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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폭 2.6조로 축소…주담대는 4.3조 늘어
[경제일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2조원대로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확대됐지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월(6조4000억원) 대비 3조8000억원 축소됐다. 전년 동월(4조8000억원)과 비교해도 2조2000억원 작았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5월 9조3000억원에서 6월 8조3000억원, 7월 6조400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 2조6000억원까지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3000억원으로 전월(3조6000억원) 대비 7000억원 확대됐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4조원으로 전월(3조5000억원) 대비 5000억원 늘었고 제2금융권은 3000억원으로 전월(1000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은 1조7000억원 감소해 전월(2조8000억원 증가)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신용대출이 5000억원 감소해 전월(2조1000억원 증가) 대비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3조4000억원으로 전월(5조5000억원) 대비 2조1000억원 축소됐다. 은행권에서는 자체 주담대 증가액이 2조9000억원으로 전월(2조5000억원) 대비 4000억원 확대됐다.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대출 증가액도 1조1000억원으로 전월(1조원) 대비 1000억원 늘었다. 반면 기타대출은 6000억원 감소해 전월(2조원 증가)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은행권 주담대 세부 항목을 보면 일반 주담대 증가액은 2조원이었다. 집단대출 증가액은 1조2000억원으로 전월(9000억원) 대비 3000억원 확대됐고 전세대출은 4000억원 감소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8000억원 감소해 전월(9000억원 증가)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상호금융권 감소액은 5000억원으로 전월(6000억원 감소) 대비 감소폭이 축소됐다. 저축은행 증가액은 3000억원으로 전월(5000억원) 대비 2000억원 줄었다. 보험과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각각 3000억원 감소해 전월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위는 이날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도 열었다. 회의에는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 등이 참석했다. 신 사무처장은 8월 주담대 증가와 관련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 주택거래량 증가와 7~8월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잔금대출 실행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금융권 자율관리 조치 등으로 기타대출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가을 이사철 등 계절적 자금 수요와 8·13 대책에 따른 집단대출 별도 관리 영향으로 주담대 확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다. 8·13 대책 후속조치 이행 상황도 점검했다. 이주비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산정방식 합리화, 생애최초 요건 합리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장래소득 인정기준 적용 활성화 등은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다. 금융위는 주택공급 촉진, 청년 주거 안정, 실수요자 자금애로 해소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자금은 적시에 공급하되 금융회사별 총량관리 목표 이행 노력도 이어가라고 당부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상환부담도 논의됐다. 금융위는 서민·취약계층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회사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향후 금융권의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현황을 점검하고 은행권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를 유도한다.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도 추진한다.
2026-09-09 13: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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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을 아파트로 채울 것인가
[경제일보] 주택 문제만큼 우리 사회의 감정을 쉽게 자극하는 정책도 드물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 확대를 외치고, 공급 대책이 나오면 개발 논란이 뒤따른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자는 주장에도 반대가 있고, 도심의 빈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에도 환경과 역사 보존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만큼 주택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공원 부지 내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여당이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규제 완화, 도심 공급 방식 등을 놓고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공방까지 겹치면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그 질문은 간단하다.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면서도 용산공원이 가진 역사적·환경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면 그것을 찾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용산공원은 평범한 국유지가 아니다. 오랜 기간 외국군이 주둔했던 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상징성이 큰 곳이다. 서울 한복판에 남은 대규모 녹지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도시의 허파이자 근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치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주택이 절실한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 취업과 독립, 삶의 계획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만으로 서울에서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사회 전체의 미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을 ‘집이냐 공원이냐’라는 이분법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원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단순하고, 공원은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 역시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도시에는 주거와 환경, 역사와 개발, 현재와 미래가 함께 존재한다. 정책은 이 가치들의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더욱이 서울의 주택 문제는 특정 부지 하나를 개발한다고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서울의 집값과 전월세 불안에는 공급 부족뿐 아니라 교통망, 직주근접, 교육, 금융, 세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부가 도심의 귀한 땅을 활용한다면 무엇보다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보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 지을 것인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특히 공공주택 정책에서 숫자 경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몇 호를 공급하느냐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서울 한복판의 비싼 땅에 지은 상징적인 주택 몇 천 호가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이다. 공급 지역과 교통, 생활 인프라, 임대료, 관리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용산공원 주변을 포함한 도심 공급 전략도 보다 넓은 시야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 부지, 유휴 국공유지, 철도·차량기지, 저이용 공공시설 부지, 역세권 복합개발 등 도심 곳곳에는 주택 공급과 도시 재생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존 주거지의 재건축·재개발을 지나치게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개발 가능한 곳을 찾았다고 무조건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도시의 녹지와 역사문화 자산은 한번 훼손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용산공원처럼 상징성이 큰 공간이라면 개발 여부뿐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세대 간 형평성까지 따져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정치의 절제다. 주택 공급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반대 의견을 ‘공급을 막는 발목잡기’로 몰아서는 안 된다. 공원 보존을 주장하는 쪽 역시 주거난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개발 논리에 희생되는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양쪽 모두 자기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합리적인 해법은 사라진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공간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정부는 국가 차원의 주택 공급 필요성을 설명하고, 서울시는 도시계획과 환경에 관한 전문적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두 기관이 공개적인 검증과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독립적인 전문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용산공원의 역사·환경적 가치와 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신중하게 결정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정책은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공원은 한번 훼손하면 복원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 청년 주거 문제는 용산공원 하나에 모든 해법을 걸지 않고도 여러 지역과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 치밀한 비교와 검토가 필요하다. 동시에 정부는 용산공원 논란을 핑계로 청년 주택 공급을 미뤄서도 안 된다. 청년 주거 안정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도심 곳곳의 유휴부지를 찾아 공급을 확대하고, 역세권 고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을 합리적으로 활성화하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공급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에는 늘 비용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그 편익을 누가 누리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용산공원을 지키는 것은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다. 청년에게 안정적인 집을 제공하는 것 역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다. 용산공원이 정쟁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청년 주거 문제가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숫자를 앞세운 밀어붙이기도, 보존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무조건적인 반대도 아니다. 청년에게는 집을, 시민에게는 공원을, 도시에는 미래를 남기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치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할 때 한쪽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령이고 협치의 출발점이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이 또 하나의 소모적인 정치 싸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서울의 주택 공급과 도시계획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함 때문에 도시의 소중한 자산을 잃어서도 안 되고, 공원을 지킨다는 명분 때문에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과거를 지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도시정책이고, 지금 우리 정치가 보여줘야 할 상식이다.
