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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빌라 비중 12.9%…공급 줄고 수요도 달라졌다
[경제일보] 서울 빌라 시장에서 신축 주택 비중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올해 1~7월 서울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주택 2만4651건 가운데 준공 5년 이내 주택은 3191건으로 12.9%를 차지했다. 2021년 같은 기간에는 전체 거래 3만8055건 중 31.2%가 준공 5년 이내 주택이었다. 전체 빌라 거래보다 신축 거래 감소 폭이 훨씬 컸다. 같은 기간 서울 연립·다세대 전체 거래는 35.2% 줄었지만 준공 5년 이내 주택 거래는 73.2% 감소했다. 최근 빌라 거래가 일부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수요 부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올해 1~4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1만41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9%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과 대출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립·다세대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규 공급은 크게 줄었다. 서울 연립·다세대 착공 물량은 2021년 2만3751가구에서 지난해 4597가구로 80.6% 감소했다. 거래시장보다 주택을 새로 짓는 시장의 위축이 더 두드러진 셈이다. 지역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강동구의 신축급 빌라 거래 비중은 2021년 51.4%에서 올해 17.5%로 낮아졌다. 영등포구는 47.5%에서 13.0%, 구로구는 41.0%에서 6.8%, 송파구는 38.6%에서 8.4%로 줄었다. ◆ 거래보다 더 많이 줄어든 착공 신축 빌라 감소의 배경에는 2022년 이후 이어진 전세사기 여파가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잇따르면서 빌라 임대차 시장에 대한 경계가 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가입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 빌라 사업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건축비와 금융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 적지 않았다. 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되고 전세가격이 낮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사업 방식은 어려워졌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도 신규 사업의 부담을 키웠다. 빌라를 바라보는 수요자의 판단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과 도심 접근성이 주요 선택 기준이었다면 전세사기 이후에는 보증금 반환 가능성과 주택가격, 향후 매각 가능성 등을 함께 따지는 경우가 늘었다. 국토연구원은 비아파트가 가격과 입지 측면에서 청년층 등의 주거 수요를 흡수하고 있지만 주택 관리와 자산가치, 거래 유동성 등에 대한 우려가 매입 수요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거주 가구의 경제적 격차도 적지 않다. 국토연구원 분석에서 아파트 거주 가구의 소득은 비아파트 거주 가구보다 1.8배, 자산은 2.2배 많았다. 비아파트 공급 감소를 단순히 한 주택 유형의 시장 위축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 정부, 2030년까지 수도권 13만호 착공 추진 정부도 비아파트 공급 감소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13만호 착공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은 2021년 6만2552가구에서 지난해 1만3747가구로 약 78% 감소했다. 아파트와 비교해 사업 기간이 짧은 비아파트 공급을 회복해 수도권 주택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건축과 금융 규제도 일부 완화한다. 다가구주택의 층수 제한을 3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완화하고 다세대·다가구 건설자금 대출 한도를 가구당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높인다.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하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완화된다. 지역에 따라 최대 6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민간 사업자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층의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는 금융상품도 도입한다. 정부는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하는 청년에게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놓기로 했다. 공급자에게는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수요자에게는 매입 자금 조달을 돕는 방식이다. 감소한 비아파트 공급과 거래를 동시에 회복시키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 공급 늘어도 수요 회복은 별도 문제 다만 금융과 건축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신축 빌라 공급과 거래가 동시에 회복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전세사기 이후 시장의 신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 빌라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과 실제 매수·임차 수요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가격과 보증금 안전성, 건물 관리, 향후 거래 가능성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공사비 상승도 변수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는 새로 공급되는 비아파트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과거보다 높아질 수 있다. 공급 물량이 늘더라도 수요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대를 벗어나면 거래 활성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13만호 역시 준공이나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이다. 사업자가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거쳐 실제 공사를 시작한 뒤 준공과 입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된 물량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비아파트 공급 정책에서는 세입자 보호 문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급 확대를 위해 보증 기준이나 금융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전세사기 방지 대책과 충돌할 수 있다. 반대로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면 신규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공급 확대와 임대차 안전장치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주택 관리와 하자보수, 시세 정보 제공 등 비아파트의 주거 품질과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과제로 꼽힌다. 서울 빌라 시장에서는 최근 거래가 일부 살아나는 가운데 신축 주택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공급과 수요의 조건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아파트 13만호 공급정책의 효과도 착공 물량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준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 분양·임대가격, 전세보증 안전성, 매수·임차 수요가 함께 움직이는지를 살펴야 한다. 신축 빌라 공급 감소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비아파트 시장의 장기적인 변화인지는 이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2026-08-20 07: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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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 상식으로 돌아가자
