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9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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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뼈를 깎는 혁신 없이는 민주주의의 미래도 없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법원의 현장검증이 전격적으로 실시되고 정치권의 날 선 공방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마저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주권자의 신성한 권리 행사를 담보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도리어 국민의 참정권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은 결코 과하지 않다. 지난 40여 년 동안 수많은 선거와 정치적 격변을 목도해 왔지만, 국가 선거 행정의 근간인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 이번 사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돌발 악재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초석인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통째로 흔들어 버린 엄중한 사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은 국가나 조직이 신뢰를 잃으면 바로 설 수 없음을 뜻한다. 선거 관리의 기본 원칙은 단 한 명의 유권자도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데 불편함이나 막힘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과연 이 기본적인 상식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케 한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직장인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긴 대기 행렬 속에서 참정권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은, 사실상 국가가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과 다름없다. 선거 결과의 정당성은 한 치의 의혹도 없는 투명하고 철저한 관리에서 비롯된다. 투표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마저 도마 위에 오르고, 결국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과연 몇몇 실무자의 안일함이 부른 일시적 사고인가, 아니면 선관위 조직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구조적 무능의 발로인가. 불행히도 본질은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 뒤에 숨어 외부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에 지나치게 폐쇄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비대해지고 안주하기 마련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행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대신, 타성에 젖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다가 이 같은 대형 참사를 자초한 것이다. 선관위가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헌법기관으로서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환골탈태 수준의 세 가지 혁신이 시급하다. 첫째, 선거 행정의 전문성을 근본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유권자 수 예측, 투표율 변동 추이 감안, 비상 상황 시의 즉각적인 용지 수급 체계 등은 고도의 전문 행정 영역이다. 주먹구구식 예측에서 벗어나 통계적 엄밀성과 물류 관리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전면에 배치하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둘째, 독립기관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엄중한 책임성을 확립해야 한다. 독립성은 선거 관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특권이지, 부실 행정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사후 검증 시스템을 전면 개방하고, 실패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는 엄격한 문책 제도를 도입해야 마땅하다. 셋째,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디지털 선거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투·개표의 전 과정뿐만 아니라, 실시간 투표용지 잔여 수량 파악과 수요 예측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선거가 파행을 겪었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망신이자 수치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이 던지는 한 표 한 표가 정확히 투표함에 담기고 정당하게 계수될 것이라는 아날로그적 신뢰와 상식에서 출발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인적·구조적 쇄신 없이는 우리의 민주주의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는 마지막 경고다. 선관위는 이번 파동을 일과성 소동으로 넘기려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자성과 과감한 인적·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신뢰를 잃은 선관위에게 내일은 없다.
2026-06-10 1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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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고 경제의 계산서가 남았다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승패를 말한다. 어느 지역을 지켰고 어느 지역을 잃었는지 따진다. 표의 흐름을 분석하고 다음 선거의 유불리를 계산한다. 그러나 선거 뒤 정치권 앞에 놓이는 것은 결국 숫자다. 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가계부채와 재정 여력이 다시 고개를 든다. 선거 때는 약속으로 넘길 수 있었던 문제들이 이제 예산과 금리, 세금과 시장의 반응으로 돌아온다. 6·3 지방선거 이후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장면도 다르지 않다. 감세와 지원금, 대출 완화와 규제 완화, 부동산 안정과 공급 확대, 민생 회복과 재정 확대가 동시에 거론됐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모두 그럴듯하다. 그러나 정책은 말의 선의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재원이 없는 약속은 결국 다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부작용을 말하지 않는 처방은 정책이 아니라 표어에 가깝다. 지표만 보면 낙관의 근거도 있다. 지난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늘어난 87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수출은 169.4%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이 살아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증시도 반응한다. 선거 이후 정치권이 경제 회복을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그 숫자만으로 경제 전체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호황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잘된다고 해서 골목상권의 계산대와 건설현장의 자금 사정,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서민의 장바구니 사정까지 함께 풀린 것은 아니다. 수출 대기업의 회복과 내수 현장의 체감경기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이 국민의 생활에서 확인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도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물가는 그 간극을 가장 먼저 드러낸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3.3% 상승했다. 숫자는 건조하지만 가계에는 다르게 닿는다. 전기요금과 교통비, 외식비와 식료품 가격은 통계표가 아니라 매일의 지출이다. 선거 때 물가는 구호가 되지만 선거 뒤에는 가계부가 된다. 성장률 전망이 올라갔다는 말만으로 식탁의 부담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가계부채도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대출 완화와 주거 지원은 손쉬운 공약으로 등장한다. 집값이 불안하면 대출을 풀자는 요구가 나오고 경기가 나쁘면 돈을 더 돌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빚으로 떠받친 민생은 오래가지 못한다. 대출 완화는 당장의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다음 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의 위험은 돈을 쓰자는 주장 자체에 있지 않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재정은 필요하다. 취약계층과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을 외면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누구에게 왜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 묻지 않는 정치다. 모든 국민에게 같은 방식으로 돈을 나눠주는 일은 가장 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쉬운 선택이 곧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 재정은 정치권의 현금 인출기가 아니다. 오늘의 지출은 내일의 세금이거나 미래 세대의 부담이다. 선거판의 언어는 짧고 강하다. 깎아주겠다. 풀어주겠다. 지원하겠다. 막아주겠다. 경제의 언어는 훨씬 까다롭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부작용은 어느 시장에서 나타날 것인가. 정책은 몇 년을 버틸 수 있는가. 선거 이후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계산을 생략해서도 안 된다. 선거에서 졌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그 충돌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말은 늘 반복된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빠지지 않는다. 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주장과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주장도 동시에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한 문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급은 인허가와 금융, 공사비와 지역 민원, 시행 리스크와 시공사 수익성에 묶여 있다. 대출은 가계부채와 직결된다. 세제는 시장 심리와 맞물린다. 선거 구호는 시장의 불안을 잠시 덮을 수는 있어도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건설과 부동산 현장의 체감은 더 복잡하다. 공사비는 올랐고 금융 비용은 부담으로 남아 있다. PF 부실 우려는 시장 곳곳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맞다. 그러나 현장은 자금 조달과 수익성, 분양성, 인허가 지연이라는 벽을 만난다. 