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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잡은 김민석…'명심·확장·2순위표'가 만든 승리
[경제일보]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며 선호투표까지 간 끝에 54.08%를 얻으며 45.92%에 그친 정청래 후보를 꺾었다. 최고위원에는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후보가 선출됐다. 이 가운데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은 친정청래계, 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두 진영이 이제 하나의 지도부 안에서 공존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전당대회를 단순한 김 대표 개인의 승리로만 볼 수는 없다. 당정 관계를 둘러싼 노선 경쟁, 이재명 대통령과의 거리, 정청래 전 대표를 둘러싼 평가, 친명·친청 간 계파전, 지역별 당심과 세대별 선호, 선호투표제에서 나타난 ‘2순위 확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 역시 승리보다 ‘정부의 성공’과 ‘통합’이었다. 그는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 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뛸 것”이라며 “당청의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인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민석 체제’가 어디를 향할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심’만으로 이긴 선거 아니었다…지역서 버티고 2순위까지 넓혔다 김 대표의 선거전략은 비교적 명확했다. 첫 번째 축은 ‘당정 일치’였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부 운영을 가장 잘 이해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친명 후보가 아니라 정부와 당 사이를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집권당형 대표’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반대편에 선 정 후보는 강한 개혁성과 당 정체성을 앞세웠다. 검찰개혁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원하는 선명한 의제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강한 민주당’을 강조했다. 결국 두 후보의 대결은 ‘안정적 당정 운영’과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가운데 당원들이 무엇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의 싸움으로 흘렀다. 김 대표의 두 번째 전략은 지역별 ‘승리’보다 ‘손실 최소화’였다. 초반 순회경선부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충청권에서는 김 후보 45.05%, 정 후보 44.61%로 불과 0.44%포인트 차였다. 사실상 초접전이었다. 부울경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가 46.65%, 김 대표가 43.85%로 앞섰다. 1주차 누적에서도 정 후보 45.51%, 김 대표 44.52%로 정 후보가 근소하게 우세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초반에 승부를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전체 권리당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남과 수도권까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불리한 지역에서 크게 지지 않고, 우호적인 지역에서 격차를 벌리는 방식이다. 특히 호남에서는 김 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여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 정치에 몸담아 온 경력과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라는 상징성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세대별 흐름에서도 김 대표의 강점은 핵심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적 이미지 사이에 있었다. 전당대회 직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김 대표는 40·50대에서 비교적 높은 선호를 보였다. 반면 20·30대에서는 특정 후보로의 강한 쏠림보다 유보층이 많아 세대별 표심을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양상이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김 대표의 승리를 단순히 특정 연령층이 만들어냈다고 해석하기보다는 핵심 당원층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유권자층에서 거부감을 낮춘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했다. 세 번째 결정적 변수는 선호투표제였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후보들의 2순위 선호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최종 승자가 결정됐다. 여기서 김 대표의 ‘확장성’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송영길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2순위 후보로 김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김 대표와 송 후보는 모두 큰 틀에서는 이재명 정부 성공과 당정 협력을 강조했고, 정 후보와는 차별화된 선택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누가 가장 강한 1순위 지지층을 확보했는가’에서 끝나지 않았다. 탈락한 후보의 지지자를 누가 더 많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느냐가 최종 승패를 갈랐다. 김 대표의 54.08%라는 최종 득표율에는 이 같은 2순위 확장 전략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청대전’ 끝낼 수 있나…수락연설부터 통합 메시지 하지만 김 대표 체제의 진짜 승부는 전당대회 이후다. 이번 경선은 정책 경쟁 못지않게 계파 대결이 거칠었다. 김 대표 측은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불거졌던 당정 간 긴장과 ‘자기 정치’ 논란을 부각하며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정 후보 측에서는 김 대표의 과거 정치 행적과 탈당 전력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후보 간 논쟁은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로까지 번지면서 친명과 친청의 사실상 ‘팀 대결’ 양상을 보였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그 갈등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민희·이성윤·한민수 등 친청계로 분류되는 인사 3명이 지도부에 입성했고, 박선원·서미화 등 친명계 2명이 함께 선출됐다.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장악할 수 없는 구조다. 반대로 보면 계파 통합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구성이기도 하다. 김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직후부터 경쟁자와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낙선한) 정청래·송영길 후보와도 함께 뛸 것”이라며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열고 함께 모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어려운 당내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를 동지들과 함께, 신임 지도부와 함께 반드시 돌파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메시지다. 이제 김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를 지도부 운영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지도부 인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친명계만을 전진 배치한다면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갈등이 최고위원회의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친청계 최고위원들에게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정청래·송영길 후보까지 당 운영에 참여시킨다면 이번 전대를 계파 경쟁의 정점이 아닌 종착점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명청대전의 종식’을 주장했던 만큼 이제 그 책임도 고스란히 김 대표에게 돌아왔다. 