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7건
-
사퇴 한 달 김용범, 왜 다시 '국채'를 꺼냈나
[경제일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경제정책의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는 부동산도, 증시도 아니다. 국채다. 김 전 실장이 최근 쓴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의 출발점은 글로벌 금리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장기금리 상승을 단순한 인플레이션 후유증이 아니라 지난 15년간 이어졌던 저금리 체제의 변화로 봤다. 글만 놓고 보면 채권시장 분석이다. 그러나 작성 시점과 김 전 실장의 현재 위치를 함께 놓으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김 전 실장은 지난 9월 1일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정부 출범 후 15개월 만이었다. 한미 통상협상과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휘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부동산·세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책임론도 동시에 받았다. 퇴임 이후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며 김 전 실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다만 현재까지 제기된 내용은 정치권의 의혹과 고발 단계다. 10월 1일 정무위가 채택한 증인 명단에는 김 전 실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이 선택한 주제가 국채와 반도체, 그리고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그의 정책실장 재임기를 상징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두고 “아주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이 모일 것”이라며 청년·미래·지역·교육에 활용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자리에서 물러난 9월 1일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정책실장 임기는 끝났지만 그가 밀었던 정책은 오히려 제도화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글에서 김 전 실장이 “정부에서 일하며 호황기 세수가 가진 중력을 여러 번 봤다”고 회고한 대목도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세수가 늘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교육청마다 쓸 이유가 생기고, 한 번 늘어난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미래대응기금을 설명하면서 ‘의지만으로는 이 중력을 이기기 어렵다. 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숫자는 그의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000억원으로 다시 추산했다. 추경예산보다 63조2000억원 많다. 반도체 호황과 특별배당, 증시 활성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9월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63% 증가했다.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반도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 전 실장이 이번 글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도 현재의 고금리 자체보다는 반도체 호황이 끝났을 때의 한국 경제다. 지금은 반도체 수출과 기업이익이 성장과 세수, 외환수급을 동시에 받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상황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성장과 세수가 둔화되고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로벌 장기금리마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 경제가 쓸 수 있는 완충재는 줄어든다. ◇ 왜 지금 ‘국채’인가 글의 또 다른 축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를 넘어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미국 고용이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졌지만 장기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라면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났을 때 국채 금리는 먼저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채 공급이 늘고 있는 데다 AI 투자 붐까지 자본시장 수요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의 돈을 쓰고 있다. 올해 들어 AI 관련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 금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돈을 필요로 하는 구조다. 일본도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3%를 기록해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장기간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의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가 확대됐고,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도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재정, AI 투자, 인플레이션, 지정학이라는 네 가지 요인을 국채 금리 상승 원인으로 나눈 배경이다. 결국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2010년대의 초저금리가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시장 분석인가, 정책 유산에 대한 설명인가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회고가 이례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 김 전 실장은 재임 당시에도 SNS에 장문의 경제정책 글을 꾸준히 올렸다. 정책실장이 직접 증시와 부동산, 산업정책을 설명하면서 시장이 그의 표현 하나하나에 반응하기도 했다. 이번 글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의 글이었다면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정책 설계자의 글이다. 그래서 “좋을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장 전망인 동시에 자신의 정책 선택에 대한 설명으로도 읽힌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그렇다. 정부는 내년 기금에 162조3000억원을 적립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45조4000억원을 쓰고 나머지는 국채 발행 축소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도가 출범하기도 전에 논쟁은 시작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가·초과 세수를 기금에 적립한 뒤 필요할 경우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구조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약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수 있다며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글에서 “기금의 입법도 중요하지만 꺼내 쓰는 원칙을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오히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기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용범의 진단, 어디까지 맞을까 큰 방향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이 그의 진단과 상당 부분 겹친다. 글로벌 국채금리가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전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은 이미 뚜렷하다. 정부 부채 증가와 AI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에 반도체라는 강력한 완충재가 있다는 분석 역시 현재 숫자만 보면 설득력이 있다. 올해 세수 증가와 기록적인 수출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한국 경제의 위험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잘될수록 성장률도 높아지고 세수도 늘어난다. 정부의 정책 여력도 커진다. 반대로 반도체가 흔들리면 그 효과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쟁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호황으로 생긴 돈을 지금 쓸 것인가. 다음 불황을 위해 남길 것인가. 아니면 AI와 인재,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인가. 김 전 실장은 세 번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다만 그 답이 미래대응기금 하나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통제, 지방재정과의 관계, 투자 사업의 선정 기준, 기금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엄격하게 정하느냐가 남았다. 기금이 미래 투자를 위한 완충장치가 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거대한 지출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도 아직 정치권에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새로운 공직은 없다. 그럼에도 그가 다시 시장과 정책에 대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적어도 글 안에서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이 정부 안에서 보았던 호황기의 재정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자신이 추진했던 미래대응기금이 왜 필요했는지를 다시 말하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 복귀 신호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정책실장에서 경제정책 논객으로 위치가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 한 달 전까지 정책을 만들던 사람이 이제 그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밖에서 설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장은 그의 글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채금리는 오르고 있고, AI 투자는 더 많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 전례 없는 호황을 가져왔다. 미래대응기금의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앞으로 볼 대목은 김용범 개인보다 정책이다.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더 많은 의무지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신산업과 인재, 재정의 완충력이 남을 것인가. 한편 김 전 실장이 던진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라는 문제의식의 끝에는 결국 이 질문이 있다. 좋을 때 번 돈을 어떻게 쓰는가. 호황이 끝난 뒤 국가의 실력은 거기서 드러난다.