정치권은 공급 확대를 말하지만 공급은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땅을 확보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입주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의 위험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정하지 않은 공급 대책은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을 막는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노동시장과 산업 현장의 변화에 맞지 않는 제도는 손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안전과 책임까지 함께 낮추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안전은 비용 항목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기준이다. 기업 부담을 줄이자는 요구는 경제 현실에서 나온다. 동시에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자는 요구도 현실에서 나온다. 정책의 성패는 어느 한쪽의 구호를 택하는 데 있지 않다.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하는 데 있다. 정책도 공적 약속이다. 공적 약속에는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선거 공약이라고 해서 책임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정책은 선의로 면책되지 않는다. 결과와 부작용까지 함께 심판받는다. 지원금이 필요하다면 대상과 재원을 밝혀야 한다. 감세가 필요하다면 세수 감소분을 설명해야 한다. 대출 완화가 필요하다면 가계부채와 집값에 미칠 영향을 함께 말해야 한다. 규제를 풀겠다면 안전과 공정의 빈틈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답해야 한다. 민생을 앞세운 포퓰리즘은 늘 선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국민이 어렵다. 소상공인이 힘들다. 청년이 지쳐 있다. 노후가 불안하다. 이 말들은 대체로 사실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고통이 사실이라고 해서 모든 처방이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 재원 없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순간 민생은 다시 정치의 도구가 된다.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확한 처방이다. 정책에는 순서가 있다. 물가가 다시 오르는 국면에서 무차별적 현금 살포는 소비 여력을 키우는 동시에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대출 완화는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감세와 지출 확대를 동시에 말하면 결국 국채 발행이나 다른 세목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치가 이 연결고리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포장이다. 선거가 없는 시간은 정치권의 휴식기가 아니다. 책임을 미뤄둔 정책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표를 의식해 하기 어려운 말이 많다. 지원이 필요하지만 전 국민 지원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동산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대출 완화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업을 살려야 하지만 안전 책임을 낮출 수는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선거가 끝난 지금이 그런 말을 해야 할 때다. 정치권은 경제를 지나치게 쉽게 설명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전 정부 탓이나 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물가는 국제 원자재와 환율, 유통 비용과 임금, 공공요금과 수요가 함께 움직인 결과다. 부동산은 금리와 공급, 세제와 심리, 지역 개발과 금융규제가 함께 만든 결과다. 가계부채는 주거비와 소득 정체, 금융 관행과 자산 가격 기대가 쌓인 결과다. 복잡한 문제를 한 줄 공약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은 편하지만 위험하다. 언론도 이 대목에서 책임이 있다. 선거 이후 정치권의 약속을 단순히 누가 더 많이 지원하느냐의 경쟁으로 중계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선심성 경쟁의 중계가 아니다. 약속의 가격표를 독자 앞에 펼쳐 보이는 일이다. 현금 지원을 말하면 대상과 재원을 물어야 한다. 감세를 말하면 세수 감소분을 물어야 한다. 대출 완화를 말하면 가계부채와 집값 영향을 물어야 한다. 규제 완화를 말하면 안전과 소비자 보호의 공백을 물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승패 해설보다 약속의 검증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이중적인 얼굴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수출은 강하다. 그러나 내수와 체감경기는 여전히 무겁다. 성장률 전망에는 기대가 있지만 가계부채와 물가에는 부담이 있다. 증시는 웃지만 자영업자의 장부는 웃지 못할 수 있다. 이 간극을 외면한 채 경제 회복만 말하면 국민은 설득되지 않는다. 반대로 수출 호조와 산업 경쟁력의 기회를 외면한 채 위기만 말해도 균형을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다. 숫자를 있는 그대로 보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포퓰리즘은 이 균형을 무너뜨린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약속을 한다. 미래 부담을 말하지 않고 현재의 혜택만 강조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흐리고 재정의 한계를 감춘다. 선거 때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숫자로 되돌아온다. 물가로 돌아오고 부채로 돌아오고 세금으로 돌아온다. 결국 국민이 계산서를 받는다. 정치권은 이제 더 솔직해져야 한다. 모든 부담을 줄이고 모든 지원을 늘리며 모든 규제를 풀고 모든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감세를 하면 세수가 줄고 지출을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 대출을 풀면 부채가 늘 수 있고 대출을 묶으면 실수요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 공급을 늘리려면 지역 반발과 인허가 문제를 넘어야 하고 안전을 강화하려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정치는 이 불편한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선거 이후 경제 현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지원은 더 정밀해야 한다. 감세는 더 신중해야 한다. 대출은 더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공급은 말이 아니라 실행 일정과 재원, 인허가 개선으로 보여줘야 한다. 규제개혁은 기업의 숨통을 틔우되 안전과 공정의 기준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것이 선거 이후 정책의 최소한이다. 경제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정부가 숫자를 속이지 않는다는 신뢰, 정치권이 재원 없는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신뢰, 시장이 정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신뢰,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그 부담이 공정하게 나뉜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은 이 신뢰를 갉아먹는다. 달콤한 약속은 빠르게 퍼지지만 신뢰는 천천히 쌓인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더 많은 돈으로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정치권은 약속의 가격을 말해야 한다. 민생을 돕겠다면 재원을 밝혀야 하고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면 대출과 공급의 부작용까지 설명해야 한다. 기업을 살리겠다면 안전과 책임의 기준도 함께 세워야 한다. 포퓰리즘은 선거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경제는 박수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는 결국 숫자와 책임으로 돌아온다. 선거의 시간이 끝난 뒤 경제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다음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
2026-06-08 08: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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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찾아간 투표소에 용지가 없었다
6월 3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투표용지가 바닥났다. 이미 줄을 서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후 투표가 중단된 곳들이 속속 생겨났고, 일부 투표소는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연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뒤늦게 인정한 용지 부족 투표소는 최종 전국 50곳이었다. 언론은 이 사태를 선관위의 행정 실수로 보도했다. 절반은 맞다. 그러나 절반은 빠져 있다. 이 사태가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피해를 입혔다는 가정이다. 그렇지 않다. 투표소 앞에서 기다리다 돌아선 유권자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고령자였다. 그리고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관위가 유권자의 절반만 온다고 계산한 근거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은 명확하다. 중앙선관위가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전체 유권자의 50%로 설정했다. 사전투표가 일반화된 이후 본투표 참여율이 낮아졌다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투표 참여율이 61%로 치솟았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본투표 참여율이 50%를 훌쩍 넘어섰고, 준비된 용지는 바닥났다. 선관위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투표율 상승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재보궐선거 병행, 정치적 관심 고조 등 여러 변수가 이미 공개된 상황이었다. 불확실성이 있을 때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다. 선관위는 그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왜 고령 유권자에게 더 가혹한가 투표소 혼란은 모든 유권자에게 불편을 줬다. 그러나 '불편'의 무게는 같지 않다. 젊은 유권자는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대기 번호를 받아두고,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돌아올 수 있다. 저녁 10시까지 기다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감당 가능하다. 고령 유권자는 다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투표소까지의 이동은 그 자체로 큰 결심이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거나 자녀의 도움을 받아 찾아온 투표소 앞에서 "용지가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선택지는 둘뿐이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버티거나, 포기하고 돌아서거나. 