수락연설에서 제시한 당청관계의 개념 역시 주목된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관계를 단순한 수직적 관계가 아닌 “전면 협력의 창조적인 수평 관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직언하고, 방패가 되고, 민심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 일치를 주장하면서도 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추인하는 정당에 머무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방패’는 정부를 외부 정치공세로부터 지키겠다는 의미이고, ‘직언’과 ‘민심의 창구’는 국민 여론을 대통령과 정부에 전달하는 집권여당의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민석식 당정관계의 성패는 이 세 가지 기능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를 보호하는 역할만 커지면 여당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차별화만 강조하면 다시 당정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ABC 플랜’ 즉각 가동…민주당을 ‘생활 책임 정당’으로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당 운영의 방향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한 ‘ABC 플랜’을 즉각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핵심은 민주당의 정치 의제를 거대 담론에서 국민의 일상으로 더 깊숙이 옮기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먹고사는 민생 정치, 생활비 정치, 크고 넓은 덧셈 정치, 확장 정치, 유능한 민생 중심 다수 정당인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민주당은 역사정당, 민주 정당을 넘어 국민의 삶에 대한 책임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기간 내세웠던 ‘민생·실용·확장’ 전략을 당대표 취임과 동시에 실제 당 운영 원칙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안정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념이나 계파보다 물가와 주거, 일자리, 생활비처럼 국민의 일상과 맞닿은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중도층까지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덧셈 정치’와 ‘확장 정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상대 진영의 문제점을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표가 된 순간부터는 자신을 찍지 않은 당원과 중도 유권자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김 대표의 선거전략이 2순위 표까지 확보하는 ‘확장’에 있었다면, 당 운영에서도 같은 전략을 적용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친명과 친청을 하나의 지도부로 묶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하고, 민주당의 정치적 의제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로 이동시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선거에서 ‘당정 일치’를 내세워 승리했다. 수락연설에서는 여기에 직언·방패·민심, 그리고 통합·민생·확장을 더했다.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했던 것은 경쟁력이었다면, 집권당 대표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정력이다. 친명과 친청, 당과 대통령실, 강성 당원과 중도층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김민석 체제의 성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2026-08-17 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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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디올백 종결' 뒤집어 보는 경찰…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지켰나
[경제일보]경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정 전 부위원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300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다. 권익위가 2024년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실무진의 조사와 전원위원회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언론이 흔히 사용한 ‘무혐의’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권익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니다. 형사책임의 유무를 확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조사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이첩·송부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반부패 행정기관이다. 권익위가 내린 결론은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이 아니라 신고사건의 종결 결정이었다. 그 종결 결정이 정상적인 조사와 심의를 거쳐 나왔는지를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문제 사건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19일 김씨와 윤 전 대통령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16일이 지난 2024년 6월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을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익위는 최장 90일의 법정 처리기간도 넘겼다. 정승윤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는 점을 종결 이유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방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한 뒤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끝낼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구조도 두고 있다.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제재 규정도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 대신 공직자의 신고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 있다는 법률 구조를 전제로 판단했다. 따라서 권익위가 확인했어야 할 대상은 김씨 개인의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가방 제공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게 된 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반환·인도 조치를 했는지, 제공자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문구는 조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웠다. 권익위는 법률의 한 문장을 꺼내 사건 전체에 덮었다. 법조문을 좁게 잘라 읽으면 결론은 쉬워진다. 그러나 반부패기관의 임무는 권력자에게 가장 유리한 문구를 찾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법률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가려내는 것이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 마감일 밤, 조사 대상 대통령과 만난 권익위 2인자 2026년 출범한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는 당시 종결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권익위 TF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담당 부서의 의견과 달리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보완을 반복적으로 지시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에는 일부 정무직·상임위원을 따로 불러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가 아닌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제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대목은 대통령 관저 회동이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기간 중 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동 시점은 당초 사건 처리 마감일 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권익위 신고사건의 피신고자였다. 