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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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흔든 'ETF 참사', 감독당국 책임 피할 생각부터 버려라
[경제일보] 연휴 직후 국내 증시가 급락세에 휘말리면서 자본시장이 또다시 깊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한 증시 조정이나 투자자의 판단 착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일부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등을 둘러싸고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고위험 상품이 어떤 검증과 감독을 거쳐 시장에 진입했는지조차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에는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자기 책임이라는 말이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 상품의 위험을 사전에 걸러내고, 투자자에게 위험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감독할 책무가 있다. 시장이 무너진 뒤 “투자자도 위험을 알고 투자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감독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도대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해당 상품의 시장 진입을 허용했느냐는 것이다. 상품 구조의 복잡성과 손실 확대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했는지, 시장 급변 상황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사전에 점검했는지, 일반 투자자가 위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됐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허술한 심사나 감독상 중대한 과실이 확인된다면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조직 뒤에 숨어 책임을 분산시키거나 “제도상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 감독 실패에는 감독 책임자가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만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위험을 관리해야 할 기관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더욱이 금융 시장에서 반복되는 사고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점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사고가 터지면 긴급점검을 벌이고, 대책을 발표하고, 제도 개선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감독당국의 대책 발표는 시장에서 아무런 신뢰도 얻지 못한다. 사고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감독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조사 방식부터 달라야 한다. 상품 하나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승인·심사 과정, 감독 기관의 내부 검토, 거래소와 운용사의 위험관리 체계, 투자자 설명 및 판매 과정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뿐 아니라 누가 알고도 방치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왜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 책임 소재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단순한 주의나 경고, 형식적인 인사 조치로 끝내서는 안 된다. 중대한 감독상 과실이 확인된다면 직위와 직급을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금융당국 내부에도 “잘못된 감독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이 선다. 제도 개선 역시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 고위험·복잡 금융 상품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고, 시장 충격 가능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상품 출시 이후에도 가격 급변과 유동성 악화, 기초 자산과의 괴리 등 이상 징후를 상시 감시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가 상품 이름만 보고 위험을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면 정보 제공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제 ‘시장 활성화’와 ‘금융혁신’이라는 명분을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혁신은 투자자 보호를 희생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절대선이 아니다. 신뢰가 무너진 금융시장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도 금융혁신이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있지 않다. 위험을 걸러내야 할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 그리고 작동하지 않았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에 있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책임 회피성 해명이나 땜질식 대책으로 시간을 벌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제도 전면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투자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번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시장은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너진 것은 단지 일부 투자상품의 가격이 아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다. 그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
2026-09-29 10: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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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참사가 경제를 망친다, 검증 시스템부터 뜯어고쳐라
[경제일보] 또 인사 참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가 만사”라고 외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사가 망사”라는 국민의 냉소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 편법 절세, 세금 문제, 도덕성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걸러내지 못했다면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논란이 재연된다.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사전에 걸러내기보다 언론 보도와 야당의 문제 제기로 드러난 뒤 해명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이것은 검증이 아니라 사후 수습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청문회가 대통령실의 부실 검증을 대신하는 장치인가. 국민이 묻는 것은 청문회에서 무엇이 밝혀질지가 아니라 왜 이런 사람이 애초에 후보자 명단에 올랐느냐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처럼 법치와 사법 질서를 책임지는 자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준법·도덕성 논란조차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어떻게 공정과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고위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흠잡기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인사 실패는 정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와 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은 결국 사람이 집행한다. 장관의 전문성과 리더십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사가 흔들리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를 늦출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압력,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저성장 등 복합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가 인사 논란으로 국정 역량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치명적인 것은 잘못된 정책만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장관이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며 대통령실이 해명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되면 기업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정책의 지속성과 행정 능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관료사회도 위축된다.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보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경제가 속도전을 벌여야 할 때 정부 조직이 인사 논란에 발목 잡히면 그 비용은 결국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후보자 몇 명을 교체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부동산·세금·병역·논문뿐 아니라 이해충돌, 직무 전문성, 정책 역량, 공직 수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발견하고도 묵인하거나 축소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드 인사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정치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참모가 아니라 “이 사람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통령과 국정을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도 결단해야 한다. 한번 지명한 사람을 끝까지 감싸는 것이 대통령의 권위는 아니다. 잘못된 인사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것이 오히려 강한 리더십이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라면 최종 인사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업은 정부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정책과 예측 가능한 행정을 요구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인사의 실패가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정책의 실패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번 인사 논란을 또 하나의 정치적 소란으로 넘긴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람만 바꿔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시스템과 책임 구조, 인사의 기준을 함께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은 더 이상 변명과 방어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부실 검증의 책임을 인정하고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흠결 있는 후보자는 과감히 철회하고 검증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인재 풀도 백지에서 다시 짜야 한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도 무한정 용서하지 않는다. 인사에서 무너지면 정책이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시장의 신뢰도 무너진다. 지금이 인사 시스템을 환골탈태시킬 마지막 기회다.
