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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승세에 지수연동예금 눈길…원금 보장에 추가 수익 기대
[경제일보] ※ 은행과 보험권에서는 새로운 상품과 이벤트가 꾸준히 나오지만 조건과 혜택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머니포켓'은 금융권에서 눈여겨볼 신상품과 이색 상품, 주요 이벤트를 짚어봅니다. 놓치기 쉬운 혜택과 유의할 점을 꼼꼼히 살펴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수형 예금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진 가운데 만기까지 유지하면 원금과 최소 약정 이자를 보장받으면서 코스피200 지수 흐름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수연동예금(ELD)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수연동예금은 예금의 안정성과 지수형 상품의 수익 구조를 결합한 상품이다. 일반 투자상품과 달리 만기 유지 시 원금이 보장되지만 지수 상승률과 낙아웃 조건 등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어 상품별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KB국민은행은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KB Star 지수연동예금 26-4호'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1년 만기 상품으로 상승추구형, 상승낙아웃형, 범위수익추구형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상승추구형은 기초자산 상승률에 따라 최저 연 2.98%부터 최고 연 3.13%의 만기 이율을 제공한다. 범위수익추구형은 최저 연 2.98%부터 최고 연 3.08%의 만기 이율을 제공하는 구조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승낙아웃형은 최저 연 2.00%부터 최고 연 10.75%의 만기 이율을 제공한다. 다만 관찰기간 중 코스피200 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25%를 초과해 상승하면 최저이율로 만기 이율이 확정된다. 해당 상품은 KB스타뱅킹이나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모집 한도는 상승추구형과 범위수익추구형이 각각 1000억원, 상승낙아웃형이 500억원이다. IBK기업은행도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IBK지수연동예금 26-1차'를 출시했다. 만기 유지 시 원금과 최소 이자를 보장받으면서 지수 변동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예금상품이다. 이 상품은 안정상승낙아웃형 6개월과 안정상승낙아웃형 1년 두 가지 유형으로 구성됐다. 안정상승낙아웃형 6개월은 비교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20% 이하 상승할 경우 연 0.5%에서 최고 연 6.3%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안정상승낙아웃형 1년은 기준지수 대비 30% 이하 상승 구간까지 수익률이 연동된다. 수익률은 연 1.5%에서 최고 연 6.0% 수준이다. 다만 두 상품 모두 지수연동기간 중 코스피200 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정해진 상승률을 한 번이라도 넘으면 낙아웃이 발생한다. 이 경우 안정상승낙아웃형 6개월은 연 0.5%, 안정상승낙아웃형 1년은 연 2.5%로 수익률이 확정된다. 가입 대상은 개인고객이며 가입 금액은 100만원 이상이다. 상품별 중복 가입이 가능하고 총 판매 한도 500억원이 소진되면 판매가 종료된다. NH농협은행은 '지수연동예금 26-3호'를 선보였다. 이 상품도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만기 유지 시 원금과 최소 약정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1년 만기 상품이다. 상품 유형은 안정Ⅰ형, 수익Ⅰ형, 수익Ⅱ형 등 3종이다. 안정Ⅰ형은 낙아웃 조건이 적용되지 않으며 만기지수가 최초지수 대비 0% 이상 5% 이하 상승하는 구간에 따라 개인 기준 연 2.80%에서 연 3.05%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수익Ⅰ형은 만기지수가 최초지수 대비 0% 이상 30% 이하 상승하는 구간에 따라 개인 기준 연 2.65%에서 연 5.05%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수익Ⅱ형은 0% 이상 45% 이하 상승 구간에서 개인 기준 연 2.3%에서 최고 연 7.25%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수익형 상품에는 낙아웃 조건이 적용된다. 수익Ⅰ형은 코스피200 지수가 30%를 초과해 상승하면, 수익Ⅱ형은 45%를 초과해 상승하면 각각 최저금리로 만기 수익률이 확정된다. ELD는 원금 보장 구조를 갖췄지만 일반 정기예금처럼 금리가 확정된 상품은 아니다. 원금 보장은 만기 해지 시에만 적용되며 중도해지 때는 수수료 발생으로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지수 상승률과 관찰기간 중 낙아웃 발생 여부에 따라 실제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어 최고 수익률만 보기보다 최저 수익률, 낙아웃 조건, 만기 유지 가능성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6-05-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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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 비용 전략 엇갈렸다… 거래 침체에 과세·규제 부담까지 겹쳐
[경제일보]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1분기 비용 전략이 엇갈렸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광고와 전산 운영, 매출 연동 비용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고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비용 통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양사 모두 거래대금 감소라는 본질적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은 1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반면 빗썸의 1분기 영업비용은 7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빗썸은 판매촉진비를 670억원에서 181억원으로 줄였고 광고선전비도 96억원에서 45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비용 흐름은 실적 부진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갈렸다. 두나무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80억원으로 78% 줄었다. 