2026-08-23 1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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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2000조, 금리 올리면서 빚 늘리는 정책 끝내야
[경제일보] 가계부채가 결국 2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컸다.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24조9000억원 증가했고, 판매신용도 128조5000억원으로 9000억원 늘었다. 200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 속도다. 가계부채가 줄기는커녕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금리와 부동산, 금융정책 사이에 엇박자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올리고 다른 쪽에서는 주택시장과 실수요자를 지원한다며 금융을 풀 경우 정책 효과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금융안정 위험도 여전히 크다고 봤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가는데도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면 통화정책만으로 부채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단순히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출이 늘면 금리 상승의 충격도 커진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많이 가진 가계와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곧바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차주 비중 상승과 일부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쓰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내수 부진을 키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성장과 소비, 자영업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적 문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최근 주택·금융지원 정책은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을 강화하고,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공급 프로젝트에 필요한 금융지원을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주택공급 금융지원 확대와 함께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확대된 대출 여력을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시점에 가계부채 총량 증가 허용폭을 두 배로 넓힌 것은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줄 소지가 있다. 정책 목적이 다르더라도 통화·금융정책의 방향이 충돌하지 않도록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맞다.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지면 집값 불안과 대출 증가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정상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일시적인 자금경색 때문에 멈추지 않도록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공급 금융과 주택 구입 금융은 구분해야 한다. 실제 주택 공급을 늘리는 PF와 건설자금은 필요한 곳에 투입하되, 가계의 주택 매수 여력을 무차별적으로 키우는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 저금리·고한도 대출이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확대되면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매수 수요부터 자극할 수 있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분도 정교하게 적용해야 한다. 생애 최초 구입자나 신혼부부,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소득과 상환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방식이라면 결국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빚을 지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집을 살 기회를 주는 것과 빚을 낼 기회를 늘리는 것은 같은 정책이 아니다. 가계부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을 맞추는 일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수요를 억제하는데 정부가 재정과 금융으로 주택 수요를 크게 늘린다면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셈이다. 결국 더 높은 금리와 더 많은 부채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공급 확대, 대출 규제, 세제 정책이 같은 방향을 가야 한다. 공급은 장기적으로 충분히 늘리되 단기적인 투기 수요와 과도한 레버리지는 누르는 것이 먼저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주택가격 상승을 전제로 과도하게 빚을 내는 구조는 줄여 나가야 한다. 취약차주 지원도 전면적인 채무 탕감이나 이자 보전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상환 의지가 있고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차주에게는 만기 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재기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반면 상환능력을 넘어선 신규 대출까지 정책적으로 늘려주는 것은 문제를 미래로 미루는 데 불과하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에는 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중된 한국 가계의 자산구조도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할수록 가계는 미래 소득을 앞당겨 대출을 받고 주택을 산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다시 대출이 늘고 그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주택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자산을 통한 장기적인 자산 형성 기회를 넓히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며, 주거 이동이 자산투자와 동일시되는 구조도 함께 손봐야 한다. 가계부채 2000조원 돌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다. 저금리와 부동산 상승 기대, 대출 확대와 정책의 반복적인 완화·규제가 오랜 기간 쌓인 결과다. 어느 한 정부나 한국은행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선택은 다를 수 있다.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주택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구조부터 끝내야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도 불필요한 수요 자극부터 걷어내야 한다. 주택 공급 금융은 확대하되 가계부채를 다시 끌어올릴 정책대출은 선별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한번 커지면 금리를 내릴 때도, 올릴 때도 경제정책의 발목을 잡는다.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금리를 낮추면 다시 부동산과 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 2000조원의 부채는 한국경제가 움직일 수 있는 정책 공간을 그만큼 좁히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출을 조이느냐 푸느냐’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공급에 필요한 돈은 풀되 투기와 과도한 레버리지는 막아야 한다. 취약차주는 정밀하게 가려 보호하는 금융정책이 요구된다. 가계부채 2000조원은 숫자가 아니라 경고다. 금리는 올리면서 빚은 더 늘어나는 정책 조합이 계속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책 방향부터 맞춰야 한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교한 균형이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과제다.