[경제일보]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제도다. 집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금이 조금만 바뀌어도 매매와 보유, 증여와 상속 계획이 흔들린다. 그만큼 부동산 세제는 신중하고 일관되게 설계돼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보유에는 더 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주택을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에 적정한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방향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세제는 선의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세 부담이 커졌을 때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지, 오히려 거래가 잠길지 살펴야 한다. 고가 주택 보유자가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장기보유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한 고령자나 장기 임대사업자, 지방 근무자 등이 과도한 부담을 지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세제를 발표하는 데서 끝낼 것이 아니라 거래량과 매물, 임대료, 지역별 가격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집값에 따라 세율과 규제를 바꾸는 일을 반복해 왔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와 양도세를 높이고 대출을 조였다. 거래가 얼어붙으면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의 기준이 달라졌고 공제 방식도 수차례 손질됐다. 그 결과 세법은 전문가조차 해석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국민은 집을 사거나 팔 때마다 세무 상담부터 받아야 했다. 같은 주택을 보유해도 취득 시기와 지역, 보유 기간, 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 세제가 조세 원칙보다 정책 목적에 따라 누더기처럼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장 나쁜 것은 높은 세금만이 아니다. 앞으로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세율이 다소 높더라도 기준이 명확하고 장기간 유지된다면 국민은 자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집값 움직임에 따라 세금을 수시로 바꾸면 거래자는 결정을 미루고 시장은 얼어붙는다. 부동산은 공급과 수요, 금리와 유동성, 교통과 교육, 일자리와 지역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세금 하나로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접근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불안은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고, 일자리와 교육·문화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선호 지역의 주택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양도세를 높인다고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세 부담이 과도하면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증여를 선택해 거래 가능한 주택이 줄 수 있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동안 공급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격 불안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은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 과정의 세 부담이 무거운 편이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급격히 높아지면 집을 보유하기도 어렵고 처분하기도 어려운 구조가 된다. 시장의 이동성이 떨어지고 매물이 잠기면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보유에 적정한 부담을 지우는 대신 정상적인 거래를 가로막는 세금은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투기성 단기 거래에는 무거운 책임을 묻되 장기 보유자가 주거와 생애 계획에 따라 집을 옮기는 과정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세금은 시장을 봉쇄하는 장벽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인 이동을 돕는 장치가 돼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호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오랫동안 거주한 집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조세 정의와 거리가 있다. 과세 이연이나 납부 유예, 고령·장기보유 공제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라고 모두 투기 세력으로 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기 임대인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는 구분해야 한다. 주택 수만으로 선악을 나누는 과세는 시장 현실을 왜곡하고 임대 공급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세제 중심에서 종합 처방으로 전환돼야 한다.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을 합리적으로 촉진하고, 역세권과 산업 거점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인허가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실제 입주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교통망과 학교, 의료와 돌봄 시설도 주택 공급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에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대학, 문화와 의료가 함께 있는 생활권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결국 국토와 산업, 교육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금융정책도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해야 한다. 갭투자와 과도한 차입은 엄격히 관리하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의 내 집 마련 기회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소득과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지키면서도 획일적인 규제로 실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 좋은 세금은 많이 걷는 세금이 아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세금이다. 과세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고 비슷한 경제적 능력에는 비슷한 세 부담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를 바꿀 때는 충분한 예고 기간을 두고 기존 보유자의 신뢰도 보호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를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를 편 가르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조세는 특정 계층을 응징하는 수단이 아니다. 부담 능력에 따라 공공서비스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고 시장의 왜곡을 줄이는 제도다. <논어>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는 ‘정자정야(政者正也)’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도 시장을 억지로 끌어내리거나 떠받치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고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와 정책의 역할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등락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세제를 신뢰할 수 있게 했는지,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했는지, 공급과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한 성적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필요한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세금도 이 원칙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세금은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시장을 바로 세우기 위한 수단이다. 부동산도 세금도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세제와 충분한 공급, 실수요 중심의 금융정책이 함께 갈 때 국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도 가능하다.
