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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의 독립, 권력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경제일보] 법의 권위는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나온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감싸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도 재판에서 공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수사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난 14일 열린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에 집중됐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감찰 민원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반대 성명 참여 경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직무배제 반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의 해명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어느 진영에 가까운 인물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면 정작 국민이 확인해야 할 수사기관장의 자질과 독립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감독권 자체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지휘와 감독을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법률상 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사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1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중수청은 이튿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감찰의 필요성과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관의 감독권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그 적절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감독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독권이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결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돼서도 안 된다. 법률이 허용한 지휘권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대한 기록과 사후 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위험이 있다. 수사 독립을 청장 개인의 소신이나 조직 내부의 결의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인사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와 청장 임기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청장의 신분을 보호하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책임 추궁 절차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 과정 역시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객관적인 배당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자 교체나 수사 종결에는 합리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전문성을 고려한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그 판단 근거는 남겨야 한다. 표적 수사나 부당한 사건 지연, 선택적 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 심사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구제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역시 기관 운영과 권한 남용 여부를 감시하되 개별 사건의 수사 결론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독립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하되 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독립이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조직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력 확보율이 약 66%, 물적 인프라 확보 수준은 6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관이 법률상 권한을 갖췄더라도 인력과 시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중수청 개혁의 성패는 과거 검찰의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강도가 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혹이 반복된다면 조직 개편의 의미는 퇴색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새로운 권한 집중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관 사이의 역할과 통제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하되 같은 기준을 여야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판단할 정보는 오히려 부족해진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다. 특히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수청은 정권의 칼도, 정치권의 방패도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독립 선언이 아니다. 지휘·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의 근거를 기록하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개입에는 책임을 묻는 제도다. 동시에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진리와 정의의 저울을 권력자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새 수사기관에 대한 평가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느냐로 내려질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은 권력의 선의가 아니라 권력조차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제도적 경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10-15 10: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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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에 잇단 법원 제동…조사권·기업 방어권 경계 다시 세워야
[경제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와 처분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행정조사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은 쿠팡이 제기한 현장조사 결정 효력정지 신청과 한화의 자료제출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각각 받아들였다. 제지·제분업체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도 집행이 정지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법원 판단에 “굉장히 유감”이라며 쿠팡 조사의 경우 약 30일간 유보돼 조사 실효성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기업 대 공정위’의 힘겨루기로 볼 일은 아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해 사전통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절차적 방어권과 경쟁당국의 조사 실효성이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한화 사건에서는 전자정보 조사 방식까지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한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관련된 자료제출 명령을 내렸다. 한화 측은 영장 없이 휴대전화 자료를 열람하고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는 등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변호인과 피조사인의 사전 동의를 받았으며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내년 1월 말까지 정지했다. 다만 법원이 공정위 현장조사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은 본안소송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불공정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공정위에 어디까지 조사권을 허용할 것인가. 동시에 조사받는 기업의 방어권은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공정위의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담합이나 부당지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자료 확보의 적시성이 중요하다. 기업이 조사 단계마다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그때마다 상당 기간 조사가 중단된다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고 조사권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경쟁당국의 손발을 지나치게 묶어서도 안 된다. 주 위원장이 조사 회피의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일 것이다. 다만 그는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본격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조사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모든 조사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요구하고 임직원의 휴대전화와 전자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 활동뿐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업무정보와 사생활이 뒤섞여 있다. 디지털 시대의 행정조사는 과거 서류철을 들여다보던 조사와 차원이 다르다. 조사 대상과 범위, 전자정보 확보 방법을 보다 세밀하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다. 주 위원장이 법원의 판단에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한 대목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행정조사의 실효성을 걱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권에 대한 사법적 통제 역시 법치주의의 한 축이다.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에 이견이 있다면 정해진 사법절차를 통해 다투고 조사제도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보완하는 것이 정도다. 사법적 통제를 곧바로 조사권의 무력화와 동일시하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법치의 힘은 권한의 크기보다 절차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논어>에는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라는 구절이 있다.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기만 하면 백성은 처벌을 피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의 행사만으로 질서를 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오래된 경계다. 기업이라고 법의 밖에 있을 수 없고 행정기관이라고 절차의 밖에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위 조사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요건부터 전자정보의 조사 범위, 개인 휴대전화 접근 절차, 자료제출명령의 한계까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긴급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구분하고, 조사 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기업의 절차적 권리가 정당한 조사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 역시 경계해야 한다. 공정위와 법원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기관의 권한 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고, 법원의 판단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몫이다. 기업 역시 적법한 조사에는 협조해야 한다. 세 주체가 각자의 선을 지킬 때 경쟁법 집행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조사권이 강해질수록 절차는 더 엄격해야 한다. 기업의 방어권이 두터워질수록 정당한 조사에 협조할 책임도 커진다. 공정한 시장을 지키는 힘은 강한 권한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시비 걸 수 없는 명확하고 공정한 절차에서 나온다.