오후 10시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많은 어르신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와 대기는 더 큰 혼란을 준다. "대기 번호를 받아두면 나중에 올 수 있다"는 안내가 전달됐다 해도, 이를 이해하고 실행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있다. 이들에게 투표용지 부족은 단순한 대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참정권 박탈이었다. 선관위의 실수는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하게 가혹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피해를 입은 것은 몸을 이끌고 투표소를 찾아온 고령 유권자였다. 선관위는 고령 유권자를 설계에 포함시킨 적이 없다 이번 사태는 예외적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무관심의 결과다. 선관위의 투표 운영 설계는 평균적인 유권자를 상정한다. 스마트폰을 쓸 줄 알고, 상황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장시간 대기가 가능한 유권자다. 고령 유권자, 장애인, 거동 불편자는 이 설계의 바깥에 있다. 거소투표 신청 기한, 투표보조인 요청 방법, 임시기표소 안내 — 이 모든 제도가 존재하지만, 제도의 존재를 아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닿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선관위는 고령 유권자를 위한 접근성 설계를 독립적인 정책 과제로 다룬 적이 없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 무관심이 극단적 형태로 드러난 사건이다. 65세 이상 유권자는 이미 전체 유권자의 20%에 달한다. 이들이 투표소에서 겪는 현실적 장벽을 측정하고, 개선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선관위 안에 없다. 위원장이 사퇴하고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조사 범위에 고령 유권자 피해 실태가 포함될지는 불확실하다. 책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선관위 위원장이 사퇴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이 수습이 '투표용지를 왜 부족하게 인쇄했는가'에만 집중된다면, 문제의 절반만 다루는 것이다. 세 가지 질문이 추가로 다뤄져야 한다. 첫째, 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 중 고령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이것은 집계 가능한 데이터다. 선관위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고령 유권자의 투표 접근성을 독립적인 지표로 관리하는 체계가 선관위 안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 셋째, 투표 운영 설계 단계에서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 유권자의 접근성을 사전 검토하는 의무 절차가 있는가. 이것 역시 없다면, 법제화를 검토해야 한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그 행위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선관위의 존재 이유다. 힘겹게 찾아온 투표소 앞에서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이번 사태 보도에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진상규명위원회가 무엇을 조사하고, 무엇을 조사하지 않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2026-06-07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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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자 들이닥친 복합위기, 경제 현실 직시할 때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국 경제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환율 불안, 국제유가 상승, 물가 압박이 동시에 겹치는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이제는 포퓰리즘적 접근을 넘어 냉정한 현실 인식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이후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고등이 일제히 켜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세 악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서민들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는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선거 기간 정치권의 화려한 공약과 수사에 가려졌던 경제의 취약한 체력이 이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여러 위험이 동시에 얽힌 복합위기라는 점이다.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라는 이른바 ‘3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부담은 여전히 크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체력은 크게 약화돼 있다. 수출 둔화 가능성까지 겹치면 경제 전반의 회복 동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 각종 지원금 약속 등 표를 의식한 정책 경쟁에 몰두했다. 그러나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무리한 선심성 정책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세수 결손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에 대한 고민 없이 지출 확대와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이제는 정치적 환상에서 벗어나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대출과 세금 정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추가 급증은 막되, 고금리로 생존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실질적인 금융 완충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되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세제 개편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수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중산층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산업 현장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제조업은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특히 에너지 비용 부담은 기업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키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무너지면 공급망 전체와 고용시장까지 충격이 확산된다. 정부는 재정 지원, 에너지 세제 조정, 효율 투자 지원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생 물가 안정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정부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해 농축수산물과 생필품 공급을 안정시키고, 필요하다면 관세 조정과 유통 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단순 할인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비축 물량 활용, 공급선 다변화, 물류 효율화 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경제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신뢰와 예측 가능성에 반응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거용 포퓰리즘이 아니라 일관되고 현실적인 정책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과감한 구조적 대응에 나설 때만이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2026-06-07 15: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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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CEO 출신 한성숙, 총리 후보로…이재명 정부 '디지털 총리' 카드
[경제일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네이버 대표를 지낸 기업인 출신 장관을 총리 후보로 발탁하면서 이재명 정부 2기 내각이 디지털 전환과 벤처·중소기업 성장, 민생경제 회복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한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한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했다. 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총리로 임명될 경우 이재명 정부 첫 여성 총리가 된다. 2006년 취임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후 두 번째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도 갖게 된다. 한 후보자는 정치권보다는 정보기술(IT)과 플랫폼 산업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1967년생으로 의정부여고와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월간PC라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네이버 서비스본부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네이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2022년 3월까지 약 6년간 네이버를 이끌며 검색, 커머스,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총괄했다. 이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돼 국정에 참여했다. 중기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중소기업 정책 기조를 보호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창업 활성화, 벤처투자 확대, 소상공인 회복,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왔다. 플랫폼 기업 경영 경험과 정책 현장 경험을 함께 갖춘 점이 이번 인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지명은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지방선거 이후 국정 동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전통 관료나 정치인 대신 민간 IT기업 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로 선택한 것은 경제·산업 중심의 내각 운영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인공지능(AI), 플랫폼, 벤처 생태계, 중소기업 성장 전략은 정부의 핵심 경제 과제와 직결돼 있다. 한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되면 각 부처의 디지털 전환 정책과 규제 혁신, 스타트업·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인준 과정에서는 한 후보자의 기업 경영 이력과 국정 조정 능력이 함께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네이버 대표 재임 시절 불거졌던 플랫폼 독과점 논란과 포털 공정성 문제, 중기부 장관으로서 추진한 벤처·소상공인 정책 성과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민간 플랫폼 기업 출신 인사가 총리로서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정치권과 소통할 수 있을지도 청문회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의 발탁은 이재명 정부가 2기 내각에서 민생경제와 산업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신호다. 총리 인준 과정과 이후 내각 조율 능력이 향후 국정 쇄신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6-07 14: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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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시계, 속도보다 설득의 시간이 왔다
