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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소액주주 간담회서 인적분할 청사진 공개…2030년 양사 매출 16조 목표
[경제일보]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통해 인공지능(AI) 사업과 계열사 관리·투자 사업을 분리하고 각각 다른 성장·자본배분 체계를 구축한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사업을 키우는 카카오AI는 오는 2030년 매출 6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카카오X는 주요 사업 성장과 투자 확대를 통해 매출 10조원 이상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양사에 서로 다른 주주환원 원칙을 적용해 사업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17일 카카오는 전날 소액주주 대상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발표한 인적분할의 추진 배경과 분할 이후 양사의 성장 전략, 주주환원 정책을 설명했다. 카카오가 제시한 인적분할의 핵심은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을 분리해 의사결정 속도와 자본 배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AI를 결합해 본업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카카오X는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 관리와 미래 투자를 담당한다. 카카오는 그동안 하나의 법인 안에서 사업과 자회사 관리, 투자 기능을 함께 수행하면서 사업별 성장 전략과 자본 배분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이번 분할을 통해 카카오는 각 회사가 맡은 사업에 필요한 투자와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시장에서 사업별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AI의 성장 전략은 카카오톡을 AI 서비스의 주요 접점으로 만드는 데 맞춰졌다. 카카오AI는 지난해 기준 약 2조7000억원인 매출을 오는 2030년 6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AI 서비스에서 약 1조원의 매출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을 비롯해 지도·광고·커머스 등 기존 플랫폼에 AI를 결합한다. 이용자의 대화와 서비스 이용 맥락을 바탕으로 의도를 파악한 뒤 실제 서비스 실행까지 연결하는 AI 에이전트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AI 서비스 이용자 확대 목표도 제시했다. 카카오는 오는 2030년까지 AI 서비스 일간활성이용자(DAU)를 2000만명으로 늘리고 카카오톡 체류 시간을 50%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0월에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일부 AI 에이전트를 시연할 예정이다. 이는 카카오가 AI를 별도의 독립 서비스로 키우는 동시에 기존 카카오톡 이용자 기반을 AI 서비스의 유통망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AI 기능을 카카오톡에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요청을 AI가 이해한 뒤 예약·검색·구매 등 실제 서비스 이용으로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으로 분석된다. 카카오AI는 성장과 함께 주주환원도 병행한다.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기본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FCF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경우 환원 비율을 최대 4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AI 사업에 대한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도 향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모델 개발과 인프라, 서비스 운영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X는 AI를 제외한 주요 사업과 투자 기능을 맡는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테크핀을 비롯해 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를 기반으로 오는 2030년 연결 매출 10조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 주요 사업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13.3%를 목표로 제시했다. 카카오X의 성장 전략은 기존 계열사의 사업 확대와 함께 새로운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로 구성된다. 앞서 카카오는 가상자산, 글로벌 콘텐츠·팬덤, 로보택시·로봇트럭·피지컬 AI 등을 성장 분야로 제시했다. 자본 배분 방식도 카카오AI와 차별화한다.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의 세후 기준 30%와 투자차익에서 자본비용·세금을 제외한 금액의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투자와 계열사 관리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일정 부분 주주에게 환원하는 구조다. 두나무 매각과 관련한 주주환원 계획도 재확인했다. 카카오는 두나무 매각 차익을 활용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앞서 인적분할 발표 당시에도 이 같은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인적분할은 사업을 단순히 두 법인으로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각 회사의 성장 방식과 자본 배분 원칙까지 분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이라는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AI 서비스의 이용자와 매출을 늘리고, 카카오X는 주요 계열사의 성장과 투자 성과를 통해 기업 규모를 확대하는 구조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회사의 변화와 미래 방향성을 소액주주분들께 직접 설명드린 자리"라며 "앞으로도 주주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7 10: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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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보, 2030년 별도 주주환원율 50%로 높인다
[경제일보] DB손해보험이 오는 2030년 주주환원율 목표를 연결 기준 40%, 별도 기준 50%로 높인다. 주당배당금(DPS)은 매년 10% 이상 성장시키고 배당가능이익과 자본효율성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 DB손보는 28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주주, 애널리스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단기 외형 확대보다 배당가능이익과 자본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이다. DB손보는 기존 2028년 별도 기준 주주환원율 35% 목표를 2030년 연결 기준 40%, 별도 기준 50%로 상향했다. DB손보는 지난해 첫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주주환원 확대, 신지급여력비율(K-ICS) 적정 구간 관리,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제시했다. 이후 2025년 별도 기준 배당성향 30.0%, 총주주수익률(TSR) 34.9%를 달성했고 K-ICS 비율도 목표 구간 안에서 관리했다. 지난 5월에는 포테그라 그룹 인수를 마무리하며 글로벌 성장 기반도 확보했다. 다만 DB손보는 최근 5년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6.9%로 자본비용을 웃돌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회계이익과 실제 배당재원 간 차이가 커진 데다 외형 중심 경쟁에 따른 사업비와 손해율 부담이 장기 배당여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판단이다. DB손보는 배당의 지속가능성을 관리하기 위해 배당커버리지비율(DCR)을 새로 도입한다. DCR은 배당가능이익을 예상배당금으로 나눈 지표다. 회사는 K-ICS 150~220%, DCR 100~400% 구간에서는 주주환원 목표를 지속 이행할 계획이다. ROE가 자기자본비용(COE)을 밑돌거나 K-ICS 220%와 DCR 400%를 동시에 웃돌 경우 주주환원 여력을 점검해 추가 환원도 검토한다. 