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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000의 허상…반도체 착시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민낯
[경제일보]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돌파했다가 급락해 6000선을 겨우 지켰다. 주가지수가 한국 경제의 부활을 보증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산업 현장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이 마치 한국 경제 전체의 도약인 듯한 착시를 낳고 있다. 지수의 상승과 경제의 체력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일부 기업의 눈부신 실적을 국가 경제 전체의 경쟁력으로 포장하는 순간 구조개혁의 절박성은 사라지고 위기의 경고음은 묻힌다.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주가 하락만이 아니라 주가 상승이 만들어낸 위험한 자기만족이다. 반도체의 저력은 부정할 수 없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수요 확대는 우리 기업에 귀중한 기회다. 그러나 반도체의 호황이 산업 전반의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석유화학은 공급과잉과 중국발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철강은 보호무역 장벽과 탄소 규제에 직면해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도 수요와 가격 경쟁, 해외 생산 확대 등 복합적인 과제에 맞서고 있다. 고금리와 인건비, 원자재 부담에 시달리는 중소·중견기업의 투자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산업마다 회복 속도와 여건이 다른데 증시의 상승만으로 경제 전반이 살아났다고 볼 수는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반도체 호황이 경제정책의 성적표마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과 대형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 정부는 경제가 회복 궤도에 올랐다고 자평하기 쉽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과 생산, 설비투자, 고용, 소비가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 따로 살피지 않는다면 정책 진단부터 빗나간다. 대형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이 협력업체의 수익성 개선과 내수 회복,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성장의 온기는 경제 전반에 퍼지지 않은 것이다. 지수는 높아도 민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번영을 선언하기 어렵다. 시장의 숫자와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부터 살펴야 한다.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국가 경제의 위험을 키운다. 반도체는 기술 변화와 국제 수요, 공급 능력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경쟁 기업의 공급 확대와 기술 추격으로 가격과 수익성이 꺾이면 지금의 상승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 특정 산업이 수출과 기업 실적, 증시를 동시에 떠받치는 구조에서는 업황 변화가 경제 전체의 충격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호황일 때 위험을 분산하지 못한 경제는 불황이 닥친 뒤 더 큰 비용을 치른다. 반도체가 잘나갈 때야말로 다음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코스피 상승을 치적으로 내세우거나 반도체 투자 확대만으로 미래가 보장된 듯 행동한다면 무책임하다. 필요한 것은 특정 산업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복원하는 구조개혁이다. 석유화학은 범용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철강은 저탄소 공정과 고급강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배터리와 전기차는 원가 절감과 기술 차별화, 공급망 다변화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AI·로봇·바이오·첨단소재 등 미래 산업도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 시장 창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야 한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기업이 혁신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을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 규제 개혁은 그 출발점이다. 불합리한 인허가와 중복 규제,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늦추고 자본과 인재의 해외 유출을 부추긴다. 정부는 규제의 존치 필요성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노동·세제·입지·연구개발 제도를 산업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공정경쟁과 안전, 환경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기업 역시 정부 지원에 기대기보다 기술 투자와 생산성 향상, 투명한 지배구조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경제의 건강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코스피와 반도체 수출액만 볼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 제조업 가동률, 설비투자, 중소기업 수익성, 고용과 실질소득을 함께 살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근로자의 소득으로 확산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성장의 폭이 좁고 과실이 한쪽에 집중된다면 높은 지수는 번영의 증거가 아니라 경제의 취약성을 가리는 가림막일 수 있다. 코스피 6000은 자축할 숫자가 아니라 냉정한 자기 점검을 요구하는 시험대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것은 축복이지만, 반도체 없이는 경제의 활력을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는 위험하다. 반도체의 성공을 한국 경제 전체의 성공으로 착각하는 순간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은 사라진다. 정부는 장밋빛 지수에 기대 현실을 미화하지 말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민생 회복을 기준으로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증시의 높이가 아니라 경제의 저변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승에 취한 환호가 아니라 반도체 이후까지 내다보는 냉철한 결단이다.