[경제일보] 서울 유권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5선을 허락했지만 서울시의회 권력은 더불어민주당에 넘겼다. 시장은 국민의힘이 지켰고 예산과 조례의 문은 민주당이 쥐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서울시정 전반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건설부동산 시장에는 더 직접적인 신호로 읽힌다. 앞으로 4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과 도심 개발, 청년 주거정책은 속도보다 설득을 먼저 요구받게 됐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118석 가운데 80석을 확보했다. 지역구 73석과 비례대표 7석이다. 전체 의석의 67.8%에 이른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30석과 비례대표 8석을 합쳐 38석을 얻었다. 2022년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주도했던 서울시의회 권력 지형이 4년 만에 뒤집혔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복잡한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5선에 성공했다. 서울시장 선거만 놓고 보면 정치적 생명력을 다시 입증했다. 그러나 시정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예산과 조례의 관문은 야당 다수 의회가 쥐게 됐다. 시장 선거의 승리와 시정 운영의 안정성이 반드시 같은 말은 아니라는 점을 이번 선거가 보여줬다. 서울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시장은 도시계획과 인허가의 큰 방향을 쥐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은 예산과 조례, 도시계획 관련 의회 논의와 맞물려 간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역세권 개발, 공공기여, 임대주택 비율, 청년 주거 지원, 기반시설 부담 같은 사안은 어느 하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 시장의 추진력과 의회의 동의가 맞물려야 정책은 현장에서 작동한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의 개발 시계를 다시 빠르게 돌리겠다는 메시지를 내왔다.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한강변 도시경쟁력 강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세운지구 정비, 청년안심주택 확대 등이 그 흐름 안에 있다.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했던 제11대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의 역점 사업 추진에 비교적 우호적인 의회 환경이었다. 그러나 새 시의회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사업의 필요성과 속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 부담, 공공성, 주민 수용성, 도시 경관, 공급 효과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이미 비슷한 장면은 있었다. 오 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로 서울시에 복귀한 뒤 민주당이 우위였던 시의회와 여러 차례 충돌했다. 지천르네상스 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서울의 지천을 생활권 수변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당시 시의회는 기본 구상과 시급성을 문제 삼았다. 상생주택 사업도 예산 삭감 논란을 겪었다. 민간 토지를 활용해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당시 시의회는 사업 절차와 재정 투입의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의회 문턱을 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갈등은 앞으로의 예고편에 가깝다. 서울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개발과 보존, 공급과 공공성, 속도와 절차 사이에서 움직인다. 시장은 공급 확대와 도시 경쟁력을 앞세우고 의회는 예산과 절차, 공공성을 따진다. 어느 한쪽만 옳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대형 개발사업일수록 정치적 동의 없이 오래 가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업성이 높아도 설명이 부족하면 논란이 커지고 공공성이 강조돼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현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새 시의회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주목할 곳은 세운4구역이다. 종묘 인근 세운4구역 개발은 서울 도심 재편의 상징적 사업이다. 낡은 도심을 정비하고 업무·상업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반면 종묘 경관과 역사문화 보전 문제도 가볍게 다룰 수 없다. 이 사안은 개발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도심의 노후 공간을 어떻게 바꾸되 역사적 경관을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새 시의회가 이 문제를 정쟁으로 끌고 가면 해법은 멀어진다. 서울시도 사업성만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동의를 얻기 어렵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다. 용산은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로 불린다. 국제업무 기능과 주택 공급, 교통 인프라, 공공기여가 한꺼번에 얽혀 있다. 공급 물량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학교와 도로 등 기반시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개발 이익을 어디까지 공공에 환원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숫자 경쟁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가 도시 경쟁력을 말한다면 시의회는 생활 기반과 공공성을 따질 것이다. 이 둘을 조정하지 못하면 용산 개발은 다시 정치적 논란의 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주택 공급의 핵심은 결국 정비사업이다.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지 않고 서울의 주택난을 풀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비사업에는 집값 상승 기대와 세입자 보호, 임대주택 확보, 공사비 부담, 조합 갈등이 동시에 따라붙는다. 오 시장이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할수록 민주당 시의회는 공공성과 주거 안정 장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이 생산적인 견제가 되면 정책은 정교해진다. 반대로 정치적 충돌로 흐르면 공급 일정만 늦어진다. 청년안심주택도 새 시의회의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는 부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재원과 공급 방식, 보증금 지원의 안전성이다. 주거 취약층을 위한 정책일수록 더 정밀해야 한다. 실제 수혜자가 누구인지, 임대료 부담은 얼마나 낮아지는지, 민간사업자와 공공의 부담은 어떻게 나뉘는지 따져야 한다. 청년 주거정책은 선의만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재원과 집행의 투명성이 따라야 한다. 민주당 시의회의 책임도 작지 않다. 의석이 많다는 것은 제동을 걸 권한이 커졌다는 뜻만은 아니다.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도 함께 커졌다는 의미다.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은 이미 시민 생활의 압박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세와 월세 부담, 청년 주거 불안, 노후 주거지의 안전 문제는 정당의 유불리보다 앞선다. 다수 의회가 견제라는 이름으로 모든 개발사업을 막아선다면 시민은 이를 균형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삭감과 반대만으로는 다수당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오 시장도 달라져야 한다. 5선 시장의 경험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부담이다. 오래 시정을 이끌었다는 것은 더 많은 성과를 요구받는다는 뜻이다. 서울 부동산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일정과 숫자, 재원과 인허가로 평가된다. 재건축 규제 완화와 도심 개발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공성의 언어가 빠지면 의회의 벽을 넘기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설득이고 속도전이 아니라 조율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정치적 신호에 민감하다. 시의회 구도가 바뀌었다고 당장 사업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 인허가와 예산, 조례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만으로도 시장은 반응한다. 개발 기대가 큰 지역은 속도 조절 가능성을 따질 것이고 정비사업장은 공공기여와 임대주택 비율, 기반시설 부담 논의를 더 예민하게 볼 것이다. 정치의 변화는 결국 현장의 비용과 시간으로 이어진다. 이번 선거의 서울 민심은 한쪽에 백지위임을 한 것이 아니다. 오 시장에게는 계속 일할 기회를 줬고 민주당 시의회에는 견제의 힘을 실었다. 이 선택은 불편한 동거를 뜻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에서 불편한 동거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제대로 작동하면 정책은 더 정교해지고 잘못 작동하면 사업은 늦어지며 시민 부담은 커진다. 서울시정의 첫 시험대는 부동산이다. 세운4구역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발·재건축, 청년안심주택은 모두 서울의 미래와 시민의 주거비를 동시에 건드리는 사안이다. 시민이 보고 싶은 것은 승자의 목소리나 다수당의 힘자랑이 아니다. 서울의 집값과 주거 안정, 도시 경쟁력을 어떻게 함께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오 시장은 이겼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겼지만 반대만으로는 평가받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가 남긴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 서울 부동산 시계는 이제 속도보다 설득의 시간이 왔다. 협치는 구호로 증명되지 않는다. 예산과 조례, 정비사업의 우선순위에서 증명된다. 서울의 다음 4년은 그 증명의 시간이다.