자본효율성 기준도 구체화했다. DB손보는 ROE를 핵심 관리지표로 두고 COE 대비 2%p 이상의 스프레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험 신계약과 자산운용 신규 투자에는 요구자본 대비 효익을 측정하는 수익성 지표(ROR)를 적용한다. 최소 기준은 200%로 정했다. 신규사업에는 투자수익률(ROI)을 적용해 실제 투입자본 대비 자본비용 차감 후 수익이 무위험수익률 이상을 확보하도록 관리한다. 본업에서는 △상품 설계 인수 △계약 유지 △보험금 지급 등 전 밸류체인을 개선한다. 유지율을 높이고 손해율을 낮춰 장기 배당여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중장기 자금수지와 배당가능이익, DCR 전망을 바탕으로 회사 체력에 맞는 신계약 규모와 상품 포트폴리오도 운영한다. 포테그라는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포테그라는 스페셜티 보험을 중심으로 최근 5년간 매출이 연평균 14.7% 성장했고 합산비율은 90% 수준을 유지했다. DB손보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인수 시너지를 확대하고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본건전성과 배당재원의 안전선도 설정했다. K-ICS는 자본위기구간 150%에 시장 변동성과 규제 강화 등에 대비한 30%p를 더해 180%를 안전선으로 정했다. DCR은 배당 지급 후에도 같은 규모의 배당을 한 차례 더 지급할 수 있는 200%를 기준으로 삼았다. DB손보는 금리와 손해율 등 시나리오 기반 전망과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두 지표가 안전선을 밑돌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시장 소통도 확대한다. 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은 최고경영자(CEO) 주관으로 확대하고 국내외 로드쇼와 콘퍼런스에는 최고위급(C-Level) 경영진과 독립이사 참여를 늘린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도 매년 설명할 예정이다. 남승형 DB손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가치는 경영의 결과로 남는 잔여물이 아니라 성장과 자본배분 의사결정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며 "계약자의 신뢰를 지키면서 주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단기 외형 확대가 아닌 지속가능한 성과로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2026-08-28 15: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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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노조, 인적분할·성과보상에 반발…공동교섭으로 '책임' 묻는다
[경제일보] 카카오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인공지능(AI) 사업을 중심으로 한 인적분할과 경영진 보상 문제로 동시에 번지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회사가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나뉘더라도 고용과 근로조건에 대한 책임까지 분리할 수 없다며 공동교섭을 요구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임금·성과보상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오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닷새간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6일 경기 성남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뱅크 파업투쟁 결의대회 및 카카오 분할 반대 공동교섭 선포식’을 열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회사를 쪼갤 순 있어도 권리까지 나눌 수 없다”며 인적분할 저지와 공동교섭을 선언했다. 노조는 오는 12월 임시주주총회 전까지 주주와 시민을 상대로 분할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안건 부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분할 철회’만이 아니다 카카오 노조의 요구를 뜯어보면 핵심은 회사의 법적 분할 자체보다 분할 이후 노동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사전 통제권과 공동체 차원의 책임이다. 노조는 책임경영과 고용안정, 공정한 성과배분을 공동요구안의 기본 축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조직 개편·매각·분사·합병·사업이관이 발생할 경우 사전협의, 계열사 간 전환배치, 공동체 차원의 고용·복지 안전망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고용승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분할된 뒤 사업 매각이나 구조조정, 조직 통합이 진행되면 고용 형태와 근로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사결정 단계에서 노조가 정보를 받고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분할 이후에도 투자와 사업재편, 인사, 자본배분을 공동체 차원에서 결정한다면 노동자 역시 법인별 교섭이 아닌 공동체 단위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조가 문제 삼는 또 다른 대목은 분할 과정의 정보 공개다. 노조는 구성원과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분할이 추진됐다고 주장하며, 카카오에 임시주총 이전까지 인적분할이 각 계열사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미칠 영향을 공개하고 노조와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즉 현재의 반대 투쟁과 함께 분할 이후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회사가 먼저 설명하라는 요구가 깔려 있다. 카카오뱅크 노조의 요구는 보다 직접적이다. 노조는 올해 1월부터 임금·성과보상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 제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며 닷새간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임금 인상률뿐 아니라 회사 성장에 걸맞은 성과보상과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상반기 보수 81억7500만원이 있다. 다만 이 가운데 72억9000만원은 2019년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이익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당시 고객 1300만명과 법인세 차감 전 이익 1300억원이라는 성과 조건이 설정됐고 이를 충족한 데 따른 장기성과 보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률과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보상체계의 차이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노조가 문제 삼는 핵심은 금액 자체보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지 그 기준이 공정하고 투명하냐는 데 있다. 경영진에게 큰 보상을 지급한다면 그만큼의 성과와 책임을 구성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더 받는 것’ 자체보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지가 관건 카카오의 입장에서는 인적분할이 AI 사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전략이다. 회사는 카카오AI에 카카오톡·AI·광고·커머스를 집중하고 카카오X는 계열사 투자와 자본배분을 맡겨 사업별 성격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도 사업별 가치를 합산하면 현재 카카오 시가총액보다 높은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양측이 충돌하는 지점은 ‘변화의 필요성’ 자체보다 그 변화의 비용과 성과를 누가 어떻게 부담하고 나눌 것인가에 가깝다. 회사는 경영진의 성과보상이 주주가치와 장기 성과를 반영한다고 주장할 수 있고, 노조는 조직 변화와 성과의 과실이 구성원에게도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표가 직원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곧바로 부당하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기업 전체의 의사결정과 성과에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성과가 클 경우 더 큰 보상을 받는 구조 자체는 기업 경영에서 흔한 방식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를 받느냐’보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느냐, 그리고 그 보상에 걸맞은 책임을 실제로 졌느냐다. 