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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한약·생약제제 허가 문턱 낮춘다…동등성 자료 면제 확대
[경제일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약(생약)제제의 특성을 반영해 의약품 허가·심사 기준을 손질한다. 일반의약품의 동등성 자료 제출 면제 대상을 구체화하고 한약(생약)제제 표준품의 순도 기준에 예외를 인정하는 등 업계의 허가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다음 달 15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한약(생약)제제의 특성을 고려해 허가 신청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료와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있다. 우선 일반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기존 허가·신고 품목과 제형 차이가 경미한 경우 별도의 동등성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제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기존 경구용액제와 시럽제에 더해 한약(생약)제제에 사용되는 엑스제와 유동엑스제도 동등성 자료 면제 대상에 포함한다. 이에 따라 경구용액제와 시럽제, 엑스제, 유동엑스제 간 제형 변경 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동등성 자료 없이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한약(생약)제제의 품질 특성을 반영한 기준도 마련한다. 식약처는 표준생약 등 한약(생약)제제의 특성상 함량 99%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타당한 자료를 제출하면 별도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획일적인 순도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원료와 제제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용고형제의 미생물 관리 기준도 명확해진다. ‘대한민국약전’에 따라 미생물한도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대상임을 규정해 허가 과정에서의 해석 차이를 줄일 계획이다. 허가 이후 변경관리 절차도 일부 간소화한다. 기준 및 시험방법 자체에는 변경이 없고 공정서 일반시험법의 명칭만 바뀌는 경우에는 별도의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연차보고만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희귀의약품의 주성분 복수규격 인정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희귀의약품이 원료의약품 등록(DMF)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주성분 복수규격 인정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다. 개정안은 희귀의약품의 경우에도 DMF 등록에 준하는 품질자료 등을 제출하면 주성분에 대해 복수규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한약(생약)제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허가 기준이 일부 완화되고 허가 신청에 필요한 자료의 범위도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등성 자료 면제 제형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제약사의 허가 준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희귀의약품의 주성분 복수규격 인정 확대 역시 원료 확보와 품질관리 측면에서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 식약처는 이번 개정을 통해 한약(생약)제제의 특성을 반영한 허가·심사 기준을 정비하고 민원인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도 관련 제도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허가·심사의 일관성과 업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2026-08-26 09:37:22
"공사비 28% 뛰어도 추가 지급 없다"…KT, 쌍용건설 143억 소송 승소
[경제일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며 쌍용건설이 KT에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한 소송에서 법원이 KT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비가 예상보다 크게 올랐더라도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 조정을 배제하기로 한 특약이 유효한 이상 발주사에 추가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는 지난 3일 KT가 쌍용건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쌍용건설이 KT를 상대로 142억9000만원의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한 반소는 기각했다. 이번 분쟁은 KT 판교 신사옥 건설 과정에서 불거졌다. 쌍용건설은 2020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공사를 수행하기로 계약했으며 설계 변경 등을 반영한 최종 계약금은 879억원으로 확정됐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자 쌍용건설은 다섯 차례에 걸쳐 계약금 증액을 요구했다. KT가 물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배제한 계약 특약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 갈등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쌍용건설은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KT는 2024년 5월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건설도 다음 달 맞소송을 냈다. ◆ 건설공사비 28% 상승…특약은 유효 당시 건설업계가 받은 비용 충격은 작지 않았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판결 보도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28% 상승했다. 쌍용건설은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없던 수준의 원자재 가격 상승 위험을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떠넘긴 특약이어서 건설산업기본법상 현저하게 불공정한 약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약이 유효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물가 변동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계약 체결 이후 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정상적인 사업 판단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했다는 취지였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해당 특약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대금 증액뿐 아니라 물가가 하락했을 때 KT가 계약금을 낮추는 것도 배제하고 있어 위험을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전가한 조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원자재를 사전에 계약하는 등 건설사가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일 수단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쌍용건설이 국내 시공능력평가 28위에 해당하는 대형 건설사로 풍부한 시공 경험을 보유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계약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역량이 있었으며, 설계 변경처럼 별도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금 조정이 허용돼 시공사의 이익을 보호할 장치도 있었다는 것이다. KT가 계약 과정에서 일방적인 우월적 지위를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 “팬데믹 위험 예측 가능”…계약 자유에 무게 재판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물가 급등이 예측 불가능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가 입찰에 앞선 2020년 3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만큼 계약 체결 당시 물가 변동 위험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약이 피고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당사자들이 숙고해 체결한 계약을 사후적인 손실만을 이유로 무효화하면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부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팬데믹과 전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서 이어진 추가 공사비 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추가 청구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 당사자의 협상력과 전문성, 위험의 예측 가능성, 가격 상승과 하락 위험을 대칭적으로 배분했는지가 특약의 유효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직 1심 판단인 만큼 개별 공사계약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확정 법리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법원이 이례적인 공사비 급등보다 당사자가 스스로 정한 계약 조건과 위험 배분에 무게를 뒀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용이 급등했을 때 누가 손실을 부담할 것인지는 공사가 끝난 뒤의 협상보다 계약을 맺는 순간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의미다.