2026-10-14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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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400선 붕괴…지수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일보]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6400선이 무너진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도 4.83% 하락한 849.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락 폭을 나흘로 넓혀보면 충격은 더 크다.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619.50포인트, 8.8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4%대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루의 주가 하락을 곧바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급락 자체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주식시장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받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가계의 소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주가 하락과 위험회피 심리의 확산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단기 부양책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특정 지수의 유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점검하고 신용융자와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강제 매도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되 개입의 기준과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 급락을 곧바로 경제위기로 규정해 불안을 키워서도 안 된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35.1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상승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진단할 때도 막연히 고환율과 고금리를 나열하기보다 실제 지표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 시장의 유동성, 제도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기반도 넓어진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으로는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기업 전반으로 보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실적과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은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적인 정책 경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경기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제도 정비도 정쟁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급락이 한국 경제의 모든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으로 증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고, 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주체가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하락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일이다. 코스피가 언제 7000선을 되찾을지보다 한국 경제가 다음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수의 회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기초체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할 때 지속될 수 있다.
2026-10-13 0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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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난장판, 제도부터 뜯어고쳐 정쟁의 고리를 끊어라
[경제일보] 국회의 가을이 사라졌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 저성장으로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여의도는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정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국정감사가 폭로와 고성, 막말과 증인 채택 공방으로 얼룩졌다. 국민이 맡긴 권한을 민생 해결에 쓰기는커녕 정파의 유불리를 따지는 데 탕진하는 국회라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의원 개개인의 자질에만 있지 않다. 정쟁을 유도하고 보상하는 국정감사 운영 방식 자체가 개혁 대상이다. 증인 채택은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질의는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기보다 자극적인 장면을 만드는 데 치중한다. 감사가 끝나면 지적 사항은 보고서에 남지만 정부가 이를 실제로 개선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허술하다. 국감을 내실 있게 치르는 것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증인·참고인 채택 기준부터 객관화해야 한다. 출석 요구의 목적과 안건과의 관련성, 확인할 사실, 대체 가능한 자료의 유무를 사전에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와 판단 근거를 기록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책 검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인물을 망신 주기 위해 부르는 관행도 차단해야 한다. 정당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사실 확인의 필요성이 증인 채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국감 질의도 정책 검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상임위원회는 감사에 앞서 핵심 정책과제를 선정하고, 의원들은 질의 자료와 요구 사항을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도 사업별 예산 집행과 성과,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표준화된 자료로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반복적인 자료 요구와 일회성 폭로를 줄이고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심사해야 한다. 국감 성과 역시 질의 시간이나 폭로 건수가 아니라 예산 낭비 방지, 제도 개선, 정책 오류 시정 등 실질적인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자료 제출 거부와 허위 답변에 대한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지연하거나 핵심 내용을 누락하면 그 사유를 서면으로 밝히도록 하고, 고의적인 허위 답변이나 자료 은폐가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원의 의혹 제기 역시 증거와 사실관계에 근거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해서는 안 되지만, 고의적인 허위 주장이나 왜곡이 확인되면 정정과 해명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국감은 무책임한 폭로와 무책임한 은폐 모두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감사 결과에 대한 사후 점검도 의무화해야 한다. 상임위원회별로 지적 사항과 시정 요구, 담당 기관, 이행 기한을 명시한 관리대장을 만들고 정부가 조치 결과와 미이행 사유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연도 국감에서는 전년도 지적 사항의 이행 여부부터 점검해야 한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다시 지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예산 심사와 법률 개정,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국감이 매년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는 연례행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국감 운영의 투명성과 의원의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 상임위원회별 감사계획과 주요 질의 주제, 감사 결과, 정부의 후속 조치를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정쟁으로 회의가 파행되거나 핵심 현안에 대한 심사가 무산됐다면 그 경위와 책임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의원의 활동을 단순한 출석률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정책 분석의 충실성, 제도 개선 성과, 후속 조치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물론 제도만 바꾼다고 정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야 지도부가 국감을 정파적 동원과 지지층 결집의 무대로 활용하는 한 어떤 규정도 편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당은 정부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지 말아야 하고, 야당은 폭로 자체를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제도 개혁과 함께 정치권 스스로 정책 경쟁을 우선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감 이후 예산안 심사와 민생 입법은 여야의 실력을 가늠할 시험대다. 경제 위기 대응과 취약계층 보호, 미래 산업 투자, 재정 건전성 등 핵심 과제를 놓고 근거와 대안으로 경쟁해야 한다. 예산과 법안을 정쟁의 인질로 삼는다면 국회는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정치적 쇼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과 권한으로 정부를 검증하는 헌법적 장치다. 증인 채택은 객관적으로, 질의는 정책 중심으로, 지적 사항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여야는 정쟁을 부르는 낡은 운영 방식을 뜯어고치고 국감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국회의 경쟁력은 상대를 얼마나 몰아붙였느냐가 아니라 잘못된 국정을 얼마나 바로잡았느냐로 증명돼야 한다.