한편 카카오가 AI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한다면 노조의 요구에도 답해야 한다. 분할 이후 고용이 어떻게 보호되는지, 사업 매각이나 조직개편 때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성과보상 기준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첫 단추다. 노조 역시 회사의 모든 변화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고용·보상·협의권을 어떤 제도로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오는 12월 임시주총까지 양측이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카카오의 인적분할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2026-08-26 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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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손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상장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때로 오너 일가의 뜻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주인이라기보다 조용한 손님처럼 주주총회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도 침묵했고,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합병이나 배당정책에도 뒤늦게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에 머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돈을 맡은 수탁자로서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지침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수백 개 기관이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참여기관은 249곳이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등 일정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가입 기관은 늘었지만 실제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에 참여한다고 선언해도 이행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써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비교와 검증이 어려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거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책임투자’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책임의 내용을 시장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 핵심은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매년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수탁자 책임 정책과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왜 지키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대상도 채권,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수탁자 책임 활동의 고려 요소도 지배구조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전반으로 확대된다. 방향은 옳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도 결국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고,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작지 않다. 기관이 침묵하면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기관이 원칙 있게 묻고 따지면 이사회는 긴장한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직장인의 퇴직연금, 개인투자자의 펀드 자금을 맡은 관리자다. 이들이 기업의 사업모델, 재무상황, 자본배분, 지배구조를 살피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수탁자의 기본 책무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에 속한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 때리기’로만 보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볼 수는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은 기업을 향하지만, 그 칼을 쥔 기관투자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행점검의 실무는 한국ESG기준원이 맡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점검 체계의 독립성을 우려한다. 발전위원회에 자산운용업계 인사가 참여하고, ESG기준원이 의결권 자문이나 의안분석 서비스 등 금융투자업계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점검 대상과 점검 주체 사이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는 출발선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결권 자문 등 다른 업무와 공간·인력·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내부정보 교류 차단장치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보아도 이해상충이 없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는 실제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류는 2010년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무관심과 단기주의가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를 중심으로 코드의 이행력을 높여왔다. 한국도 같은 모델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가 업계를 점검한다’는 의심을 줄일 장치는 필요하다. 자율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점검이 느슨하면 시장은 냉소하고, 정부 입김이 과도하면 기업과 기관투자자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반민반관형 독립기구, 외부 전문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이해상충 공개 의무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SG와 공동관여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책임투자는 방향을 잃는다. 여러 기관투자자가 함께 기업과 대화하는 공동관여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치면 시장의 자율성과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는 강해야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개혁은 칼보다 저울에 가까워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에 필요한 수술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권을 정상화하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실질화하는 방향은 맞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절반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착한 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집행에 달려 있다. 보고서를 의무화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또 하나의 서류 행정이 된다. ESG를 넣어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ESG 워싱만 키운다. 점검 체계를 만들어도 감시자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을 점검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침묵하는 기관을 깨우는 것, 그리고 그 기관을 감시하는 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갈 때 한국 증시는 숫자의 상승을 넘어 신뢰의 상승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2 14:4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