2026-06-06 13: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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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택의 날…6·3 지방선거가 바꾼 정치지형
[경제일보]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민심을 확인한 첫 전국 단위 선거였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지방권력 탈환이었다. 다만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을 국민의힘이 지켜내면서 여당의 압승이라기보다는 ‘미완의 승리’에 가까운 성적표가 나왔다. 최종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6곳 중 12곳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 경북, 경남 등 4곳을 지켰다. 민주당은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2곳과 부산·울산, 충청권, 강원, 제주, 전북, 전남·광주를 가져가며 전국적 확장성을 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을 수성하고 TK와 경남을 방어하면서 전면 붕괴는 피했다. 수도권 결과는 이번 선거의 정치적 성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원오 민주당 후보와 박빙 승부 끝에 5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서울은 부동산과 자산, 도시개발 이슈가 강하게 작동했고 경기·인천은 정권 안정론과 생활 행정 교체 요구가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PK 지형 변화도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부산에서는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며 8년 만에 민주당이 부산시정을 되찾았다. 울산에서도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다만 경남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따라서 PK 전체가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부산·울산은 변화, 경남은 보수 방어로 정교하게 봐야 한다. 충청권과 강원은 민주당이 국정 동력 확보의 기반을 넓힌 지역이다. 대전 허태정, 세종 조상호, 충남 박수현, 충북 신용한, 강원 우상호 후보가 승리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연계가 한층 쉬워졌다. 지역 산업 재편, 교통망, 균형발전 사업에서도 여당 주도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결과로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복지, 지역산업, 균형발전 정책을 지방정부와 함께 추진할 여지를 확보했다. 광역단체장이 같은 정치적 방향을 공유할 경우 국비 사업 유치, 지역 산업단지 조성, 공공주택 공급, 돌봄·복지 정책 집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반대로 서울처럼 시장과 시의회 다수당이 다른 지역에서는 협치가 핵심 변수가 된다. 지방의회 권력 구도도 주목된다. 특히 서울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지만 서울시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주택 공급, 도시개발, 교통, 복지 예산을 둘러싼 시와 의회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이는 지방권력이 단순히 단체장 승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후보가 10곳, 보수 성향 후보가 6곳에서 승리했다. 교육정책의 무게추는 다시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과정, 대입 평가, 기초학력, 교권 회복, 교육격차 해소를 둘러싼 논쟁이 각 시·도 교육청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는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서울과 TK·경남을 지켰지만 지방권력 전체 구도에서는 밀렸다. 민주당 역시 서울 탈환 실패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번 선거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라기보다 지역별 민심이 세밀하게 갈라진 선거였다. 지방권력은 재편됐고 여야 모두 다음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치 지형 재설계에 들어가게 됐다.
2026-06-06 13: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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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왜 정원오가 아니라 오세훈을 택했나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는 결국 서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는 흐름 속에서도 서울만은 달랐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개표 막판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서울시장 사상 첫 5선 고지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후보는 49.22%의 득표를 얻어 정 후보(48.07%) 1.15%포인트, 6만259표 차로 이겼다. 지상파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던 흐름을 뒤집은 ‘대역전극’이었다. 서울은 민주당이 ‘이겼어야 할 선거’였고, 국민의힘이 ‘반드시 지켜야 할 선거’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수도 서울까지 가져와야 정권 안정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서울이 마지막 수도권 교두보였다. 경기와 인천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서울마저 내주면 보수 정당의 전국 확장성은 사실상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오 후보의 승리는 단순한 서울시장 1석의 승리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간신히 붙잡은 정치적 생명줄이었다. 전국은 민주당, 서울은 국민의힘…수도 표심은 달랐다 이번 지방선거의 큰 흐름은 민주당 우세였다.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다만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하면서 ‘미완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서울 유권자는 전국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 정당 구도보다 후보의 시정 경험, 부동산 기대, 도시 운영 능력을 따로 떼어 판단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서울 선거는 정권에 힘을 실어주느냐, 야당에 견제력을 주느냐의 선거이기도 했지만, 막판에는 ‘내 집값과 내 동네 개발을 누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좁혀졌다”며 “전국 선거의 바람이 서울의 생활경제 계산을 완전히 덮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국 승리 흐름에 기대 서울에서도 정권 안정론이 먹힐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서울은 한국 정치의 상징 공간인 동시에 가장 예민한 생활경제의 현장이다. 부동산 가격, 재건축 속도, 교통망 확충, 세금 부담, 도시개발 방향이 유권자의 일상과 자산에 직접 연결된다. 정권에 대한 호감과 지지는 있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서울시장 교체 요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원오의 생활행정, 서울 전체 시장감으로 확장 못 했다 정원오 후보는 성동구청장 3선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행정형 후보’ 이미지를 내세웠다. 성수동 변화, 지역 행정 경험, 젊고 실용적인 행정가 이미지는 분명 강점이었다. 실제 선거 초중반 정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중도층에서도 신선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청장 성공 모델을 서울 전역의 시장감으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부동산·교통·재건축·재개발·도시계획·복지·일자리·안전이 동시에 작동하는 초대형 생활권이다. 