2026-10-12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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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노베이트, AI 회의록 전문용어 오류 잡는다…EMNLP서 논문 채택
[경제일보] 롯데이노베이트가 기업 회의에서 음성인식 오류로 잘못 기록된 전문용어를 인공지능(AI) 요약 단계에서 복원하는 기술 연구를 공개했다. 음성인식 모델을 다시 학습하는 대신 회의 맥락에 맞는 용어집을 활용해 오류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기업별 업무 용어와 고유명사가 정확하게 기록돼야 하는 AI 회의록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사의 AI 기술팀이 수행한 관련 연구 논문이 자연어처리 분야 국제학술대회인 'EMNLP 2026' 인더스트리 트랙에 채택됐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 제목은 '회의 요약 과정에서 사용자 맞춤형 용어집을 활용해 음성인식 오류 전문용어를 복원하는 조건과 요약 품질 평가 연구'로 김기환 담당자를 비롯해 임형준, 정윤서, 박희용, 정창현, 마승희, 박주혜, 김정환 등 롯데이노베이트 AI 기술팀 담당자들이 참여했다. EMNLP는 ACL, NAACL과 함께 자연어처리 분야의 주요 국제학술대회로 꼽히며, EMNLP의 인더스트리 트랙은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자연어처리·음성 기술의 개발과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방안 등을 평가한다. 이번 논문은 기업 회의에서 발생하는 음성인식 오류를 실제 업무 맥락에 맞춰 보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을 다뤘다. 기업 회의에는 산업·직무별 전문용어뿐 아니라 프로젝트명, 제품명, 조직명, 시스템명 등 고유명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꼽힌다. 음성인식(STT) 과정에서 이들 용어가 잘못 기록되면 회의록과 요약문에서 핵심 정보가 왜곡되거나 누락될 수 있다. 특히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를 배분하거나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기업 환경에서는 용어 오류가 정보 전달의 정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롯데이노베이트 연구진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TT 모델을 별도로 재학습하는 대신, 회의와 업무 맥락에 맞춘 용어집을 요약 프롬프트에 제공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음성인식 결과에 오류가 있더라도 요약 단계에서 관련 용어 정보를 참고해 전문용어를 복원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롯데이노베이트에 따르면 연구진이 회의별 전문용어 주석을 활용해 실험한 결과, 회의 맥락에 맞춘 용어집이 광범위한 도메인·통합 용어집보다 전문용어 복원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성이 낮은 용어를 많이 포함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경향도 확인했다. 용어 정보를 무조건 많이 제공하기보다 해당 회의에서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용어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문용어 복원과 요약 결과의 전반적인 품질을 구분해 평가했다는 점이다. 잘못 인식된 단어를 정확한 표기로 바꾸는 것과 회의의 핵심 내용을 유용하게 요약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용어가 복원되더라도 요약문 전체의 정확성이나 활용도가 반드시 함께 높아지는 것은 아닌 만큼, 두 요소를 나눠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이번 연구 결과가 롯데이노베이트의 AI 플랫폼 '아이멤버 워크'의 AI 회의록 기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 범위로 좁힌 용어집을 이용해 음성인식 과정에서 훼손된 전문용어를 요약문의 키워드 항목 등에 정확한 표기로 반영하면 기업 업무에 필요한 정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업 환경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AI 품질 문제를 분석하고, 기존 음성인식 모델을 유지하면서 요약 단계에서 오류를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향후 연구 결과가 실제 서비스에 적용돼 전문용어 오류를 얼마나 줄이고 요약 품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기술의 실효성을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논문 제1저자인 김기환 롯데이노베이트 AI 기술팀 담당자는 "기업 회의에서는 전문용어와 고유명사가 의사결정 및 업무 실행의 핵심 정보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회의별 맥락을 반영한 용어 정보가 음성인식 오류로 인한 전문용어 훼손을 보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본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29 17: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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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겠다고 세무조사까지…세정이 가격통제 수단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국세청이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 등 모두 4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포착했다고 밝힌 탈루 혐의 금액만 약 1조원이다. 조사 대상에는 중견기업 8곳과 중소기업 33곳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2곳은 코스피 상장사다. 