빗썸도 1분기 매출이 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95.8%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8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두나무 비용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매출연동수수료다. 1분기 매출연동수수료는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다. 원화마켓 입출금 수수료와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 등 매출과 연동되는 비용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는 이용자 대신 거래소가 부담하는 가스비 성격이 있어 가상자산 시세와 네트워크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 마케팅비와 달리 거래대금과 반드시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는 구조는 아니다. 전산 운영비도 양사 모두 증가했다. 두나무의 1분기 전산운영비는 약 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회사 측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운영 비용 증가 영향을 설명했다. 빗썸도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과 전산 관련 라이선스 비용 등이 포함된 지급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한 24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서 전산비 증가는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용이다. 거래소는 24시간 거래와 실시간 시세 처리, 대량 주문 대응, 지갑 관리, 보안 관제, 이상거래 탐지, 트래블룰 대응 등을 유지해야 한다. 거래대금이 줄어도 기본 인프라 비용은 쉽게 낮추기 어렵다. 시장 침체기에는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더 빠르게 압박한다. 광고비 전략은 정반대였다. 두나무의 1분기 광고선전비는 약 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시장이 위축된 국면에서도 이용자 유입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비용 집행을 이어간 셈이다. 반면 빗썸은 광고선전비를 53% 줄였고 거래대금 규모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멤버십 리워드 중심의 판매촉진비도 73% 축소했다. 문제는 거래소 비용 전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대금과 보유금액이 동시에 줄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더블록 집계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올해 1분기 누적 거래대금은 2228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56.8% 감소했다. 4월 거래대금은 550억9000만달러로 202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올해 2월 말 국내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6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주식시장 호황도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AI 기대감, 대형주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은 정책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 매력이 약화됐다. 일부 시장 분석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머물던 개인투자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봤다. 과세 불확실성도 시장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 과세는 2024년 말 법 개정으로 2년 유예돼 2027년 1월1일 이후 발생분부터 적용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총 22%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식 과세와의 형평성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22%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개인투자자 디지털자산 양도차익 과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일부에서는 과세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세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투자자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세 논의 역시 시장에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확정된 제도는 거래세가 아니라 기타소득 과세지만 과거 세원 파악의 어려움 때문에 거래세를 먼저 도입한 뒤 소득세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매매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단기 매매와 시장 유동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과세 방식이 소득세든, 거래세든 제도 설계가 불명확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규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전산 안정성, 고객확인 절차, 이상거래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5분 주기 잔고 검증 의무화 등 이용자 자산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빗썸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통제와 전산 시스템 문제를 점검해 제재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처럼 거래소 내부통제와 전산 운영 문제가 드러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가 산업 육성보다 제재 중심으로 기울 경우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 위축될 수 있다. 거래소는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용자는 과세·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나무와 빗썸의 비용 전략 차이는 이런 환경 속에서 나온 선택이다. 두나무는 침체기에도 광고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와 이용자 접점 확대를 택했다. 