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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수주 호황' 넘어 '이익 호황' 진입하나
[경제일보] 국내 조선 3사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올해 1분기에는 고선가 선박 인도와 고부가 선종 확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실제 성적표는 후판가와 인건비, 외주비, 환율 등 원가 변수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달 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영업이익 규모 자체보다 수주잔고의 질(quality)이다.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한 뒤 설계와 건조, 인도 과정을 거치며 매출과 이익을 나눠 인식하는 구조다. 수주 당시 선가와 원가 구조가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2021년 이후 선가 상승기에 확보한 선박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과거 쌓아둔 수주잔고가 실제 이익 체력으로 전환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가가 낮았던 시기의 저가 수주 물량이 줄고, 선가가 오른 뒤 확보한 선박 비중이 커지면서 같은 매출에서도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이미 1분기 실적에서 변화는 확인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1409억원, 영업이익 1조35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2%, 영업이익은 57.8% 증가했다. 조선 부문은 생산성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에 힘입어 매출 6조6963억원, 영업이익 1조1107억원을 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한화오션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099억원, 영업이익 44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매출 2조9023억원, 영업이익 27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었다. 다만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 전인 만큼 구체적인 수치를 예단하기 어렵다. 회사들도 미공개 실적에 대해서는 확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실적의 핵심은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는 구조가 얼마나 본격화됐느냐”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계열 조선소의 고선가 물량 인도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주요 변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와 해운업계 선대 교체 수요 확대에 맞춰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주잔고와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선가 물량들이 반영되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상선 수주잔고가 수익성 개선의 기반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의 2026년 6월 말 기준 전체 수주잔량은 153척·기·건, 337억70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상선 수주잔량은 125척, 252억5000만 달러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LNG운반선 수주잔량만 57척, 144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고선가 국면에서 확보한 LNG운반선 물량이 향후 매출로 반영될수록 상선 부문의 이익 체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플랜트와 특수선도 또 다른 축이다. 한화오션은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13척·기·건, 36억5000만 달러, 특수선 및 기타 부문에서 15척·기·건, 48억7000만 달러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과 FLNG 등 고부가 프로젝트의 공정 진행이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저가 수주 물량은 지난해 대부분 해소됐다”며 “LNG운반선 비중이 높아지는 점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 부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선가가 올라가 있고 환율도 높은 수준이어서 과거보다 수익성이 나올 수 있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수익성 개선의 지속 여부다. 과거 조선업 호황기에는 수주잔고 규모가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수주했는지보다 어떤 선박을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건조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고선가 물량이 실적으로 반영되는 속도와 생산 안정화 여부가 조선사의 이익 체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변수도 적지 않다. 후판 가격과 인건비, 외주비 부담은 여전히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조선소 인력난이 장기화하면서 외주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고부가 선박 건조가 늘어날수록 공정 관리 능력도 중요해진다. 환율 역시 실적 변수다. 선박 계약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 약세는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헤지 비용과 평가손익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하반기 신규 수주 흐름도 관건이다. 고선가 수주잔고가 이익으로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섰더라도, 향후 발주가 둔화하면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LNG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수주가 이어질지가 조선사의 실적 흐름을 가르는 다음 변수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도 하반기 실적 변수에 대해 특정 요인 하나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상황 변동 등 복합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선가 물량 인도 효과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지만, 글로벌 선박 발주 흐름과 원가 부담, 환율,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2분기 성적표는 단순한 이익 규모보다 국내 조선업이 수주잔고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들어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수주 호황이 생산성과 원가 관리 개선을 바탕으로 이익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2026-07-20 16: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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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호르무즈 불안에도 7~8월 원유 물량 확보