2026-09-09 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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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미국행에 청문회·혁신위까지…월드컵 참사가 흔든 한국 축구
[경제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후폭풍이 한국 축구 전체를 흔들고 있다. 대표팀의 성적 부진은 감독 책임론에 머물지 않고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감독 선임 과정, 선수단 관리, 유소년 육성 시스템, 축구 행정의 투명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 국회의 청문회 추진 움직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까지 맞물리면서 한국 축구는 사실상 전면적인 재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귀국 이틀 만에 미국행…커진 ‘책임 회피’ 논란 가장 먼저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홍 전 감독의 출국이다. 홍 전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뒤 지난달 30일 귀국했지만, 불과 이틀 뒤인 2일 미국으로 떠났다. 홍 전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할 얘기는 있는데 언젠가 이야기가 잘 나올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단 내분설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내분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귀화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의 규율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출국 시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출국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체위가 축구협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홍 전 감독과 정 회장 등의 출석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홍 전 감독의 미국행을 두고 ‘청문회 회피성 출국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됐다. 물론 홍 전 감독의 출국을 곧바로 ‘도피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공식적인 증인 채택이 이뤄진 단계가 아니고 출국을 제한할 법적 근거도 없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개인 일정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표팀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 충분한 설명 없이 해외로 떠난 것은 공적 책임의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과 별개로 국민적 실망이 큰 상황에서 감독이 직접 설명하고 책임지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지금의 논란은 출국 자체보다 설명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 행정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홍명보 전 감독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과 협회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감독 선임 논란부터 선수단 갈등설까지…쌓였던 불신 폭발 이번 월드컵 부진은 경기력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홍명보호는 대회 전부터 감독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 이후 대표팀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새 감독 선임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력강화위원회와 협회 수뇌부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압축했고 왜 홍 전 감독을 최종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그동안 축적된 불신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선수단 내부 갈등설도 논란을 키웠다. 홍 전 감독은 “전체적인 내분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팬들의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손흥민 등 핵심 선수 기용 문제,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귀화 선수 활용과 규율 관리, 전술적 일관성 부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 내부 사정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된 것은 그 자체로 대표팀 소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성적이 좋았다면 묻혔을 문제가 성적 부진과 결합하면서 감독 리더십과 협회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셈이다. 국회 청문회 추진…정몽규 체제도 심판대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국회 청문회가 현실화될 경우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전망이다. 먼저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정성이다. 또 월드컵 준비와 대표팀 운영의 책임 소재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 거버넌스와 정몽규 회장 체제의 구조적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대한축구협회의 독선과 무능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축구계에서는 청문회가 단순한 망신주기식 책임 추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 선임 과정의 회의록 △후보군 평가 기준 △협회 내부 의사결정 라인 △대표팀 지원 체계 △기술위원회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누가 사과하고 물러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청문회가 열린다면 협회 운영 구조와 대표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앞세운 혁신위 출범…‘보여주기식 쇄신’ 넘을까 문체부도 별도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휘영 장관과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오는 6일 출범시키기로 했다. 혁신위에는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 축구인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축구 거버넌스, 유소년 선수 육성,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 등 한국 축구의 중장기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현장에서 논의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휘영 장관도 혁신위가 주요 과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신뢰받는 축구인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비전이 수립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축구협회 운영 문제를 단순 감사 차원이 아니라 구조개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혁신위가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실패 때마다 쇄신을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임은 흐려지고 제도 개선은 미뤄졌다. 