정 후보의 생활행정 이미지는 호감도는 만들었지만, 막판 초박빙 승부에서 “서울 전체를 맡겨도 되느냐”는 질문을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특히 TV토론을 둘러싼 소극적 대응 논란은 정 후보의 확장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 후보는 서울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토론에는 참석했지만, 오세훈 후보 측이 요구한 추가 토론에는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신문은 선거 기간 중 오 후보가 정 후보의 토론 회피를 비판했고, 정 후보가 과거 발언 등을 거론하며 맞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5월 28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TV토론이 됐다. 경향신문은 해당 토론에서 후보들이 안전 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고 전했다. 정 후보 입장에서는 앞선 판세를 지키기 위한 ‘리스크 관리’였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인지도와 시정 경험을 검증받는 무대다. 도전자에게 TV토론은 현직의 실정과 자신의 대안을 동시에 부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 후보가 추가 토론 공방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나섰다면 성동구청장 이미지를 넘어 서울시 전체를 이끌 후보라는 인상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후보는 생활행정 이미지를 통해 호감도를 높였지만, 막판에는 서울 전체의 비전과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더 필요했다”며 “TV토론 추가 개최 논란에서 방어적으로 비친 점은 ‘검증을 피한다’는 프레임을 국민의힘에 허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정 후보가 성동구에서 보여준 성과는 분명 경쟁력이 있었지만, 선거 막판에는 ‘성동구청장 정원오’와 ‘서울시장 정원오’ 사이의 간극을 국민의힘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민주당이 서울 전체의 도시 비전을 더 압축적이고 선명하게 보여줬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의 패인은 후보 개인의 문제만으로 좁혀볼 수 없다. 민주당은 서울에서 ‘왜 바꿔야 하는가’는 설명했지만,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충분히 각인시키지 못했다. 생활행정의 성과는 강조했지만 서울시 전체의 재건축·교통·도시경쟁력 구상에서는 오 후보의 경험론을 압도하지 못했다. 여기에 TV토론 추가 공방에서 적극적 검증 무대를 넓히지 못한 점까지 겹치면서, 정 후보는 마지막 국면에서 ‘참신한 구청장’ 이미지를 ‘준비된 서울시장’ 이미지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했다. 오세훈의 승부수는 새로움이 아니라 안정감이었다 오세훈 후보에게 새로움은 없었다. 장기 재임 피로감도 분명했다. 그러나 서울 유권자 일부는 바로 그 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였다. 재건축·재개발, 한강벨트 개발, 교통망 확충, 주택 공급, 도시계획 연속성 같은 의제에서는 실험보다 연속성을 택한 셈이다. 오 후보는 ‘시작된 변화, 압도적 완성’을 내걸고 “4년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에서 오세훈 후보가 이긴 것은 당의 승리라기보다 후보 경쟁력과 부동산 민심의 결합에 가까웠다”며 “서울 유권자는 정권 심판이나 정권 지원이라는 큰 구호보다 당장 눈앞의 도시 운영 안정성을 더 따졌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국민의힘에도 착시를 경계하게 한다. 오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 전체의 회복이라기보다 서울에서 작동한 특수한 조합의 결과였다. 오 후보 개인의 인지도, 서울시정 경험, 부동산·도시개발 이슈에서의 비교우위, 그리고 민주당의 전국 승리에 대한 견제 심리가 한꺼번에 맞물렸다. 강남3구·마용성·한강벨트…승부 가른 자산투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해석하는 핵심 열쇠는 ‘자산투표’다. 서울의 표심은 단순히 보수냐 진보냐로 갈라지지 않았다. 내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 재건축 규제는 풀릴 것인가, 교통망은 빨라질 것인가, 세금 부담은 늘어날 것인가, 도시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인가가 유권자의 선택을 움직였다. 정권에 힘을 실어주자는 구호보다 내 생활과 자산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더 강했던 것이다. 정치컨설팅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서울은 이미 계층·자산·주거 형태에 따라 정치적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도시가 됐다”며 “강남3구와 마용성, 한강벨트, 재건축 기대지역에서는 정당 호감도보다 자산 방어 심리가 더 강하게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대로 민주당이 강점을 기대했던 지역에서도 투표율과 막판 결집이 충분하지 않으면 서울 전체 승부를 가져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남3구와 마용성, 한강벨트, 재건축 기대지역의 표심을 따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의 선거는 더 이상 단일한 수도권 민심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남권과 강북권, 아파트 밀집지역과 다세대·임대주택 밀집지역, 재건축 기대지역과 주거 불안 지역의 투표 동기는 다르다. 민주당은 서울 전체의 정권 안정론을 기대했지만, 국민의힘은 부동산과 도시개발의 불안을 파고들었다. 민주당엔 서울형 민심, 오세훈엔 5선 책임 남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흐름의 차이도 컸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 과정에서는 16시간에 걸친 초접전 끝에 오 후보가 역전했다. 막판 보수층 결집과 지역별 개표 순서,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표심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 선거는 마지막 1%의 조직력과 위기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국민의힘 지지층 입장에서는 경기·인천·부산·충남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서울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컸고, 그 절박감이 본투표와 막판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서울 패배는 뼈아프다. 전국적으로 승리했지만, 수도 서울을 내줬다는 사실은 향후 국정 운영과 정치 구도에서 계속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서울은 단순한 광역단체 하나가 아니다. 정치적 상징성, 언론 집중도, 부동산 시장 파급력, 중산층 민심의 방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민주당이 서울에서 다시 승리하려면 정권 안정론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동산과 세금, 교통과 재건축, 일자리와 도시경쟁력에 대해 더 정교한 답을 내놔야 한다. 서울 유권자에게 “정권을 도와달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신의 집, 당신의 출근길, 당신의 세금, 당신의 동네가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를 설득해야 한다. 오 후보의 승리도 압승은 아니었다. 0.6%포인트 차 승리는 승자의 자신감보다 경고장을 먼저 읽어야 할 결과다. 서울 유권자는 오 후보를 다시 선택했지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 장기 재임 피로감, 시정의 관성, 약자 주거와 교통 격차, 강남·비강남 간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사상 첫 5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기록은 정치적 훈장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다. 서울 시민은 오 후보에게 다시 기회를 줬지만, 그 기회는 무한정한 신뢰가 아니다. 재건축과 개발의 속도를 높이되 주거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균형, 한강벨트와 강남권의 경쟁력을 키우되 강북과 외곽의 박탈감을 줄이는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는 서울이 정권의 바람만으로 이길 수 없는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서울 유권자는 정권보다 집값, 후보보다 생활의 안정, 구호보다 도시 운영 능력을 먼저 따졌다. 민주당에는 서울형 민심을 다시 읽으라는 숙제를 남겼고, 국민의힘에는 서울 승리를 전국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서울의 선택은 명료했는데 전국의 정치 바람보다 내 동네의 집값과 교통, 개발과 세금이 더 가까웠다”며 “이것이 0.6%포인트 역전극의 본질이다. 서울을 얻으려는 정당은 거대한 구호보다 생활의 계산서를 먼저 읽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26-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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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선거서 진보 교육감 약진이 던지는 교육계 메시지는?