[경제일보]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리면서 정부가 원유 수급 상황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국내 정유업계가 7~8월 원유 도입 물량을 전년 수준 이상 확보해 당장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지난 13일 한국석유공사, 정유업계, 해운업계 관계자들과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 통항 선박 공격, 미군의 이란 공습 등으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산업부는 원유 수급과 유조선 통항 상황, 석유가격 동향, 업계 대응 방안을 함께 점검했다. 산업부는 국내 정유업계가 확보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이 전년 대비 100% 이상이라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동 긴장이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정유·해운업계와 실시간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대체 물량 확보 방안도 병행 검토하기로 했다. 문 차관은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석유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시장의 핵심 병목 지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세계 석유류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와 콘덴세이트 상당 부분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동산 원유 조달과 직결되는 길목인 셈이다. 국제유가도 중동 긴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점화되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상승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공급 차질 우려도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7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6월 호르무즈 흐름 재개로 세계 석유 공급이 일부 반등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공급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는 현재로서는 7~8월 원유 도입 물량과 선적·운송 일정에 큰 차질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기존처럼 사우디 얀부항을 통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도입할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란전쟁 기간 중에도, 종전협상 이후에도 사우디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도입했고 기존 조달 구조와 수입처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도 단기 물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에너지는 7~8월 원유 도입 물량에 이상이 없으며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원유 도입 계획을 잡아둔 만큼 7~8월 공정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당장 국내 정유사들의 생산 차질이나 내수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는 호르무즈 통항 불안이 길어질 경우다. 업계 전체로는 원유의 안정적 도입과 비용 부담이 다시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SK에너지는 유가 급변과 해협 통항 차질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원유 가격과 해상운임, 보험료가 모두 원유 도입 비용에 포함되는 만큼 특정 요인만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운임과 보험료도 함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운임과 보험료 상승이 정제마진이나 제품가격에 바로 반영되는 구조도 아니다. 에쓰오일은 운임·보험료 상승분이 정제마진에 일률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국제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수급, 시황에 따라 제품가격에 단계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도 운임·보험료 상승이 사우디 OSP 하락이나 중동산 원유 약세에 따른 원가 부담 완화 효과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물량 부족보다 비용과 구조다. 원유 도입 물량이 확보돼 있더라도 통항 리스크가 커지면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가 오르고, 국제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가격도 흔들릴 수 있다. 호르무즈가 완전히 막히지 않더라도 선박이 우회하거나 항로 안전 확보에 시간이 더 걸리면 도입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필요성은 더 커졌지만 단기간에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정유설비는 중동산 중질유를 들여와 등·경유 등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에 맞춰져 있다. 미국산 원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효과가 있지만, 운송거리와 원유 성상, 정제설비 적합성, 환율, 장기계약 물량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운송 기간도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중동권 원유는 국내 도입까지 20일 안팎이 걸리지만, 미국산이나 아프리카산 원유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대체 원유 도입은 단순히 새 공급처를 찾는 문제가 아니라, 도입 일정과 경제성, 원유 성상, 기존 정제설비와의 적합성을 모두 맞춰야 하는 문제다. 정유사들은 이미 중동 외 원유 도입 가능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도입선 검토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미국산과 아프리카산 등 대체 원유 도입을 살펴보고 있지만, 거리와 원유 성상, 경제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역시 앞서 미국산 원유 등 도입선 다변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캐나다산 원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반복될 때마다 국내 정유업계는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당장 원유를 얼마나 확보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들여올 수 있느냐다. 단기 수급 안정과 중장기 도입선 다변화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 안보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2026-07-15 14: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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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노조인가…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전자
