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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AI의 돈은 어디서 왔나
[경제일보]주룽지 전 중국 총리가 지난 12일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1991년 부총리에 오른 뒤 경제정책을 이끌었고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국유기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세제를 개편했으며 금융권의 부실을 털어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밀어 올린 개혁가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대규모 실업과 지방재정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따른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주룽지를 다시 들여다볼 이유는 중국 경제의 과거를 평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중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막대한 돈을 장기간 쏟아부을 수 있는 국가의 자금 동원 능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개혁과 만나게 된다. 원문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연원을 추적하면서 분세제와 국유기업·금융 개혁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4년 분세제(分税制) 개혁 전까지 중국 중앙정부의 재정 형편은 지금의 이미지와 크게 달랐다. 1993년 중앙정부가 가져가는 재정수입은 전체의 22%에 그쳤다. 지방이 세금의 대부분을 거둬 쓰면서 중앙정부는 전국 단위의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돈이 부족했다. 주룽지는 중앙세와 지방세를 다시 나누고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치세의 75%를 중앙 몫으로 돌렸다. 이듬해 중앙정부의 세입 비중은 55.7%로 뛰었다. 중앙정부의 곳간이 커지자 경제를 움직이는 힘도 달라졌다. 지역별 이해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전국을 상대로 산업정책을 펼칠 재정 능력이 생겼다. 중앙의 재정력이 커진 만큼 지방정부가 짊어진 부담도 늘었다. 세입은 중앙으로 넘어갔는데 교육·의료를 비롯해 지방이 맡아야 할 지출은 그대로 남은 분야가 많았다. 세계은행도 1994년 개혁이 중앙정부의 세입 비중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반면 중앙과 지방 사이의 재정 불균형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지방정부는 부족한 돈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했다. 토지와 부동산 개발에 기대고 각종 예산외 수입을 늘리는 방식이 뒤따랐다. 오늘날 중국을 짓누르는 지방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1994년 개혁 하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을 바꾼 중요한 계기였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산업정책을 펼칠 힘을 얻는 동안 지방에서는 다른 문제가 자라난 셈이다. 주룽지의 개혁은 재정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큰 것은 잡고 작은 것은 놓는다’는 ‘좡다팡샤오(抓大放小)’ 정책 아래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유기업을 정리하고 대형 국유기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 이 과정은 혹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유기업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약 1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비효율을 걷어낸 대가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은행도 바꿨다. 지방정부의 영향 아래 있던 금융기관의 자금 배분 권한을 중앙으로 가져오고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세금을 중앙으로 모으고 금융의 돈줄도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룽지가 특정 반도체 기업이나 AI 산업을 염두에 두고 이런 개혁을 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가 만든 것은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분야에 장기간 돈을 투입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이었다. 그 힘이 20여 년 뒤 반도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은 2014년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이른바 ‘반도체 대기금’을 만들었다. 2019년 2기에 이어 2024년에는 등록자본 3440억 위안 규모의 3기 펀드가 출범했다. 중국 재정부가 최대 주주로 참여했고 공상은행·건설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교통은행 등 대형 국유은행도 자금을 댔다. 1기 1387억 위안, 2기 2040억 위안에 이어 국가 차원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처럼 투자 규모가 크고 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에서는 이런 힘이 무섭다. 한두 해 적자가 났다고 투자를 끊지 않고 국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10년 이상 돈을 넣을 수 있다. 민간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정부와 국유금융기관이 떠받친다. 지방정부들도 토지와 보조금, 투자기금을 들고 뛰어들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중앙정부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원문에서 CXMT와 YMTC, SMIC 등의 성장 과정에 지방정부의 역할을 함께 살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도 뒤따랐다. 중앙정부가 특정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면 지방정부들이 비슷한 사업에 한꺼번에 뛰어들었다. 기술과 인력이 부족한 지역까지 공장 건설에 나섰고 부실과 중복투자가 생겼다. 반도체 투자 과정에서는 기술 사기와 파산 사례까지 나왔다. AI에서도 각 지역이 데이터센터와 지능형 컴퓨팅 시설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장기 투자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투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손실까지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주룽지 시대와 지금의 중국은 사정도 많이 달라졌다. 당시 중국에는 값싼 노동력과 빠른 성장, 해외 자본 유입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지금은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를 안고 있고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규제에도 맞서야 한다. 돈을 모아 한 산업에 집중하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었다. 과거에 효과를 냈던 국가 주도의 투자 방식이 앞으로도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의 경험은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반도체와 AI, 첨단 제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하고 막대한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과 공장,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고 경쟁한다. 규모와 체제는 다르지만 정부가 전략산업을 정하고 재정과 금융을 동원한다는 점에서는 중국이 겪었던 성공과 실패를 살펴볼 가치가 있다. 원문이 중국 산업정책의 흐름을 한국의 반도체·AI·제조업 전략과 연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져올 것은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법이 아니다. 반도체와 AI처럼 오랫동안 돈이 들어가는 산업에 자금이 끊기지 않게 할 제도가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비슷한 사업에 돈을 붓는 일은 없는지, 기술도 없는 사업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 실패가 확인된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지원금은 산업을 키우는 돈이 아니라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돈으로 바뀐다. 주룽지의 개혁은 중국 정부가 국가의 돈을 모으고 움직이는 방식을 바꿨다. 그 힘은 제조업 성장과 반도체 투자에 밑천이 됐지만 지방부채와 부동산 의존, 과잉투자라는 문제도 함께 남겼다. 국가가 산업을 키운 성공 사례만 보고 투자 규모부터 따라갈 일이 아니다. 반도체와 AI에 국가의 미래를 건 한국이라면 중국이 어디에 돈을 썼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디서 돈을 잃었는지도 봐야 한다. 산업정책의 실력은 예산을 크게 잡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투자할 곳과 그만둘 곳을 제대로 가려내는 데서 드러난다.