2026-10-03 22:11:15
-
-
-
-
-
-
선관위 '투표자 수 통계 수정 정황' 수사…노태악 책임론 다시 부상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전산 통계 수정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강제수사에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합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자 수와 관련된 전산 통계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수정 시점과 횟수, 수정 전후 수치, 전산 접속 기록과 내부 보고 자료 등을 확보해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수사는 투표용지 인쇄량 산정과 현장 대응을 넘어 선거 이후 전산 통계가 처리된 과정으로 확대됐다. 누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수치를 바꿨는지, 정상적인 오류 정정 절차를 거쳤는지, 변경 사실이 상급자에게 보고됐는지가 확인 대상이다. 합수본은 지난달에도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구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해 투표용지 인쇄 계획과 투표록,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 10여명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됐고 출국금지 조치도 받았다. 투표자 수 통계가 수정됐다는 정황만으로 선거 결과에 손을 댔다고 볼 근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합수본도 현재는 통계 수정의 목적과 절차,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그렇다고 선관위 내부의 통상적인 업무 처리로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니다. 투표자 수는 투표용지 교부 수량과 잔여 수량, 투표록의 기록을 대조하는 기초 자료다. 전산 수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면 근거 자료와 승인 절차, 변경 전후 내역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합수본은 전산 통계가 실제 투표소별 기록과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실이 발생한 뒤 수치가 변경됐다면 변경 사유와 보고 경로도 살펴야 한다. 부족 수량이나 추가 공급량을 사후에 맞추기 위한 수정이었는지도 수사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 수사가 전산 통계로 확대되면서 노 전 위원장의 재임 중 책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노 전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까지 중앙선관위를 이끌었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틀 뒤인 지난달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합수본은 노 전 위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을 금지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결정은 인쇄 기준 축소였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인 수 대비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다.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이었지만 중앙선관위원회의 공식 회의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의 전결로 처리됐다. 어떤 사항을 위원회 의결에 부치고 어떤 사항을 사무처 전결로 처리할지 판단하는 내부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선거1국장은 규칙과 편람·지침을 구분하는 별도 기준이 없다고 답했다.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10%포인트 낮추는 결정은 비용 절감이나 행정 편의에 머물지 않는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이 나오거나 지역별 투표율 편차가 커지면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송파구의 최종 투표율은 65.8%로 서울 평균보다 높았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거나 마감 시간이 연장됐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각 투표소의 용지 수량을 직접 계산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선거인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주는 기준이 어떤 절차로 정해지고 있는지, 사무처의 결정이 현장에서 어떤 위험을 낳을 수 있는지는 감독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이 인쇄 기준 축소를 언제 보고받았는지, 관련 위험에 관한 검토를 지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상황도 투표 종료 약 40분 전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이라면 선거 현장의 중대한 문제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전달되는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이 인쇄량 축소와 전산 통계 수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직접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재임 당시 수장의 지휘·감독 책임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인쇄 기준 축소를 보고받았다면 결정의 타당성과 위험을 검토한 과정을 밝혀야 한다. 보고받지 못했다면 투표권 행사와 직결된 사안을 사무처가 자체 판단하도록 둔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선거 당일 전국의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한데 위원장에게 보고가 늦어진 이유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산 통계 수정 정황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관계 직원 개인이 임의로 수치를 바꾼 것인지, 지역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사이에 보고가 오갔는지, 지휘부가 수정 사실을 알았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통계 수정이 여러 기관에서 이뤄졌다면 동일한 지침이나 지시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은 사의를 밝히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임기 종료를 앞둔 사퇴가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사실 규명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누가 기준을 낮췄고 누가 위험을 검토했으며 사고 발생 뒤 어떤 보고와 조치가 있었는지는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정치권이나 행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받는 대신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투표용지조차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고 사후 전산 통계까지 수정한 정황이 드러났다면 독립성만 내세울 수 없다. 합수본 수사가 통계 수정에 관여한 실무자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춘 결정 과정과 선거 당일 보고 지연, 전산 통계 수정 경위가 서로 연결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한 당시 지휘부가 각 단계에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투표용지는 선거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투표자 수 통계는 투표용지의 교부와 잔여 수량을 검증하는 자료다. 두 업무에서 동시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현장 직원 몇 명의 착오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노태악 전 위원장 개인의 형사책임은 증거와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재임 중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은 별개로 남는다. 이번 수사는 선관위 직원들이 전산 수치를 왜 고쳤는지만 확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의사결정과 보고 체계, 당시 선관위 수뇌부의 관리 책임까지 규명해야 한다.