삼성전자 노조의 사상 초유 총파업 예고. 표면적으로는 ‘더 많은 성과급’을 향한 노사 간 줄다리기처럼 보이지만, 사태의 이면에는 훨씬 복잡하고 위태로운 역설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의 호실적을 잣대로 내세운 거대 보상 요구는 오히려 가전·스마트폰(DX) 부문 조합원들의 소외와 대규모 이탈을 불렀다. 무조건적인 연대 대신 내부의 공정과 성과 비례를 묻는 MZ세대 노조의 딜레마이자, 대표성의 위기다. 나아가 납기 준수가 생명인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파업이라는 강경 수단은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수년이 걸려도 회복하기 힘든 고객 신뢰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총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이번 사태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회사와 노조의 갈등을 넘어 노조 내부의 대표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쟁점은 단순히 ‘성과급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 즉 DS(Device Solutions)의 실적을 근거로 한 성과급 요구가 삼성전자 전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요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근로자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노조가 임금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교섭 결렬 시 쟁의행위를 검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요구가 얼마나 공정하고, 전체 조합원의 이해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느냐에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DS부문은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냈다.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부문은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반도체가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익을 많이 낸 부문이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곧바로 노조 전체의 요구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커지는 내부 파열음…“우리는 배제됐다” DX부문의 소외감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 성과급 상한 폐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경쟁사 SK하이닉스와의 보상 격차,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해당 요구가 DS 조합원에게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메모리 가격 상승 속에서 반도체 인력의 기여가 컸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회사이고, 노조 역시 특정 사업부의 이익단체가 아니라 조합원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같은 회사 안에서 DX부문 조합원들이 ‘우리는 이번 요구에서 배제됐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대표성의 균열이다. 균열은 이미 밖으로 드러났다. DX부문 기반의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은 지난 4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행노조는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 및 요청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협의하려는 의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행노조 조합원은 약 2300명이고, 이 중 70%가 DX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 부문 공통 성과급을 기본으로 하고, 부문별 추가 성과급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동행노조의 설명이다. 또한 초기업노조 조합원 약 7만명 중 DS부문 소속이 80%이고, 최근 DX부문 조합원 1500명이 DS 중심 의사결정에 반발해 탈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초기업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탈퇴 신청 글이 급증했고, 평소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신청이 지난달 28일 500건, 29일 1000건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조합원이 누구인지, 그 이익이 누구의 몫인지가 흐려지면 노조의 명분은 흔들린다. 특히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라는 단일 기업 안에서도 실적 격차가 큰 DS와 DX가 서로 다른 현실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DS는 AI 반도체 호황의 직접 수혜를 받고 있지만, DX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원가 부담 속에서 상대적으로 제한된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실적 발표에서 DX부문에 대해 ‘원가 부담 가중’ 속에서도 이익 감소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DS 중심 성과급 요구가 전면에 부각되면 DX 조합원에게는 노조가 보호막이 아니라 또 다른 소외의 구조로 보일 수 있다. 회사 안에서 한쪽은 “우리가 벌었으니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우리는 같은 노조 안에서도 주변부가 됐다”고 느끼는 구조다. 이것이 이번 갈등의 본질이다. ◆ 강한 노조의 전제조건, 수적 우위 아닌 ‘대표성의 증명’ 비판의 초점은 노조의 임금 요구 자체가 아니다.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권리는 노동자에게 있다. 하지만 과반 노조 또는 공동투쟁본부가 회사 전체를 향해 총파업이라는 강한 수단을 꺼내려 한다면, 그 요구는 조합원 다수의 수적 우위만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가져야 한다. 수가 많다고 해서 대표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이 갈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 메시지를 통해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사업 경쟁력 저하, 고객 신뢰 상실, 주주·투자자 손실, 국가 경제 악영향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며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노조는 강해야 한다. 하지만 강한 노조일수록 더 공정해야 한다. 특정 부문의 성과를 앞세워 전체 회사를 멈추겠다고 압박하면서도, 다른 부문 조합원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면 그 투쟁은 사회적 설득력을 잃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노동운동이 ‘사측 대비 노동자의 연대’라는 단일대오에 집중했다면,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재의 노조는 ‘내부의 공정과 성과 비례 보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전체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조율하지 못하는 거대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이전에 내부 조합원들의 이탈이라는 리스크에 먼저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조 역시 정치적 명분보다는 실질적이고 정교한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야 할 때”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금 되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를 받을 것인가’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가’가 먼저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총파업은 회사와의 싸움 이전에 조합원 내부의 신뢰부터 잃을 수 있다.
2026-05-06 15:5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