2026-09-22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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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겠다고 세무조사까지…세정이 가격통제 수단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국세청이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 등 모두 4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포착했다고 밝힌 탈루 혐의 금액만 약 1조원이다. 조사 대상에는 중견기업 8곳과 중소기업 33곳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2곳은 코스피 상장사다. 혐의 내용만 보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허위로 원가를 계상해 이익을 축소했고, 매출을 누락하거나 특수관계 법인에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배달 플랫폼은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 이익을 복잡한 자본거래를 통해 해외 모회사에 보내면서 국내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양계업체 가운데는 판매대금을 비사업용 계좌로 받아 숨기거나 매출을 가족 명의 사업체로 분산한 혐의가 포착됐다.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다면 세금을 추징하고 위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짚어야 할 것은 세무조사의 대상만이 아니라 그 명분이다. 국세청은 보도자료 제목부터 이번 조사를 ‘국민 필수 생활비 관련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라고 규정했다. 담합·독과점 등 시장 교란 행위와 연계된 탈루 혐의를 조사하면서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된 생산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국세청 스스로 세무조사와 물가 안정을 연결한 것이다. 탈세를 잡는 것과 물가를 잡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세정은 탈세를 바로잡는 수단이지 가격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원재료비와 임금, 환율, 금리, 수급과 경쟁 상황 등을 반영해 움직인다.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가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오를 수 있다. 기업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가격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세무조사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허위 원가를 계상하거나 매출을 숨겼다면 세법으로 다스리면 된다. 담합했다면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해야 한다.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면 경쟁당국이 나서야 한다. 정부기관마다 역할이 다른 이유다. 국세청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를 살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과 시장지배력 남용을 감시한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 한국은행도 중기적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는다. 정책 목표가 같다고 해서 수단까지 뒤섞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세무조사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강력한 행정수단이다. 국세청이 ‘물가 불안 조장’을 전면에 내세워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시장은 가격 인상 자체를 정부가 문제 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부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과세권이 가격정책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을 억누른다고 물가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비용 상승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기업은 생산량이나 투자를 조정할 수 있다. 제품 용량이나 서비스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으로 가격표를 붙잡는 것과 경제 전체의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이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는 이유로 선정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국세청은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허위 원가 계상, 매출 누락 등 구체적인 탈루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체적인 탈루 혐의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이 때문에 세무조사의 근거는 ‘가격을 올렸느냐’가 아니라 ‘탈루 혐의가 있느냐’여야 한다. 탈세 혐의를 받는 기업이 물가 상승 품목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물가 안정이 세무조사의 또 다른 정책 목표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물가를 잡으려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농축산물은 생산·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식품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가격 사이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는 플랫폼 경쟁정책으로, 수입 원재료 부담은 관세와 공급망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물가 안정은 이런 공급·경쟁·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물가로 서민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 절박하다고 해서 세무조사의 목적까지 넓혀서는 안 된다. 탈세 혐의는 엄정하게 조사하고 물가는 공급 확대와 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 등 물가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세무조사의 공정성도 지키고 시장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세금은 법에 따라 걷고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질서다.
2026-09-16 12: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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