2026-08-14 17: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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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오른 증시, 반도체 때문에 무너졌다
[경제일보]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했다. 지난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84% 내린 6023.66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낙폭은 11.3%까지 커졌고 시장 전체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4% 넘게 떨어졌다. 외국인은 약 5조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은 4조원가량을 받아냈다. 거래 종목 917개 가운데 오른 종목은 36개에 불과했다. 직접적인 충격은 글로벌 반도체주 매도세였다. 중국 메모리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공적인 증시 상장과 중국의 노광장비 기술 진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인공지능 투자 과열과 반도체 수요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도 매도세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번 폭락을 중국 반도체 기업이나 외국인 매도, 공매도 세력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외부 충격이 거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충격을 코스피 전체의 붕괴로 키운 것은 한국 증시의 편중된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두 종목이 흔들리면 업종과 실적이 다른 수백 개 기업까지 함께 추락하는 구조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호황을 타고 빠르게 올랐다. 코스피는 지난 6월 9114.55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반도체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과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34% 밀렸다. 7월 하락률만 29%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의 월간 하락 폭까지 넘어섰다. 상승할 때는 반도체가 시장 전체를 끌어올렸지만 하락할 때도 같은 종목들이 지수 전체를 끌어내린 것이다. 특정 산업의 경쟁력이 증시를 이끄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미국 증시도 대형 기술기업의 영향력이 크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하고 시장을 떠받칠 만한 두 번째, 세 번째 성장축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자동차와 바이오, 조선, 방산, 콘텐츠, 금융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이 존재하지만 기업가치와 주주 신뢰를 높여 장기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외국인 수급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도하면 이를 받아줄 국내 장기투자 기반이 취약하다. 개인투자자는 시장이 급락할 때 저가 매수에 나서지만 단기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제한적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공모펀드 등 장기자금은 경직된 운용규정과 낮은 주식 비중, 투자자 불신에 묶여 있다. 외국인 자금이 빠질 때마다 환율과 주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천수답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장기투자자가 부족한 것은 단순히 자금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지배구조와 주주환원, 회계 투명성에 대한 불신도 장기투자를 가로막는다. 실적이 좋아도 지배주주의 결정에 따라 합병과 분할, 자사주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면 투자자는 장기 보유보다 단기 차익을 택하게 된다. 증시 안정은 매매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기업이 주주의 신뢰를 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최근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키웠는지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대형주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상승장에서 수익을 키우지만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공매도를 금지하거나 가격 제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공매도 불법행위와 시세조종은 엄벌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가격 발견 기능까지 막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불신과 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다. 서킷브레이커도 공포를 진정시키는 안전장치이지 주가 하락 자체를 막는 수단은 아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주가 수준을 떠받치려 하기보다 구조적 취약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반도체 이외의 성장기업이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산업정책과 자본시장 정책을 연결해야 한다. 성장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하되 부실기업의 우회 상장과 과도한 공모가 책정은 엄격히 걸러내야 한다. 퇴직연금과 연기금 등 장기자금이 국내 우량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주주환원 확대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자사주 제도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시장이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세제 혜택만 확대한다고 장기투자가 늘지는 않는다. 기업들도 반도체 호황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과 인재,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주와 시장에 기술 격차와 투자 성과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부상을 단순한 저가 공세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생산능력과 기술 자립 속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비해야 한다. <서경>의 ‘거안사위(居安思危)’는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가 사상 최고치를 끌어올릴 때 편중의 위험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 이제 시장이 무너진 뒤 투기세력과 공매도만 탓한다면 같은 충격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반도체는 한국경제와 증시의 강력한 엔진이다. 그러나 하나의 엔진에만 의존하는 시장은 그 엔진이 멈추는 순간 전체가 흔들린다. 코스피 10% 폭락이 보여준 것은 반도체 산업의 실패가 아니라 반도체밖에 믿을 것이 부족한 증시의 취약성이다. 시장을 살리는 길은 주가를 임시로 떠받치는 데 있지 않다. 산업을 다변화하고 장기자금을 키우며 기업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2026-07-29 10: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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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루 만에 6700선 회복…장중 6500선까지 밀리며 변동성 지속