2026-08-07 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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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윤 교수 "공급 병목 풀어야 주거 안정"…인허가·착공 감소 진단
[경제일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멈춰 선 주택 공급 흐름을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준공·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질 경우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등 주거비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급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 의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 자재 조달 차질 등 대내외 여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3일 정부가 개최한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허가와 착공이 줄면 일정 시차를 두고 준공과 입주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공급 감소가 단순히 새 아파트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인허가가 줄면 향후 시장에 나올 주택 물량이 감소하고 이는 기존 주택 매물 축소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경우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아파트 공급 위축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낮아 서민과 청년층이 활용해 온 주거 유형이다. 그러나 전세사기 이후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금융·세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신축 비아파트 공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신축 공급 회복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이 제시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금리 부담으로 멈춘 사업장이 착공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심 중소형 주택과 임대용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입지와 수요, 사업성을 따진 선별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정비사업도 공급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했다. 재건축·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도심 내 주택을 늘릴 수 있는 통로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조합 갈등, 분담금 부담이 사업 전 단계에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 교수는 단순한 용적률 인센티브만으로는 사업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책 설계도 실제 공급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착공과 준공 실적, 주택 순증 효과, 공공기여 규모 등을 기준으로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공급 후보지 발굴부터 계획, 보상, 조성, 교통대책, 착공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실행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건축 규제는 저이용 부지와 노후 건축물의 복합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반시설 확보와 기존 도시 기능 훼손 방지, 개발이익의 공공 환원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와 사적 전월세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인, 리츠, 재무적 투자자 등 전문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되 장기임대 의무와 임대료 안정, 임차인 보호를 함께 묶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역시 민간 공급 공백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부담가능주택 공급자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지정은 투기 억제 효과가 있지만 거래 위축과 공급 감소, 국민 불편을 함께 낳을 수 있다. 진 교수는 시장 불안 지역에는 정밀하게 규제를 적용하되 해제 여부는 가격과 거래량, 대출 동향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든 배경을 묻는 장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공급 위축을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연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금리 인상 이후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그 여파가 이후 공급 지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재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공사비가 크게 오른 점도 인허가와 착공 감소의 배경으로 짚었다. 금리와 공사비, PF 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보수적으로 판단했고 이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07-23 10: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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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마저 '월세 300만 원'…꼬여버린 부동산 대책
[경제일보] 서울 강북에서도 월세 300만원이 넘는 아파트 계약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강북 14개 구의 월세 300만원 이상 신규 계약은 606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4% 증가했다. 서울 전체 증가율 32.5%, 강남 3구 증가율 21.2%보다 훨씬 가파르다. 마포·용산·성동을 제외한 강북 11개 구에서도 같은 가격대 월세 계약이 1년 새 79.5% 늘었다. 월세 300만원이 서울 세입자의 일반적 부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신축 대단지의 넓은 면적, 낮은 보증금, 학군과 직주근접 수요가 겹친 거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강남 고가 주거지의 특수한 가격대로 여겨졌던 월세가 동대문·성북·은평·노원·도봉·강북구까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상단이 넓어지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전세 시장은 이미 경고음을 넘어 비상등을 켠 모습이다.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를 기록했다. 전세난이 극심했던 2021년 2월 이후 약 5년 반 만의 최고치다. 