2026-08-20 10: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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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 ESG, 본업 경쟁으로…생산·포용금융 고도화
[경제일보] 4대 금융그룹(신한·KB·우리·하나)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이 기부·환경 등 캠페인 활동을 넘어 금융 본업과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각 금융그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생산·포용금융 확대, 인공지능 전환(AX)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지원 규모 등 정량 지표와 미래 전략을 내세웠다. ◆ 신한금융, 생산·포용금융 110조원 목표…밸류업 관리체계로 연결 신한금융은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성과를 밸류업 기회로 삼았다. 생산·포용금융을 단순 지원 목표가 아닌 그룹 경영관리 체계 아래 성과 지표로 연계했다. 신한금융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기반 밸류업 전략을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은 미래 성장산업과 혁신기업 지원을 통해 실물경제 성장 기반을 넓히고 포용금융은 중·저신용자와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부담 완화로 고객 기반을 안정화하는 구조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1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생산적·포용적 금융 분야에 총 110조원을 지원하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지원 규모는 생산적 금융 95조원·포용적 금융 15조원으로 올해는 생산적 금융 17조원, 포용적 금융 3조원 등 총 20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생산적금융 추진단을 신설하고 관련 목표와 성과를 주요 자회사 전략과제와 핵심 성과지표(KPI)에 반영했다. 지주와 자회사 경영진 평가에도 연계해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 KB금융 고객 접점 넓힌 포용·생산금융…디지털 전환으로 고객 가치 제고 KB금융은 포용·생산금융 목표와 함께 고객 접점 확대와 인공지능(AI) 기반 금융사기 차단 등 디지털 신뢰 체계를 강조했다.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공시와 데이터 중심으로만 제시하기보다 고객 체감도를 높인 금융 접점으로 풀어냈다. KB금융이 강조한 ESG 전략은 포용금융이다. 오는 2030년까지 약 5년간 17조원 공급을 포용금융 목표로 제시했다. 서민·취약계층 지원 10조5000억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6조5000억원을 통해 재기와 자산형성, 성장과 자립을 지원한다. KB희망금융센터를 통해 신용상담과 채무조정, 심리상담을 연계하고 민간중금리대출 공급도 확대한다. 생산적금융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KB금융은 2026~2030년 생산적금융 공급 목표를 93조원으로 잡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대출과 혁신·성장 투자를 위한 투자금융을 통해 미래 성장기업 지원 확대에 나선다. 디지털 접점도 고객가치 제고 수단 중 하나다. KB금융은 KB스타뱅킹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416만명, KB Pay MAU 913만명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KB국민카드는 AI 기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금융사기 차단율 83.9%를 기록하기도 했다. ◆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아래 생산적 금융·포용금융·AX 결합 우리금융은 산업금융과 민생금융, AX를 하나의 ESG 성장 전략으로 묶었다. '미래동반성장을 주도하는 우리금융'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생산적 금융 △AX 선도 △시너지창출을 경영 목표로 설정했다. 우리금융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특별보고서 영역을 △ESG 금융 △금융소비자보호 △금융 AX 혁신으로 구성했다.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 보호, AX를 별도 과제로 다루면서도 이를 ESG 실행 전략 안에 배치한 구조다. 세부적으로는 미래차·수소·이차전지 등 저탄소 산업 지원을 생산적 금융 영역으로 제시했다. 서민금융상품과 금융취약계층, 청년 주거 지원은 포용금융 영역으로 묶었다. 벤처·지역 선도기업·소상공인 금융 지원은 생산적 금융 전환의 한 축으로 다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를 전사적 AX 추진 원년으로 삼고 올해 핵심과제 실행과 그룹 확산, 내년 AX 내재화 및 성과 극대화, 오는 2028년 AX 체계 정착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AX를 AI 활용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품질과 안정성, 관리·통제·책임을 포함한 전사 전환 과제로 설명했다. AI 기반 금융서비스 확대에 따라 고객에게 일관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 하나금융, 100조 프로젝트로 자금 대전환…국가전략산업·기업 성장 확대 하나금융은 부동산 중심 자금 공급을 국가전략산업과 녹색금융으로 돌리는 자금 대전환형 ESG를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과 지속가능금융 강화와 함께 자금 흐름을 실물 경제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중 84조원은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배정했다. 부동산 등에 집중됐던 자금 흐름을 국가전략산업 육성, 벤처·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역 균형발전 등 실물 경제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관계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와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가동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1조6000억원 늘린 17조8000억원으로 확정하고 관계사별 추진계획과 이행 상황 점검에 나선다.
2026-07-07 15: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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