[경제일보] 전 거래일 급락했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반등하며 6700선을 회복했다. 주말 사이 발표된 한국과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인공지능(AI) 협력과 중동 정세 완화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속에 장중 하락 전환하는 등 변동성은 이어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13포인트(0.97%) 오른 6755.7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5.65포인트(1.73%) 상승한 6806.27로 출발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장중 한때 6557.39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9789억원, 기관은 859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2조880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하면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500원(1.8%) 오른 25만4000원, SK하이닉스는 5만7000원(3.24%) 상승한 18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우(1.52%), 현대차(0.50%), LG에너지솔루션(1.06%), 삼성바이오로직스(1.78%), KB금융(0.64%) 등이 상승했다. 반면 SK스퀘어(-1.17%), 삼성전기(-0.08%), 삼성생명(-2.04%) 등은 하락했다. 이날 증시는 대외 호재와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경계감이 엇갈렸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는 주요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며 빅테크 기업의 AI 설비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반면 지난 주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과 미국 주요 기업들이 약 9500억달러 규모의 AI 투자·협력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미국과 이란이 추가 공습을 중단하면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내려온 점도 증시 부담을 덜었다. 중동 정세가 진정되면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와 금리 상승 우려가 일부 완화됐고 코스피는 장 초반 68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이 반도체 업종의 새로운 변수로 부각됐다. CXMT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돌았다. 향후 생산능력 확대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중 한때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오후 들어 반등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급락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6.64포인트(2.22%) 오른 764.86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272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440억원, 외국인은 1295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상승했다. 알테오젠(3.83%), 에코프로(3.20%), 에코프로비엠(2.03%), 레인보우로보틱스(6.57%), 주성엔지니어링(6.31%), 리노공업(1.75%), 원익IPS(5.47%), 피에스케이(1.46%), HLB(0.48%), 에이비엘바이오(0.28%) 등이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원 오른 1468.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코스피가 장중 상승과 하락을 오가고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26-07-27 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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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수익, '나눠 쓰기'보다 '나라의 성장판'에 먼저 써야
[경제일보] AI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새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뛰고, 수출과 기업 이익이 늘면서 법인세 등 초과세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27일 경제일보 주최 국회정책간담회에서 던진 질문도 이 지점이다.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자료는 국가채무 증가, 소득분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중국 등 경쟁국 추격,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함께 제시하며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묻고 있다. 논쟁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더 커졌다. 김 실장은 안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며, 반도체 호황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국민배당금 방식의 환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김 실장은 특히 과거 반도체 호황기의 초과세수가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소진됐다며, 이번에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가 깔아온 전력망,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세제 지원, 산업단지, 외교·통상 전략이 모두 얽혀 있다. 산업의 과실이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생겼다면, 그 일부가 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 더구나 반도체 호황이 자산시장과 고소득층에 먼저 전달되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는 늦게 닿는다면 국민경제의 체감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이 곧바로 ‘현금 배당’이어서는 안 된다. 초과세수는 영구 재원이 아니다. 반도체는 구조적 성장 산업이지만 동시에 가격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들어온 세수를 반복 지출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에는 국채 발행과 증세 논의가 뒤따른다. 재정은 인기의 장부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판이다. ‘생긴 김에 나눠주자’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쉽지만 경제적으로는 위험하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가결된 것도 중요한 신호다. 전체 의결권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95.5%에 달했다. 반도체 초과수익의 1차 분배는 기업 내부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임금, 성과급, 협력사 단가, 연구개발 투자, 주주환원은 모두 초과수익을 배분하는 통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를 정치 구호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첫째, 초과세수의 일정 부분은 국가채무와 미래 의무지출 관리에 써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기초연금 지출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호황은 미래 세대에게 넘길 빚을 줄일 드문 기회다. 둘째, 더 큰 몫은 반도체 생태계의 재투자에 배정해야 한다. 전력망, 용수, 송전선,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 AI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 양성에 돈을 넣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가 벌어들인 세수를 단기 소비로 흩뿌리면 한 번의 온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생산 기반과 인재에 투자하면 다음 세대의 세수로 돌아온다. 셋째, 국민 환원은 보편 현금 지급보다 ‘목적 있는 배당’이어야 한다.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직업 전환 교육, 청년 과학기술 장학금, 지역 산업 전환기금처럼 생산성과 안전망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이 필요하다면, 소비 진작용 현금보다 미래 역량을 키우는 사회적 배당이 맞다. 넷째, 기업에 대한 추가 부담 논의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초과이윤을 겨냥한 별도 과세는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업 이익을 정치적 배분 대상으로 먼저 규정하면 자본과 인재는 더 예측 가능한 곳으로 움직인다. 초과세수 활용과 기업 초과이윤 과세는 다른 문제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동양 고전 <논어> 헌문편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반도체 호황이 바로 그런 시험대다. 이익을 보되, 의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그 의로움은 당장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번영이어야 한다. 반도체 초과수익은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지켜야 한다. 더 크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오래 가게 만들어야 한다. 초과세수의 원칙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빚을 줄이고, 성장에 투자하고, 약자를 두텁게 돕는 것이다. 그것이 AI 반도체 시대의 과실을 국민 모두의 미래로 바꾸는 길이다.
2026-05-27 14: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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