2026-07-23 10:04:39
-
-
-
벤투 복귀론 급부상…혼돈의 한국 축구, '16강 감독' 다시 부르나
[경제일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기 탈락 이후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이 된 가운데, 벤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7일 축구계와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벤투 전 감독은 최근 대표팀에서 함께 일했던 협회 관계자를 통해 감독직 복귀에 대한 관심을 전달했다. 다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 공식 지원 서류를 낸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벤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식 감독직은 물론 상황에 따라 임시 감독 체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전력강화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9월부터 11월까지 A매치를 치러야 하고 내년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정식 감독 선임이 늦어질 경우 임시 감독 체제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증된 카드 벤투…적응 기간 짧은 것이 강점 벤투 전 감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표팀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 4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단일 임기 기준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다. 벤투 전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대표팀은 우루과이와 비기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꺾으며 16강에 올랐다.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는 1-4로 패했지만 대회 전반을 놓고는 한국 축구가 수비 일변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술적으로도 벤투 전 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점유 기반 축구를 대표팀에 정착시키려 했다. 초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장기 운영을 통해 선수단 안에 전술적 일관성을 심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과 이미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강점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벤투 감독의 장점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끝까지 밀고 가면서도 선수들에게 역할을 명확히 부여했다는 점”이라며 “짧은 시간에 팀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 축구와 선수단을 잘 아는 지도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 리더십 공백 속 ‘안정형 선택지’ 부상 벤투 복귀론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한국 축구의 불안정한 상황도 있다. 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를 마쳤고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밀리며 조기 탈락했다. 홍명보 전 감독은 탈락 직후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적 부진의 후폭풍은 감독 책임론에 그치지 않았다. 대표팀 운영, 감독 선임 과정,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됐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 이후 차기 회장 선거 구도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리더십 공백 속에서 벤투 전 감독은 ‘안정형 카드’로 분류된다. 한국 대표팀을 이미 경험했고, 월드컵 본선 성과도 냈으며, 선수단 장악력도 검증됐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회로서는 전면적인 실험보다 검증된 지도자를 우선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축구 행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협회가 새 회장 체제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장기 프로젝트형 감독을 선임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그렇다고 대표팀을 공백 상태로 둘 수도 없어 임시 감독 또는 단기 안정형 감독 카드가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절차와 명분…‘추억의 복귀’로 끝나선 안 돼 다만 벤투 전 감독의 복귀가 곧바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공식 지원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추릴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외국인 감독과 국내 감독을 함께 검토할지, 임시 감독과 정식 감독을 분리할지에 따라 벤투 전 감독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이력도 평가 대상이다. 벤투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떠난 뒤 2023년 7월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 감독에 부임했지만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카타르 월드컵의 성공 경험과 별개로 UAE 대표팀에서의 성과와 한계도 함께 검토될 수밖에 없다. 여론도 변수다. 한국 축구 팬들은 최근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불투명성에 강한 불신을 보여왔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 논란이 불거졌고 월드컵 조기 탈락 이후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충분한 설명 없이 벤투 전 감독을 선택할 경우, 복귀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벤투 복귀론의 핵심은 이름값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운영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벤투 전 감독은 현실적인 후보가 될 수 있다. 반면 월드컵 실패 이후 대표팀 시스템과 협회 구조까지 바꾸는 전면 쇄신이 목표라면 벤투 복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6-07-07 16:20:35
-
홍명보 미국행에 청문회·혁신위까지…월드컵 참사가 흔든 한국 축구