조사기관의 수뇌부가 조사 대상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셈이다. 권익위가 회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경찰이 밝혀야 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요청이나 언급이 있었는지, 회동 뒤 실무진에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 회동 사실을 전원위원들에게 알렸는지가 수사의 중심에 놓인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접촉은 그 자체로 기관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법률가라면 사건 당사자와 심판자의 접촉이 어떤 의심을 낳는지 모를 수 없다. 사건 당사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접촉부터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직업적 양심의 문제다.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문구까지 의결서에 추가 TF가 확인한 의결서 작성 과정도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권익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사한 담당 부서가 전원위원회의 논의와 의결 내용에 따라 작성한다. 그런데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상정 의안에 없거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직접 추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원위원회는 장식물이 아니다. 여러 위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의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회의 전에 결론을 정해 놓거나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사후에 의결서에 넣었다면 합의제 의사결정의 외형만 빌린 셈이다. 의결서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문이 아니다. 실제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수뇌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의결서의 논리를 사후 보강했다면 전원위원들의 심의권과 실무진의 고유 업무를 침해했는지가 문제 된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실무 담당자에게 법령과 절차에 따른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데도 상급자가 그 기준과 절차를 어기도록 지시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경찰은 정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위원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실무진이 원래 작성한 보고서와 최종 의결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원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침해됐는지를 문서와 전자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직권남용죄 성립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무진이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실제로 했거나 고유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의 성패도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간부에게 돌아온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참담한 대목은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이다. 김 국장은 명품가방 사건이 종결된 지 약 두 달 뒤인 2024년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공개된 김 국장의 메시지에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렸다”,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국장은 종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권익위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특정 사건 하나와 곧바로 연결해 형사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익위 자체 TF가 확인한 조직 내부의 처우는 별개의 문제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종결에 반대했던 김 국장의 회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황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정 전 부위원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고인과 유족에게 기관 차원의 사과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로 돌아왔다면 권익위의 내부 통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람을 배제하고 결론을 밀어붙이는 조직에서 합의제 의사결정은 작동할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청렴을 교육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권력자의 사건 앞에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보다 모순적인 일도 없다. 법률가의 지식이 권력의 방패가 될 때 유 전 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은 모두 법률가다. 유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정 전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 법학교수다. 법률의 문언과 행정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법률가 출신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법조문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자가 불편해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실무자가 외압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부위원장 자리를 맡긴다. 법률 지식을 권력자의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면 무지보다 해롭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문구를 찾아 붙이면 법률은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 직접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다. 국민이 권익위에 물은 것은 법 조항 한 줄이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최고 권력자에게도 일반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권익위 수뇌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16일을 끈 뒤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사건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이 있었고, 회의 직전 종결 방향을 제시했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의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권익위 자체 조사 결과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고도 공직자의 재량이나 법률 해석의 차이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재량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행사할 때 보호받는다. 