반면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손실 확대를 막는 방어적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거래대금 감소와 코인 과세 논란, 규제 강화, 주식시장 호황이라는 외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비용 전략만으로 실적 반등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 대목에서 다시 짚어야 할 부분은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자산을 투기 억제 대상으로만 보고 과세와 제재를 앞세울 경우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과 시장 유동성은 더 약해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활성화 정책과 세제 논의가 병행되는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과세 시행과 제재 강화 신호가 먼저 전달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 인프라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은 규제 틀을 강화하면서도 기관투자자 참여와 법인 거래,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순히 거래소를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1분기 실적 부진은 단순히 광고비를 많이 썼느냐, 리워드를 줄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거래대금 감소와 투자자 자금의 주식시장 이동, 과세·규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 전체 활력이 약해진 결과다. 정부가 내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다면 거래소의 비용 효율화만으로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6-05-22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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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먼저 열었다…컬리, 유통의 시간을 바꾸다
[경제일보] 한밤중 주문한 식재료가 다음 날 아침 현관 앞에 도착하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새벽 시간에 맞춰 배송받는 방식은 일부 소비자만의 서비스처럼 여겨졌다. 컬리는 이 흐름을 바꾼 회사다. 출발은 대형 유통사와 달랐다. 전국 오프라인 점포도 없었고 오래된 브랜드 역사도 없었다. 대신 컬리는 소비자의 생활 패턴 변화에 집중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직장인과 맞벌이 가구, 프리미엄 식재료 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켓컬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서비스는 단순 배송 플랫폼이 아니었다. 무엇을 얼마나 빠르게 가져다줄 것인지보다 어떤 상품을 고를 것인지에 더 무게가 실렸다. 상품 큐레이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이기도 했다. 컬리의 핵심은 새벽배송이다. 단순히 배송 시간을 앞당긴 것이 아니다. 냉장과 냉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배송하는 물류 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물류센터 운영과 포장 방식, 배송 동선까지 전부 다시 설계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 서비스는 소비 습관 자체를 바꿨다. 대형마트에 시간을 내 방문하던 소비자들이 모바일 주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선식품 영역에서 온라인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컬리는 이 흐름의 가장 앞에 있었다. 상품 전략도 차별화됐다. 가격 경쟁보다 품질과 큐레이션에 무게를 뒀다. 일반 마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프리미엄 식재료와 해외 식품, 유명 맛집 협업 상품이 늘어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브랜드 성격도 일반 온라인몰과 달랐다. 단순 최저가 판매보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가까웠다. 포장 디자인과 상품 설명, 앱 화면 구성까지 이 방향에 맞춰 움직였다. 다만 성장 속도가 빨랐던 만큼 비용 부담도 커졌다. 새벽배송은 물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냉장·냉동 시스템 유지와 배송망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주문이 늘어날수록 효율도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컬리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사이 균형을 계속 고민하게 됐다. 빠르게 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실제 이익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따라붙었다. 새벽배송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부담을 키웠다. 쿠팡과 대형마트,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신선식품 배송 경쟁에 뛰어들면서 컬리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결국 차별화의 핵심은 물류만이 아니라 상품 경쟁력과 고객 경험이라는 점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최근 컬리의 움직임은 식품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향하고 있다. 뷰티와 리빙, 건강 관련 상품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하나의 카테고리에 머물기보다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흐름이다. 컬리의 강점은 비교적 분명한 영역에 모여 있다. 새벽배송 경험, 신선식품 관리 역량, 프리미엄 상품 큐레이션, 충성 고객층, 브랜드 이미지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단순 가격 경쟁 플랫폼과 다른 지점이다. 반면 시장 환경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소비자는 배송 속도에 익숙해졌고 경쟁사들도 물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온라인 유통에서 차별화 기준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다. 컬리는 지금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에서 생활 커머스 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 초기 성장 공식을 넘어 다음 단계 사업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새벽배송은 한때 낯선 서비스였다. 지금은 소비자의 생활 습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컬리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현실로 만든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제 시장이 보는 것은 다음 변화까지 이어 갈 수 있는지 여부다.