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깊은 변화가 일어난 곳은 교육감 선거였다. 시장·도지사 선거의 함성, 여야 대표의 공방, 전·현직 정치 지도자의 지원 유세에 가려졌지만 유권자는 아이들의 교실을 맡길 사람을 따로 골랐다. 그 결과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11곳 안팎에서 승리하거나 당선이 유력한 흐름을 보였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9명 수준으로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교육계의 무게추가 다시 진보 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결과를 단순히 진보 진영의 승리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다. 후보 이름도, 정책도, 성향도 유권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선거 역시 후보 난립과 단일화 갈등, 낮은 관심 속에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선거 전 교육감 선거에서 ‘지지 후보 없음’과 ‘모름’ 응답이 높아 유권자의 무관심이 심각했던 게 사실이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 여부가 판세를 좌우해왔지만, 이번에는 곳곳에서 다자 구도와 단일화 불복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진보 교육감이 약진했다면, 그 안에는 분명한 민심의 결이 있다. 첫째 메시지는 경쟁 일변도 교육에 대한 피로감이다. 학부모는 성적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초학력 회복, 디지털 역량, AI 시대 인재 교육, 대학 진학 경쟁력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다만 아이를 점수와 서열의 사다리에만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커졌다. 학교가 입시 공장만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 교육이 최소한 아이의 자존감과 공동체 감각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표심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둘째 메시지는 공교육 회복에 대한 주문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이미 가계 경제의 고질병이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시간표가 아이의 하루를 지배하고, 중산층 가계조차 교육비 앞에서 허리가 휜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내세운 무상·보편 교육, 돌봄 확대, 교육복지 강화, 학교 현장 지원 공약은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유권자는 이념의 깃발보다 “내 아이가 학교 안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가”를 물었다. 교육감 선거 결과는 사교육에 밀린 공교육의 체면을 다시 세우라는 명령에 가깝다. 셋째 메시지는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교육 현장은 학생 인권과 교권 침해 논란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일부 보수 진영은 학생 인권 조례를 교권 약화의 원인처럼 몰아갔고, 일부 진보 진영은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를 충분히 껴안지 못했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이기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의 존엄과 교사의 권위는 함께 서야 한다. 진보 교육감 약진은 학생 인권을 지키되, 교사가 무너지는 학교를 방치하지 말라는 이중의 요구로 해석해야 한다. 넷째 메시지는 ‘교육의 정치화’에 대한 경고다. 교육감 선거가 진보 대 보수의 대리전으로 흐를수록 정작 교실의 문제는 뒤로 밀린다. 한 아이가 문해력을 잃고, 한 교사가 악성 민원에 지치고, 한 학교가 디지털 격차 앞에서 흔들리는 문제는 좌우의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진보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그것은 백지수표가 아니다. 교육을 정쟁의 전초기지로 만들지 말고 학교의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진보 교육감들이 특히 새겨야 할 대목도 있다. 과거 혁신학교, 민주시민교육, 학생인권조례는 진보 교육의 상징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민주시민교육,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자사고 정책 등이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책의 이름이 곧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혁신학교가 실제 학력과 학교 만족도를 높였는지, 민주시민교육이 균형 잡힌 시민성을 길렀는지, 학생인권정책이 교권 보호 장치와 함께 설계됐는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진보 교육이 다시 기회를 얻었다면, 이번에는 구호보다 성과로 답해야 한다. 보수 교육계도 반성할 대목이 적지 않다. 학력 회복과 학교 질서 회복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의제였다. 그러나 그것이 학생 인권의 후퇴, 과거식 입시 경쟁의 복원, 서열화 교육의 재가동처럼 비치면 중도 학부모를 붙잡기 어렵다. 보수 교육이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경쟁’만 말할 것이 아니라 ‘좋은 공교육 안에서의 실력’을 말해야 한다. 기초학력 진단은 필요하지만 낙인찍기가 되어서는 안 되고, 자율과 선택은 필요하지만 교육 격차를 방치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서양의 고전은 교육의 본질을 이미 오래전에 말했다. <논어>의 ‘유교무류(有敎無類)’는 가르침에는 부류가 없다는 뜻이다. 신분과 배경에 따라 배움의 문을 달리해서는 안 된다는 공자의 말이다. 오늘의 한국 교육에 옮기면 부모의 소득, 사는 지역, 장애 여부, 학교 유형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갈라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진보 교육감 약진의 가장 큰 의미도 여기에 있다. 유권자는 교육이 다시 기회의 사다리가 되기를 바랐다. 사다리가 사교육 시장 안에만 놓여 있다면 그것은 공교육의 실패다. 그러나 평등만으로 교육은 완성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탁월함은 반복된 습관에서 나온다고 봤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학교를 만드는 것과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공정한 기회 위에서 더 많이 읽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정확히 쓰고, 더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평등의 언어만 있고 수월성의 설계가 없다면 학부모는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교육계에 세 가지 숙제를 남겼다. 첫째, 공교육의 질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기초학력, 학교폭력, 교권 침해, 돌봄 공백, 디지털 격차에 대해 지역별 목표와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주체로 세워야 한다. 교사가 지쳐 있으면 어떤 혁신도 교실 문턱을 넘지 못한다. 셋째, 이념형 정책보다 현장형 정책을 앞세워야 한다.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거대한 담론보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변화다. 교육감 선거는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지만, 그 결과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진보 교육감의 약진은 ‘아이들을 경쟁의 벼랑 끝에만 세우지 말라’는 호소이자 ‘공교육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만들라’는 명령이다. 동시에 ‘진보 교육도 성과와 책임의 언어로 말하라’는 경고다. 교육은 정권보다 길고, 선거보다 깊다. 교육감의 임기는 4년이지만 한 아이의 삶에는 수십 년의 흔적을 남긴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교육계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학교를 이념의 전시장으로 만들지 말라. 아이가 배우고, 교사가 가르치며, 학부모가 믿을 수 있는 공교육을 복원하라. 진보 교육감들의 승리는 그 출발선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승리의 말이 아니라 교실의 변화로 답할 시간이다.