혐의 내용만 보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허위로 원가를 계상해 이익을 축소했고, 매출을 누락하거나 특수관계 법인에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배달 플랫폼은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 이익을 복잡한 자본거래를 통해 해외 모회사에 보내면서 국내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양계업체 가운데는 판매대금을 비사업용 계좌로 받아 숨기거나 매출을 가족 명의 사업체로 분산한 혐의가 포착됐다.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다면 세금을 추징하고 위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짚어야 할 것은 세무조사의 대상만이 아니라 그 명분이다. 국세청은 보도자료 제목부터 이번 조사를 ‘국민 필수 생활비 관련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라고 규정했다. 담합·독과점 등 시장 교란 행위와 연계된 탈루 혐의를 조사하면서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된 생산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국세청 스스로 세무조사와 물가 안정을 연결한 것이다. 탈세를 잡는 것과 물가를 잡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세정은 탈세를 바로잡는 수단이지 가격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원재료비와 임금, 환율, 금리, 수급과 경쟁 상황 등을 반영해 움직인다.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가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오를 수 있다. 기업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가격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세무조사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허위 원가를 계상하거나 매출을 숨겼다면 세법으로 다스리면 된다. 담합했다면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해야 한다.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면 경쟁당국이 나서야 한다. 정부기관마다 역할이 다른 이유다. 국세청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를 살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과 시장지배력 남용을 감시한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 한국은행도 중기적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는다. 정책 목표가 같다고 해서 수단까지 뒤섞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세무조사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강력한 행정수단이다. 국세청이 ‘물가 불안 조장’을 전면에 내세워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시장은 가격 인상 자체를 정부가 문제 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부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과세권이 가격정책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을 억누른다고 물가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비용 상승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기업은 생산량이나 투자를 조정할 수 있다. 제품 용량이나 서비스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으로 가격표를 붙잡는 것과 경제 전체의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이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는 이유로 선정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국세청은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허위 원가 계상, 매출 누락 등 구체적인 탈루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체적인 탈루 혐의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이 때문에 세무조사의 근거는 ‘가격을 올렸느냐’가 아니라 ‘탈루 혐의가 있느냐’여야 한다. 탈세 혐의를 받는 기업이 물가 상승 품목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물가 안정이 세무조사의 또 다른 정책 목표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물가를 잡으려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농축산물은 생산·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식품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가격 사이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는 플랫폼 경쟁정책으로, 수입 원재료 부담은 관세와 공급망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물가 안정은 이런 공급·경쟁·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물가로 서민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 절박하다고 해서 세무조사의 목적까지 넓혀서는 안 된다. 탈세 혐의는 엄정하게 조사하고 물가는 공급 확대와 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 등 물가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세무조사의 공정성도 지키고 시장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세금은 법에 따라 걷고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질서다.
2026-09-16 12: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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