유소년 육성, 기술 철학 정립, 지도자 시스템 개선, 협회 투명성 강화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과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권한으로 무엇을 바꾸고 언제까지 실행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한국 축구의 상대는 이제 ‘불투명한 시스템’ 스포츠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축구의 ‘거버넌스 위기’로 본다. 한 체육계 인사는 “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월드컵 평가까지 모든 과정이 사후적으로 설명되는 구조에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협회가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지 못하면 국회와 정부의 개입 명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지금 세 개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 팬들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있다. 국회는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따지려 한다. 정부는 혁신위를 통해 구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홍명보 전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지만 더 넓게 보면 책임 있는 설명과 투명한 의사결정이 실종된 한국 축구 행정의 민낯을 드러낸 장면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의 진짜 평가는 이제 시작됐는데 상대는 더 이상 조별리그 상대국이 아니다”라며 “불투명한 감독 선임, 폐쇄적 협회 운영, 책임 없는 리더십, 반복되는 임시방편이 한국 축구가 넘어야 할 진짜 상대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도 성적 부진을 몇몇 개인의 사퇴로만 봉합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2026-07-03 15: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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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참사, 이제는 축구협회를 수술할 때다
[경제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끝내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우의 수마저 사라진 채 조기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 국민이 느낀 것은 단순한 패배의 아쉬움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월드컵은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무대다. 탈락 자체가 죄는 아니다. 그러나 준비 과정과 운영 시스템이 공정성과 전문성을 잃은 결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 참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한국 축구의 구조적 병폐가 결국 폭발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패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져야 한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가장 손쉬운 면피일 뿐이다. 진정한 책임은 대표팀을 구성하고 운영한 지도부와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던 절차적 논란은 아직도 국민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객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했던 선임 절차는 처음부터 많은 의문을 남겼고, 축구계 안팎에서는 '인맥 축구'와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 우려가 결국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표팀 감독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국가대표 축구의 철학과 미래를 책임지는 최고 사령탑이다. 그렇기에 감독 선임은 철저한 검증과 객관적 평가를 거쳐야 한다. 세계 축구는 이미 데이터 분석과 국제적 검증, 장기적인 육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도자를 선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학연과 지연, 축구계 내부의 폐쇄적 네트워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부의 비판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애써 외면했고, 협회는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불통은 결국 불신을 낳았고, 불신은 참사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실패를 대하는 자세다. 패배 직후마다 반복되는 사과와 유감 표명, 그리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상투적인 표현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감독 한 사람을 교체한다고 한국 축구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다. 감독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 아래에는 낡은 행정 시스템과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견제받지 않는 권한 집중, 그리고 국민과 단절된 협회 운영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대한축구협회는 근본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과정은 모든 절차를 공개하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술위원회 역시 특정 인맥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적 기구로 재편해야 한다. 행정 책임자와 기술 책임자의 권한을 명확히 구분하고, 모든 결정은 객관적 평가 기준과 기록을 통해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 선발 역시 공정성과 경쟁 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민은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을 먼저 본다. 축구협회의 지배구조 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정 세력이 장기간 권한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와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독립적인 평가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세계 축구 강국들은 이미 협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행정이 바뀌지 않으면 경기력도 결코 달라질 수 없다. 이번 탈락은 단순히 한 번의 월드컵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국 축구를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광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개혁, 전문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의 실패 역시 같은 교훈을 던지고 있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국민은 더 이상 변명도, 책임 떠넘기기도 원하지 않는다. 요구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공정하고 투명한 한국 축구다. 이번 월드컵 참사가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뼈아픈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이고, 인맥과 불통의 낡은 운영 방식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대수술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며, 한국 축구가 다시 세계 무대에서 존중받는 길이다.
2026-06-28 15: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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