2026-06-05 10: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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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세 대표 모두 웃지 못했다…6·3 이후 정계개편 시계 빨라진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정치권의 시선은 곧바로 ‘다음 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표면상 승자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0.6%포인트 차로 누르며 5선에 성공했고, 국회의원 재보선 14곳에서도 민주당 9곳, 국민의힘 4곳, 무소속 1곳으로 결과가 갈렸다. 특히 재보선 14곳 중 13곳이 민주당 의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성적표는 압승이되 완승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가 남긴 정치적 결론은 분명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모두 내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전체 승리에도 서울 패배와 재보선 일부 이탈로 ‘전국 압승론’에 흠집이 났다. 장 대표는 서울 수성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서울·대구·경북·경남을 제외한 대부분 광역권력을 내주면서 패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 대표는 경기 평택을 재선거 낙선으로 당의 구심력과 개인 정치력 모두에 타격을 입었다. 정청래, 승리 속 패배…민주·혁신 통합론도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른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정부 안정론’이 일정 부분 작동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시장 패배는 정 대표에게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서울은 상징성뿐 아니라 중도층 민심의 바로미터다. 민주당이 경기·인천을 가져오고 부산까지 탈환했지만 서울을 내준 것은 수도권 전체 장악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정 대표의 또 다른 부담은 조국혁신당과의 관계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지난 2월 합당 논의가 무산됐을 때 지방선거 이후 통합 논의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택을 재선거에서 조 대표가 직접 출마해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면서 양당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통합 논의가 착수되기보다 냉각기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동혁, 서울은 지켰지만 보수 재편 압박 커졌다 국민의힘도 웃을 수만은 없다. 서울시장 수성은 분명한 성과지만 전국 판세로 보면 지방권력의 주도권을 민주당에 넘겨줬다. 국민의힘은 서울 외에 대구·경북·경남을 지키는 데 그쳤고, 부산시장까지 민주당에 내줬다. 오세훈 후보가 장동혁 대표의 지원과 거리를 두고 독자 행보를 보인 점을 들어 서울 승리의 원동력이 당보다는 후보 개인기였다는 평가도 있다. 장 대표에게 더 큰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의 원내 입성이다. 부산 북갑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 전 대표가 초박빙 끝에 당선되면서 보수 재편의 중심축이 다시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강성 지지층 중심 노선으로는 수도권·청년·중도층을 되찾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질 수 있다. ‘영남 자민련’이 아니라 중도·수도권·청년을 지향하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국, 낙마 후 혁신당 생존기로…흡수합당론 부상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조국혁신당이다. 조 대표는 평택을 출마를 통해 원내 입성과 당 존재감 회복을 동시에 노렸지만 실패했다. 평택을은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조 대표의 낙선은 단순한 개인 패배가 아니라 혁신당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혁신당 통합이 재추진되더라도 대등한 합당보다 흡수합당 또는 개별 입당 방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대표의 장악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혁신당 내부가 자강파와 합당파로 갈라질 경우 당의 독자 생존 전략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6·3 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방향은 세 갈래다. 민주당은 승자의 통합을 추진하되 서울 패배가 남긴 중도 확장 과제를 풀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체제의 책임론과 한동훈 변수 사이에서 보수 재건의 노선을 정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독자 생존이냐 민주당 편입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며 “민심은 민주당에 권한을 줬지만 오만을 경고했고, 국민의힘에는 패배를 안겼지만 보수 재편의 불씨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정계개편은 이미 시작됐다”며 “누가 먼저 패배 이유를 정확히 읽고 조직을 추스르느냐에 정치적 미래가 달렸다”고 덧붙였다.
2026-06-04 11: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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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출구조사 뒤집고 서울시장 5선…국민의힘, 민주 압승 속 '서울' 지켰다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누르고 5선에 성공했다. 개표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출구조사 우세를 등에 업은 정 후보가 앞섰지만, 4일 오전 강남권과 송파·강동 등 보수 성향 지역 개표가 본격 반영되면서 오 후보가 막판 역전했다. 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는 압승 흐름을 만들었지만, 국민의힘은 수도 서울을 지키며 정국 견제의 상징 거점을 확보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선거 패배를 승복하며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시민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출구조사 뒤집은 오세훈, 강남권 개표 반영되며 역전 서울시장 선거는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가 엇갈린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는 정원오 후보가 51.4%, 오세훈 후보가 46.0%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표 흐름은 새벽 이후 급변했다. 오 후보는 개표 13시간 만에 정 후보를 역전했고, 이와 같은 흐름을 막판까지 이어갔다. 오 후보의 승리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막판 강남권 개표로 승부가 뒤집힌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도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흐름은 정 후보 쪽이었지만, 실제 투표함은 마지막까지 다른 결론을 남겼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는 시민들의 승리”라며 “마지막 4년 모든 역량을 서울을 위해 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서 오 후보는 선거 막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시민의 대표자로서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압승 속 ‘서울 패배’…승리 크기 줄인 마지막 변수 이번 지방선거 전체 판세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2곳,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2곳과 부산·울산, 충청·강원·호남·제주에서 우위를 확보했고, 특히 부산과 울산의 승리는 영남 정치 지형 변화의 신호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가져갔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대대적 교체에 가깝다. 그럼에도 서울 패배는 민주당에 뼈아프다. 서울은 전국 최대 광역단체이자 정국 해석의 상징 지역이다. 정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섰고 개표 중반까지도 우세를 유지했던 만큼, 막판 역전패의 충격은 작지 않다. 민주당은 전체 승리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안게 됐다. 차기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을 근거지 삼아 견제론을 전면화할 수 있게 된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서울을 지킨 것은 정치적 방어선이 됐다. 대구·경북·경남에 더해 서울을 확보하면서 최소한의 반전 명분을 마련했다. 특히 오 후보의 5선 성공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재건론과 차기 대권 구도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다만 부산·울산 상실과 충청·강원 열세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오세훈 5선, 서울시정은 ‘연속성’…중앙정치엔 ‘견제 축’ 부상 오 후보의 승리는 서울시정의 연속성을 뜻한다. 재건축·재개발, 한강변 개발, 교통망 확충, 청년·약자 동행 정책 등 기존 시정 방향은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기간 오 후보가 강조한 것은 정권 견제와 서울시정의 안정성이었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다수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힘을 얻은 상황에서 오 후보는 서울시를 야권의 핵심 행정 거점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의 서울 전략에 숙제를 남겼다. 성동구청장 3선 경력을 바탕으로 ‘생활 행정’과 ‘실용 행정’을 내세웠지만, 서울 전체 선거에서는 보수층 결집과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넘지 못했다. 특히 출구조사 우세가 실제 개표에서 뒤집힌 만큼, 민주당은 강남권과 동남권, 중도층·고령층 표심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남긴 또 다른 쟁점은 선거관리 논란이다.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개표 지연과 정치권 공방이 이어졌다. 선관위는 재선거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냈지만, 선거관리 신뢰 문제는 별도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가 초박빙으로 끝난 만큼 투표 과정의 혼선은 당분간 정치적 논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정국 전망은 복합적이다. 민주당은 지방권력 대부분을 확보하며 국정 운영 동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서울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완전한 압승의 상징성은 줄었다. 국민의힘은 전국적 패배 속에서도 서울을 지키며 대여 견제의 구심점을 확보했다. 앞으로의 정국은 민주당의 지방권력 장악과 국민의힘의 서울발 견제론이 맞부딪히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종 성적표는 민주당의 승리”라면서도, “다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서울에서 나왔다. 출구조사를 뒤집은 오세훈의 5선, 정원오의 승복, 그리고 서울을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표정은 이번 선거가 남긴 정치적 압축판”이라고 했다.
2026-06-04 10:3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