수급지수 100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뜻한다. 122.5라는 숫자는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매물을 내놓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월세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 월세수급지수는 지난 5월 114.8까지 올랐다. 전세가 귀해지면 세입자는 월세로 밀려난다. 보증금을 더 마련할 여력이 없는 사람은 매달 나가는 돈을 늘릴 수밖에 없다. 전세를 구하지 못해 월세로 옮긴 세입자가 늘면 월세 공급도 빠르게 줄어든다. 집주인은 수요가 몰리는 만큼 월세를 올리고, 새로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는 더 비싼 조건을 감수한다. 서울 강북의 월세 300만원 계약 증가는 이런 흐름의 한 장면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에 나와야 할 전세 매물마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45%를 넘었다. 최근에는 절반 가까이가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입자가 굳이 이사하지 않으려는 까닭은 분명하다. 새로 계약할 집을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보증금과 월세가 크게 올라 있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세입자가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취지는 존중돼야 한다. 다만 신규 세입자가 구할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드는 현실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갱신으로 묶인 집이 늘어날수록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은 줄고, 그 부담은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집중된다. 결혼, 출산, 취업, 전근, 자녀 교육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하는 사람은 전세시장 바깥으로 밀려나 월세를 선택하게 된다. 입주 물량 전망도 세입자에게 넉넉한 답을 주지 못한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공동 추계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7158가구에서 내년 1만7197가구로 약 1만 가구 줄어든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계속 쌓이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는 줄고, 기존 전세 매물은 갱신계약과 월세 전환으로 줄어든다. 이 상황에서 전세와 월세가 함께 오르는 것은 시장 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주택 구입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전입 의무를 부과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낮췄다. 이어 규제지역의 담보인정비율을 낮추고,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을 사실상 막는 조치도 내놓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지난달 종료됐다. 과열된 매매시장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정부 판단에는 일리가 있다. 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는 국면에서 가계부채를 더 늘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맞다. 그러나 주택 정책은 매매시장만 따로 떼어 놓고 설계할 수 없다. 집을 사고파는 시장과 전세·월세 시장은 서로 얽혀 있다. 매매를 조이면 임대차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가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의 거래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임대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막았을 때 임대주택 공급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 대책이 월세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서울의 월세 부담은 공급 부족, 입주 물량 감소, 정비사업 이주 수요, 계약갱신 증가,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 집주인의 월세 선호가 겹쳐 나타난 결과다. 그러나 정책이 이들 변수와 맞물려 임대차 시장에 어떤 압력을 더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매매 가격을 누르는 조치가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정책은 본래의 목표와 다른 곳에서 더 큰 부담을 만들게 된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세입자의 주거비가 치솟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의 결과는 실패에 가깝다. 아파트 가격이 조금 덜 오르는 대신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급등한다면,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는다. 집값 통계는 안정됐다고 말할지 몰라도, 월급에서 주거비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난 가계는 안정됐다고 느끼지 못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 방향은 옳다. 다만 착공은 입주가 아니다. 몇 년 뒤 공급 계획이 오늘 전세 계약을 앞둔 세입자에게 집을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올가을과 겨울, 내년 봄에 이사해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발표자료 속 착공 물량이 아니라 실제로 계약할 수 있는 전세 매물과 감당 가능한 월세다. 이제는 매매시장 안정과 임대차 시장 안정을 함께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투기성 대출은 막되,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의 거래와 임대차 계약이 불필요하게 경직되지 않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장기 임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세제와 금융의 기준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그 대신 임대료와 임대기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우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재건축·재개발 이주가 몰리는 지역에는 별도의 전세 공급 대책이 따라야 한다. 비아파트와 공공임대 공급도 서둘러야 한다. 서울 강북의 월세 300만원은 부동산 시장의 특이한 한 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오르며, 주거비 부담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다. 정부가 집값만 바라보며 대책을 이어갈수록 세입자는 전세시장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매매가격 그래프만으로 가릴 수 없다. 국민이 매달 내는 월세와 다음 계약 때 감당해야 할 보증금에서 먼저 드러난다.
2026-06-23 07: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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