2026-07-18 11:12:55
법원, 코인원 영업정지 제동…가상자산 제재 소송전 확산
[경제일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내린 영업 일부정지 처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업비트와 빗썸에 이어 코인원까지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상대로 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제재가 본안 소송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는 코인원이 FIU를 상대로 낸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코인원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은 본안 판결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멈춘다. FIU는 앞서 코인원이 특정금융정보법상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 고객확인의무, 거래제한 의무 등을 다수 위반했다고 보고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52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FIU 검사 결과에 따르면 코인원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6개사와 1만113건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지원했고 고객확인의무와 거래제한의무 위반까지 포함해 약 9만건의 위반 사항이 지적됐다. 영업 일부정지는 신규 고객의 외부 가상자산 이전, 즉 입출고 업무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조치다. 기존 고객의 거래나 원화 입출금, 가상자산 매매 자체가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고객 확보와 시장 점유율 경쟁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원도 처분 효력이 유지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코인원 한 곳의 제재 유예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빗썸도 FIU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받아냈고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FIU가 이에 항소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 제재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2심과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거래소가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차단 의무를 어느 수준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고객확인 절차상 하자가 영업정지로 이어질 만큼 중대한지 여부다. 당국은 자금세탁방지 체계 훼손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거래소들은 제재 수위와 법령 해석, 의무 이행 기준의 명확성 등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집행정지 결정이 코인원의 본안 승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처분의 최종 위법 여부를 본안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 규율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당국의 감독 권한과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 사이의 균형이 향후 재판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6-05-29 16:46:21
동맹 흔든 트럼프식 종전, 남겨진 책임의 빈자리
[경제일보] 전쟁은 총성이 멎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이후를 정리하는 방식에 따라 질서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종전은 단순한 종료가 아니라 관계를 다시 짜는 과정으로 이어져 왔다. 합의와 조율을 거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미국의 선택은 이 흐름과 거리를 둔다. 협상 없이 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군사적 목표가 충족됐다는 판단이 서면 조건 조율을 거치지 않고 종료를 선언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내 경제 부담을 낮추려는 고려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이 접근이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 측면은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경제와 여론의 부담이 커진다. 다만 절차를 건너뛴 종전이 남기는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협상이 생략된 자리에는 책임과 보상의 기준이 남지 않는다. 갈등의 원인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을 가능성도 있다. 동맹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 모습이다. 해상 안전을 각국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발언은 기존 인식과 다르다. 미국이 제공해온 안보 역할을 재조정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동맹을 공동체로 보던 틀에서 비용과 기여를 따지는 관계로 이동하는 흐름이 읽힌다. 이 변화에는 일정한 이유가 있다. 부담이 한쪽에 쏠린 상태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부담 조정이 책임 축소로 이어질 경우 다른 형태의 불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에서는 작은 균열도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협상 없는 종전은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과제를 남긴다. 국제질서는 반복된 합의와 절차를 통해 신뢰를 쌓아왔다. 절차가 약해질수록 각국은 상대의 선택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긴장을 낮추기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방식이 완전했던 것은 아니다. 협상은 지연을 낳았고 합의가 현실과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절차를 생략한 종료가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속도를 택한 만큼 안정성을 어디에서 확보할지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전쟁이 끝난 뒤의 책임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 동맹이 어떤 기준으로 유지되는지에 따라 이후 질서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번 선택은 한 전쟁의 종결을 넘어 국제사회가 의지해온 원칙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2026-04-03 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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