[경제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후폭풍이 한국 축구 전체를 흔들고 있다. 대표팀의 성적 부진은 감독 책임론에 머물지 않고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감독 선임 과정, 선수단 관리, 유소년 육성 시스템, 축구 행정의 투명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 국회의 청문회 추진 움직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까지 맞물리면서 한국 축구는 사실상 전면적인 재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귀국 이틀 만에 미국행…커진 ‘책임 회피’ 논란 가장 먼저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홍 전 감독의 출국이다. 홍 전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뒤 지난달 30일 귀국했지만, 불과 이틀 뒤인 2일 미국으로 떠났다. 홍 전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할 얘기는 있는데 언젠가 이야기가 잘 나올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단 내분설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내분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귀화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의 규율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출국 시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출국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체위가 축구협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홍 전 감독과 정 회장 등의 출석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홍 전 감독의 미국행을 두고 ‘청문회 회피성 출국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됐다. 물론 홍 전 감독의 출국을 곧바로 ‘도피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공식적인 증인 채택이 이뤄진 단계가 아니고 출국을 제한할 법적 근거도 없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개인 일정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표팀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 충분한 설명 없이 해외로 떠난 것은 공적 책임의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과 별개로 국민적 실망이 큰 상황에서 감독이 직접 설명하고 책임지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지금의 논란은 출국 자체보다 설명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 행정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홍명보 전 감독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과 협회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감독 선임 논란부터 선수단 갈등설까지…쌓였던 불신 폭발 이번 월드컵 부진은 경기력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홍명보호는 대회 전부터 감독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 이후 대표팀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새 감독 선임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력강화위원회와 협회 수뇌부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압축했고 왜 홍 전 감독을 최종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그동안 축적된 불신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선수단 내부 갈등설도 논란을 키웠다. 홍 전 감독은 “전체적인 내분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팬들의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손흥민 등 핵심 선수 기용 문제,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귀화 선수 활용과 규율 관리, 전술적 일관성 부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 내부 사정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된 것은 그 자체로 대표팀 소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성적이 좋았다면 묻혔을 문제가 성적 부진과 결합하면서 감독 리더십과 협회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셈이다. 국회 청문회 추진…정몽규 체제도 심판대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국회 청문회가 현실화될 경우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전망이다. 먼저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정성이다. 또 월드컵 준비와 대표팀 운영의 책임 소재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 거버넌스와 정몽규 회장 체제의 구조적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대한축구협회의 독선과 무능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축구계에서는 청문회가 단순한 망신주기식 책임 추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 선임 과정의 회의록 △후보군 평가 기준 △협회 내부 의사결정 라인 △대표팀 지원 체계 △기술위원회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누가 사과하고 물러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청문회가 열린다면 협회 운영 구조와 대표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앞세운 혁신위 출범…‘보여주기식 쇄신’ 넘을까 문체부도 별도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휘영 장관과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오는 6일 출범시키기로 했다. 혁신위에는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 축구인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축구 거버넌스, 유소년 선수 육성,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 등 한국 축구의 중장기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현장에서 논의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휘영 장관도 혁신위가 주요 과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신뢰받는 축구인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비전이 수립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축구협회 운영 문제를 단순 감사 차원이 아니라 구조개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혁신위가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실패 때마다 쇄신을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임은 흐려지고 제도 개선은 미뤄졌다. 유소년 육성, 기술 철학 정립, 지도자 시스템 개선, 협회 투명성 강화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과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권한으로 무엇을 바꾸고 언제까지 실행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한국 축구의 상대는 이제 ‘불투명한 시스템’ 스포츠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축구의 ‘거버넌스 위기’로 본다. 한 체육계 인사는 “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월드컵 평가까지 모든 과정이 사후적으로 설명되는 구조에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협회가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지 못하면 국회와 정부의 개입 명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지금 세 개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 팬들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있다. 국회는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따지려 한다. 정부는 혁신위를 통해 구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홍명보 전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지만 더 넓게 보면 책임 있는 설명과 투명한 의사결정이 실종된 한국 축구 행정의 민낯을 드러낸 장면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의 진짜 평가는 이제 시작됐는데 상대는 더 이상 조별리그 상대국이 아니다”라며 “불투명한 감독 선임, 폐쇄적 협회 운영, 책임 없는 리더십, 반복되는 임시방편이 한국 축구가 넘어야 할 진짜 상대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도 성적 부진을 몇몇 개인의 사퇴로만 봉합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2026-07-03 15:36:44