법률 해석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한 뒤 내놓아야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거꾸로 밟았다면 재량이 아니라 권한의 사유화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한 사건의 신뢰가 아니다 권익위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고 공직사회 청렴도를 평가하며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 사건 앞에서 처리기간을 넘기고, 조사 대상자와 수뇌부가 비공식으로 만나고,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누르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까지 의결서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김건희씨 사건 하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일반 공무원과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민원인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고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라고 교육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는 법의 빈틈부터 찾아줬다는 인식이 남았다. 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정권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에게 인간적인 의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법률상 직무를 그 의리 아래 둘 수는 없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결론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부패기관의 수뇌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경력, 판사와 검사를 지냈다는 이력, 법을 가르친다는 직함도 공직자의 양심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이 본분을 저버렸다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경찰 수사는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관저 회동과 사건 지연, 사전회의, 의결서 수정, 실무진 배제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의 독립적인 심의 절차가 권력을 위해 훼손됐다면 그 책임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물어야 한다. 권익위 간판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권익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신뢰는 홍보 문구나 사과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법을 굽힌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6-07-20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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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건설산업 상생협력·공정거래 문화 확산 추진 外
[경제일보] 대우건설은 건설업계 상생협력과 공정거래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회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에 참석해 공정거래위원회,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원·하도급 거래의 공정질서 확립, 불공정 관행 개선 및 수급사업자 보호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협약의 주요내용은 △신속한 대금 지급 및 유보금 폐지 △부당특약 개선 △하도급대금 연동제 정착 △비상시기 납품단가 조정 △하도급 분쟁 해결기구 설치 △민관협의체 구성 등이다. 대우건설은 이전부터 대부분의 내용을 이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회사와의 상생협력을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총 14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협력회사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협력회사의 안전 전담자 인건비와 안전 컨설팅을 지원해 안전보건체계 구축을 돕고 있으며 협력회사가 자율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 중이다. 2007년부터는 매년 ‘우수협력회사 동반성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간담회에서는 안전관리 우수 협력회사에 입찰 가점을 부여한 ‘안전등급제’ 도입 방안을 공유하며 안전 중심의 협력체계 구축 의지를 강조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건설산업 내 공정거래 문화 확산과 하도급대금 연동제의 현장 안착을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다”라며 “실질적인 상생협력 활동을 지속 확대해 협력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건설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LH, 고양일산 힌돌마을3·5단지 주민대표단과 업무협약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고양일산 노후계획도시 아파트22구역인 흰돌마을3·5단지 통합재건축 주민대표단과 특별정비구역 지정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일산신도시와 같이 조성 후 20년 이상 경과한 택지 등을 대상으로 인접 단지와 기반시설을 포함한 ‘통합정비’를 시행해 도시기능 및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일산신도시에는 현재 총 48개 특별정비예정구역이 지정돼 있다. LH는 그중 아파트22구역의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이번 협약은 아파트22구역 통합재건축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LH와 주민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자 마련됐다. 주민대표단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사결정과 입안 제안 동의서 확보 등을 담당한다. LH는 특별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를 지원함과 동시에 초기사업비를 투입해 정비사업 전반의 원활한 추진을 도울 계획이다. 협약을 기반으로 LH는 연내 특별정비계획 사전자문 신청을 추진하고 오는 2027년 상반기 중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칠 계획이다. 현재 사업계획에 따르면 아파트22구역은 기존 1444호에서 약 2300호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하며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오순 LH 지역균형본부장은 “일산 아파트22구역은 일산 초입에 자리한 관문 역할의 입지로 평가되는 곳이다”라며 “LH의 축적된 역량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미건설, ‘평택 고덕 우미린 프레스티지’ 견본부택 오픈 예고 우미건설 컨소시엄은 ‘평택 고덕 우미린 프레스티지’ 청약에 돌입한다고 11일 밝혔다. 단지는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Abc-36블록에 위치한다. 지하 2층~지상 20층, 11개 동, 전용면적 84·94·101·111㎡ 총 743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견본주택은 오는 12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일원에 마련된다. 청약은 1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6일 1순위, 17일 2순위 순으로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는 23일, 정당계약은 다음 달 5일부터 7일까지다. ‘평택 고덕 우미린 프레스티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가격에 공급된다. 1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가입 후 12개월이 지나고 지역별·면적별 예치금액 이상을 충족하면 가능하다. 거주지와 관계없이 전국에서 청약할 수 있다. 고덕국제화계획지구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핵심 배후주거지로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발전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평택시청·시의회가 이전하는 행정타운이 택지지구 내 예정돼 있고 평택시가 미국 애니 라이트 스쿨과 MOA를 체결한 국제학교도 택지지구 내 계획돼 있다. 도보권에는 근린상업·업무·의료용지가 계획돼 있다. 평택 아트센터를 비롯해 평택 박물관·중앙도서관 등 문화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단지 옆으로는 고덕8초와 중교가 예정돼 있어 안심 통학 여건도 갖췄다. SRT 평택지제역과 수도권 전철 1호선(서정리역·평택지제역), 평택고덕IC를 통해서는 서울·수도권으로 접근할 수 있다.
2026-06-11 14:3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