 '크레오라 쿨웨이브'와 자외선 차단·접촉 냉감 기능을 갖춘 '크레오라 아쿠아엑스' 등 여름철 기능성 소재도 전시됐다. 이 밖에도 직물과 니트 원단에서 봉제, 완제품까지 연결하는 '효성 가먼트 비즈니스' 솔루션도 함께 선보였다. 버버리, 노스페이스, HDEX 등 브랜드 협업 사례를 제시하며 완제품까지 연결되는 사업 역량을 강조했다. 솜 대신 공기…커버써먼, 의류 밖으로 넓히는 적용처 전시장 한편에서는 기존 충전재와 다른 방식으로 보온과 보호 기능을 구현한 기술도 만날 수 있었다. 테크스피어존에 자리 잡은 라이프스타일 테크 기업 커버써먼(CVSM)의 부스에는 에어 백팩과 에어 골프 커버 등이 놓여 있었다. 제품의 핵심은 솜이나 다운, 폼이 아닌 '공기(Air)'다. 커버써먼은 원단 내부에 공기를 주입해 형태를 만들고 보온이나 보호 기능을 구현하는 'AERO SYSTEMS™(에어로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PIS에서는 최근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친 'AERO™ FILL UNIT(에어로 필 유닛)'을 공개했다. 에어로 필 유닛은 여러 개의 모듈을 에어 커넥터로 연결해 제품 형태에 따라 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다. 벤트홀을 통해 공기가 순환하도록 설계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관련 특허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연합(EU), 영국 등에서도 등록을 마쳤다. 커버써먼은 해당 기술의 적용 범위를 의류 외 제품으로 넓히고 있다. 에어다운을 비롯해 백팩과 골프 커버 등 라이프스타일 기어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의 외부 충격을 줄이는 보호재도 사업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섬유 기술의 활용처가 의류와 스포츠용품을 넘어 로봇 등 인접 산업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원료부터 폐기까지…소재 기술이 설계하는 '옷의 전 생애' 전시장 곳곳에서는 소재의 사용 이후까지 고려한 기술도 소개됐다. 폐페트병을 잘게 부숴 재생 원사를 만드는 방식과 함께 버려진 옷을 다시 섬유 원료로 되돌리는 'Fiber-to-Fiber(F2F)' 기술도 선보였다. 폴리에스터와 면, 스판덱스 등이 뒤섞인 폐의류에서 소재를 분리하고 염료를 제거해 다시 원사로 만드는 방식이다. 생물 유래 효소를 활용해 폴리에스터를 분해한 뒤 원료화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패션테크 특별관 테크스피어에서는 옷의 '이력'을 관리하는 디지털제품여권(DPP) 솔루션이 소개됐다. 제품에 사용된 원료와 생산 과정부터 수리·재활용에 관한 정보까지 디지털로 연결해 관리하는 기술이다. 한지를 가죽처럼 구현한 소재도 있었다. 한지를 활용해 다양한 색상과 가죽의 질감을 구현하고 카드지갑과 파우치, 의류 등으로 제작한 뒤 사용 후에는 생분해를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시장을 나서며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완성된 옷보다 소재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원료, 기능, 수명까지 고려한 소재 기술이 제품의 완성도와 차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각됐다. 디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패션의 경쟁력을 소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2026-08-21 15: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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