-
스페이스X '0주 배정'…비난보다 해외주관사 결정 구조 살펴봐야
[경제일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대상 공모주 배정이 한 주도 이뤄지지 않은 ‘0주 배정’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앞세워 투자자 기대를 키웠지만 정작 최종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금융당국도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에게 배정 가능성과 미배정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경영진 발언이나 영업 현장 안내가 투자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줬는지 여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특정 증권사의 홍보 실패나 내부통제 문제로만 규정해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글로벌 초대형 IPO에서 최종 배정 권한이 국내 증권사에 있지 않았고 한국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사안을 국내 증권사가 마음대로 물량을 확보했다가 나눠주지 않은 것처럼 보는 것은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다”며 “최종 배정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 한국 물량이 왜 제외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한국 물량 제외 배경 불투명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글로벌 IPO 배정 구조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지만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에 있었다. 당초 국내 투자자에게 일정 물량이 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상장 직전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 배정 물량은 ‘0주’로 결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결과에 따라 물량이 변동되거나 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가 최종 물량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글로벌 IPO, 특히 스페이스X처럼 세계적 관심이 몰리는 초대형 딜에서는 △국가별 배정 △기관투자자 선호 △규제 환경 △판매 방식 △주관사의 전략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증권사가 인수단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물량 확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증권업계의 한 임원은 “국내 투자자에게 결과적으로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배정 실패 책임을 따지려면 최종 배정 결정을 내린 해외 대표주관사의 판단 배경도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만 검사와 비판의 전면에 세우면 논의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과 ‘확약’은 달라…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 규모 물량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배정이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졌는지가 쟁점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망과 확약은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수단 참여와 사전 협의 상황을 근거로 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최종 물량을 보장한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예상과 전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최종 결과가 빗나갔다고 해서 과거 발언을 곧바로 허위·과장 홍보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융회사가 ‘가능성’을 설명할 때 투자자는 이를 ‘확정에 가까운 기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글로벌 배정 구조에 있다 하더라도, 국내 판매사가 투자자 기대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별도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존 투자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행위를 곧바로 이해상충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해상충을 따지려면 그래서 미래에셋이 무엇을 얻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스페이스X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것과 IPO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정 결과가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모든 이전 판단을 이해상충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사만 때리면 글로벌 딜 참여 위축 우려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딜 참여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IPO 참여 실패가 곧바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사후적 책임론으로만 귀결되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초대형 IPO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판매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즈호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함께 초대형 IPO 인수단에 참여했고 미국 현지 기관투자자 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KIC 등과 함께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로부터 약 270만주 규모를 배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향후 챗GPT 개발사 오픈AI, 엔스로픽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IPO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이 엔화 약세 국면에서도 대형 해외 IPO 참여를 허용했던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IPO 시장은 물량을 먼저 확보한 뒤 국내에 나눠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국내 금융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딜에 참여했는데 결과가 나쁘면 국내에서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반복되면 앞으로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투자자 보호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해외 IPO 투자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미배정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환전 비용 등 부대 비용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배정 가능성과 확정 물량을 명확히 구분해 표시하고,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에 따른 미배정 위험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IPO 인수단에 참여할 경우 대표주관사와 국내 판매사 간 책임 범위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해법은 정교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사전 설명과 투자자 보호 조치는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최종 배정 권한을 행사한 해외 대표주관사의 불투명한 결정 구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만 때리는 결론으로 끝나면 투자자 보호도, 자본시장 선진화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23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23 09:31:52