2026-05-06 07: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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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과 5만원 훠궈, MZ의 '쪼개진 지갑'이 던지는 경고
[경제일보] 점심시간, 편의점마다 5000원 남짓한 가성비 도시락을 집어 드는 2030 청년들의 줄이 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의 씁쓸한 풍경이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동선을 꺾고 교통비를 아끼려 알뜰교통카드 앱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이들에게 소비의 제1원칙은 단연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그런데 해가 지고 주말이 오면 이 가성비의 전사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1인당 객단가가 최소 4만원에서 6만원을 훌쩍 넘는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매장 앞은 두세 시간의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MZ세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며 지출을 통제하던 그들이 왜 이토록 비싼 외국계 식당 앞에서는 기꺼이 지갑의 빗장을 푸는 것일까. 최근 하이디라오 코리아가 발표한 실적은 이 기현상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했다. 2023년 매출 1177억원.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과거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주로 '싸고 양 많은'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초저가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외식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의 벽을 뚫어낸 이면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Z세대의 '달라진 소비 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이들의 소비는 모순 그 자체다. "돈이 없다면서 오마카세와 하이디라오에는 왜 열광하느냐"며 혀를 끌짯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선택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 청년들의 가성비는 단순히 '절대 가격이 싼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성비란 '내가 지불한 비용(돈과 시간) 대비 얻어내는 총체적 효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대, 평생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구조적 좌절 속에서 이들은 일상적인 소비를 극단적으로 통제한다(편의점 도시락). 하지만 그렇게 모은 잉여 자본을 자신의 정서적 만족감과 소셜 미디어(SNS)상에서의 자아실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경험'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하이디라오). 이른바 '앰비슈머(Ambisumer·양면적 소비자)'의 탄생이다. 이들에게 하이디라오의 5만원은 비싼 고깃값이 아니다. 5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식사 시간 내내 완벽하게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심리적 만족감, 눈앞에서 펼쳐지는 수타면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얻는 사회적 인정 그리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실패 없이 보장받는 '안전비용'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효용이 확정된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이 바로 2024년 대한민국 MZ세대가 정의하는 '새로운 가성비'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파인 다이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제치고 하이디라오인가. 해답은 그들이 파는 본질에 있다. 하이디라오의 본업은 훠궈를 파는 요식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엔터테인먼트업'에 가깝다.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의 서비스 맹폭은 시작된다. 무료 네일아트, 구두닦이 서비스, 다양한 스낵과 음료, 보드게임이 기다리는 시간을 '고통'에서 '즐길 거리'로 치환한다. 자리에 앉으면 머리끈과 안경 닦이, 스마트폰을 보호할 지퍼백이 제공되고 혼자 온 손님 맞은편에는 거대한 인형을 앉혀 외로움조차 차단해 버린다. 직원은 식사 내내 테이블을 전담하며 고기를 구워주고 새우 완자를 빚어주며 생일인 고객에게는 현수막과 함께 떠들썩한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한국의 외식업이 그동안 '맛'과 '인테리어' 그리고 어떻게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마진을 남기는 '효율'에 집착해 올 때 하이디라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모든 시간의 밀도를 높여 문을 나설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다. 고객은 단순히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마이크로 테마파크'의 입장권을 사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극강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야말로 불황을 뚫고 1000억 매출을 견인한 강력한 무기다. 국내 수많은 외식 기업들도 하이디라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 노력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크게 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친절 교육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흉내 내기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왜일까? 서비스의 겉모습은 베낄 수 있어도 그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뿜어내게 만드는 '조직의 내면'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라." 하이디라오의 직원들은 동종 업계 대비 파격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제공, 부모님 용돈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를 누린다. 철저한 도제식 시스템(사수-부사수)을 통해 후배를 잘 육성하면 선배에게 그 매장의 수익 일부가 배분되는 파격적인 성과급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단 직원에게도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금액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메뉴를 내어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재량권)이 부여된다. 매뉴얼에 억눌려 억지웃음을 짓는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이 사장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때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자율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춤을 추며 면을 뽑고 진심을 다해 고객의 생일을 축하하는 직원들의 에너지는 경영진의 '착취'가 아니라 '존중과 보상'에서 피어난 꽃이다. 한국의 외식업계가 겉핥기식 친절 교육과 최저시급으로 이들의 서비스 퀄리티를 따라잡으려 했던 것은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이디라오 한국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단순한 '중국 훠궈의 유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는 극도로 똑똑하고 까다로워진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낡은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서비스 산업 전체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자 뼈아픈 채찍질이다. 지금 우리 시장을 돌아보자. 원재료 값이 올랐다며 꼼수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가격만 치솟고 정작 서비스 질은 바닥인 일부 식당들,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놓아둔 채 최소한의 인간적 응대마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소거해 버리는 무인화의 역습까지. 우리는 과연 고객에게 지불한 돈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소비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설픈 중간 지대의 브랜드들은 도태를 면치 못한다. 압도적으로 싸서 생존 필수재로서 기능하거나 아니면 하이디라오처럼 지갑을 열고 싶을 만큼 확실한 대체 불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MZ세대는 얄팍한 상술에 속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곳에는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털어 열광적인 팬덤이 되어준다. 하이디라오는 그 어려운 것을 증명해 냈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이 대답할 차례다. 가격표의 숫자만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경험을 통째로 바꿀 것인가. 5만원짜리 훠궈 국물 속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진정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2026-05-05 10:24:08