-
-
정청래·김민석, 워크숍서 맞붙은 '원팀론' VS '대통령 중심론'…민주당 전대 전초전 막 올랐다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이 차기 당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변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같은 무대에 올라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한목소리로 말했지만 메시지의 결은 뚜렷하게 달랐다. 정 대표는 ‘당정청 원팀’과 민심을 앞세웠고, 김 총리는 ‘대통령 중심’과 강한 민주당 재건을 강조했다. 겉으로는 축사였지만 내용상으로는 8·17 전당대회를 겨냥한 노선 경쟁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정 대표의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하나”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어 “당정청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남은 민생·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현 지도부가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고 이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국정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연임 도전을 앞둔 대표가 당내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지금은 지도부 교체보다 안정적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동시에 몸을 낮췄다. “민심이 천심이고 국민은 언제나 옳다”고 했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다수 지역을 가져왔지만 서울시장 선거 등 핵심 승부처에서 아쉬움을 남긴 만큼, 승리에 취하기보다 민심의 경고를 읽어야 한다는 태도다. 이는 연임론의 약점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선 이겼지만 수도권 핵심 지역과 일부 재보궐 패배는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김 총리의 메시지는 더 공격적이었다. 그는 현 시점을 “당의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흔들리면, 대통령이 흔들리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원팀론을 넘어선다. 민주당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더 강하게 정렬돼야 하며, 당 역시 다시 이기는 체질로 재편돼야 한다는 뜻이다. 당권 경쟁 구도로 옮겨놓으면 김 총리는 ‘관리형 대표’가 아니라 ‘재정비형 대표’의 필요성을 부각한 셈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지방선거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정 대표는 강원 동해시장 선거 등 민주당의 상징적 승리를 거론하며 “눈부신 선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국민이 보내주신 매서운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승리의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김 총리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완벽한 승리라고 선언하기 어려운 결과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성적표를 두고 정 대표는 ‘성과 속 성찰’을, 김 총리는 ‘승리 속 경고’를 더 크게 본 것이다. 이 차이는 차기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얻은 성과를 현 지도부의 공로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 등 상징 지역 패배를 계기로 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할 것인지가 당권 경쟁의 첫 번째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정 대표가 연임 안정론을 앞세운다면 김 총리는 대통령 중심의 확장·실용·개혁 노선을 내세워 맞설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에게는 조직과 현직 프리미엄이 있다. 그는 당 대표로서 지방선거를 지휘했고 당내 강성 지지층과 개혁 성향 당원 기반도 탄탄하다. 당정청 원팀론은 현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과 맞닿아 있다. 다만 대표 연임론에는 피로감과 책임론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서울시장 패배와 일부 재보선 결과는 “이긴 선거였지만 완승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김 총리에게는 대통령과의 호흡, 국정 운영 경험, 확장성이라는 카드가 있다. 그는 이날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완벽하게 하나 되고 개혁의 DNA를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고 했다. 총리직에서 당으로 복귀할 경우 김 총리는 단순한 도전자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가까이서 경험한 ‘국정형 당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총리 인준 절차와 당 복귀 시점, 당내 조직 기반 확보가 변수다. 이번 워크숍은 민주당 내부 경쟁이 친명 주류 안에서 벌어지는 복합 구도라는 점도 보여줬다. 과거처럼 친명 대 비명, 주류 대 비주류의 단순한 대결이 아니다. 정 대표와 김 총리 모두 이재명 정부 성공을 전면에 내건다. 차이는 ‘누가 더 대통령과 정부를 잘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정 대표는 당의 연속성과 현장 조직을, 김 총리는 국정 안정과 당 재정비를 각각 앞세우고 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 대표는 단순히 당내 권력의 정점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정부를 뒷받침하면서도, 민심이 어긋날 때는 쓴소리를 해야 한다.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되, 시장과 중도층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승리의 흥분이 아니라 권력 운영의 절제다. 정 대표와 김 총리의 첫 신경전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한쪽은 “민심이 천심”이라며 낮은 자세를 말했다. 다른 한쪽은 “대통령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강한 당을 말했다. 두 문장은 모두 맞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다음 대표는 두 문장 중 하나만 선택해서는 안 된다. 민심을 잃은 원팀은 오만이 되고, 대통령만 바라보는 단단함은 폐쇄성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과 따로 가는 당은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성찰만 반복하는 당은 집권 능력을 의심받는다.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는 “8·17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내부 권력 경쟁을 넘어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를 무대가 될 전망”이라며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민심과 권력 사이의 균형을 더 잘 잡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026-06-21 17:13: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